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82화 (182/345)

# 182

그중에서 반란군의 기세가 가장 강한 곳이 바로 하삼도였다.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충청도까지, 이 세 지역에서 무려 6만에 달하는 반란군이 출몰하였는데, 어찌나 반란군의 세가 강한지 남방군의 일부까지 반란에 가담했을 정도였다.

“6만이라면 몸 풀기 딱 좋겠군요!”

적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김성근은 마냥 기뻐할 따름이었다.

호영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출정 준비는 끝내 놓았겠지?”

“물론입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출정할 수 있습니다.”

“출정은 내일이다.”

“알겠습니다!”

“경들도 마찬가지야. 내일이 되면 전격적으로 움직여서 반란군을 진압한다.”

“충!”

“지금 바로 출정 준비를 하도록.”

세 사람이 ‘충’을 외치고 물러나자 원재가 입을 열었다.

“내분은 언제 일으키는 것이 좋겠습니까?”

원재의 물음에 호영은 턱을 쓰다듬었다.

“몇 명을 보냈다고 했지?”

“로열패밀리의 아바타가 전라도나 충청도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전라도에 이백 명, 충청도에 삼백 명을 보냈습니다.”

“경상도에는?”

“쉰 명이 안 되는 인원이 파견되었습니다.”

그 말에 호영의 고민이 길어졌다.

‘역시 경상도가 문제겠어. 거리도 거리지만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 로열패밀리의 일부 인원들은 수도에 집결하지 아니하고 각 지역에 남은 채 여러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임무가 바로 첩자였다.

즉, 반란군으로 위장하여 적진 한복판에 잠입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적절한 시점에 반란군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예정이었다.

“일단 경상도는 가만 놔두고 나머지 지역의 요원들에게 반란군의 내분을 조장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원재까지 물러나자 호영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열흘이면 충분하려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열흘이라는 시간은 바로 ‘반란을 진압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하였다.

#일망타진

충청 농민 혁명군, 제 1군 유격대장 문대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멀리서 한 떼의 기마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한국의 국왕이 직접 이끄는 친위 기사단이었다.

‘운이 좋아. 왕이 나한테 와 주다니, 크크. 이러면 일등 공신은 내가 되는 건가?’

그가 있는 곳은 평택시 인근에 위치한 조그만 산이었다.

작지만 유난히 숲이 우거져 있는 곳이었는데, 대영은 그 산에서 거의 1천 명에 가까운 숫자의 혁명군과 함께 매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왕의 남진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유격대를 이끌고 매복을 한 것인데, 운이 좋게도 왕이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대영처럼 친위 기사단을 노리고 매복하는 부대가 네 개나 되었기에 무척이나 운이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크흐. 3회 차 때 매복으로 나를 죽였지? 이번에는 너희들이 당할 때다.’

친위 기사단이 함정 근처까지 다다르자 대영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기병들의 진로에는 온갖 함정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1천 명으로 부족할 것 같아 설치한 함정이었는데 걸리기만 한다면 제아무리 무인들이라 해도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히이잉!

“어?”

“놈들이 멈추었는데요?”

“나도 보고 있다. 시발, 뭐지? 알아챈 건가?”

그때였다.

한창 속력을 높이며 이동하던 친위 기사단이 무슨 낌새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지 갑자기 말을 멈추어 세웠다.

대영은 인상을 찡그리다가 자신의 활을 들어 올렸다. 그가 활을 들어 올리자 유격대의 지휘관들도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재벌 3세 또는 대기업 임원이 혁명군의 중심으로 있는 전라도, 경상도 지역과는 다르게 충청도 지역은 경험이 많은 2, 3회 차 유저들이 혁명군 지휘부를 구성하고 있었다.

비록 일반 병사들은 농민 NPC들이 대다수였지만 지휘관들은 전부 경험이 많았고 유격대의 간부들은 특히 정예한 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공격해라!”

함정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곧바로 공격 명령을 내린 대영.

휘이이익!

공격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대영은 자신의 화살을 쏘았다.

3회 차 때, 봉영이라는 여성 유저의 공격에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하고서 활을 미친 듯이 연마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그의 화살은 정확하게 왕의 말을 향했다.

왕이 낙마하기만 한다면 적군이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으리라.

챙!

하지만 그의 화살 공격은 왕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허무하게 무위로 돌아갔다. 다른 병사들이 날린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6시간을 기다리고서 감행한 매복 공격은 그렇게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모두 하마해라.”

친위대는 혁명군의 화살 공격을 무덤덤하게 막아 내고는 하마하기 시작했다. 매복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들이었다.

“시발, 좆 됐다.”

“도대체 무공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화살을 저렇게 쉽게 막아 내는 거야?”

대영을 비롯하여 혁명군의 지휘관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손으로는 연신 화살을 쏘아 내고 있지만 부질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혁명군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왕이 오셨다! 역적들을 쳐라!”

“우와아아아!”

