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마차로 되돌아온 것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후였다. 돌아오는 내내 프레드릭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살짝 올 라간 입술 끝도 그렇고,무의식인 듯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또한 의외의 것이었다. 가끔씩 이끌리듯 눈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프레드릭은 아름다운 얼굴로 웃어주었고,벤자민 또한 그에게 미소 지었다.
성문을 방불케 하는 웅장하고 견고한 호텔 출입구를 지나 마차는 정원으로 들어섰다. 다시 봐도 호텔의 규모는 굉장했다. 주목나무를 비롯한 각종 조경수와 유실수 사이로 난 길을 달린 마차는 잠시 후 객실이 있는 본관 앞에 멈추어 섰다.
하늘은 어두웠지만 아름다운 유등이 빛을 발하는 입구는 낮처럼 환했다. 완벽한 격식을 갖춘 지배인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지배인이 정중히 고개 숙였다. 입구를 지키는 가드(guard) 에게서 등을 넘겨받은 그는 직접 두 사람을 객실로 안내해주었다.
“피곤하지?”
"아뇨, 괜찮아요.”
“......이래서 내가 걱정이야.”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프레드릭은 어딘지 씁쓸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긴 손끝이 살며시 벤자민의 뺨을 어루만졌다.
"힘들면 언제든지 힘들다고 얘기해. 속으로만 담아두지 말고.”
고개 숙여 가볍게 입술을 훔친 프레드릭이 다시 허리를 펴며 벤자민을 바라보았다.
"잠시만 소파에 앉아있어. 목욕물 좀 보고 올게.”
"제가 할게요.”
"아니,내 즐거움을 빼앗지 말아줘. 금방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프레드릭은 실내에 있는 문들 중 하나를 열었다. 유등에 불을 붙인 모양인지 문틈으로 밝은 빛이 넘실거리며 새어 나온다.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렸다. 놀랍게도 객실 안에 목욕탕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벤자민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벤자민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귀족들만이 머물 수 있는 최고급 호텔이라는 명성답게 가구나 실내 디자인은 런던의 대저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목욕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비켜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 등이 빛을 밝히고 있는 욕실은 마치 짙푸른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아마도 대리석처럼 보이는 욕조는 침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엄청난 크기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천장은 둥근 돔 형태로 되어있어 전체적으로 아늑하고도 격식 있는 분위기가 가득했다.
놀라서 눈만 깜빡거리고 서 있는 동안 프레드릭이 먼저 옷을 벗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벤자민이 그의 시중을 들려고 했지만,이번에도 프레드릭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이리 와, 베니.“
먼저 안으로 들어간 프레드릭이 벤자민을 불렀다. 옷을 벗고 조심해서 발을 내딛었다. 적당히 따뜻한 물이 피부에 와 닿는다. 프레드릭의 옆에 나란히 앉자 그가 팔을 뻗어서는 가장자리에 있던 작은 병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어 병을 살짝 기울이자,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손으로 휘젓자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게 뭔가요?”
"입욕제야.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거야."
프레드릭의 팔이 자연스럽게 벤자민의 허리에 감겼다. 그대로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 늘씬한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다가 앞으로 손을 돌려 벤자민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벤자민이 깜짝 놀라 프레드릭을 밀어내려 했지만,다가온 입술이 입을 막은 것이 먼저였다. 벌어진 입 안으로 혀가 밀려들어왔다. 정신없이 서로를 탐했던 지난 시간들로 인해,프레드릭은 벤 자민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혀끝을 뾰족이 세워 민감한 입천장을 핥아주었다. 그러다 작은 혀를 휘어감아 강하게 빨아주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달콤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입술을 떼자 벤자민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작은 열기조차도 성욕을 끌어올리는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미 프레드릭의 성기는 완전히 발기해서 벤자민의 부드러운 아랫배를 쿡쿡 찔러대고 있었다.
