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62화 (62/231)

062화

“어디냐고! 이런 장난질이 통할 것 같나!”

어디에서 들리는지 모를 김영길 헌터의 곡소리에 가짜 서지한의 히스테릭한 고함이 뒤섞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잠잠하던 어둠이 특정 몇 군데를 중심으로 응축되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이거 뭐야! 안 풀어? 흐아압!”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복면인들이 기합을 내질렀다.

이어서 움찔거리는 것 같은 마력 파동이 드러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래도 나름대로 스킬을 써서 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김영길 헌터를 죽인 가짜 서지한과 우리가 만난 가짜 서지한은 확실히 동일인물이 맞나 보군.

퀘스트를 받은 이후 김영길 헌터의 원한석은 사라져 버렸고, 그 원한은 내 몸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내내 아무 소식이 없어서 나조차도 반쯤 잊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가짜 서지한이 내 턱을 잡은 순간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접촉으로 인해 놈의 기운을 감지하고 원한이 반응한 것 같다.

일단 어쩌다 보니 퀘스트 대상은 만났는데, 수행을 어떻게 한담.

시야도 감각도 다 차단된 상태이니 원.

저 가짜 서지한을 해치워야 복수도 하고 퀘스트도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는 저놈뿐만이 아니라 나까지 행동 불능 상태라는 거다.

{복수……. 억울하다…….}

김영길의 원한은 그 사이 점점 더 끈적끈적하고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어둠도 밀도를 점점 높여갔다.

이게 스킬도, 마력도 아닌 순수한 원한의 힘이라는 게 놀랍다.

“뭐, 뭐야. 서, 설마, 김영길? 너는 죽었을 텐데!”

“말도 안 돼!”

“무슨 개수작이야! 이, 이런…….”

슬슬 사방에 스킬이라도 난사해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경악한 복면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로도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좀 답답하다.

앞에 귀신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라도 했나?

그리고 어느 순간 신경질적으로 터져 나오던 외침이 뚝 끊겼다.

어딘가에서 끄르륵거리는 숨 막히는 소리가 나다가 갑자기 검은 안개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시야를 회복할 정도로 안개가 사라진 후, 나는 마치 곶감처럼 비쩍 말라비틀어진 가짜 서지한과 내게 속박 스킬을 시전 했던 복면인을 발견했다.

온몸의 수분과 기운이 다 빨린 듯 끔찍한 모습이었다.

몸을 가누지 못 하고 있었는데, 눈꺼풀이 거의 다 말려 올라가 눈알이 툭 드러난 눈이 내 쪽으로 스르륵 향했다.

그러곤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렸으나, 입술이 다 말라붙어 잇몸까지 드러난 쪼그라든 입은 소리를 만들지 못 했다.

그마저도 남은 안개가 두 사람의 몸을 휩쓸 듯 꿰뚫어버리자 둘은 그대로 바스러져 바닥으로 무너졌다.

결국 두 줌의 검은 모래로 변한 그들은 파스스 흩어져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변했다.

어떻게 퀘스트를 마칠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군.

김영길 헌터, 복수는 셀프로 하는 타입이었네.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은 기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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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김영길의 복수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몸에 깃든 김영길의 원한이 제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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