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20화 (220/345)

# 220

결국 무모하게 공성전을 시도하고 참패를 겪자, 동영군과 나가노군은 급기야 서로에게 전투를 미루기까지 하였다.

그렇게 두 나라가 소극적으로 행동하니 전장은 자연히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

도야마의 전황이 그러할 때, 후쿠시마 방면을 지나던 야마토 제국의 2선 병력들은 대한국의 국왕이 직접 이끄는 친위대에게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매복 공격이었다.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땅에서 예기치 못한 매복을 당한 야마토 제국군은 이성을 잃고 추격에 나섰다.

병력의 피해도 피해지만 고위 장교 여럿이 죽임을 당했기에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국의 친위대를 잡을 수 없었다.

친위대원은 전원이 무인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같은 보병이라도 기동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기병만으로 추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일본이 대한국을 침공한 지 벌써 100년이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기병이라는 병과가 희귀하였다.

그나마 규슈 지역은 중국의 군마를 약탈하거나 수입해 오고 있었지만 혼슈 같은 경우는 기병이라고 해 봐야 제국을 표방하는 나라에서도 1천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다.

야마토 제국이 가진 기병도 1천이 채 안되어서, 기병만으로 친위대를 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결국 야마토 제국군은 반나절 동안 친위대의 뒤를 쫓다가 체력이 다한 상태로 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마토 제국군의 시련은 그날 막 시작된 참이었다.

매복 공격에 성공한 친위대는 끊임없이 야마토 제국군을 흔들어 주었다.

행군할 때는 갑자기 나타나서 기습을 가했고, 야영할 때는 조용히 다가와 야습을 가해 왔다.

때로는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오기도 하였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병력이 10배 가까이 차이 나는데도 패전하였다.

기습이나 야습이 아니더라도 야마토 제국군은 대한국의 친위대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패전을 경험한 이후, 야마토 제국군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였다.

이제 친위대가 나타나기만 하면 두려움에 질릴 정도가 되었다.

겁에 질린 군대의 이동속도는 형편없을 수밖에 없었다.

야마토 제국군은 고작 1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것에도 사흘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병력의 규모가 2만으로 급격하게 줄어들 때쯤, 마침내 동북부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마토 제국군이 동북부 지역에 도착하기 무섭게 비보가 전해졌다.

동일본 왕국을 몰아붙이던 야마토 제국의 일선 병력 5만 명이 초카이 왕국과 아이누 세력의 공격을 받아 전멸하였다는 소식이었다.

오직 일선 병력만 믿고 희망을 부여잡았던 야마토 제국군은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친위대만으로도 전멸을 당할 처지였는데 초카이 왕국, 동일본 왕국, 심지어 아이누 세력까지 상대해야 했으니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야마토 제국군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바로 결사 항전과 투항이었다.

참고로 일선 병력 5만의 경우 절반 가까이가 투항을 선택하였다. 정예 중의 정예로 이름 높았던 일선 병력조차 절반이 투항하였다는 것이다.

일선 병력의 선택이 이러했으니 이선 병력으로 이루어진 2만의 야마토 제국군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 보듯 뻔하였다.

불과 기백 정도만이 끝까지 결사 항전을 선택하였고 나머지는 투항하였다.

그렇게 야마토 제국군 3만, 아니 일선 병력까지 합해서 모두 8만 명이 소멸되었다.

이것만으로 야마토 제국은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피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만에 달하는 일선 병력을 지휘하던 야마토 제국의 황제, 오다 노부히데도 포로로 붙잡히고 말았다.

야마토 제국의 지배자가 대한국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황제가 포로로 붙잡혔으니 야마토 제국의 운명은 그걸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 * *

야마토 제국이 대한국에게 투항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본의 3대 낭인 조직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실에서든, 센추리에서든 그 송호영이라는 자를 죽여 달라고 하더군. 죽이기만 한다면 1천억 엔도 주겠다면서 말이야.”

도세카이, 즉 동성회의 수장, 고다 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용병 연합의 미치이 히사유키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쿄가 의뢰한 것이오?”

“그래, 오다가 아니라 그, 마스다 도시오의 의뢰다.”

“마스다 도시오라······. 총명했던 자인데 포로가 되고서 현실 감각을 잃은 것 같소. 1조 엔을 줘도 불가능한 일을 의뢰하다니 말이오.”

낭인 조직이 가진 전력은 분명 범상치 않기는 하였다.

동성회의 경우는 B급 무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동성회도 대한국의 국왕을 암살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대한국의 국왕은 무려 A+의 초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고다 진은 잠시 실소하다가 히사유키에게 말했다.

“너희 연합에도 의뢰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 않나?”

“그렇소. 교토에서는 천황을 암살해 달라는 의뢰를 요청하였고 다른 곳에서는 용병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오.”

“크크, 돈다발이 쏟아지는 기분이겠군.”

“하지만 이걸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요.”

히사유키가 침중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니 고다 진도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동감이다. 조선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 우리 회도 야마토 제국과 함께 움직이다가 큰 피해를 입었으니 말이야.”

그때 상석에 앉아 있던 노인이 불현듯 말했다.

“일본은 이미 패배했다.”

