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91화 (291/345)

# 291

정말 많은 것을 바꾸었다.

단순히 센추리에서만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현실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의 위상은 점점 높아졌고, 신분제도 태동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말이다.

이 모든 게 그가 이루어 낸 변화였다.

그가 직접 관여했든, 아니면 방관했든 간에 그의 존재로 이 같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지금 그가 가진 권력과 재력, 영향력 등에 만족하고 안주를 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웬만한 야심가들도 그가 가진 세력이라면 충분히 만족했을 터.

그러나 호영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그도 사실은 엄청난 야심가였던 것이다.

“중국을 지배하고 아시아의 맹주가 되려면 쉴 시간이 없다!”

호영이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어느덧 5회 차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센추리 연구소

“벌써 5회 차가 끝났다니.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구두를 신던 호영은 침울한 경선의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경선은 왠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이래? 센추리 한두 번 한 것도 아니면서.”

“그치만, 애를 낳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단 말이에요.”

그 말에 호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호영이야 이미 수십 명도 넘는 자식을 보았기에 새삼 그리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지만 경선은 달랐다.

제 배 아파서 낳은 첫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대명이가 우리 없이 잘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요즘 그게 걱정이에요. 황위 쟁탈전이라는 것도 걱정이고.”

그녀의 걱정도 괜한 것이 아니었다.

황후의 자식이니 다른 황자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기는 하겠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장자에다 적통이란 이유로 황태자가 되지는 않았다.

일본에서 황위 쟁탈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지만 황태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름 똘똘하기는 한 것 같은데 황자 수가 원체 많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호영도 대명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어쩌면 그녀의 걱정처럼 대명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호영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국의 미래였다.

물론 현실에서 낳은 자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이미 끝난 일이야. 너무 미련 두지 마.”

“하지만 그래도 당신과 저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잖아요.”

“우리 자식이 그곳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

호영이 배를 어루만지며 그리 말하자 경선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그녀의 배 속에서는 생명이 자라나고 있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아이가 잉태되었다는 뜻이다.

“대명이는 잘할 거야. 그러니 괜히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 우리 자식을 위해서 긍정적인 생각만 해 줘.”

“네, 알겠어요.”

조금은 위로가 되었는지 표정이 한결 가벼워진 경선의 얼굴을 보며 호영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시간을 보고서는 경선에게 말했다.

“나는 이만 가 볼게. 오늘은 연구소에 처음 가는 날이라, 늦으면 곤란하거든.”

“예, 다녀오세요.”

경선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갑자기 경선이 호영을 불렀다.

“여보!”

“응? 왜 그래?”

“조심히 다녀오세요. 요즘, 중국과의 관계도 심상치 않다던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리 말하는 경선을 보며 호영은 씩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당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나는 내 안전을 철저하게 챙기는 사람이야.”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현재 그의 경호는 어떤 면에선 대통령보다 더할 정도였다.

막대한 현금을 가지고 자신의 안전을 철저하게 보호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의 저택 지하에는 핵도 막을 수 있다는 방공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알았어. 조심할게.”

여전히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경선을 보며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경선이 안심하는 얼굴로 그를 놓아주었다.

“갔다 올게.”

다시 경선에게 인사를 한 호영은 곧바로 저택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로열그룹의 센추리 연구소로 향하였다.

‘중국이라······.’

호영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연구소로 향하던 도중, 중국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경선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현재 중국과의 관계가 무척이나 안 좋아진 상태였다.

삼국 동맹을 결성하고 제나라를 멸망시켰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더 안 좋아졌으면 안 좋아졌지, 좋아질 일은 없어 보였다.

6회 차가 되면 또다시 중국을 침략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선의 걱정대로 정말 중국이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어.’

센추리에서 죽이지 못할 것 같다면 현실에서 죽이면 그만이라는 식의 생각을 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실제로 센추리 내부에서의 다툼이 현실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상상 이상으로 많았고 말이다.

그래도 이전까지는 개인과 개인의 다툼이 대부분이었지만 5회 차부터는 조금 달라졌다.

개인을 넘어, 기업이 이제는 기업을 넘어 국가와 국가의 다툼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국민들이 듣기에는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센추리에서 한국이 잘나갈수록 한중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어느덧 연구소에 도착하니 연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로비에서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다들 나와 계셨습니까? 연구하느라 바쁘실 텐데.”

“임원들이야 창립식 때 인사하였다지만, 연구원들은 회장님을 보는 게 처음이니 인사를 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중년으로 보이는 연구소 소장이 그리 답하자, 호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식의 의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

“좋습니다.”

