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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컷-40화 (40/49)

러프 컷 19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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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끝난 후 대기실로 돌아온 선우는 누군가에게서 연락을 받고 나간 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수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선우를 향해 말했다.

“얘기 들었어. 오늘 끝나고 감독님이랑 회의하기로 했다면서.”

“네? 아...네.”

회의라니. 선우도 처음 듣는 얘기였지만 직감적으로 짐작되는 부분이 있어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수가 그렇게 알고 있는 이유는 분명 해경이 그렇게 전했기 때문일 테니까.

“그래. 그럼 나 먼저 퇴근할게. 휴일 잘 쉬고 모레 보자.”

“네, 들어가세요.”

진수가 떠난 뒤 휑한 대기실에 앉아 선우는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주 휴일에 무조건 시간 비워놔요.’

지난주 선우의 집에서 해경이 말한 후로 내내 신경 쓰였던 휴일이 어느덧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막연히 내일이면 그의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선우는 하루 전 날의 긴장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었다. 바보 같은 계산이었다. 해경이 함께 보내자고 한 건 촬영이 끝나는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의 시간이었다.

서해경의 집. 몇 시간 후면 그곳에 그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인식하자 가슴이 분주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선우는 괜한 긴장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달리는 차 내부는 고요했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정적이었다. 평소라면 별다른 의미 없이 받아들였을 사소한 것들이 오늘은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를테면 신호 대기에 걸릴 때마다 해경이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두드리는 것조차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쩐지 다른 인상을 받았다. 마치 그가 초조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서해경이 초조해한다. 그것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가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선우는 어쩌면 자신이 초조한 탓에 그의 행동까지 모두 동일시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바뀌자 차는 다시 맹렬히 달리기 시작했다. 선우는 운전석을 힐긋 쳐다봤다. 이전 같았으면 선우의 시선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돌아보거나 미소 지었을 남자는 그저 미간을 옅게 찌푸린 채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선우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쳐가는 풍경들을 응시했다. 차는 규정을 준수하는 선에서 최대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가끔은 아슬아슬할 만큼 빠른 속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선우는 마주 잡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 어느덧 그의 집이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서야 해경의 시선이 뒤늦게 선우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결국 더 이상의 침묵을 견디지 못한 선우가 입술을 달싹였다.

“집이...좋네요.”

말을 꺼내고 나서야 뒤늦게 아차 싶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 꺼낼 얘기도 아닐뿐더러 주차장을 보며 할 말로는 적절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해경이 피식 웃는 것과 동시에 부담스러웠던 적막이 깨졌다. 선우는 약간 멋쩍었지만 조금이나마 공기의 흐름이 변한 것에 왠지 안도가 일었다. 해경이 불현듯 손을 뻗어 여전히 선우의 몸을 감싸고 있던 벨트를 손수 풀어주었다.

“올라가서 봐요. 집이 좋은지 아닌지. 물론 집 구경보단 다른 걸 먼저 할 테지만.”

그 말에 선우는 목 안이 바싹 말라 왔다.

두 사람은 운동장처럼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해경은 여러 개의 버튼 중에 가장 위에 있는 것을 눌렀다. 커다란 금속 기계는 조용하면서도 매우 빠르게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선우는 조금 놀랐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한 층 전체에 단 하나의 문밖에 없었다. 그 하나뿐인 문 앞에서 해경이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누르자 경쾌한 전자음이 울리며 보안이 해제됐다. 문을 열던 해경이 도중에 멈칫하며 선우를 돌아봤다.

“봤어요?”

순간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알 수 없었던 선우는 해경이 반쯤 열어둔 채 잡고 있는 문을 보며 짐작했다. 비밀번호를 말하는 건가.

“아뇨.”

당연히 보지 않았다. 그 말에 해경이 도로 문을 닫으려다 ‘어차피 상관없나’하고 중얼거렸다.

“카드 키 줄게요.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와요.”

그의 오피스텔 키를 준다는 말에 선우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긴 복도를 걸어가자 넓은 거실이 보였다.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문을 하나 가리켰다.

“여기가 욕실이니까 써요. 난 다른 곳에서 씻으면 되니까.”

