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00화 (100/345)

# 100

조폭 중 한 명이 서운한 기색으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실제로 조직 내에서 싸움질만큼은 그들이 가장 잘했다.

전쟁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한 것도 그들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철웅은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썹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새끼들이야 샌님들이니 그런 거고! 우리 같은 진짜 주먹들이 그놈들과 같냐?”

“…….”

“방심하지 말고 잘 싸워라. 상대는 그래도 센추리에서 가장 세다는 놈들이다.”

“뭐, 그래 봤자 일반인들 아니겠습니까?”

“새끼가, 또 개소리하네. 두 명이서 수십 명을 상대했다는데 그게 일반인이겠냐?”

“에이! 그거야말로 개소리입니다. 솔직히 영화도 아니고 두 명이 연장 든 수십 명을 어떻게 상대합니까?”

“에이는 무슨! 이 새끼야, 초보자 섬에서 경기장 운영했을 때 짱깨 놈 봤잖아, 네다섯 명을 동시에 상대한 거. 현리 부족의 그 새끼들도 짱깨 놈이랑 비슷할지 어떻게 알아?”

“설마 그 정도로 강하겠습니까? 짱깨 놈이야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무공을 익힌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는 그런 게 없지 않습니까?”

그들, ‘두식이파’는 4월 전까진 초보자의 섬에서만 활동하였었다. 아무래도 돈을 굴리기에는 초보자의 섬이 훨씬 나았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실제로 경기장이니 성매매니 현실에서는 불법이라 불렸을 사업들을 대놓고 운영하며 두식이파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돈을 벌었었다.

현질을 할 수도 없고 반대로 게임의 재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없는 본 게임이었으면 절대 벌어들일 수 없는 수익이었다.

그렇기에 두식이파는 초보자의 섬에 완전히 뿌리 내릴 계획을 가졌다. 현실보다 센추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말이다.

하지만 4월이 되고 ‘본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자세히 알려지자 두식이파는 본 게임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업적 점수를 얻으면 생기게 되는 이점을 알게 된 것이다.

회 차가 끝나면 튜토리얼을 깬 모든 유저들은 업적 점수라는 것을 받게 된다. 부족민으로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유저야 10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한 부족의 추장이나 큰 세력에 속해 있는 유저의 경우는 달랐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센추리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에 따라 천문학적인 업적 점수를 얻는 게 가능하였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리 부족이었다. 1회 차 때 현리 부족의 부족민이었던 유저가 자신이 벌어들인 업적 점수를 커뮤니티에 공개하였는데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200점 가까이 벌어들였다고 했다.

강성한 부족에 속했다는 이유로 70만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금으로 환전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만약 그 200점에 가까운 업적 점수로 초보자의 섬에 있는 땅들을 사들였다면? 최소 5천만 원은 벌어들였을 것이다.

임대비가 비록 비싼 편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1:4다 보니 수입도 4배라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초보자의 섬에서 활동하는 인구에 비해 땅이 너무 작았다. 일종에 인구 포화 상태인 것이다.

거기에 현실에서 활동하던 투기꾼들도 조금씩 유입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두식이파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본 게임에 참여한 자들만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을 선점할 수 있는 자격’

다음 회 차에 새로 추가 될 땅들을 선점하기 위해 본 게임에 참여하였던 것이다.

“방심하지 말라니까 또 방심하려 그러네. 이 새끼야, 옛날처럼 용역이나 하며 샌님들 따까리 짓 하고 싶냐?”

“아, 아닙니다.”

“그러니 방심하지 말란 말이야. 우리 같은 주먹들이 지금처럼 대접받기 위해서는 싸움에서 져서는 안 돼. 단 한 번도! 알겠냐?”

“알겠습니다!”

철웅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있는 그때 일종의 전령 역할을 하는 막내가 황급히 뛰어왔다.

“형님! 철웅이 형님!”

“저 새끼는 왜 저래?”

다급하게 뛰어오는 막내를 보며 철웅이 인상을 찡그리자 옆에 있던 부하가 말했다.

“돼지 새끼들이 쳐들어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 막내새끼는 전쟁 날 때마다 저 지랄하는 놈입니다.”

“개새끼들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같이 짖어 대던 개새끼들이 요즘따라 조용한 게 수상쩍습니다.”

두식이파가 관리하는 부족은 현재 삼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북서 방향의 수인들과 북쪽 방향의 오크들.

이 두 개의 세력과 삼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세력을 확장시키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들 때문이었다.

인구 좀 늘리려고 하면 둘 중 하나가 쳐들어오니 세력을 확장하는 게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어느 새끼들이건, 우리 조직을 치러 왔단 말이지? 그럼 새끼들아, 연장부터 챙겨야지, 뭐 하고 있어!”

부하들이 다급하게 나무창이니 돌도끼니 연장을 챙길 동안 철웅은 막내를 상대하였다.

“뭔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야? 누가 쳐들어왔는데!”

“인간이, 현리 부족이 쳐들어왔습니다!”

“허! 그 새끼들, 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존나게 빨리 왔네. 그래, 얼마나 왔대?”

“이백 명이 넘게 왔습니다.”

“뭐라고? 이, 이백?”

막내의 말에 철웅뿐만이 아니라 연장을 챙기고 있는 다른 사내들도 크게 동요하였다. 이백이라는 숫자는 그들로선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놈들의 세력이 크다고 해도 전사가 이백이나 된다고?”