프레드릭은 자조적으로 웃고 말았다. 원래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많이 걸어 지쳤을 벤자민을 위해서, 따뜻한 물로 긴장을 풀게 하고 편히 잘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함께 목욕을 한다는 것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매력적인 나신을 두 눈으로 보게 된다는 소리인 데,왜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누가 뭐래도 두 사람은 신혼이었다. 눈만 마주쳐도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인데,하물며 맨살이 서로 맞닿아 있는데 성욕 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더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벤자민의 몸을 가볍게 안아들고 프레드릭은 곧장 침실로 향 했다.
침대에 눕히기가 무섭게 프레드릭은 벤자민의 위에 몸을 겹치며 또 다시 입을 맞추었다. 맨살을 쓰다듬는 손길에 놀란 벤자민이 과하지 않게 그의 몸을 밀어냈다.
"왜?“
프레드릭이 움직임을 멈추며 물었다. 태연한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사람은 벤자민이었다. 여긴 집이 아니다. 게다가 양옆의 객실엔 다른 손님들이 머물고 있을 텐데,서슴없이 몸을 어루만져 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긴 호텔이에요.”
"알고 있어. 근데 그게 왜?”
태연히 대답하며 프레드릭은 벤자민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뒤늦게 안 벤자민이 서둘러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탄탄한 상체를 기울이며 프레드릭은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었다. 아랫배를 찔러대는 뜨거운 열기에 밴자민은 다시 한 번 프레드릭을 말렸다.
"안돼요! 시트가 더러워지기라도 하면...... ”
“음?”
그 말에 프레드릭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꿀꺽,벤자민은 불안함에 마른침을 삼켰다. 어쩐 일인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베니,엉큼해. 시트가 더러워질 뭔가를 생각한 모양이야.”
“.......!”
"그럼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프레드릭이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쪽,아랫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놓고서는 그대로 목선을 따라 입술을 미끄러트렸다. 단단 한 쇄골,연한 분홍색을 띤 젖꼭지,좀 더 아래로 내려와 오목하게 들어간 배꼽까지 핥아주었다. 그러고 나서 벤자민의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아직은 잠잠한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서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레드...!"
벤자민은 매달리듯 프레드릭의 이름을 불렀다. 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쾌감에 몸에서 금세 땀이 배어나왔다. 첫 히트 사이클 때 더없이 농밀하고 뜨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그땐 몸 자체가 성욕의 충족을 요구하는 시기인지라 본능이 시키는 대로 프레드릭에게 몸을 맡겼었다. 그 이전의 경험은 전무했다. 연인들끼리 하는 키스도,야하고 짙은 애무도,또 이렇게 은밀한 곳에 타인의 손길이 닿는 것도 전부 프레드릭이 처음이었다.
다리 사이는 점점 단단해져 가는데,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벤자민은 안절부절 못하며 프레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짜릿한 쾌감이 점점 고조되어갔다. 절정이 가까워지자 절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작게 헐떡이는 호흡소리에 프레드릭이 벤자민의 얼굴을 살폈다.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제 팔을 붙잡고 있는 벤자민의 손을 떼어서는 마찬가지로 단단하게 발기한 자신의 성기로 이끌었다.
벤자민은 화들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프레드릭의 손길이 몸을 어루만질 때면 부끄러우면서도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자신도 프레드릭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막상 그의 것을 손에 쥐게 되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천천히 손 움직여봐. ......괜찮으니까.”
프레드릭이 밋가에 대고 젖은 입술로 속삭였다. 등줄기가 떨릴 만큼 관능적인 목소리에 벤자민은 용기를 내 서툴게나마 손을 움직였다.
탈 듯한 뜨거움이 손바닥 표면 가득 느껴졌다. 한 손으로 다 쥐어지지 않는 사이즈와, 그 압도적인 크기에서 내뿜어지는 뜨거운 열기. 기교라곤 없이 위아래로 쓸어주는 게 전부인데도 프레드릭은 착실히 반응을 보여주었다. 좀 더 아래로 손을 내려 묵직한 음낭까지 함께 주물렀다. 움찔 흘러나온 끈적한 액체가 기둥을 타고 흘러내려 벤자민의 손까지 적셨다.