진짜 오자마자 하는 건가. 선우는 눈앞에 닥쳐온 현실에 한편으론 얼떨떨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방송국에서 그의 집 욕실 앞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진행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선우가 주춤하며 그에게 빤한 시선을 보내자 해경이 입가를 끌어당기며 웃었다.

“그렇게 봐도 오늘은 못 봐줘요.”

아니, 봐달라는 게 아니라… 선우는 입술을 꾹 물었다 놓으며 말했다.

“저도 그래요.”

금세 웃음기를 지운 해경의 눈빛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라 선우는 등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집안은 무척 조용했다. 두리번거리다 거실로 향했으나 해경은 없었다. 선우는 방향을 틀어 문이 반쯤 열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원룸만큼이나 넓어 보이는 침실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성인 남자 두세 명이 굴러다녀도 남을 법한 큰 침대였다. 선우의 시선이 그 너머로 힐긋 향했다. 서해경이 창가의 턱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었다. 그는 상의는 입지 않은 채 블랙 팬츠만 걸치고 있었다. 근육이 보기 좋게 자리 잡은 단단한 몸에는 아직 옅은 물기가 남아 있었다.

시선이 부딪친 순간, 잠시 둘 사이에 집요한 눈빛만이 오고 갔다. 선우가 멈춰 있던 발걸음을 떼었다. 끝내 해경의 앞에 다다랐을 때 문득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조금 젖은 채 방치된 그의 머리칼 끝에 작게 물기가 고여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물방울이 곧 떨어질 것 같아 선우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어둡게 가라앉은 새까만 눈동자와 마주쳤다. 해경이 무방비하게 뻗은 선우의 손목을 잡아채곤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입안을 가르고 들어오는 뜨거운 혀를 느끼며 선우는 눈을 감았다.

"음..."

해경은 혀뿌리까지 집어삼킬 듯이 사납게 몰아붙였다. 그의 거친 움직임에 뒤로 밀린 선우의 몸이 침대에 걸려 무너져 내렸다. 그 충격에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며 가쁜 숨이 터져 나왔다. 잔뜩 흐트러진 샤워 가운 사이로 선우의 쇄골과 유두가 슬쩍 비쳤다. 해경은 선우의 몸 위로 짙게 그림자를 드리우며 입을 열었다.

“그날 호텔에서부터 내내 이러고 싶었죠.”

해경은 지체 없이 가운 끈을 잡아당겼다. 가운 한쪽이 흘러내리며 매끈한 허벅지와 둔부가 드러났다. 서늘한 손이 허벅지 아래에서부터 사타구니 안쪽 깊숙한 곳까지 천천히 쓸어 올렸다. 그의 손길에 반응해 빳빳하게 일어선 유두를 해경이 혀를 내어 길게 핥았다.

“하아...”

선우에게서 나른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해경이 입을 크게 벌려 꼿꼿이 선 유두와 유륜 주변까지 한 번에 세게 빨아 당겼다.

“흣.”

등줄기를 훑고 가는 오싹한 감각에 선우는 고개를 젖히며 시트를 그러쥐었다. 반쯤 일어난 성기가 탄탄한 해경의 배에 문질러졌다. 해경은 단단해진 돌기를 혀끝으로 굴리면서 선우의 다리를 좀 더 넓게 벌렸다. 긴 손가락을 뻗어 주름진 애널 주변을 문지르다 구멍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아… 읏.”

선우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옅게 미간을 찌푸렸다. 움찔거리던 구멍은 손가락 마디 하나조차 다 삼키지 못한 채 남자의 손가락을 잔뜩 조였다. 해경이 혀를 찼다.

“너무 좁은데.”

그는 가늘게 숨을 헐떡이는 선우의 입술로 고개를 숙였다. 혀를 넣어 입천장을 부드럽게 훑고 도톰한 혀를 감아올렸다. 선우의 모양 좋은 성기를 감싸 쥐고 느리게 훑어 올리자 마주 닿은 입술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음…”

해경은 협탁으로 팔을 뻗었다. 잠시 뒤 회음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차가운 젤의 느낌에 선우가 허리를 움찔 떨었다. 해경이 부드럽게 키스를 이어가며 입구에 검지 끝을 밀어 넣었다. 아까보다 느슨해진 구멍이 진입을 허락하듯 손가락을 느리게 빨아들였다. 선우는 낯선 이물감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서서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구멍을 조금씩 넓히던 손가락은 어느새 두 개로 늘어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 읏, 아!”

