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01화 (201/345)

# 201

“한반도에서 북해도까지의 거리는 결코 짧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본의 다른 지역이었다면 안정적인 해로가 이미 존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앨 수 있겠으나 북해도는 아닙니다. 대한국의 역사를 모두 찾아봐도 북해도까지 원정 가는 것은 우리가 최초입니다. 즉, 안전한 해로가 존재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해로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현실의 것을 참고하면 되지 않나? 울릉도 쪽으로 해로를 잡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독도 인근에는 아주 강력한 해상 마물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해도를 가기 위해선 해로를 조정해야 합니다.”

“…….”

해상 마물에 대해서는 호영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회귀 전에는 경기도를 벗어나지 못했고 회귀 이후에도 주로 육지에서만 활동했던 그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연안을 따라간다면? 연해 주와 사할린을 거쳐 간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식으로 이동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러시아 해군입니다.”

호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사할린이면 몰라도 연해주 연안을 이동하는 것은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러시아권의 나라들이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결국 호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비전투 손실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느냐?”

“만약 4천 명을 수송한다면 최소 오백 명의 피해는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해군의 피해도 그 정도는 될 것이고 말입니다.”

“해군까지 합해서 천 명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흐음.”

강파도의 말에 호영은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북해도에 도착하기도 전에 천 명의 비전투 손실을 감수해야 하다니. 손해가 커도 너무 크다고 느껴졌다.

‘원정 지역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나.’

순간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지금 동원할 수 있는 군사력으로 북해도가 아닌 다른 곳을 점령하는 것을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북해도를 선택한 이유도 지금의 군사력으로 점령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물론 무리한다면 규슈나 혼슈의 일부를 점령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점령일 뿐, 완전한 정복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완전한 정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역공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하는 법. 북해도만이 역공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니만큼 북해도를 정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아예 일본 진출을 포기하는 것이 좋았다.

‘북해도의 상황을 보면 3천~4천의 병력으로도 무리 없이 장악할 수 있기는 할 텐데, 하필 이런 변수가 있었을 줄이야.’

호영은 고민하다가 결국 충구를 불러들였다.

아무래도 북해도로 진출하는 계획에 대해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될 것 같았다.

* * *

“비전투 손실이 천 명이나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해군 총사령관의 말대로라면 그렇다.”

충구도 비전투 손실이 그렇게 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잠시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충구답게 곧바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외국 용병들을 동원하면 어떻겠습니까?”

용병, 그것도 외국 용병을 동원하라는 말에 호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국 용병이라니?”

“어차피 4천을 출정시킨다면 3천은 아국의 용병을 사용할 생각이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아예 처음부터 외국의 용병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충구의 대답에 호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외국의 용병을 이용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느 나라의 용병을 말하는 거야? 설마 일본의 용병들을 동원하자는 건가?”

“예, 당연히 일본의 용병을 동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나라의 용병을 일본으로 수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니 말입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일본을 치는데 일본의 용병을 동원한다는 것이?”

“황보관이라는 중국 유저도 결국엔 친위대로 받아들일 것이지 않습니까? 일본인이라고 아군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중국에서 온 황보관이라는 유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성근이 도맡아 하고 있었는데, 애국심이나 중국인 특유의 중화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아 포섭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적당히 대련만 몇 번 해 주면 될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충구의 말처럼 황보관은 결국엔 아군이 되기는 할 것이다. 현실에서도 아예 귀화시킬 예정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구의 말에 완전히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보관을 받아들이는 것과 일본 용병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데. 애초에 황보관을 중국을 치는 데 동원할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야.”

“자국을 싫어하는 유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돈만 쥐여 준다면 애국심을 저버릴 유저들도 얼마든지 있고요.”

“즉, 현실의 돈으로 용병을 사자는 것이로군.”

그가 감탄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충구가 무덤덤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 갔다.

“어차피 가상 세계입니다. 실명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아국의 용병으로 참여할 유저는 의외로 많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일본의 여론을 보면 군주들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힘을 빌려서라도 군주들에게 복수하거나 타도하려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일본인들이라고 제국주의만 신봉하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맞는 말이야.”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충구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다 하는가 싶었는데 이야기를 다 들어 보니 충분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하기야 대한국에서도 기득권에 대한 반발로 반역에 가담한 이들이 수천에서 수만 명이나 되는데, 일본이라고 다르겠는가?

절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 존재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대한국보다 신분제가 공고하였다.

특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은연중, 혁명을 꿈꾸고 있는 유저들이 적지 않게 있을 것 같았다.

