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03화 (203/345)

# 203

대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일본에도 B+급의 실력자는 극히 드물 것이기에 황보관은 아마 이번 전쟁에서 크나큰 활약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너를 중히 쓰고 싶다. 그러니 너는 너 자신을 증명하고 와라.”

“내 자신을 증명하고 오라고요? 아하, 일본인들을 싹 쓸어버리라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죠.”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는 황보관.

지나치게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그의 실력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니 호영도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두드리며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황보관과의 작별 인사가 끝나자 마침내 북해도 점령군이 출정에 나섰다.

악공들이 웅장한 연주를 뿜어냈고 수도의 시민들이 열렬한 환호를 뒤로하고 천 명의 무인들은 제식을 맞추며 정렬하게 행군하였다.

척척!

“떠났군요.”

원정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충구가 말했다.

“과연 저들이 어떤 활약을 하고 올지 기대가 됩니다.”

“불안하지는 않나?”

“전하께선 불안하십니까?”

“조금은.”

충구가 눈을 크게 떴다. 호영이 불안하다고 말하니 놀랍게만 느껴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전하께서는 언제나 완벽주의이신 것 같습니다. 혹시 친정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시는 겁니까?”

“솔직히 그렇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가 친정하지 않아도 이번 전쟁은 이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신감이 대단하군.”

“그만큼 유리한 전쟁이지 않습니까?”

“하긴.”

그만큼 유리한 전쟁이라는 충구의 말에 호영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처럼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쟁이었다.

호영이 친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믿어 보자. 대한국 최고의 무인들로 구성된 원정 부대야. 이들이 실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

회귀한 이후, 모든 걸 직접 해야 적성이 풀리는 사람이 되어 버린 호영이었다.

전쟁은 특히 그랬다.

워낙 무공 실력이 압도적이고 전쟁 경험이 많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다른 이들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쟁을 그 홀로 담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한국의 규모도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졌으니 대한국의 왕으로 있는 그 역시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북해도 점령 같은 사소한 전쟁은 수하들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호영은 속으로 ‘나는 내 부하들을 믿는다.’라고 중얼거리며 어느덧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원정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 *

대한국, 돌연 일본 침공을 기도!

일본 야후에 이 같은 기사가 올라오자 일본 네티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한국이 북해도를 공격한다고? 신경 쓰이기는 하네.

-천 명으로 쳐들어온다니, 풉. 지금이 4회 차인데 천 명으로 침공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일본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조금 걱정스럽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북해도는 완전히 변방이잖아? 이러다 북해도 점령되는 거 아니야?

-맞아. 나도 걱정돼. 한국에는 무신이 있으니 무시할 수 없어.

-무신은 오니들의 왕인데 왕이 직접 원정을 오겠어? 그리고 그 무신이라는 놈도 이제는 별거 아닐 거야. 나는 우리 일본 유저들의 저력을 믿어.

-별거 아니기는. 일본인 중 무신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무공은 솔직히 한국이 대세다. 한국엔 벌써 A급을 넘어선 유저가 있다던데?

-A급이라고? 나는 가까스로 D급이 됐는데…….

-일본 극우 세력이랑 한국 세력이 공멸하였으면 좋겠다.

대한국의 침공에 일본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지금 당장 대비해야 한다느니, 한국 따위는 가소롭다느니, 이참에 일본과 한국이 공멸했으면 좋겠다느니.

대충 그런 반응들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흔한 반응은 바로 ‘가소롭다.’였다.

고작 천 명에 불과한 병력. 제아무리 3회 차에 대한국이 제법 대단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해도 천 명밖에 안 되는 병력은 우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북해도에서 나름 유망하다고 볼 수 있는 세력의 이인자, 타카라다 요우타도 기사 전문을 보고 냉소를 지었다.

“우리를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춍의 힘이 이것밖에 안 되는 건가.”

요우타는 혀를 차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비록 일본에서 변방 취급을 받고 있는 북해도라지만 그래도 유저들의 숫자만 최소 3만이 넘었다.

각 세력이 보유하고 있는 병력도 모두 합치면 수만 명에 이르렀으니 대한국의 침공이 그저 우습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뭐가 되었든, 이왕이면 우리 쪽으로 왔으면 좋겠네. 모처럼 내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야.”

그가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네티즌의 반응들을 살필 때, 갑자기 그가 즐겨 하던 사이트가 소란스러워졌다.

-어? 한국이 벌써 쳐들어왔는데?

-북해도에 갑자기 한국 깃발 든 병사들이 나타남.

-뭐지. 한국에서 이제 막 출항했다고 들었는데?

요우타는 경악하였다.

‘벌써 쳐들어왔다고?’

아무리 이웃 나라이고 시간 비율이 1:4라지만 대한국의 원정 부대가 출정한 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북해도에 도착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댓글은 계속해서 올라왔다. 누군가가 단체로 조작하는 것이 아닌 이상, 대한국의 군대가 북해도에 도착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았다.

-일본인들인데? 와, 어떻게 일본인들이 대한국의 편에 서서 싸울 수가 있지?

-북해도 유저들은 빨리 접속해라. 이러다 배신자들에게 북해도 빼앗기겠다.

쾅!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배신자들이로구나!”

애써 침착하게 마지막까지 댓글들을 살피던 요우타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혼슈의 동북부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란처럼 북해도에서도 배신자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것들. 내가 센추리를 접속하는 즉시, 모조리 죽여 버리리라!’

