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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화 (60/231)

060화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챙겨주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같은 헌터를 상대로도 이만큼이나 제멋대로인데 일반인을 상대로 하면 얼마다 더 쓰레기 같아질 지 짐작도 안된다.

솔직히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들이라 나도 요즘은 거의 상대하지 않고 있었다.

나와 노미래는 한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지만 마치 서로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각자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보초를 섰다.

혹시나 다가올 몬스터를 경계하며.

아니, 나만 보초를 섰다.

노미래는 인벤토리에서 게임기를 꺼내서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까.

몇 번 주의를 줬더니 ‘그렇게 겁나?’하고 업신여겨서 이제는 그냥 놔두고 있었다.

소리 없이 접근한 몬스터한테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다.

어차피 내 등은 서지한이 경계해주고 있으니.

- 심심해?

나는 슬쩍 노미래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노미래는 아직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뭔가 룰렛 같은 것이 돌아가는 걸 보니 도박인가 보다.

던전 안에서는 인터넷도 안 되어서 실제 돈이 오가지도 않는데 저게 그렇게 재밌나.

- 경계는 내가 설 테니 너도 뭔가 봐.

서지한도 심심한 건 마찬가지일 텐데.

나는 고개를 젓고 다시 멍하니 던전 통로 쪽을 응시했다.

여기 몬스터들은 케르기스의 던전에 비해 소리를 작게 내는 편이라 눈으로 잘 살펴야 한다.

한참 동안 지루한 시간이 이어진 후 마침내 손목시계가 울었다.

불침번이 끝났다.

이제 다시 공략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텐트를 모두 정리하고 모닥불도 회수한 뒤 백대만이 정한 루트로 이동한다.

이제 완전히 익숙해진 공략 패턴이었다.

전투는 딱히 정해진 게 없이 그냥 막 싸움이었다.

가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몬스터가 나오면 내가 천장을 무너뜨리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으웩, 퉷I”

마지막 남은 몬스터를 해치운 백대만이 입에서 초록색 물을 왁 뱉었다.

몬스터의 체액이 튄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얼굴에 초록 칠을 한 반서진이 낄낄 웃는다.

“아오, 비려. 별 개 같은…….”

뭔가 쌍욕을 몇 마디 내뱉은 그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색깔을 보니 해독 포션이었다.

“괜찮아요?”

예의상 물었더니 백대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투덜거렸다.

“이래서 근거리 전투계가 별로야. 넌 진짜 편한 줄 알아. 원거리 전투는 진짜 꿀이지.”

괜히 말 걸었다.

부러움 섞인 시비에 뒤늦게 후회하고 있는데 어쩐 일로 노희망이 끼어들었다.

“진짜 꿀은 제작계 헌터지. 제작계 헌터는 이 지옥에도 안 오잖아. 마트에서 그냥 재료 사서 만들어 올리면 돈이 뚝딱. 정말 도깨비방망이지 뭐.”

“에이, 솔직히 제작계 헌터는 헌터 취급해주면 안 되지. 그냥 일꾼 아냐? 일꾼? 던전 공략도 안 하는데 그게 무슨 헌터야.”

“아, 리더가 뭘 아시는구먼. 그거지!”

백대만의 말에 노희망이 껄껄 웃었다.

아무래도 전투 헌터들의 제작계 무시는 일상적인 일인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 싸우지 마라.

그냥 이대로만 가자.

“그래도 돈 잘 버는 건 부럽구먼. 아이템 하나 끝내주는 걸로 만들면 다들 줄 서서 굽실거리는 것도 부럽고.”

언제 꺼냈는지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노희망이 주절거렸다.

“그래 봐야 제작계. 날고 긴다고 해도 제작계는 제작계야.”

백대만이 단호하게 말했다.

노희망이 그에게 무척 순종적인 태도라 그런지 그는 그래도 노희망의 말을 꽤 잘 받아줬다.

음, 둘이 떠드는 사이에 물이나 좀 마셔야지. 수분 보충은 중요해.

그러나 다음 순간, 백대만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나는 물을 뱉을뻔했다.

“한때 난리였던 루터쯤 되면 모를까.”

갑자기요?

갑자기 여기서 제 마켓 닉네임이 나온 다고요?

혼란에 빠져 있는 내 표정을 보고 백대만이 말을 걸었다.

“뭐야? 루터 몰라? 맹한 얼굴인데. 한때 마켓에 S급 에비타니스의 핵이 올라와서 난리 났었잖아. 처음 보는 등급이라 말이 많았지.”

“그래 봐야 에비타니스의 핵 아닌가.”

괜히 딴지를 거는 노희망에 백대만이 고개를 저었다.

“등급이 S급이라니까. 모르긴 몰라도, 그걸로 아이템을 만들었더니 효과가 대단했나 봐. 그러니 온 길드가 다 루터가 누군지 찾으려고 난리지.”

뭐? 그랬어? 전혀 몰랐는데?

나를 찾으러 다녔다고?

“그만 한 아이템을 올린다고 하면 꽤 등급 높은 헌터일 테니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겠지. 대금을 원화로 받았다고 해서 아마 한국에 있을 거라고 추측은 하는데, 해외도 뒤져보고 있다는군. 각종 업계의 VIP를 수소문하며 찾고 있는데 아직 소득이 없는 모양이야.”

아무래도 길드들이 뒤지는 곳은 내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대단한 부자들의 세계인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펜트하우스도 사고 스위트룸에 묵었는데.

좀 머쓱해진다.

대체 진짜 부자들은 어떻게 살기에.

“아무튼 어떻게든 그 핵을 손에 넣고 싶어서 난리라고 하는데, 대체 효과가 어느 정도기에 그러는 건지.

“뭐, 능력치 영구 증가라도 되나?”

“푸하하, 그러면 정말 미친 거지.”

“좀 그랬나? 아무튼 쉬었으면 이제 다시 갑시다.”

생수 한 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고 얼굴도 씻어낸 백대만이 대화를 끝냈다.

루터에 대한 소문을 좀 더 이야기해줬으면 했는데 약간 아쉽다.

이건 나중에 차근차근 찾아봐야지.

잘못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꼬리를 밟힐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길드에서 찾아다닌다는 것도 헌터 업계 내부에서나 도는 이야기 같은데 인맥이 없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루터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 묻고 다니다간 금방 의심을 사겠지.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내가 채집한 핵으로 만들었다는 포션에 대한 것이었다.

효과가 대단했다는 말 정도로는 정확히 어떤 이유로 화제가 되었는지 감이 안 잡힌다.

백대만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아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정보 같다.

내 인벤토리에는 아직 s급 핵들이 많이 남아 있으니 이걸로 포션을 의뢰해 만들어보면 효과를 확인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정체를 감추고 있는 처지에 제작계 헌터를 직접 찾아가기도 좀 그렇다.

포션 제조라.

나는 오랜만에 퀘스트 창을 열었다.

얼마 전 새로 생긴 한 줄의 퀘스트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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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김영길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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