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화 (2/345)

# 2

더군다나 그가 했던 사업이 푸드 트럭이라 주식과 관련된 경험을 얻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호영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주가가 크게 상승할 종목을 하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YJA엔터테인먼트. VR 콘텐츠로 이름을 높이던 이 회사가 2019년 7월, 엄청난 게임을 창시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흩트린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현실감각이 뛰어난 게임이었다.

그래 봤자 오감이 생생한 센추리와 비교하면 과장된 평가라고 할 수 있었지만 한국 사람들이 센추리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는 하였었다.

비록 그 인기가 3년을 넘기지 못하지만 그 3년 동안은 굉장한 성공을 거두어 주가가 최소 10배 이상은 상승할 것이었다.

‘일단 주식은 그곳에 투자하면 될 것 같고, 잊기 전에 미래의 지식을 적어 놔야겠어.’

돈 문제는 YJA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함으로써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호영은 현재의 주가를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노트를 끼적였다.

그가 노트에 적고 있는 내용은 미래의 지식들이었다. 정확히는 내년에 출시될 센추리에 대한 지식들.

센추리는 궁극의 가상현실로 이름이 높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어 2020년 이후에 나도는 음모론 중 대부분이 센추리와 연관되어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그만한 기술력을 가지고 기껏 게임을 만드는 것부터가 황당하였지만 그 게임의 방식도 여러모로 특이하였다.

일반적으로 롤플레잉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RPG가 레벨 업이 주된 목적이라면 센추리 같은 경우는 세력 확장과 시대 발전 등이 주된 목적이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MMORPG, 즉 대규모의 유저가 이용하는 RPG임에도 어드벤처 게임들처럼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닌, 게임상에 존재하는 NPC 중 하나로 플레이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바타의 외모를 꾸미거나 성별을 설정하는 기능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유저는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NPC 중 하나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센추리의 가장 큰 특징은 센추리 그 자체지.’

Century. 세기를 뜻하는 이 말은 실제 게임상의 100년을 의미하였다. 즉, 회가 거듭할수록 게임상에서는 100년씩 지나는 것이었다.

호영이 7회 차에 가까스로 남작의 작위를 얻었다가 8회 차에 다시 박탈당한 것도 100년 사이에 아바타의 자식 또는 손자가 남작의 작위를 박탈당했던 까닭이었다.

유저들의 개입이 없는 이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아바타 또는 아바타의 계승자들을 무탈하게 만드는 것이 센추리의 주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게임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백년지계를 구상하여 말 그대로 100년 뒤의 미래까지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참 동안 센추리에 대한 정보를 노트에 끼적이던 호영은 자신이 앞으로 공부해야 할 지식을 분류해 보았다.

‘1회 차는 원시 시대와 거의 비슷하다. 뭐, 지역마다 시대가 들쑥날쑥하겠지만 대충 원시 시대라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는 게 좋겠지.’

뒤늦게 시작한 호영으로선 1회 차에 대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는데, 어차피 1회 차가 어느 시대인지는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회 차가 되면 정보가 무척이나 중요해지지만 1회 차에서는 대부분의 유저가 비슷한 상황이었다. 국가나 기업 같은 거대 세력이 개입하지 않고 개개인의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는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1회 차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저 수가 상당히 적었다. 왜냐하면 굳이 센추리가 아니더라도 2019년부터 현실감 넘치는 VR 게임들이 대거 출시되기 시작하는 까닭이었다. 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센추리는 지나치게 비쌌다.

센추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역설적으로 언론의 포화 때문이었다. 잔혹하고 선정적이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언론의 보도들.

물론 2027년 말의 세계를 보면 알 수 있듯, 센추리는 그같은 언론의 공격에도 오히려 흥행하게 된다. 세계가 센추리를 중심으로 돌아갈 정도로 흥행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나중이 되면 모를까, 1회 차에서는 원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였기에 관련된 지식만 공부하면 될 것 같았다. 다시 펜을 든 호영은 이번엔 ‘운동 계획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게임 하는 데 굳이 거창하게 운동 계획까지 세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4년만 지나도 센추리의 유저들은 몸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된다.

튜토리얼이 유저 본연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는 까닭이었다. 튜토리얼의 결과에 따라 좋은 NPC의 몸에 들어갈 수 있으니 육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시간 게임하기 위해서는 건강은 필수였다. 센추리는 의외로 유저들의 건강을 중요시 여겼고 몸 상태가 나빠지면 강제로 게임을 종료시키기까지 하였다.

게임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몸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육체를 단련하는 것이지만 말이야.’

아무튼 호영은 2시간 정도를 투자하여 운동 계획표부터 시작하여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하게 정리하였다.

당장 내일부터 노트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하루를 움직일 생각이었다.

* * *

노동으로 단련된 체력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운동한 사람들보단 체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호영은 회귀하고 세 달이 지나서야 회귀 전의 육체를 복구할 수 있었다. 회귀 전의 호영은 30대 중후반이었지만 그럼에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월등한 체력을 가졌었다. 악착같이 운동하고 몸을 키웠던 까닭이다.