이미 혁명군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기도 하였고 말이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대한국의 조합 시스템이나 유저들의 자유도 같은 것을 잘 선전한다면 일본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충구의 말처럼 센추리에서는 어차피 실명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꼭 용병으로만 동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예?”

갑작스러운 호영의 말에 이번에는 충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기가 요녕성에서 했던 것처럼 일본 유저들을 결집시켜 동맹 세력으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거, 괜찮은데요?”

호영의 의견에 충구가 반색하는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대한국의 밑에서 싸우라고 하는 것보단 동맹 세력이 되라고 하는 게 유저들을 끌어모으기 훨씬 쉬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애국심에 발목을 잡힐 일은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지. 명분을 만들기 쉬우니까.”

“거기에다 일본에서 동맹 세력을 만들면 보급도 쉬워질 것이고 군주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중엔 남작이나 자작을 주고서 대한국의 세력으로 끌어모을 수도 있어.”

“그렇게만 된다면 일본 정복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충구가 탄성을 내지르며 그렇게 말했다.

호영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회귀 전의 역사를 떠올려 볼 필요도 없이 내부의 적을 이용해서 상대를 병합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흔한 방법이야. 비록 상대가 일본이라지만 쓰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꼭 무력으로 상대를 병합시킬 필요는 없었다.

상대의 약점만 잘 이용한다면 정치력으로든 돈을 써서든 상대를 병합하는 게 가능할 수 있었다.

일본처럼 심각한 내전에 빠져 있는 나라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어쩌면 군사를 동원할 필요도 없이 일본을 무너뜨리는 게 가능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렇다고 원정을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대한국의 전쟁인데 정작 대한국이 참전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호영의 말에 충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일본의 용병들을 통제할 병력은 필요하니 대략 천 명 정도는 북해도로 투입해야 될 것 같습니다.”

“천 명이라면, 북해도의 유저들은 몰라도 다른 지역의 유저들은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겠군.”

“우리가 그동안 한 일이 있어서 경각심을 갖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유저들은 패배를 예측하고 우리를 비웃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북해도는 전통적으로 NPC의 힘이 강한 곳이었다.

워낙 오지라는 인식이 강해서 유저들이 북해도를 피했기 때문인데, 현재는 NPC들의 세력이 수십 개로 쪼개져서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시대가 한창인 북해도라 해도 1천으로 정복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북해도의 군사력을 전체로 합산하면 3만이 넘었기 때문이다.

“대신 무인들로 보내야겠어.”

“그 정도의 여력이 되겠습니까? 무인으로 1천을 보낸다면 실패했을 때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텐데.”

“무인들의 숫자도 이제 많아졌으니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 만약 실패한다면 초보자의 섬에 있는 길드원들을 본 게임으로 데려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고 말이야.”

“아하, 이곳에서 죽은 유저들은 다시 대한 길드로 갈 테니 서로 보완하는 셈이군요.”

대한 길드와 대한국은 한 몸과도 같다는 점이 이럴 때 유리하였다.

전력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인들로 이루어진 원정군이라……. 일본 용병들을 통제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고, 어쩌면 원정군만으로 북해도를 점령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그 말에 호영이 흐뭇하게 웃었다.

무공을 익힌 병사들로 천 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일본과의 전쟁은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 될 것이다.’

이번 원정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았다.

* * *

미와 미사요시, 그는 초보자의 섬에서 조그만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버로드라는 이름의 길드였는데 일본 길드치고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길드였다.

재일 교포들이 많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는 길드의 본거지가 대한 길드의 신목포에 위치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밀접해진 것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몬스터 사냥터도 도처에 널려 있는 신목포.

신목포에는 미사요시의 길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 계열의 길드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많이 진출하였고 말이다.

아무튼 미사요시는 스스로 친한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미사요시에게 어느 날 한국인이 찾아왔다.

“저를 용병으로 쓰고 싶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한 길드의 간부라는 그 한국인은 미사요시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제안을 하였다.

미사요시를 용병으로 쓰겠다는 제안이었다.

‘왜 굳이 나를? 대한 길드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이 나 같은 것을 어디에 쓴다고?’

초보자의 섬에서 대한 길드의 지위는 강대국의 그것에 비견될 정도였다.

영토부터가 나라를 세워도 부족하지 않았고 보유하고 있는 인구는 수백만에 달하였다.

경제 규모나 군사력의 척도라 할 수 있는 마법사, 무인의 숫자도 엄청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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