"이제 됐어."
갑작스런 목소리에 벤자민은 불안한 눈으로 프레드릭을 보았다. 뭔가 잘못하기라도 한 걸까.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 있으니 프레드릭이 머리칼 사이로 손을 넣어 부드럽게 흩트렸다.
"더 했다간 내가 못 참을 것 같아서 그래.”
손도 좋지만,역시 네 안에서 가고 싶거든.
덧붙여진 말에 벤자민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말하는 안이 어디인지 단번에 눈치 챈 까닭이었다. 프레드릭은 기분 좋게 웃으며 몸을 조금 아래로 내려 다시 벤자민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성기 아래 부드러운 회음부를 문질렀다. 그러다 손가락을 좀 더 아래로 내려 단단히 다물린 입구 위를 지그시 눌렀다. 꾸육,조금 더 힘을 주자 한 마디 정도가 안으로 들어간다. 달래듯이 부드럽게 손가락을 돌리며 넣었다. 뜨겁고 축축한 내벽이 기다린 것처럼 달려들었다.
프레드릭은 신중하게 내벽 곳곳을 짚었다. 역시,예상대로다. 다행히 젖어있긴 한데,히트 사이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 상태로 삽입을 시도했다간 제대로 들어갈 리가 없을뿐더러, 억지로 넣는다 해도 고통뿐일 터였다. 다시 천천히 손가락을 빼내었다. 잔뜩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내린 프레드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베니. 잠시만 엎드려 봐. 그래,그렇게 허리 들고.”
벤자민은 프레드릭이 원하는 대로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엉 덩이를 치켜들었다. 새삼스러운 자세는 아니었다. 이미 히트 사이클 때 몇 번이고 동일한 자세를 취했지만,발정기가 아닌 맨 정신일 때 하려니 너무도 민망했다. 어느새 전신에 열기가 감돌았다. 그의 뒤쪽에 자리 잡은 프레드릭이 마치 샅샅이 훑는 듯한 시선으로 벤자민의 몸을 탐했다.
마르고 날씬한 등허리, 동그랗고 탐스러운 엉덩이,깊은 계곡 사이에 숨어있는 은밀한 입구. 굳게 닫힌 애널에 시선이 닿자 프레드릭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다리 좀 더 벌려봐.”
그 말에 벤자민은 엎드린 채 다리를 한껏 옆으로 벌렸다. 프레드릭이 아래로 손을 뻗어 곧추선 성기를 감싸 쥐었다. 끝을 가볍게 문지르자 구멍이 움찔하며 조여드는 것이 훤히 보인다. 프레드릭은 그대로 거칠게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엄지로 입구 위를 천천히 쓰다듬다가 드러난 밀부에 입을 맞추었다.
벤자민의 몸이 튀어 올랐다. 깜짝 놀라 돌아보려는데 프레드릭이 움직임을 저지했다.
"가만히 있어.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괜찮아. 다른 연인들도 다들 이렇게 해.”
다,다른 연인들도 이렇게 한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다시 뒤돌아보자 표정에 속마음이 드러났는지 프레드릭이 소리 내어 웃었다.
“큰일이야. 너랑 침대에서 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이런 걸로 놀라면 곤란해.”
프레드릭은 다시 혀끝으로 입구를 간질였다. 벤자민의 얼굴이 탈 듯이 붉어졌다. 너무나 부끄럽지만,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에 베개 끝을 붙잡고 간지러움을 닮은 감각을 참아냈다.
“으...으읏..”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입술을 깨물어보지만 강한 마찰이 느껴질 때면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며 소리가 나왔다. 손과 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뜨겁고 말캉한 혀가 입구를 핥아 올릴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찔함에 몸의 중심이 떨려왔다. 금방이라도 다리 힘이 풀릴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무릎에 힘을 주어 참았다.
춥,마치 키스할 때처럼 젖은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이내 혀끝이 입구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장에 또 다시 몸이 굳어지자 프레드릭이 그러지 말라는 듯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 듬었다.