“이 새끼야, 어디서 이상한 정보를 얻어 왔어!”

애써 부정하려는 두식이파 조직원들이었지만 막내는 단호하게 말했다.

“맞습니다. 이백 명……. 본 사람이 열 명이 넘는답니다!”

그 말에 철웅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백 명이라니. 약자들을 상대로는 여포로 변신 가능한 두식이파 조직원들이라고 해도 이백 명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노예들까지 다 합하면 수백 명은 되지 않을까? 지랄. 노예들을 어찌 믿고 동원해?’

두식이파가 관리하는 부족의 인구수는 팔백 정도. 하지만 두식이파 조직원들을 제외하면 인구의 대부분이 노예였다.

당연하겠지만 노예를 전투원으로 동원할 수는 없는 일.

두식이파가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은 많아 봐야 80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 여든 명 중에 실제 두식이파 조직원은 고작해야 서른여덟 명밖에 안 되었다. 그중 철웅의 부하를 제외한 스물다섯 명은 전투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엘리트 조폭’들이고 말이다.

‘시발. 이래서 내가 초보자의 섬에서 놀자고 그랬던 건데.’

조폭에 불과한 그들이 놀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큰물인 것 같았다. 벌써부터 이같은 위기가 찾아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 * *

“다 모였나?”

“마지막으로 출발한 서른 명의 병사가 지금 막 도착하였습니다.”

장훈의 보고에 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정비가 끝나는 즉시 움직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추장님, 이번에는 정말 군사님 없이 가도 괜찮겠습니까?”

“왜, 군사가 없어 불안한가?”

이번 출정에 현기는 참여하지 않았다. 수천 명의 인구를 새로 받아들인 만큼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였고 유저가 늘어났으니 인재를 발굴할 필요성도 있었다.

한마디로 현기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솔직히 군사님이 있으면 든든하지 않습니까?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는 장훈을 보며 호영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친위대에 있을 때는 미운 오리 취급받던 현기였는데 군사가 되고 많이도 바뀌었네.’

하기야 그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면 간부들이나 친위대 병사들로선 현기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호영 역시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현기의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유리한데 군사까지 동원하는 것은 지나친 낭비다.”

“그렇습니까?

“친위대가 한 번에 움직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그리고 나 역시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다.”

“예? 다른 곳이라니, 혼자 움직이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함께 움직이는 것도 비효율적이잖아? 친위대가 인간들과 수인들을 정복할 동안 나는 오크들을 제거하겠다.”

“…….”

오크족을 제거하겠다는 호영의 말에 장훈이 눈을 크게 떴다. 당연히 같이 움직일 줄 알았는데 혼자서 움직이겠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처음이 아니었기에 장훈은 이내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뜻대로 하십시오.”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친위대에서 참모를 맡고 있는 진영이라는 유저가 뛰어왔다.

“친위대 백여든두 명 모두 출정 준비를 완료하였습니다!”

진영은 출정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다. 그러자 호영은 곧바로 장훈에게 말했다.

“출정시켜.”

“알겠습니다.”

장훈이 호영의 명령을 받들어 친위대에게 출정하라 지시를 내리니 백여든여 명의 친위대원들이 하나 된 발걸음으로 진군을 시작하였다.

현실이었으면 의장대에나 일부 부대에서만 볼 수 있는 엄정한 군기였다.

모든 지휘를 장훈에게 떠맡긴 호영은 친위대가 진군하는 모습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발걸음도 통일되었고 호흡도 제법 잘 맞추는군. 이 정도면 5회 차 기준으로도 나름 강군이라 할 수 있겠어.’

준기가 훈련을 주관했기 때문일까? 올해 들어 친위대의 전투력이 급격하게 증가된 것 같았다. 단순히 무공만 강해진 것이 아니라 조직력과 단결력이 크게 좋아졌다고나 할까.

AI와 유저들 간의 간극도 많이 좁혀졌다. AI들이 유저들에게 적응했다기보다는 유저들이 센추리에 완전히 적응한 것이었다.

물론 김성근의 경우는 여전히 현실의 이름을 쓰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강북제패 부족의 구성원들이 조폭이라 했던가?’

강북에서 세력을 떨치기 시작하는 두 부족 중 하나가 바로 ‘강북제패’라는 부족이었다. 누가 봐도 아주 특이한 이름이었는데 유저들의 직업은 더욱 특이하였다.

조폭!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조직폭력배가 주인으로 있는 부족이었던 것이다.

“유저들이 조폭 출신이라서 그런지 싸움을 제법 잘한다고는 들었는데……. 과연 친위대를 상대로는 어떨지 기대되는군.”

호영은 사뭇 기대된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친위대는 위기라는 것이 없었다. 호인족을 상대할 때는 몇 명이 다치거나 죽기도 하였지만 전투 자체는 압도적이었다.

인간들이나 다른 수인족을 상대할 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숫자도 압도적이었고 전투력 자체도 친위대가 우위에 있었으니 말이다.

현기가 말했던 것처럼 기책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정공법으로 모든 적들을 쓸어버렸다. 호영은 친위대를 키우기 위해 일부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강북제패’라는 부족과의 전투가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구성원이 조폭들이라는 점과 4회 차까지 강북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점을 볼 때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 *

‘이제 곧 도착인가?’

정확한 위치는 호영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강북제패 부족의 위치가 강 근처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곧 도착하리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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