호영은 싱긋 웃고는 연구원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이미 전략 분석 팀의 보고로 누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인사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분은 섬상경제연구소의 연구 위원이셨던 차원중 박사입니다. 거시경제학의 거두라고도 불리는 분이시죠.”

차원중 박사는 기획재정부 장관 자문관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까지 역임하였던 재원이었다.

호영은 반가운 얼굴로 악수를 하였다.

그러자 차원중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영광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하는 차원중 박사의 모습에 호영은 피식 웃었다.

“이분은 미래전략연구소의 소장이셨던 조현길 박사입니다.”

“반갑습니다. 로열그룹 회장, 송호영입니다.”

조현길 박사 역시 만만치 않은 재원이었다.

웬만한 대기업에서 모셔 가려고 안달할 정도의 능력자였다.

그런 대단한 능력자가 게임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되었으니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누구도 센추리를 그냥 평범한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호영처럼 또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진짜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미래의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차원중 박사나 조현길 박사 같은 재원이 센추리 연구소로 이직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있어서였다.

물론 실질적인 보상, 즉 연봉이 엄청 세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두 박사 이외에도 센추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기본적으로 학력이나 이력들이 대단하기 그지없었다.

SKY는 기본이요, 외국의 명문 대학에서 석, 박사 학위를 딴 이들도 있었고 아예 외국인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앞으로 로열그룹의 싱크 탱크가 되어 줄 인재들답게 하나같이 명석한 두뇌와 대단한 학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원들의 사기가 높은 것 같군요.”

회장으로서의 첫 인사를 끝마친 호영은 소장과 단둘의 시간을 가졌다.

참고로 소장 역시 우주와 종교, 역사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박학다식한 학자였다.

“일반 연구원들조차 연봉으로 10억 이상을 받아 가니, 사기가 높을 수밖에요. 지금 각 대학원에서는 우리 연구소에 들어오기를 희망하는 자들로 넘쳐 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소장의 말에 호영은 피식 웃었다.

그 역시 센추리 연구소가 석사나 박사들 사이에서 취업하고 싶은 1순위 기업으로 손꼽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신생 연구소였지만 돈을 워낙 많이 주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룹이 한국 굴지의 대기업인, 로열그룹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봉이나 받는 대우만큼 성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 송구할 따름입니다.”

“겨우 며칠밖에 안 됐는데요?”

“현실에서 일주일이 센추리에서는 한 달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았어도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정상입니다. 그래서 받는 돈이 그렇게 많은 것이고 말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알아주는 천재들과 수재들을 비싼 돈을 주고 불러 모은 만큼 성과를 내주지 않으면 곤란하였다.

호영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연구원들을 독촉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직 6회 차는 시작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가 센추리 연구소에게 기대하는 것은 6회 차 때 행정이나 외교, 정치에 대해 자문해 주는 일이었다.

물론 6회 차가 끝날 때쯤, 7회 차를 대비하여 백년대계를 설계해 주는 일도 기대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 당장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습니다.”

“회장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한결 가벼운 것 같습니다. 허허.”

소장은 아무래도 호영이 5회 차 때의 대한 제국이나 주변국을 분석시킨 일로 꽤나 부담스러워했던 모양이다.

호영으로선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식으로 가볍게 부탁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센추리에서 특별한 사실을 한 가지 알아내기는 하였습니다.”

“특별한 사실요?”

갑자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소장을 보며 호영은 눈을 빛냈다.

“회장님께서는 센추리의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교요? 갑자기 종교는 왜?”

“혹시 생각나는 종교가 있습니까, 센추리에서?”

“······글쎄요. 마족들이 종교를 만든 적도 있고 사이비 종교가 세력을 키웠던 적도 있었지만 크게 생각나는 종교는 없네요.”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답하자 소장이 손뼉을 쳤다.

“예. 그럴 겁니다. 센추리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종교들이 힘을 쓰지 못하죠. 생각해 보면 종교만큼 세력을 확장하기 편리한 수단도 없을 것인데 말입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정 종교들의 힘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아주 막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을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특정 종교라면?”

“개신교, 천주교, 이슬람교 같은, 유일신을 믿는 종교들이 바로 그 특정 종교들입니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센추리에서는 종교의 힘이 의외로 약했다.

동북아시아 같은 경우에는 제대로 된 종교 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이능이 존재하는 세계라서 신을 믿을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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