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81화 (181/345)

# 181

“반정에 성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 문제겠어. 기업들 간의 경쟁이 장난 아니게 치열하겠는데?”

그는 반란이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당장만 봐도 전국적인 반란이 잇달아 일어나며 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수천수만에 달하는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왕을 폐위시키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

그렇기에 신유한은 반란이 실패할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경쟁자들이었다.

신유한처럼 ‘정국공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재벌들.

머지않은 시일에 이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업적 점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왕을 죽이는 데 집중해야겠지.’

그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단을 강구하였다.

1천 명!

딱 1천 이상의 유저만 모은다면 그 즉시 반란군에 합류하리라.

* * *

“전하, 어찌 출신도 불분명한 것들을 궁으로 불러들이시나이까?”

내관 김정원의 말에 호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여의 뜻에 반하는 건가?”

“소, 송구하옵니다. 소신은 단지······.”

“시끄럽다. 어서 불러오거라.”

“······알겠사옵니다.”

김정원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렇게 답하였다.

너무도 갑자기 바뀌어 버린 호영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호영은 그런 김정원의 뒷모습을 보며 섬뜩한 생각을 하였다.

‘간신이랑 내관 세력도 모두 쳐 내야 하는데, 언제쯤이 좋을까?’

유저들의 반란이야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지만 NPC들의 반란은 괜히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왕의 폭정과 난행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궁금 세력, 즉 왕의 친위 세력의 전횡과 착취, 수탈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나 김정원이라는 이는 내관들의 우두머리였는데, 전횡이 어찌나 심했는지 반정 세력에서는 그를 척살 1순위로 꼽고 있었다.

반란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가 김정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반란 진압을 끝낸 이후에 숙청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어쨌든 지금 당장은 충신 세력이 필요한 상황이니 말이야.’

속으로 그 같은 결정을 내릴 때, 마침내 그의 진짜 수하들이 궁 안으로 들어왔다.

로열패밀리 간부들이었다.

호영은 로열패밀리 간부들이 모두 대전으로 들어서자 김정원에게 말했다.

“너희 내관들은 그만 물러나라.”

“예?”

“이들과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니 물러나라고 했다.”

“······명에 따르겠나이다.”

내관들을 쫓아낸 호영은 옥좌에 기댄 채 참모들의 보고를 들었다.

“경상도에서만 무려 3천의 반란군이 준동하였습니다. NPC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유저들입니다.”

“북부 지역도 소란스럽습니다. 대한국의 최정예라 불리는 북방군이 있어 아직 반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중국 유저들로 보이는 이들이 봉기하였습니다. 규모는 대략 2천입니다.”

그의 느긋한 모습과 달리 상황은 심각하였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왕국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반정부 투쟁.

반란이 처음 발생한 지 센추리 시간으로 벌써 열흘이 넘게 지났는데도 소요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무정부 상태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전하! 출정을 명해 주십시오! 지금 당장 반란군을 진압하겠습니다!”

참모들의 보고가 끝나니 어딘가 익숙한 외모의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서 그렇게 외쳤다.

‘김성근은 아바타의 얼굴을 보고 뽑는 건가? 항상 외모가 비슷하네.’

호영은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아직 때가 아니다.”

“하오나, 전하!”

“기다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김성근이 아쉬운 얼굴을 하고 뒤로 물러나자 이번에는 충구가 말했다.

“로테 그룹과 대현 그룹이 유저들과 함께 반란군에 합류한 여파로 반란군의 규모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입니다.”

그 말에 호영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중에 또다시 골치를 겪느니, 지금 한꺼번에 일망타진하는 게 낫다.”

“······.”

호영은 일부로 반란 진압을 미루고 있었다.

3회 차까지 줄곧 독주 체제를 유지했던 그에게 있어 반란은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았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발생했을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호영은 이번 기회에 후환의 싹을 모조리 정리할 생각을 가졌다.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커지겠지만 나중에 예기치 못한 내환을 겪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다.

‘때가 무르익을 날이 머지않았다.’

소왕국 동맹 소속이었던 유저들부터, 4회 차에 새로이 합류한 재벌 그룹까지. 이른바, 반골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입장이 분명하게 정리되는 날, 호영이 직접 움직일 것이다.

* * *

천화 그룹, ‘후백제’에 합류할 유저 대거 모집!

무법자 조합의 등장! 폭군을 타도하여 유저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

반란군의 규모 3만을 넘어서다! 수도를 점령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소왕국 동맹의 귀환? 망국의 왕들이 돌아왔다!

호영은 새롭게 전해지는 소식을 들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침내 때가 됐다.’

사흘 만에 상황이 급변하였다.

눈치를 보던 반정부, 반체제 세력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복수를 할 수 있겠군.’

재벌들에게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을 때의 그 굴욕감, 이제는 갚아 줄 수 있으리라.

“정보부장.”

“부르셨습니까, 전하.”

“신호 그룹의 움직임은 어떻지?”

“잠잠합니다. 관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영은 피식 웃었다.

최진수의 신호 그룹은 경상도 남부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만약 반정에 가담하였다면 일등 공신은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터.

하지만 최진수는 중립을 선택하였다. 재벌들 중에 중립을 선택한 것은 그가 유일하였다.