급기야 혀가 깊숙이 밀려들어왔다. 끈적하게 안을 핥아 올리는 감각에 벤자민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는 오랜 시간 공들여 입구를 넓혔다.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타액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혀에 벤자민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타까움에 신음만 흘렸다.
“프,프레드! 이제 그만...!"
더는 참지 못하고 벤자민은 애원했다. 그럼에도 프레드릭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달아오른 내벽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질 때가 되어서야 그는 아쉬움을 남기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금 벤자민의 밀부로 향했다. 입구는 물론이고 회음과 음낭까지 촉촉이 젖은 채 번들거린다. 치솟은 성기가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당장 밀어젖히며 집어넣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여전히 엎드린 채인 벤자민의 몸을 일으켜 세워 제 허벅지 위에 앉힌 프레드릭은,일부러 흘려 넣은 타액의 힘을 빌어 다시금 손가락으로 안을 넓히기 시작했다.
“으응....!”
벤자민은 입술을 깨문 채 프레드릭의 팔에 얼굴을 부볐다. 이마엔 어느새 땀이 가득했다. 정수리에 몇 번이고 입술을 내리며 프레드릭은 손가락을 세 개까지 집어넣었다. 느끼는 곳을 지그시 눌러주자 벤자민의 몸이 움찔 튀어 올랐다. 뭉근히 손가락을 돌리며 입구를 풀어준 프레드릭은,소리가 들릴 만큼 충분히 젖은 벤자민의 안을 확인하고 그제야 그를 다시 침대에 눕혀주었다. 무릎 뒤쪽을 잡은 채 입구에 성기를 가져갔다. 기대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시선이 저를 향한다. 곧바로 넣기 전에 프레드릭은 둥그렇게 부푼 귀두로 벤자민의 음낭과 회음부를 몇 번 문질렀다. 마찰되는 곳마다 끈적한 선액이 묻었다. 마치 흡수시킬 것처럼 손가락으로 펴 바른 프레드릭은,다시 벤자민의 입구에 성기를 가져다대고서는 천천히 힘주어 몸을 열기 시작했다.
뜨겁게 녹아내린 내벽이 침입자를 열렬히 맞이했다. 빨아들이는 것 같은 아득한 감각에 프레드릭은 탄성을 흘렸다. 한 번에 다 넣으려니 몹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어 마디 전진하면 한 마디는 후퇴하고,오직 자신만이 맛볼 수 있는 감각을 마음껏 누리며 프레드릭은 부드럽게 벤자민을 안았다. 하지만 느리다고 해서 격정까지 반감되는 것은 아니었다. 음낭까지 넣을 기세로 최대한 바짝 허리를 붙인 프레드릭 때문에 까슬까슬한 음모가 짓이겨지듯 벤자민의 엉덩이에 닿았다.
“괜찮아?"
벤자민의 눈을 보며 프레드릭이 물었다. 충분히 풀어주긴 했지만 아직 경험이 적다 보니 자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벤자민은 가볍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애처롭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배를 본 순간 프레드릭의 표정이 쓰게 변했다.
......이제 곧 점점 배가 불러오겠지.
오메가가 알파의 아이를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신체 메커니즘 자체가 그렇게 타고 났기에,알파들은 물론이고 오죽하면 오메가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존재이유를 거기서 찾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오메가는 여성체 남성체 할 것 없이 모두 임신이 가능했다. 즉,굳이 남녀 간의 결합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임신이 가능하기에,알파와 오메가 어느 쪽도 성별은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것은 프레드릭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알파이니 반려는 오메가 중에서만 선택하면 된다. 거기에 성별이 끼치는 영향력은 단 1퍼센트도 없었기에,남자인 베니를 마음에 품고 몇 년간 기다린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자민은 달랐다. 베타는 남녀 사이에서만, 그것도 오직 여성 베타만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바로 여기서 확연히 다른 가치관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같은 베타들끼리 모여 사는 그들은 남자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벤자민 또한 그러한 베타였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베타로서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는데,하루아침에 오메가라는 판정을 받았으니 그 충격과 혼란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 했으면 제 품을 떠나서 혼자 도망칠 생각을 다했을까.
