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심인가? 아니면 위로를 하려고?
어떤 설득도 소용없을 것 같은 확신에 찬 얼굴을 앞에 두고 나는 결국 조심스럽게 말리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죽이지는 마세요……."
- 그래. 네가 원한다면 죽이지는 않을게.
서지한은 좀 더 밝게 싱긋 웃었다.
진짜 내 말 알아들은 거 맞아요?
맞지?
“저기, 그런데 농담 맞죠?”
서지한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아, 농담이구나.
이것 참 서지한 씨도 많이 늘었네.
나한테 놀림만 받던 예전의 서지한 씨가 아니네. 이거 한 방 먹었네.
하하, 하. 하하.
진짜 능담이겠지?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복도 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어서 열댓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보안요원들이 언제 떠들고 있었느냐는 듯 입을 딱 다물었다.
“수고하십니다.”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은 예상했던 대로 교대 인원이었다.
그중 하나가 인사를 건네자 방금 전까지 불만스럽게 투덜거리고 있던 둘이 말없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별일 없었죠?”
“예, 그럼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머리 위에서 대화가 오가는 동안 나는 눈치를 살펴 재빨리 남자 하나의 신발 위로 뛰어올랐다.
우르르 나타난 남자들 중 둘만 문 앞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또 포탈을 지키는 인원과 교대하며 두 사람이 남고, 나머지 열 명은 모두 전송 포탈을 통해 던전 입구로 이동했다.
자기들의 신발 위에서 숨죽이고 있는 벼룩과 벼룩만 한 영혼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는 상태로.
“순조로운데요.”
내 말에 서지한이 게오기스 던전 입구를 둘러보며 대답했다.
- 그러게. 그나저나 여기 경비 서는 애들 인원도 늘었네. 예전에 내가 왔을 때보다 두 배 정도 많아졌는데.
“두 배든 세 배든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죠.”
- 맞는 말이야.
서지한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 필요 없어진 보안요원을 버리고 톡톡톡 뛰어서 던전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게이트로 뛰어들자마자 눈앞에 거대한 화산이 보였다.
새빨간 용암이 철철 넘치는 활화산이었다. 그걸 눈으로 확인하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덮쳐왔다.
“앗 뜨거워.”
- 포션, 포션, 화염 포션 어서 마셔.
다급한 서지한의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미리 준비한 화염 저항 포션을 마셨다.
무슨 불가마 한증막에 들어온 줄 알았네.
숨이 턱턱 막혀서 깜짝 놀랐다.
B급 화염 저항 포션을 섭취하였습니다.
섭취한 화염 저항 포션의 효과가 적용되어 일시적으로 화염 내성이 증가합니다.
제한시간: 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