요우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센추리에 접속하였지만, 그가 현실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이미 북해도의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갔다.

* * *

처음, 1천에 불과한 외부의 병력이 북해도로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북해도의 군주들은 일본 유저들처럼 싱거운 반응을 보였다.

아이누로 대표되는 세력들을 제외하면 북해도의 군주들은 저마다 2천에서 3천 정도의 병력을 거느리고 있었다.

비록 유저의 숫자는 적었지만 NPC들로 이루어진 병력이 충분한 만큼 군주들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5천에 달하는 병력이 갑자기 남쪽 해안가를 침략하자 그때부터 조금씩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스가루 해협을 건너오는 5천의 군대는 누가 봐도 외부의 군대가 아닌 일본의 군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북해도의 남부 구역인 오누마, 하코다테, 유노카와를 제외하고는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다.

침략을 당하는 것은 남부 구역에 국한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가루 해협을 건너서 온 5천의 군대는 북진을 거듭하였지만 남부 구역을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오누마, 하코다테, 유노카와를 장악하고 있는 야쿠모 다이묘 가문이 적절하게 잘 막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사흘 정도가 지나자 상황이 급변하였다.

마침내 외세, 즉 대한국의 군대가 북해도를 침공한 것이다.

1천에 불과한 대한국의 군대. 하지만 그들의 활약은 놀라웠다. 마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듯, 북해도 남부, 중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그로 인해 북해도 전역이 전화에 휩쓸렸다.

여기서 다시 나흘 정도가 지나자 이번에는 북부, 동부 구역의 아이누 세력들이 남진을 하였다.

그들은 대한국의 동맹군을 자처하였는데 그들의 참전으로 전세는 완전하게 역전되었다.

아이누 세력의 군대는 모두 8천. 여기에 대한국의 군대 1천에 용병 5천까지 합치니 무려 1만 4천이나 되었다.

유저가 아니라서 정보력이 부족하였던 북해도의 군주들은 뒤늦게 동맹을 맺었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이미 북해도 절반이 떨어져 나갔고, 그 나머지 절반도 대한국의 무인들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병력은 아직 많았지만 순수 무인들로 이루어진 대한국의 군대를 이겨 낼 수 없었다. 북해도의 군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수성뿐이었다.

그러나 수성도 희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북해도 절반 이상을 빼앗긴 상황에서 희망이 있을 리가 없었다.

가장 먼저 유저들이 투항을 하였다.

애향심, 애국심을 가진 유저들은 모두 죽은 지 오래였고 나머지 유저들은 그저 게임을 즐기는 일반 유저들이었다.

일반 유저들로선 이미 패배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버틸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그들의 땅이 아닌, NPC들의 땅이기 때문이다.

물론 혼슈에서 지원군이 왔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혼슈의 동북부 지역은 지원군을 보내기는커녕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나머지 지역도 마찬가지로 북해도까지 지원군을 보낼 여력이 안 되었고 말이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결사 항전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북해도 유저들 대부분이 대한국에게 투항하였다.

유저들이 항복한 이후 전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대한국의 무인들을 그나마 막아 주던 것이 일본 유저들이었다.

C급에서 D급 그리고 소수의 B급으로 이루어진 대한국의 무인들은 지독하리만치 강력한 군대였다.

사실 대한국의 무인들만으로 북해도를 점령했어도 성공할 수 있었을 정도로 대한국의 무인들은 강력했다.

일본의 유저들도 대한국의 무인들을 수성전에서나 가까스로 막아 냈고, 야전에서 싸운다면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

그렇게나 대한국의 무인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본 유저들이 투항하자 전황은 급속도로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열흘 정도가 지나자 마침내 북해도 전쟁은 끝이 났다.

소수의 저항군이 남아 있었지만 대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부터 북해도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국의 영토가 된 것이다.

#청와대 간담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끝이 났군.”

호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황보관이나 순현 같은 초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충구의 말에 호영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전쟁에서 B+급 무인들의 활약은 엄청났다.

적군이 의외로 실력이 상당하고 석궁까지 써서 변수가 많았다는데, B+급 무인들이 치고 빠지는 전술을 사용하여 적의 체력을 갉아먹었다.

더군다나 밤이 되면 조용히 적의 진영으로 침입하여 지휘관이나 주요 인물들을 암살하는 식으로 적군의 혼란을 가증시키기도 하였다.

물론 대회전에서의 활약도 놀라워, B+급 무인들이 검기를 사용하면 적군이 패닉에 빠져 버릴 정도였다.

순현이나 황보관 같은 B+ 고수들은 그야말로 전장 곳곳을 종횡무진으로 활약하였던 것이다.

한 명이 병사 천 명의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아이누를 아군으로 만들어 낸 대군사의 기지도 놀라웠지.”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B+급 무인들만 활약한 것은 아니었다.

용병으로서 참전한 일본 용병들의 활약도 놀라웠고, 원정군으로 참가하였던 1천 명에 달하는 무인들의 활약도 놀라웠었다.

하지만 전장 한 곳이 아닌 전쟁 전체를 놓고 활약상을 비교한다면 일거에 남진하여 북해도 군주들의 저항 의지를 꺾어 버린 아이누 세력이 가장 크게 활약했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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