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고 되돌릴 생각 또한 없다. 미안함과 애틋함,애절함과 사랑스러옴,그 모든 감정을 담아서 프레드릭은 벤자민의 손등에 경건하게 입을 맞추었다.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정말로.”
고해성사와 같은 낮은 목소리에 벤자민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프레드릭은 벤자민의 눈울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의 바퀴가 중심축을 기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한 채 뭉근히 허리를 돌렸다. 벤자민은 어쩔 줄 몰라 입술만 달싹였다. 몸을 꽉 채운 것이 움직이자 저도 모르게 발끝이 곱아지며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연신 뜨거운 호흡이 흘러나왔다. 눈 밑이 붉어진 채 가쁜 숨을 토해내는 벤자민의 얼굴에, 프레드릭은 그대로 고개 숙여 드러난 목에 이를 세웠다.
"약속해줘 베니. 널 가질 사람은 앞으로 나밖에 없다고.”
살짝 허리를 뺐다 다시 찔러 넣었다. 벤자민의 아래가 꽉 조여 들었다.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의 쾌감에,느긋하던 움직임이 점점 빠르게 변해갔다. 젖은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격 한 움직임에 벤자민의 몸은 속절없이 흔들렸다. 끝까지 빠져나간 성기가 강하게 다시 파고들 때마다 파도가 부서지듯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좁은 내벽이 온통 그로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단단한 어깨를 붙잡은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힘주어 붙잡지 않으면 몸도 머릿속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 될 것 같았다. 무릎 뒤를 붙잡은 프레드릭이 한층 더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정 봐주지 않고 짓이기며 파고드는 단단한 욕망 에 어느덧 벤자민의 것에서도 말간 액체가 방울져 흘렀다. 콱, 느끼는 부분이 짓눌러질 때마다 제멋대로 허리가 튀어올랐다. 급기야 결합부까지 줄줄 흘러내린 벤자민의 체액은 프레드릭이 움직일 때마다 찰지고 음탕한 소리를 자아냈다.
끝없이 안을 탐하던 것이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그 순간 벤 자민은 직감했다. 이제 곧 프레드릭의 절정이 머지않았음을. 머리보다 몸이 먼저 프레드릭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를 맞을 준비를 했다.
힘겹게 바라본 정면의 시야에 프레드릭의 얼굴이 보였다, 땀에 젖어 쾌락을 갈구하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아플 만큼 조였다.
프레드릭의 입술이 물어뜯을 기세로 벤자민의 목덜미를 빨았다. 거친 호흡이 피부 위로 쏟아져 내렸다. 잠시 후, 거짓말처럼 프레드릭이 움직임을 딱 멈췄다. 벤자민은 아찔함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거운 체액이 그보다 더 뜨거운 안을 채우며 아득히 흘러들어왔다.
"하아....”
나른한 한숨을 쉬며 프레드릭이 몸을 겹쳐왔다. 그제야 벤자민도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지친 눈을 뜨자 어느덧 다정한 얼굴 로 돌아온 프레드릭과 눈이 마주쳤다.
“베니.”
“네.”
"사랑해.”
“......!”
불시에 고백에 잠시 멍해 있다가 뒤늦게 얼굴로 열기가 치달았다. 너는?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다. 다시 한 번 눈이 마주쳤다. 입술이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한 거리. 그 못지 않은 두근거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벤자민은 미소 띤 얼굴로 수줍게 속삭였다.
"좋아해요."
기다렸다는 듯이 입술이 맞닿았다. 따스하고 편안한 품속에서 벤자민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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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호텔 식당엔 꽤 많은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적당히 가벼운 식사를 주문한 후에 프레드릭이 밴자민에게 나직히 물었다.
“몸은 괜찮아?”
"네.“
신혼여행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지난밤에도 넘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계속된 관계에 몸이 좀 무겁긴 하지만 컨디션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달콤하고도 나른한 여운에 가까웠기에 벤자민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합니다.”
