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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135/231)

135화

다음 날, 하루 만에 던전 관리청 보안은 더욱더 강력해져 있었다.

인원은 거의 다섯 배 정도 늘어서, 복도 코너마다 헌터들이 짝을 지어서 있었고 비상계단에도 사람이 있었다.

CCTV도 증설하는 모양인지 바쁘게 움직이는 기술자들이 벽이며 천장에 구멍을 뚫고 선을 연결하고 있다.

- 소용없는 짓인 걸 알려줄 수 없어서 안타깝군.

따라오던 서지한이 고소를 머금었다. 나는 옆을 지나가는 CCTV 박스의 산에 시선을 던지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나름대로 필사적인 거겠죠.”

- 그렇겠지. 이쯤 되면 정말 환장할 지경일 걸?

동의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드나드는 것도 못 봤는데 갑자기 보스 몬스터가 죽고 던전이 닫히니까 마치 유령을 상대하고 있는 기분이겠지.

하지만 유감, 상대는 벼룩이다.

- 대한 길드에서 반서후한테 연락했을지도 모르겠네. 타협하자고. 던전 다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뒤통수를 칠 텐데. 혹시 연락 온 거 있어?

“없었어요.”

- 아직 급하지 않나 보네.

대한 길드에서 연락이 온다고 해도 그들과 뭔가 타협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제 와서 그들이 진짜 대화를 하려고 한다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도 않다. 연락을 할 거면 좀 더 빨리 했어야지.

“그나저나 걱정이네요.”

- 응? 왜?

“혹시 보스 몬스터 앞을 지키고 있거나 그러지는 않을까요?”

던전 입구를 지키는 건 별로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아예 보스 몬스터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지한은 내 걱정을 일축했다.

- 그건 걱정하지 마. 목숨이 아깝다면 절대 못할 짓이야.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걸 얌전히 보고 있을 보스 몬스터도 아니잖아.

"으음."

- 내가 워낙 쉽게 잡아서 만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보스 몬스터야. 지르기스면 몰라도, 여기 수왕 이노기스는 그럴 수 없지.

확신하는 서지한의 말에 안심하며 나는 어느새 도착한 던전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수왕류 던전을 방문하는 건 이걸로 두 번째였다.

첫 던전은 괌이었지. 수왕류 던전 특유의 맑은 하늘과 우거진 수림을 보자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앞날이 이렇게 풀릴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감상에 빠질 시간은 없었다.

바로 눈앞에 두툼한 검은 앞발이 사뿐하게 발자국을 남겼던 것이다.

시선을 위로 들자 우아하게 걷고 있는 검은 흑표범이 보였다.

진짜 무시무시하게 크다.

내가 벼룩이라 크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상대하더라도 작은놈은 아니었다.

다행히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유유히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 F급이군. 던전 외곽으로 떨어진 모양인데. 좀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오늘도 많이 뛰어야 할 것 같네.

……저게 F급이라고?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우리는 수풀을 한참 달렸다. 잎사귀 끝에서 다른 잎사귀로 폴짝폴짝 뛰고 있으니 벼룩이 아니라 무슨 메뚜기가 된 것 같았다.

한참을 수색한 끝에 우리는 거대한 붉은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왕 이노기스를 발견했다.

햇살을 받으며 고고하게 서 있는 검은색 사자.

언뜻 보기에도 길이가 2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어금니가 검치호를 연상시켰다.

덥수룩한 금색 갈기와 이마에 솟은 두 개의 뿔이 무척 멋지게 생긴 사자였다.

- 그럼, 다녀올게.

언제나와 같이 전투준비를 했다.

나는 충왕 변이를 풀고, 서지한은 실체화를 했다.

사자의 낫을 움켜쥔 그가 몸을 날렸다. 나는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성역 결계를 펼쳤다.

이 던전의 몬스터는 대부분 물리 공격계였다. 성역 결계를 쳐두면 나에게 접근하지 못할 테니 나는 안전했다.

남은 것은 이제 서지한이 수왕 이노기스를 제압하는 걸 지켜보는 것뿐이다.

아래를 가만히 지켜보던 이노기스가 공간을 도약해 서지한에게 뛰어들었다.

이노기스의 스킬은 단거리 그림자 도약과 자가 회복.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이동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이다. 그 특기를 살려 놈은 서지한의 등 뒤에 나타난 후긴 어금니로 그를 꿰뚫으려고 했다.

“너무 뻔하잖아.”

사자의 낫이 단숨에 이노기스를 베었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지르기스의 마석을 거의 홉수해서 그런지 그의 동작은 예전보다 훨씬 빨라져 있었다.

솔직히 내 육안으로는 그의 동작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사실 내가 본 건 서지한의 뒤에 나타났던 이노기스가 갑자기 피 흘리며 다른 곳으로 도망친 모습뿐이었다.

“도망은 진짜 잘 치네. 이거 놓치면 좀 힘들겠는데.”

능력이 공간 이동과 비슷한 것이니 확실히 사로잡는 건 힘들겠다.

게다가 자가 재생 능력도 엄청 좋은지 사자의 낫에 베인 상처가 벌써 아물고 있었다. 거의 A급 힐링 포션을 마신 것 같은 속도다.

“괜찮겠어요?”

“당연하지. 고양이한테 물려 죽을 수는 없잖아.”

허세를 담아 당당하게 외치는 서지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외쳤다.

“사로잡는 게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죽여요.”

“설득 안 하고?”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 공략은 소통 유과를 먹이지 않고 전투부터 시작했다.

지르기스와 게오기스를 겪으면서 설득에 대한 나의 의지가 많이 꺾여버렸기 때문이다.

“놓치는 것보다는 나아요. 한 번 놓치면 계속 도망 다닐 텐데 그거 찾으러 다니다가 시간 다 보낼 수는 없죠.”

“오케이- 알았어.”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이노기스는 자신이 서지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약간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왕으로서 한번 최후의 전당을 넘어온 자존심 때문인지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리로서는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처음뿐, 이노기스는 슬슬 도망치려는지 서지한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사방은 우거진 수풀. 그림자는 얼마든지 있다. 놓칠 수는 없지.

나는 결계를 해제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가능한 한 넓게 마력을 펼쳤다.

A급 마력 증가 포션도 하나 꺼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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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한 A급 마력 증가 포션으로 인해 마력이 155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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