그러던 중 뒤쪽에서 소란이 터졌다. 대영이 급히 뒤를 돌아보니 혁명군의 지휘관 중 일부가 창을 거꾸로 잡고 있었다.

“대장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뜬금없이 반란이라니?”

“D급의 무인들이 변절하였습니다!”

“미친! 안 그래도 개 같은 상황인데 거지 같은 것들이 다 지랄하네!”

대영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내분까지 일어나다니?

이래서는 퇴각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은가!

서걱, 서걱!

그가 골머리를 앓을 때 왕의 기사단이 느긋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그냥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가로막는 혁명군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대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

“시간이 없습니다. 대장님, 어서 명령을······!”

“지금 상황에서 명령은 무슨! 그냥 알아서 튀어!”

“대, 대장님!”

대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무시하고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그로선 승산이라고는 1퍼센트도 없는 전투에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친위 기사단만 상대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싸워 보겠지만 무려 D급의 무인들이 내분을 일으킨 상황이었다.

혁명군에서 어렵게 불러들인 D급의 무인들이 변절하였으니 싸워 봐야 의미가 없었다.

지휘관들도 대영과 같은 생각을 하였는지 등을 돌리고서 열심히 도망쳤다. 초보자의 섬에서 무공을 배웠는지 꽤나 날렵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도주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푹!

멀리서 날아온 창에 그대로 절명하였던 것이다.

‘다음 회 차에는 그냥 대한국의 사람이 되어야겠다.’

두 번의 죽음을 경험하고서야 마침내 그런 생각을 하는 문대영이었다.

* * *

“이제부터 저희를 이끌어 주실 영남 혁명군의 총대장은 로테 그룹의 신유한 상무님이십니다!”

현실에서 MC로 활동하고 있는 남우종이 행사를 진행하는 사회자처럼 그렇게 외치니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서 신유한은 여유로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중세 귀족이라도 되는 듯, 비단옷을 입고 있는 사내들이 다시금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치 자신들이 지지하던 대통령이 당선되기라도 한 것처럼 열성적인 분위기였다.

그렇게 한참 동안 이어지던 축하 분위기는 신유한의 한마디가 있고 나서야 끝났다.

“이제 슬슬 현재 시국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연회장.

신유한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는 말문을 열었다.

“정보원이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왕의 군대는 벌써 충청도를 지나 전라도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 충격적인 말에 혁명군 간부들은 눈을 크게 뜨며 경악하였다.

“어제 출정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벌써 전라도까지······?”

“경기도의 NPC들은 모두 당한 겁니까?”

“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입니다. 아무리 도로가 발달되어 이동속도가 빠르다지만······.”

“왕의 군대가 경상도까지 도달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겠는데요.”

“SJ 그룹과 모성 그룹에서 준비한 사병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간부들은 저마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워낙에 충격적인 소식이라 예의를 갖출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일단 진정들 좀 하십시오.”

신유한은 간부들을 진정시키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두 그룹도 무사하고 경기도의 동지들도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 왕의 군대가 빠르게 진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충청도 혁명군이 내분으로 자중지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너 나 할 것 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기 때문이다.

“휴우, 하기야,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숫자 차이부터가 압도적인데······.”

“맞습니다. 고작 몇천이 안 되는 병력으로 그 정도의 결과를 낼 수는 없겠지요. 그쪽에서 얍삽한 수작을 사용한 것입니다.”

“아무튼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윤도현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서울 진공은 이미 실패했다고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충청도의 혁명군은 이미 지리멸렬했고 전라도도 위급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윤도현의 말에 신유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서울 진공 작전이 실패한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서울 진공 작전은, 왕국 전역의 혁명군이 한날한시에 왕국의 수도로 진격하는 작전이었다.

전국에 퍼져 있는 10만에 가까운 혁명군이 거의 동시에 수도로 들이치는 것이다.

대한국의 중앙군은 고작해야 1만, 남방군까지 합쳐도 3만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의 혁명군이 들이친다면 왕이 아무리 강력한 무인이라 해도 버텨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왕의 진격으로 서울 진공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를 사방에서 포위하는 것인데 이미 남부 지역이 꿰뚫려 버린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왕이 제 발로 다가오고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왕만 잡으면 이기는 전쟁이었다.

굳이 서울로 진공할 필요도 없이, 경상도에서 왕을 잡는다면 이번 전쟁은 승리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싸운다는 말씀이십니까?”

“영남이 우리의 세력권인데 구태여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는 없지요. 군대의 이동이 쉬운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전라도의 동지들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만.”

“왕이 이끄는 병력이라고 해 봐야 불과 1만 정도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전라도의 혁명군은 모두 2만이 넘습니다.”

“하지만 충청도에서는 고작 3천의 병력에게 2만의 혁명군이 박살 났습니다. 그중에서 3백의 기병은 퇴각하는 1만의 혁명군을 제거하였고 말입니다.”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충청도의 동지들이 패배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중지란 때문이었다고?”

“······.”

윤도현은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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