단정하고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원목으로 만들어진 웨건과 함께 다가왔다. 각종 시리얼과 오트밀을 비롯해서 살짝 구운 베이컨과 페스추리,설탕과 잼 등이 차례로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아침이라 간단한 메뉴였지만,테이블에 놓인 작은 화병과 우아한 테이블 세팅이 어우러져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해주는 깔끔함이 느껴졌다.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 프레드릭이 물었다. 벤자민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충분해요.”
"그럼 잠시 화장실좀 다녀올게.”
프레드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성큼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옮겨 창밖을 보았다.
"실례합니다."
아침햇살이 비치는 화려한 분수를 보고 있는데 문득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웬 젊은 청년이 서 있었다. 아는 사람인가? 순간적으로 생각했지만 리버풀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복장을 보니 호텔 직원도 아닌 것 같고,어딘가에서 만난 듯한 얼굴도 전혀 아니었다. 경계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 얘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뜬금없는 말에 벤자민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청년을 살펴보게 되었다. 혈색 좋은 얼굴에 균형 잡힌 몸매,게다가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복을 보니 귀족 혹은 부호의 자제쯤 되는 모양이다. 그때 청년의 뒤에 비슷한 옷을 입은 몇몇의 무리들이 보였다. 아. 그제야 벤자민은 감을 잡았다. 어째 얼굴이 좀 앳되어 보이더라니.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눈앞의 청년, 아니 소년은 그랜드투어(Grand Tour) 중인 모양이었다.
귀족의 자제들은 평민들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되는데,그 중 하나가 바로 장기간에 걸친 여행이었다. 영국의 소년들은 도버를 건너 프랑스부터 차례로 유럽을 순회하는 것이 관례인데,벤자민이 이것을 아는 이유는 프레드릭 역시 몇 년 전에 그랜드투어를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런던 출신이라면 리버풀까지 올라올 이유가 없다. 그렇다는 건 북방 출신 아니면 이제 막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했다는 건데. 다시 보니 머리칼과 눈동자 색이 짙고 말투도 미묘하게 다른 게 아무래도 자신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얘기라니,대체 무슨 얘기를?
뒤늦게 다시 물으려고 하는데 기다림에 초조해진 소년이 다짜고짜 벤자민의 손목을 잡아챘다.
“무슨...!”
"잠시 나가서 얘기 좀 하고 싶습니다. 잠시면 됩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목소리에 두 사람 모두 뒤를 돌아보았다. 벤자민의 얼굴에 안도가 가득했다. 자리를 비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다시 돌아온 프레드릭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프레드릭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벤자민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손을 보자 불쾌감이 치솟았다.
“놔."
낮은 목소리에 소년의 몸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하지만 소년은 벤자민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아니,놓지 않는 게 아니라 놓을 수가 없었다.
벤자민의 예상대로,소년은 같은 튜터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또래와 함께 이제 막 그랜드투어를 시작한 참이었다. 숨 막힐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그 외의 조건들은 모두 좋았다. 부호인 아버지 덕분에 개인시종을 둘이나 대동하는 것이 가능했고,호화로운 이동수단은 물론 숙박도 최고급 시설만을 찾아서 호텔에 묵게 되었다.
이른 아침 출발준비를 끝낸 소년은 친구들과 함께 식당으로 내려갔다. 우아한 테이블 매너로 식시를 하는데 문득 시야에 조금 멀리 떨어진 맞은편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소년의 시선은 이내 한 사람에게 고정되었다.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을 보자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동석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홀로 남은 남자는 더 이상 식기를 쓰지 않았다. 그 말인 즉 식사를 다했다는 소리였고,일행이 돌아오면 밖으로 나갈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소년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왜 그래? 당황한 듯이 붙잡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소년은 패기 있게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 열정은 테이블 앞까지만 허용되었다. 가까이에서 본 남자는 멀리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조용하게 묻는 목소리 또한 손으로 심장을 만지는 것처럼 저릿하게 가슴을 울렸다. 엉겁결에 붙잡은 손의 감촉은 더더욱 황홀했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매끈한 감촉이 너무나 좋아서, 순간 이 몸을 안고 어루만지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 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망상은 오래 가질 못했다. 언제 되돌아왔는지 일행인 남자가 서늘한 목소리로 손을 놓기를 명령했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붙잡고 있자 순간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이 보였다.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커다란 손이 소년의 손목을,정확히는 툭 튀어나온 팔목 뼈를 움켜쥐었다. 소년의 입이 소리 없이 벌어졌다. 마치 뼈를 부러뜨릴 것 같은 엄청난 악력에 절로 손이 펴지며 붙잡고 있던 손을 놓게 되었다.
