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보스 몬스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산산이 깨부수며 작은 기계 몬스터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끝없이 재생을 하려던 식물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광경이었다.
모래알이 뭉쳐져 바위가 되듯 작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로봇으로 재탄생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기계 몬스터를 보며 반서진이 거듭 입을 열었다.
사실 손모아는 합체하는 도중에 공격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기력도 어이도 없어서 그냥 합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야, 근데 왜 다 가만히 있어? 저거 합체하는 거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염력으로 애들 흩어놓으려고 했는데 힘이 너무 세네.”
뒤늦게 정신 차린 반서진이 지적했다.
유은담조차 이 상황에 어이가 없는지 피식피식 웃으며 가볍게 대꾸했다.
“합체할 때 공격하는 건 반칙이잖아요.”
“농담할 기분 아니다.”
"지금까지 실컷 농담해놓고서는……."
“뭐라고?”
구시렁거리던 유은담이 재빨리 모르는 척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환청이 들리시나.”
“야, 너……."
반서진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들끼리 투덕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완전히 변신을 마친 기계 몬스터는 한눈에 보기에도 강하고 튼튼해 보였다.
즉, 기력이 다 빠진 자신들로서는 역부족인 상대라는 뜻이다.
“전투 준비해.”
무뚝뚝하게 말한 반서후가 이를 악물고 나섰다.
그 말에 손모아가 반응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수습하고 반서후의 뒤를 따르는 손모아의 행동을 본 서지한의 눈에 핏발이 서는듯했다.
“그냥 무시하고 쉬러 가자, 모아야.”
“그럴 수는 없죠.”
조심스레 제안하는 서지한의 말이 단칼에 거절당했다.
10초 전까지만 해도 ‘그만하겠다’라고 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단호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서지한은 다시 한번 참기로 했다.
반서후가 앞에 나서서 발을 묶고 나머지가 공격한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반복했던 공격대형이 다시 갖춰졌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빠릿빠릿함은 없었다. 모두 많이 지친 것이다.
“기계면 은담이 냉기는 안 통하겠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해볼래?”
“네.”
손모아의 지시에 순순히 스킬을 사용한 유은담이 고개를 흔들었다.
독, 냉기 둘 다 안 통하는 몬스터였다.
결국 또다시 주력 공격수는 손모아와 서지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머리에 전기가 튀는 칼날 같은 뿔을 빛내며 몬스터가 무거운 걸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별로 멀지 않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놈이 아직 아무 공격도 하지 않아서 주요 스킬이 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거리가 좁혀져서 좋을 것은 없다 판단한 손모아가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
파츠츳.
마력도 떨어지고 기력도 없지만 스킬의 등급은 쇠락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누구보다도 높은 등급의 단일 포격기가 맹렬하게 날아가 기계 몸을 후려쳤다.
그러나 그것이 좋지 않았던 걸까.
놈의 붉은 안광이 손모아를 향해 휙돌아갔다.
착용한 장비의 효과가 발동하여 상태 이상 ‘구속’을 무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