# 302
\그래도 다행히 식량 문제에 대해서는 6회 차가 끝날 때까진 문제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이미 비축해 둔 식량도 식량이지만 한국에서 한 해에 생산되는 식량도 이제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전라도뿐만이 아니라 만주의 비옥한 평야에서도 엄청난 곡식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량을 제외하면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에 호영은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쟁 준비를 하는 와중에 몽골 지역을 안정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보름 동안을 그렇게 전쟁 준비 겸, 점령지 안정에 주력하던 호영은 마침내 제장들에게 선언하였다.
“우리는 오늘 명나라와 전쟁을 할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호영의 선언에 무장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마침내 명나라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만을 기다리고 있던 장수들로선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청나라가 칼을 빼 들었습니다!”
“위구르의 여러 부족이 명나라 전쟁에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최소 5만의 병력을 추가로 동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도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군사 50만을 국경에 배치시켰습니다!”
“필리핀이 명나라의 대만령에 위력 정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곧 필리핀도 명나라에 전쟁 선포를 하여 대만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한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날, 청나라와 필리핀, 베트남, 위구르 일부 부족에서도 잇따라 명나라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바야흐로, 아시아의 주인을 가리는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명나라가 양쯔강에만 100만을 투입했다고 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명나라는 시작부터 강하게 나왔다.
다른 나라라면 전 병력을 동원해도 동원하기 힘들었을 100만 대군을 초장부터 동원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인구는 청나라도 만만치 않았다.
“청나라 역시 100만 대군을 출정시켰습니다. 곧 청나라의 100만 대군과 명나라의 100만 대군이 맞부딪칠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하군요. 양군이 합해서 200만이라니.”
“짱개들 아닙니까? 인구야 원래 중국이 많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시작부터 200만이 맞부딪치는 전쟁이라니.
역시 스케일이 남달랐다.
나중에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이 정도의 스케일이 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다.
“우리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어.”
“출정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전군, 출병하라!”
호영은 전쟁 선포를 하고 사흘이 지나자, 곧바로 전군을 이끌고 출병하였다.
이미 구주의 사략 함대는 명나라의 해안가를 목표로 출항에 나선 상태였다.
그가 직접 이끄는 20만의 한국군과 3만의 위구르군이 강북에 도착할 때쯤에 명나라의 해안가를 공격하기 시작할 터.
여기에 필리핀과 베트남의 군대도 곧 있음 명나라를 공격할 것이니 아무리 인구가 많은 명나라라도 중과부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명나라의 해안가에 천척에 달하는 해적선이 도착하자 명나라군은 백성들도 포기한 채 줄행랑을 쳤다.
해안가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막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구주의 사략 함대가 명나라의 해안가를 돌며 명나라를 괴롭힐 때, 베트남과 필리핀도 명나라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았다.
베트남은 50만, 필리핀은 30만 대군을 동원하였는데 명나라는 그야말로 동서남북 전체를 공격당하는 셈이 되었다.
물론 명나라에게도 동맹이 하나 있기는 했다.
동남아시아의 지역 강국인 태국이 바로 명나라의 동맹이었는데 우습게도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 태국은 중립을 표방하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명나라와의 동맹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결국 유일한 동맹이었던 태국까지 명나라를 버리니 명나라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나 다를 게 없는 상황이 되었다.
“드디어 도착했군.”
명나라가 사면초가에 빠진 그때, 한국의 20만 대군도 마침내 전선에 도착하였다.
강북을 가로질러 곧장 명나라로 남하한 것인데, 이때까지 청나라군은 밀리지 않고 전선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피해는 꽤나 컸는지 100만이었던 대군이 90만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국의 20만 대군이 충원된 시점에서 크게 의미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피해는 명나라 쪽도 만만치 않았기도 하고 말이다.
“순조롭게 이기겠어.”
호영은 명나라군의 모습을 보며 그렇게 자신했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지고 싶어도 질 수 없는 전쟁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고수의 수도 압도적이고 병력은 더욱 압도적이다. 명나라가 유리한 것은 단 하나도 없으니, 우리가 이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야.’
명나라가 300만 대군을 일으킬 수 있는 나라라지만 필리핀, 베트남, 청나라, 대한 제국 이렇게 네 나라 역시도 하나같이 인구 대국이었다.
300만까지는 아니어도 100만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에 명나라의 인구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다.
고수야 말할 것도 없었다.
무림의 종주국으로서 가장 많은 고수를 보유했다고 알려진 명나라지만 절대 고수의 수는 한국이 더 많았고, 청나라도 고수의 수가 적지 않았다.
삼류 무인은 어느 나라나 많이 있었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명나라의 무림도 크게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명나라의 무기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는데, 마법을 박해하는 나라다 보니 무기 발전에도 한계가 있었다.