"아....”
고통스런 신음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사실은 비명이 목구멍 까지 차올랐지만 귀족의 자존심에 필사적으로 소리를 눌러 담았다. 붙잡힌 손목을 떨쳐내려 했지만 어림없는 짓이었다. 감정 없는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는,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그만 놓아주라고 만류하자 그제야 떨치듯이 손을 털어내었다. 소년은 곧장 제 팔을 붙잡고 뒤로 물러섰다. 붙잡힌 부분에 붉은 손자국이 완연했다. 저릿하다 못해 욱신거리는 통증은 너무도 끔찍했다. 멀쩡하단 걸 알면서도 순간 팔목이 부러진 건 아닐까 싶은 착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패기와 용기는 나도 인정해.”
낮은 목소리가 또 한 번 고막을 긁었다. 소년은 두려운 눈으로 앞을 보았다. 언제 위압적이었냐는 듯 부드러운 표정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 웃음에 소년은 더욱 등골이 싸해졌다. 입은 웃고 있지만 푸른 눈동자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이 싸늘했다. 그제야 소년은 깨달았다. 반려가 있는 오메가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남자가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뒤로 물러서고 싶지만 주박에 걸린 것처럼 몸이 꼼짝도 하질 않는다. 이내 그의 얼굴이 귓가로 다가왔다. 벽안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들어왔다.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어. 귀족이면 그 정도 눈치는 있어야지.”
남자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 숙인 소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남자의 손이 어느 새 다시 손목에 닿아있었다.
소리 지르려던 것도 잠시.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손목 주변에 일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벌겋게 통통 부어있던 손목이 순식간에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갔다. 손자국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멍하니 제 손목을 보고 있던 소년은 뒤늦게 다시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삼자의 목소리에 소년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지배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
"별일 아닙니다. 작은 마찰이 있었는데 금방 해결 됐습니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소년을 향했다. 무언의 압박이 담긴 시선에 소년은 그렇다며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지배인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되돌아갔고,남자 역시 일행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스치듯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소년만이 멍하니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방으로 돌아오는 동안 프레드릭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시종들이 들어와서 짐을 꾸릴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팔짱을 낀 채 말없이 지켜만 보고 서 있는 프레드릭의 행동에 벤자민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화났어요?”
"그래.“
“......!”
"오해하지 마. 네가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나서 그런 거니까.”
프레드릭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고서는 쓴웃음을 지었다.
"좀 더 이성적으로 대처 했어야 하는건데. 네 앞에서 못볼 꼴을 보였어.”
처음부터 힘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에드워드보다도 어린 녀석이 벤자민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지만,말 그대로 어린 녀석이니 좋게 타일러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녀석이 벤자민의 손목을 잡은 게 화근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더는 이성적인 생각이 불가능했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녀석을 떼어내며 벤자민을 향한 시선을 차단시켰다. 그럼에도 분노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뒤에서 말리던 벤자민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소년의 손목을 부러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행히 이성은 금방 되돌아와서,알파의 힘을 이용해 적당히 치료를 해주었다. 녀석 때문이 아니었다. 그대로 방치한 채 자리를 떠났다간 벤자민이 계속해서 녀석을 신경 쓸 게 뻔했기에,언짢음에도 마지못해 고쳐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방으로 돌아오는 내내 프레드릭은 침묵했다. 아직 성인식도 안 치른 애송이가 벤자민이 오메가인 것을 알고 접근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거의 매일 밤 알파인 자신에 게 안긴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 이 무거웠다. 둘이 함께 있으면 이제 곧 어느 누구라도 두 사람이 부부 혹은 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있을 때가 걱정이었다. 결혼식을 하면 좋든 싫든 파다하게 소문이 날 테니 아마 런던에서는 감히 러셀 가의 안주인이 될 사람에게 치근덕거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느 때든 항상 예외 가 있다는 점이었다. 알파라고 다들 현격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열성일수록 능력에 비해 야망과 욕심만 큰 경우가 파다했기에,행여나 생각 없는 알파가 벤자민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까 벌써 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왕궁 속에 가둬만 놓고 싶어.’
