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17화 (117/345)

# 117

물론 유저들이 일으키려던 반란 같은 경우는 배신의 축에도 끼지 못하였다. 애초에 그들은 호영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배신이란, 친위대원들이 호영의 무공을 유출시키거나 대한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들이 무단으로 길드 탈퇴를 하는 경우를 말했다.

그리고 이 중에서 호영의 무공을 유출하려는 배신 행위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호영이 이중 삼중으로 경고했고, 또 어느 정도 충성심이 보장된 이들만 가려 뽑았다 해도 돈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니까.

특히 무공 같은 경우는 금전적인 가치가 상당하였다.

친위대원들이 익힌 무공은 내공 심법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삼류 무공이었지만, 군대의 특공 무술이 최고의 전투 스킬로 분류되는 지금 시기에선 그 삼류 무공조차 최강의 전투 스킬이었다.

최강의 전투 스킬이 지닌 가치는? 아무리 작게 잡아도 1천만 원은 넘었다. 센추리 유저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었고 센추리에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더 좋은 스킬을 배우는 방법뿐이었으니까.

다른 게임들처럼 레벨 업이나 아이템 같은 것으로 강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아티팩트와 영약이 등장하고 마물들의 사체를 이용하여 육체적으로 강해지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최소 3회 차는 되어야 생겨날 일이었다.

유저들로선 강해지기 위해 비싼 돈을 줘서라도 스킬을 배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대한 길드의 회비가 그리 비싼 것도 무공을 가르쳐 주는 유일한 길드이기 때문이다.

“예.”

“돈에 휘둘릴 만한 사람은 더 이상 없다고 하였을 텐데?”

친위대에서 가르치는 무공이 금전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친위대에 소속된 유저들 중에 무공 유출을 시도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 욕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호영은 시기적절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그건 바로 코인 지급이었다. 마치 월급을 지급하는 것처럼 실력에 따라 또는 기수에 따라 적합한 코인을 지급하였던 것이었다.

한 달에 지급하는 코인은 현금으로 따지면 평균 500만 원 정도.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은 월급을 지급하였으니 친위대원들의 사기는 크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돈에 대한 유혹이 훨씬 약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흔들리는 사람은 여전히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무공의 가치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윤원목이었다. 이른바 친위대 안의 우원재, 즉 친위대를 전문으로 감찰하는 감찰관이 바로 그였다.

물론 진짜 그런 직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가 자진해서 그런 역할을 맡은 것이었다.

아무튼 친위대의 웃어른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직접 나서서 무공 유출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하자 효과는 놀라웠다.

무공 유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호영을 찾아와 ‘자백’하는 유저들까지 생겨난 것이다. 그야말로 호영조차 놀라워할 정도의 효과였다.

원목의 활약이 놀랍기 그지없는 것을 본 호영은 그 뒤로도 감찰이나 보안에 관한 것은 원목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였다.

이 조치는 무척이나 적절하여 2회 차가 끝나기 직전이 된 지금까지도 호영의 무공은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흔들리고 있다고?’

원목의 말에 따르면 친위대 전체가 아닌 4기, 즉 4분기에 합류한 친위대원들만 동요하는 것 같기는 해도 호영으로선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친위대를 99퍼센트 이상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휘둘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명예입니다.”

“명예?”

호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묻자 원목이 짧게 설명하였다.

“대한 길드의 길드원 중에 연예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진 유저들이 있습니다. 센추리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한 길드의 인기가 높아진 것인데, 친위대원들은 그들의 인기를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설마 인기를 얻고 싶어서 내가 가르쳐 준 무공을 유출하려는 건가?”

“예, 한 명은 해외 동영상 사이트와 SNS에 올리려고까지 하였습니다. 다행히 그자는 제가 주의해서 지켜보던 자라 조기에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호영의 안색이 굳어졌다. 심법의 경우는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고 또 동영상이나 말로 설명해 주는 게 쉽지 않았지만 창술은 달랐다.

창술 시범을 그대로 동영상에 찍는다면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최소 10퍼센트 이상은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동영상을 올리려던 자는 어떻게 했지?”

뚜두둑!

호영의 물음에 원목은 뼈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처벌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겁니다.”

“…….”

“만약 부족하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추가적인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호영은 원목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졌기에 법치국가에서 이토록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백이 무슨 고위 공직자라도 되는 것일까.

‘군 출신 유저들에게 전설로 불린다는 것은 들었지만 솔직히 군대에서 무슨 일을 했건 사회에서의 영향력은 별개 아닌가?’

친위대 유저들은 크게 둘 중 하나로 나뉘었다. 하나는 운동계였고, 하나는 군계였다. 즉, 취미로나 아니면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과 부사관 또는 장교 출신의 전직 군인들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워낙 몸 쓰는 재능이 중요하다 보니 친위대원 대부분이 둘 중 하나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윤원목은 바로 그 군 출신의 유저들과 유대감이 강했는데 그들에게서 거의 전설 취급을 받고 있었다. 호영 같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호영으로선 바로 그 이력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지. 물어보면 알려 줄 것 같기는 하지만 괜히 껄끄러워질 것 같으니까.