화약을 이용한 무기나 어느 정도 쓸 만할 뿐, 마정석을 활용한 아티팩트는 거의 다룰 줄 모르는 명나라였다.
아마 전쟁에서 다루는 무기는 5회 차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불이 솟아오르는 검이라든가, 총탄을 막아 내는 갑옷이라든가, 새로운 무구가 많이 만들어졌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명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이제 곧 고비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영은 갑자기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네는 충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비? 우리에게 고비가 찾아온다는 말인가?”
“예. 상대는 명나라이지 않습니까?”
“명나라가 강대국이어도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키기는 힘들 것인데?”
“여기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명나라는 중국 정부의 힘으로 세력을 확장한 나라입니다.”
“경은 또다시 중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군.”
“물론입니다. 중국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가만히 방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호영은 부정하지 못하고 침음만 흘렸다.
확실히, 충구의 지적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중국 정부라면 명나라가 침몰하는 것을 절대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공권력을 쓰든, 돈을 쓰든, 아니면 불법적인 수단을 쓰든 간에 명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터.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중국 정부의 개입은 머지않아 현실이 되었다.
***
중국 정부가 처음 한 행동은 외교적 압박이었다.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치졸하기 그지없군요.”
“치졸해도 효과적인 수단인 것은 분명해. 벌써 정치인들이 동요하고 있잖아.”
“우리를 보는 눈이 안 좋아지긴 한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고작해야 가상현실 게임 때문에 대중 관계가 험악해진 셈이니 로열 그룹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생각일 것이다.
이제 국민들 중에서 센추리의 가치를 모르는 이가 없었지만 나이가 있는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흐름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 여론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입니다.”
“맞습니다. 지금 인터넷 여론을 보면, 중국 정부의 무례한 태도에 중국을 욕하는 이들은 있어도 우리를 욕하는 이들은 없습니다.”
다행히 여론은 로열 그룹의 편이었다.
이미 적지 않은 인구가 센추리를 즐기고 있었고 심지어 10만이 넘는 한국 유저들이 명나라와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여론은 로열 그룹의 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론이 언제까지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 중국 정부가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기만 한다면 바로 뒤바뀔 수도 있는 게 여론이니까.”
아직은 가볍게 잽을 날린 것에 불과하였다.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한국을 압박한다면 로열 그룹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복할 수도 없으니.”
“여론이 바뀌어도 우리 지지자들은 변함없이 우리를 지지할 것입니다.”
“회장님, 우리를 따르는 유저의 숫자가 수백만입니다.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절반 가까이는 될 것이고요. 한국은 절대 우리를 버리지 못합니다.”
호영은 수하들의 위로를 들으며 싱긋 웃었다.
정말 힘이 되는 말들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에 호영에게 이들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과연 중국에게 맞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로열패밀리가 없었다면 제아무리 호영이라도 중국 정부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니 말이다.
‘그래, 해 보자. 중국 정부가 무엇을 하든, 악착같이 버텨 내는 거야.’
호영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이곳저곳에서 호영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대통령의 사람부터 기자나 재벌들, 심지어 야당 대표까지 호영과 만나고자 하였다.
물론 중국 정부에서 보낸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일부러 무시하였다.
어차피 중국 정부와는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정부의 사람이나 재벌의 사람은 최대한 만나기 위해 노력하였다.
가장 먼저 로열 그룹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언론사의 기자 몇을 만나 대한 제국과 로열 그룹의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다.
중국 정부의 압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말이다.
이후에는 대통령의 사람을 만나 그를 안심시켰다.
대통령도 대가 센 사람이긴 하나,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정부의 사람들도 불안함을 느끼고 있을 테니 호영이 직접 위로를 해 주는 게 좋았다.
참고로 한국도 이제 연임이 가능해졌는데,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만약 이번 위기만 슬기롭게 넘긴다면 재선에 성공하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재벌가의 사람들까지 만나고 나니 이제 한 사람만이 그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야당 대표는 지금 올라오고 있나?”
“예. 곧 있으면 도착할 겁니다.”
“무슨 최종 보스를 기다리는 기분이군.”
호영은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정치인, 그중에서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로열 그룹과 관계가 그리 좋지 못하였다.
거의 몇 년간 신경전을 벌인 사이인데, 야당 대표도 결코 좋은 목적을 가지고 호영을 찾아온 것을 아닐 테다.
이참에 로열 그룹의 기세 좀 누르려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직접 들어 보지 않는 이상, 야당 대표의 생각을 알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당 대표, 최수종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야당 대표라는 사람은 다짜고짜 반말을 하지도 않았고 예의 없는 태도를 취하지도 않았다.
나이 차이가 상당한데도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