‘의리는 아닐 테고······ 나의 생각을 눈치챈 것인가?’

그가 최진수에 대해 아는 것이 많듯이, 최진수 역시 호영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2회 차부터 워낙에 당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최진수는 호영의 생각을 눈치챈 것일지도 몰랐다. 반란의 규모를 일부로 키워 일망타진하겠다는 그 생각을 말이다.

‘나의 생각을 눈치챘으면 주변에 있는 반란군부터 진압하지 그랬냐? 점수를 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속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한 호영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다른 그룹들은?”

“사병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병의 대부분은 유저들입니다.”

“전라도의 대호족, 조씨 가문처럼 지방의 권세가로 있는 유저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마찬가지로 사병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병을 집결시킨다는 것은 반란밖에 없겠지?”

“예, 그렇습니다.”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원재를 보며 호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조규원······ 제법 유능했던 자였는데 흑심을 품고 있었구나.’

역시 때를 기다리기 잘한 것 같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역도들까지 튀어나오니 말이다.

호영은 고개를 휘휘 젓고는 무장들을 불렀다.

3회 차와는 정반대로 친위대를 맡고 있는 김성근부터 아직은 야인의 신분으로 있는 홍준기, 대장군이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직급을 가지고 있는 윤수까지.

세 명 모두가, 따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저들을 제외하고 로열패밀리 안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고 서열이 높은 장수들이었다.

“초인.”

“예, 전하.”

“경에게 대장군의 직위를 내리겠다. 북방군 총사령관이 되어 혹시 모를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라.”

가장 먼저 초인, 즉 준기에게 명령을 내렸다. 북방군을 통솔하라는 명령을 말이다.

“충!”

그러자 준기는 ‘척’ 하고 소리를 내며 명을 받들었다.

‘최고의 정예라 불리는 북방군이 반란군에 합류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데······ 준기라면 잘해 낼 수 있겠지?’

장수로서의 자질은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무인으로서의 자질은 그야말로 최고라는 말도 부족한 것이 준기였다.

북방군을 통솔하는 지휘관들은 대부분이 100년 전에 조직되었던 ‘돌격대’의 후예였다. 그리고 현재의 북방군은 돌격대에 버금갈 정도의 호전성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싸움을 좋아하고 무를 숭상한다는 뜻이었다.

여전히 장수보다는 무인에 가까운 북방군이니 준기 같은 절대적인 강자의 명령에는 잘 따라 줄 것이다.

“윤 장군.”

준기에게 명령을 내리고서 호영은 다른 사람을 불렀다.

3회 차에 합류하여 이제는 로열패밀리의 간부로 고속 승진을 한 윤수를 말이다.

“부르셨습니까?”

“경은 반역에 가담하지 않은 중앙군을 이끌고 경기도의 반란군을 진압하라. 물론 반정의 명분이라 할 수 있는 왕제, 대필도 사로잡아야 한다.”

“······수도에서 벌어졌던 전투로 중앙군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1만이 안되는 중앙군으로 3만이 넘는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한때 8만을 넘어 10만에 가까워졌던 대한국의 중앙군은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반란이 일어나기 전의 중앙군은 3만에 불과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줄어들어 1만 정도의 중앙군밖에 남지 않았다.

역모에 가담한 중앙군의 숫자도, 지난 전투에서 있었던 사상자의 숫자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충분하지 않나?”

“예?”

“1만이면 충분하잖아.”

“······.”

호영의 말에 윤수는 말문을 잃었다.

3만을 상대하는데 1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니 기가 막힌 것이다.

‘천재 주제에 의외로 소심하단 말이지. 뭐, 방심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하지만 호영은 괜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국의 군대는 지금까지 유리한 전투를 치렀던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언제나 불리한 전투를 이겨 냈다는 뜻이다.

윤수가 경험했던 3회 차의 전투들도 마지막에 있었던 도요타 왕국과의 전쟁을 제외하면 전부 불리했던 전투뿐이었다.

반란군의 숫자가 아군보다 3배 많다고 두려워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1군과 2군 대부분이 중앙군에 합류할 것이고 오십 명의 참모들도 배치될 것이야. 이래도 걱정이 드나?”

“아, 아닙니다.”

“자신감을 가져라. 너는 로열패밀리의 간부다.”

“알겠습니다!”

호영은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윤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전쟁광의 눈빛이었다.

“친위대장.”

“기다렸습니다! 명을 내려 주십시오, 전하!”

“너는 친위 기사단만 이끌고 나와 같이 하삼도로 내려간다.”

친위대장, 김성근은 호영의 그 같은 말에 순간적으로 움찔하였다. 호영과 함께 출정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하삼도가 어디입니까?”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다.”

“아하, 주전장이군요!”

하삼도로 향할 것이라는 호영의 말에 김성근이 반색하였다.

반란은 수도 방위군과 치안대 그리고 친위대의 일부가 고위 관료인 안성희와 박영종에게 포섭되면서 시작되었다.

즉, 반란이 최초로 일어난 지역은 수도 인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이 갑작스럽게 반란에 동참한 이후로, 반란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수도를 넘어 경기도 전역으로 경기도를 넘어 왕국 전역으로 순식간에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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