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29화 (29/231)

029화

“끅.”

더부룩한 속을 다스리며 심호흡을 했다.

옆에 선 서지한이 미련한 것을 보는듯한 눈으로 혀를 찼다.

-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뭔가 대꾸해주고 싶지만 목구멍까지 케르기스의 뿔이 가득 차 있어서 대답하기가 힘들다.

지난 2주는 정말로 힘든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다른 음식에 곁들여서 먹었지만 조금이라도 많은 케르기스의 뿔을 먹어 치우려고 부피가 작고 맛은 강한 음식을 이용하며 열심히, 그야말로 열심히 먹었다.

중간중간 그냥 포기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천천히 뿔을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왠지 숙제를 남겨두고 놀러 가는 기분이라 영 내키지가 않았다.

그리고 스킬을 빨리 가지고 싶기도 했다.

던전에 두 번이나 휘말렸더니 뭐가 됐든 얼른 제 몸을 지키는데 쓸 수 있는 스킬을 하나라도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불규칙 균열에 휘말린 게 트라우마가 됐는지 그 이후 영 깊은 잠을 못 잤다.

서지한의 말로는 내가 악몽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탈출석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도 안심이 안 됐다.

자고 있는 사이 불규칙 균열에 또 휘말려서 나도 모르는 사이 공격당해 죽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이런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첫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여행 출발 전까지 꼭 스킬을 가지고 싶었다.

“이제 마지막 한 입이에요.”

지금, 비행기의 화장실 안에서 나는 숨을 몰아쉬며 케르기스의 뿔 자투리를 먹고 있었다.

조금 소화가 되었다 싶을 때마다 부지런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먹었더니 승주는 내가 오늘 배탈이 난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덕분에 이제 케르기스의 뿔은 조약돌만 한 조각 하나만 남았다.

나도 정말 믿기지 않는다.

그렇게 커다란 덩어리를 한 달도 안 되어서 다 먹어치웠다는 게.

사람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는 거구나.

“드디어 끝이다.”

나는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뿔의 남은 마지막 조각을 입에 던져 넣어 조금 씹고, 꿀꺽 삼키는 순간 눈앞에 알림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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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왕 케르기스의 뿔을 섭취 완료하였습니다.

섭취한 충왕 케르기스의 뿔로 인해 충왕의 힘이 당신에게 계승됩니다.

S급 스킬, 〈충왕포〉(액티브)가 개방되었습니다.)

S급 스킬, 〈충왕뇌우〉(액티브)가 개방되었습니다.

마력 능력치가 개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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