물론 원목의 정체에 대해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호영처럼 의심이 많은 사람이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를 중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원목의 경우는 양파 같은 남자였다. 까고 또 까도 계속 나온다고나 할까. 정체를 파악했다고 생각하면 또 그 뒤에 무언가가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국가에서나 어느 비밀스러운 세력에서 중대한 일을 했던 모양이었다.

호영은 결국 원목의 정체를 묻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고는 다시 말문을 열었다.

“나중에 그 당사자를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센추리에서든 현실에서든 상관없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친위대원들의 정신 무장을 강화하자는 것뿐인가?”

“예, 돈에도 명예에도 휘둘리지 않게끔 철저한 정신 무장이 필요하리라 사료됩니다.”

그리 마음에 드는 결론은 아니었다. 센추리에서 아무리 세뇌 교육에 가까운 정신 무장을 시킨다 해도 현실에서 유혹한다면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야. 자칫 하다간 대한 길드와 대한국 사이에 분란이 생기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한국은 4회 차까지 초보자의 섬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었다. 그리고 초보자의 섬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이 많은 만큼 대한국보다는 대한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들의 인지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인지도를 신경 쓰지 않는 유저들도 많지만 동영상을 올리려고 했다는 유저처럼 인지도에 목을 매는 유저들도 존재하였다.

분란은 이런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발생한다.

대한국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들이 대한 길드에 소속되어 있는 유저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며 분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말이다.

‘역시 유저들 문제는 복잡하기 그지없군. 하나를 해결했다 생각하면 또 하나의 문제가 터지니. 회귀 전, 수만에서 수십만의 유저들을 거느렸던 군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어쨌거나, 이 일에 대해서는 현기와 상의해 봐야겠어.’

마침 내일 현기와의 약속이 있었다. 현기라면 마땅한 해결책을 내려 줄 것이었다.

“정신 무장에 대해서는 일단 알아서 하도록 해. 앞으로의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신중하게 고민할 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지.”

대화가 끝나자 호영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 * *

원목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서자 누군가가 호영을 불렀다.

“대왕님!”

“여기서는 사장님이라고 해야죠.”

“시끄러! 내게는 영원한 대왕님이라고!”

그를 불러들인 사내의 정체는 김성근이었다. 센추리에서도, 현실에서도 똑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특이한 사내.

호칭도 센추리에서 쓰던 대로 사용할 생각인지 호영을 대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참고로 김성근의 옆에서 잔소리를 하고 있는 사내는 민건우였다.

대한 길드의 길드장이자 호영을 1회 차부터 따랐던 바로 그 민건우 말이다.

“왜?”

“저랑 한잔 하셔야죠!”

호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현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꽤나 도발적인 태도를 보였던 김성근이다.

아무래도 호영의 외모를 보고서 속된 말로 ‘깔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성근의 태도는 오래 가지 못하였다.

센추리에서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깔아뭉개 주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로 김성근의 태도는 무척이나 순종적이었다. 마치 커다란 개를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김성근의 외모를 보면 개처럼 귀엽다는 생각은 티끌만큼도 안 들지만 말이다.

‘그래도 겉과 속이 같아서 마음에 든단 말이지.’

본인은 딱히 표리가 일치한다고 볼 수 없으면서 의뭉스러운 사람을 싫어하는 호영이었다.

“알았어. 따라와.”

“흐흐! 술은 제가 이길 겁니다.”

이번에는 김성근과 민건우를 데리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니 어색하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이 그를 반겨 주었다.

“서로 인사들 해. 여기는 조경호, 여기는 김병진.”

“조경호고요, 스물여덟 살입니다.”

“저, 저는 부천에 사는 김병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경호와 병진이 먼저 통성명하니 민건우와 김성근도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밝히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그 뒤로는 바로 술잔치였다.

다행히도 네 사람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건우나 성근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굴러온 돌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마음이 넉넉한 편이었다.

술잔을 몇 차례 주고받기를 반복하더니 건우나 성근은 마치 직장 선배라도 된 것처럼 센추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제가 지금 척준경이라고 불리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몇 달 전에는 저에게 출연 제의가 오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두 곳에서 말입니다.”

“웃기시네, 친위대에 있었으면 서열 꼴찌에 가까웠을 놈이. 이놈은 초보자의 섬에서나 이름 날리는 놈이고, 나는 본토에서 노는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본토에서 무려 장비라고 불리고 있지. 들어 봤지?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

물론 그 설명이라는 것이 자랑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어쨌든 네 사람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호영도 안심하였다. 너무 늦게 데려온 것은 아닌지 우려하였는데 아무래도 기우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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