그리고 지금의 호영도 그때처럼 악착같이 몸을 키워 고작 세 달 만에 운동선수 뺨치는 몸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호영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몸을 만들어 낸 호영은 그날 이후로 조깅할 때마다 봉 하나를 가방에 들고 갔다. 그러고선 인적 없는 곳을 찾아 봉을 휘두르며 창술을 연마하였다.

센추리에는 여느 게임들이 그러하듯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였지만 센추리의 마법은 무척이나 난해한 것이었다.

마법이 처음 등장하였던 2회 차나 마법 스킬을 가진 유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3회 차에 센추리를 시작했다면 모를까, 호영은 무려 5회 차에 센추리를 시작한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출발이 늦었는데 어려운 마법을 익히기에는 그의 사정이 좋지 못하였다. 하여 호영은 창을 배워야만 했다.

물론 창보다 검이 더 멋있지만 처음 센추리를 시작할 무렵 일반 병사로 시작한 그였기에 검술보다 창술이 더 적합하였다.

그리고 그때 익힌 창술을 8회 차가 끝날 무렵까지 사용하였기에 회귀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익히려는 것이었다.

‘다행히 창술 실력은 빠르게 되돌아오는군. 몸에 익지 않아 어색한 감이 있지만 그 어색한 느낌도 역설적으로 나에게 익숙하다.’

센추리는 현실 기준으로 1년마다 아바타가 바뀌었기에 5회 차부터 8회 차까지 경험한 호영은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는 속도가 남달랐다.

그래서인지 호영의 창술 실력은 육체를 복구하는 시간보다 적게 걸렸다. 고작해야 두 달 만에 본래의 실력을 회복하였던 것이다.

화제의 게임, ‘매직 앤 소드’ VR 버전으로 출시!

봉을 내려놓고 잠시 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니 호영이 바라던 기사가 올라왔다. 사실 위와 같은 기사는 이미 몇 달 전부터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매직 앤 소드’라는 게임이 그만큼 화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에 염증을 느끼던 게이머들조차 관심을 보일 정도로 매력적인 게임이었다.

실제로 출시된 지 제법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한 호평을 듣고 있었다. 한국은 아마 내년 말까지는 이 게임에 빠져 다른 곳으론 눈길조차 두지 않을 것이었다.

‘당장에는 주식으로 이득을 보니 나쁜 일은 아니지만 한국 전체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군.’

호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기계값을 벌기 위해, 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YJA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보면 매직 앤 소드 때문에 한국은 센추리 약소국이 된 것과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영은 이내 고개를 홰홰 저었다.

일개 개인에 불과한 호영으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있어도 나중에야 생기게 될 터. 그러니 지금 당장은 여태까지 했던 것처럼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호영은 다시 봉을 들었다. 주식이 오른 것을 확인하였으니 이제 수련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오후 4시까지 창술 수련에 열중한 호영은 이번엔 동네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도서관 역시 호영이 회귀한 이후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었다.

본래 공부와는 그리 인연이 없었던 호영이었지만 센추리에 관련해서는 예외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센추리를 시작한 이후 그는 하루에 2시간은 꾸준히 공부하였었다.

센추리가 비록 게임에 불과하다지만 컴퓨터로 했던 게임들처럼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컴퓨터 게임을 잘하는 프로게이머들보다 지식이 많거나 무술에 재능 있는 이들이 더 센추리 세상에 잘 적응할 정도였다.

하여 호영으로선 책을 가까이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회귀를 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회귀를 했기에 지식이라는 것이 더욱더 필요하였다. 1회 차에서 지식이란 상당한 힘이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에 필요한 과학 상식과 역사에 관련된 지식들 말이다.

* * *

‘드디어 때가 되었군.’

그렇게 공부와 수련에 매진하며 시간을 보내자 마침내 2020년이 되었다. 새해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센추리가 출시되리라.

센추리에 필요한 기기는 이미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상태였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한국이 센추리에 관심을 두지 않아 기기를 구입하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행운을 비는 것이려나.”

운 따위에 의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떤 아바타가 선택될지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상당히 중요하였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상황이 안 좋은 아바타가 선택된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호영은 잠시 불안한 생각이 들어 인상을 구겼지만 애써 털어 넘겼다.

센추리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나흘.

나흘 동안 호영은 본가를 들러 오랜만에 가족을 만났다. 거의 두 달 만에 보는 것이었는데 아마 센추리가 출시된다면 더욱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질 것이었다.

“도대체 뭘 하며 지내는 거야? 나쁜 일 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또 생사람 잡는다. 내가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 그냥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 보내고 있어.”

“게임? 설마 요즘 유행하는 그 매직 앤 소드 말하는 거야?”

“응. 거기에 주식도 투자했어.”

“미쳤어? 네 나이에 무슨 게임이야. 그리고 주식이라니. 설마 했더니 진짜 주식한 거야?”

“벌써 5배나 이익 봤는데?”

“헉. 지, 진짜?”

예상했던 그녀의 반응에 호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30대 중반의 정신연령을 갖춘 그에게 유치하기 그지없는 자랑이었지만 가족 앞에서는 언제나 10대 청소년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퍽!

그녀가 호영의 등을 거칠게 때렸기 때문이다.

“거짓말하지 마. 무슨 주식으로 5배나 이득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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