“영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규슈에는 중국 놈들이 쳐들어왔고, 시코쿠에는 북조선 놈들이 쳐들어왔다. 그리고 츄고쿠에는 후금의 마적들이 미쳐 날뛰고 있지.”

장대한 체구의 노인, 즉 신선조 국장 세리자와 가모의 말에 히사유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면 고다 진은 인상을 찡그리며 초를 쳤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그거.”

고다 진의 퉁명스러운 말에도 불구하고 가모는 말을 이어 나갔다.

“동북부에서 시작된 전투는 조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고, 동북부를 지원하려던 교토는 내분으로 자멸했다. 이제 나가노 왕국과 동영 왕국이 조선과 조선을 따르는 재일 세력을 막아야 하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영감?”

“일본은 이미 패배했다고 말하는 거다, 고다.”

“그게 뭐 어쨌다고. 무능한 군주들이 헛짓거리를 해서 전투 몇 번 패배한 거뿐인데. 조금만 있으면 다시 반격하여 우리가 승리하게 될 거야.”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일본이 역전하는 게?”

“물론이지! 4회 차가 끝나기 전에 우리는 잃었던 땅을 되찾게 될 거야. 조선 놈들에게 복수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내 생각은 다르다. 일본은 완전한 패배를 겪게 될 것이다. 단순히 병력을 잃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닌, 영토까지 모조리 잃게 될 것이야.”

“······허!”

그 말에 고다 진이 코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히사유키는 진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일본이 조선에게 정복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히사유키의 물음에 가모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국엔 그리될 것이다. 조선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아무도 없으니까.”

“영감! 노망났어! 우리 일본이 조선에게 먹힌다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전투에서 몇 번 졌을 뿐인데 왜 그렇게 오버해!”

고다 진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그렇게 말했다.

“이미 일본의 국토 절반 이상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냐?”

“······그,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유리해. 조선 놈들은 우리 땅에 있고, 당연히 병력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할 수밖에 없다고!”

“병력도 더 이상 우세하다고 볼 수 없다. 조선이 세 나라에서 모집한 용병들과 동북부의 재일 유저들을 집결시키면 20만은 족히 될 것이고 본국에서 새로 병사들을 파견시킨다면 30만, 아니 50만도 가능할 것이니 말이야.”

“······.”

“여기에 조선의 무공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조선 왕의 친위대원들은 하나하나가 상급 료닌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조선 왕의 무공 수준은 야규 쥬베가 본 게임으로 넘어온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말이야.”

가모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겠지만, 이미 전세는 완전히 역전된 상태였다.

지금에 와서 일본 전체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대한국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었다.

대한국이 파견한 병력은 3만 5천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친한 세력이나 용병, 해군 등을 모두 합치면 20만에 가까웠다.

반면 일본의 경우 25만 이상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치안 병력을 합친 숫자였고, 실질적으로 전장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15만 정도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이 중에 6만 정도는 규슈의 병력이라서 혼슈로 이동시킬 수도 없었다. 제해권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본이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10만 안팎이었다.

자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인데도 병력으로 오히려 밀리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기나, 전투력 같은 것을 비교해도 대한국이 유리하였으니 패배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영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일본이 패배할 것 같으니 이제부터 쥐 죽은 듯이 살라는 거야? 조선 놈들의 눈치나 보면서?”

“쥐 죽은 듯 살라는 게 아니다. 아예 투항하자는 거다.”

“······뭐? 투항?”

“조선에게 투항하여 조선의 귀족이 된다. 조선의 왕은 신상필벌이 분명하다고 하니 지금 시점에서 투항한다면 많은 것을 베풀어 줄 것이다.”

투항하자는 가모의 말에 고다 진이 부라리며 성을 냈다.

“진짜 미쳤어? 내가 아무리 돈이나 명예를 좋아한다고 해도 친한파 소리까지 들으면서 돈을 탐하지는 않아! 그런데 항복이라니.”

“저 또한 지금 시점에서 항복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조선을 이겨 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투항한다면 우리는 세상에 둘도 없는 대역죄인이 되고 말 것입니다.”

두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역죄인으로 불리는 것은 잠시뿐이다. 우리는 일본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항복을 해야 한다.”

“항복하는 게 일본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그렇다. 어차피 조선과 일본이 하나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가 결사 항전을 한다고 해도 조선과의 합병은 정해진 수순이야. 그러니 차라리 조선의 작위를 받아들여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 귀족의 작위만 얻는다면 나중에 오히려 더 큰 것을 노릴 수 있게 될 것이니.”

“더 큰 것?”

“다음 회 차까지 힘을 최대한 모은다. 그리고 일거에 반란을 일으켜 조선의 정권을 장악한다. 일본과 조선이 합병된 상태에서 우리가 정권을 장악한다면 역으로 조선을 정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오!”

“엄청난 계책이로군!”

가모의 말에 히사유키는 물론이요, 고다 진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능성의 여부는 둘째 치고 대한국을 역으로 정복할 수 있다는 발상에 놀라움을 느낀 것이다.

“고다, 어쩌겠는가? 나와 같이 조선의 귀족이 되겠는가?”

“좋다! 조선을 정복할 수 있다면 일시적인 수모 정도는 얼마든지 참아 주지!”

“미치이는?”

“저도 찬성입니다.”

두 사람의 대답에 가모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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