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이번에도 방금처럼 말로 해결할 거야?”
멀찌감치 보이는 헌터들을 확인하며 서지한이 물었다.
“아뇨. 성자의 위엄 스킬 효과는 확인했으니까 빨리빨리 해요.”
땅으로 내려서며 대답하자 서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별로 없다. 퀘스트 완료 시간까지는 꽤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서지한의 실체화 시간이었다.
페르기스를 제압하면서 실체화 시간을 좀 소모했으니 헌터들을 내보내기 전에 서지한의 실체화 시간이 먼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나설 차례군.”
생글 생글 웃는 얼굴로 서지한이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던전을 닫고 있는 주체가 서지한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라 얼굴을 가리는 건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다녀올게.”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 서지한이 자세를 낮춰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한 순간 빠르게 돌진했다.
첫 번째 헌터는 제대로 반응도 못했다.
그가 뒷목을 맞고 스르륵 무너지는 것을 시작으로 서지한이 차례차례 헌터들을 제압해나갔다.
마치 30년 평생 뒷목 치기 외길인생을 걸어온 장인의 솜씨를 보는 것 같았다.
한번 치면 한 명이 꼭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헌터는 간신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챈 듯 입을 열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지 오래였다.
"끝."
서지한이 탁탁 손을 털며 나를 돌아보았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처리해버려서 나도 헷갈릴 지경이다.
이거…… 쉬운 일이었나?
물론 서지한은 랭킹 1위고 현존하는 최고의 근접 전투계 헌터니까 일반적인 헌터들은 상대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쉽다고? 이렇게?
좀 불합리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왜 그래?”
“아니요……."
나는 새삼 서지한을 다시 보았다.
그의 일상적인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종종 잊곤 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공간에서 있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람이라는 걸.
“자, 어서 내보내고 다음 팀으로 이동하자."
어쩐지 몹시 기분이 좋아 보이는 서지한이 쓰러진 헌터들을 하는데 모아놓았다.
나는 게이트를 열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그가 알아서 게이트 안으로 헌터들을 던져 넣었다.
그렇게 남은 18개 팀을 차곡차곡 처리해 나갔다.
가끔 꽤 뛰어난 실력의 헌터를 마주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변하는 건 없었다.
‘누구냐!’라든가, ‘무슨……?’ 같은 단말마를 남기고 기절했다는 차이 뿐.
서지한 앞에서는 모두 고양이 앞의 병아리 같은 신세였다.
“진짜 순식간에 끝났네요.”
서지한이 마지막 팀을 게이트 안으로 던져 넣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새삼 감탄했다.
퀘스트 제한 시간은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는데 더 이상 새로운 분쟁 알림은 생기지 않았다.
진짜 끝이었다.
퀘스트: 수왕 페르기스의 부탁이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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