언젠가 들었던 앤드류의 말이 불쑥 떠올랐다. 당시엔 정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어이가 없었는데,이제야 십분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차라리. 아니지,말도 안 되는 소리.’
순간적인 생각이 떠올랐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이를 목적 겸 수단으로 생각한 것은 한번으로도 지나치다. 잠시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한 것에 미안해진 프레드릭은 여전히 불안하게 자신을 보고 있는 벤자민을 뒤에서 가볍게 껴안았다.
"내가 좀 더 분발하는 수밖에.”
"네?”
"아냐,아무 것도.”
마른 어깨에 턱을 기대며 프레드릭은 벤자민을 안고 있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마부의 구령과 함께 마차가 멈추어 섰다. 밖으로 나오자 첫 날 보았던 푸른 바다가 변함없이 광활한 위용을 자랑하며 잔잔히 물결치고 있었다. 하지만 느낌은 사뭇 달랐다. 태양빛이 반사되는 해수면은 마치 금가루를 뿌린 것처럼 반짝이며 눈부신 광경을 자아냈다.
부두는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푸른 물결 위에 각양각색의 선박들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프레드릭은 여행용 범선을 이용해서 카디프까지 내려갈 예정이었다.
다행히 날씨도 맑고 파도도 잠잠해 바닷길을 즐기기엔 제격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선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부두에 대어졌던 목조다리가 묵직하게 닫히며 본격적인 출항 준비가 시작되었다. 낯을 감고,마스트에 달린 돛을 펼치고. 모든 준비가 완료된 거대한 목조범선은 풍향에 몸을 맡긴 채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갑판에 머물러 있었다. 그 중엔 벤자민도 섞여 있었다.
2-3일 정도로 예상했던 여행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첫 날 부모님의 생가를 시작으로 벤자민은 리버풀 시내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보낸 날들이 어느덧 일주일로 접어들었고,이제 그만 꿈같은 시간에서 벗어나 런던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게 되었다.
“베니.”
프레드릭의 부름에 벤자민은 고개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그의 눈부신 블론드 헤어가 빛처럼 흩날리고 있있다.
"아쉽지?"
"아뇨, 정말 좋았어요.”
사실 아주 조금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혼자서 리버풀에 머무는 것과 런던에서 프레드릭과 함께 지내는 것을 택하라고 한다면 이계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벤자민의 마음은 확고해졌다.
"아이를 낳고 나면 그땐 정말 제대로 된 여행을 하자. 함께 가보고 싶은 곳들이 아직도 많아.”
집엔 이미 한달 정도 휴가를 보내고 올 거라고 전서구로 연락을 해놓은 상태다. 거기다 벤자민의 마부 노릇을 했던 하인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려놓았으니 저택의 어느 누구도 벤자민의 귀가에 의문을 품을 사람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장기간 여행을 계속하기엔 벤자민의 몸이 걱정스러웠다. 임신 초기, 게다가 첫 아이이다. 아무리 편하게 여행을 다닌다고 해도 집에서 안정적으로 쉬는 것만큼 좋을 리가 없었다.
살며시 벤자민을 향해 팔을 뻗었다.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흩날리는 머리칼에 손을 묻고서는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대답은?”
다시금 눈을 바라보며 벤자민에게 물었다.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져나간다. 곧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가 바람결에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당신과 함께라면 그 어디라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