고개를 젖힌 채 신음하던 선우는 자신의 아래쪽에서 나는 질척이는 소리에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다리를 크게 벌린 채 남자의 손가락을 받아내고 있는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 문득 서해경의 아름다운 손이 떠올랐다. 섬세하게 뻗은 그의 긴 손가락들이 자신의 뒤를 헤집고 있는 장면이 상상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해경이 선우의 손목 안쪽을 슬쩍 깨물었다.

“얼굴 보여줘요.”

그 말에 움찔했으나 선우는 차마 손을 내리지 못했다. 잠시 후 돌연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손가락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읏.”

일순 허전해진 느낌에 방금 전까지의 감각을 기억하듯 구멍이 계속해서 움찔거렸다. 해경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에 선우의 드러난 가슴으로 서늘한 공기가 맞닿았다. 선우는 팔을 치우고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찍. 사각의 포장지를 이로 물어뜯은 남자가 콘돔을 자신의 성기에 씌우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선우의 입이 저도 모르게 조금씩 벌어졌다.

저게 들어가긴 할까.

콘돔이 잘 씌워지지 않는지 해경의 미간은 옅게 찌푸려져 있었다. 남자의 성기는 아랫배에 올려 붙을 듯이 거대하게 발기한 채 흉흉하게 뻗어 있었다. 그를 외면하듯 선우가 시선을 옮기자 숨을 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단단한 복근이 눈에 들어왔다. 그 위로 넓게 벌어진 어깨와 길게 뻗은 목, 날카롭게 더듬어진 턱선이 보였다. 선우의 눈길이 정교하게 빚어진 입술과 코를 거쳐 위로 향했다. 언제부터였는지 서늘하면서도 아름다운 눈매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이미 수십 번 일어난 일인데도...”

서해경은 커다란 짐승처럼 위압적이면서도 느리게 몸을 굽혔다.

“자제가 안 될 것 같으니까 혹시 아프면 말해요”

해경은 양손으로 선우의 허벅지를 잡고 가슴 쪽으로 밀어 올렸다. 움찔거리는 구멍에 뜨겁고 단단한 것이 맞닿았다. 잠시 뒤 두터운 성기 끝이 느리게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흐읏.”

손가락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크기의 이물감에 선우는 턱을 젖히며 낮게 신음했다. 해경은 선우의 성기를 부드럽게 쓸어 올리며 붉게 달아오른 몸 곳곳에 입을 맞추었다. 긴 애무 끝에 구멍이 두꺼운 귀두 끝을 조금씩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해경은 단번에 박아 넣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천천히 허리에 힘을 실었다.

“흐으...”

좁은 내벽을 비집고 들어오는 거대한 성기에 선우는 매달리듯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해경은 아플 만큼 페니스를 조여오는 감각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허리를 조금 더 밀어붙였다.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이 간신히 성기를 반쯤 삼키는 데 성공했다. 빈틈없이 감겨드는 뜨거운 내벽을 느끼면서 해경은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선우야.”

그 순간 성기를 빠듯하게 조이던 입구가 한껏 수축했다 서서히 힘을 풀었다. 해경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허리를 깊게 쳐올렸다.

“아앗!”

선우는 버겁게 내부를 가득 채우는 성기에 오싹한 전율과 함께 낯선 공포심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해경의 복부로 손을 뻗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밀었지만 남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지고 성기가 끝없이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그, 그만..."

"후우... 거의 다 들어갔어요."

해경은 잘했다는 듯이 선우의 허리를 부드럽게 손으로 쓸며 떨리는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붉게 달아오른 귓불을 입안에 물고 잘근거리며 손에 쥔 선우의 성기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었다. 입구가 조금 느슨해지는 것에 해경은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흐으... 아!”

해경의 허리 짓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살갗이 부딪치며 철퍽이는 소리가 넓은 침실을 가득 채웠다. 해경은 탄력 있게 솟아오른 선우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성기를 거침없이 박아 넣었다.

“아아, 핫! 으응...”

어느 순간 선우의 상체가 튀어 오르며 해경의 성기를 잔뜩 조였다.

“여기에요?”

해경이 뺨에 입을 맞추며 묻는 말에 선우는 신음을 삼키며 입술을 꾹 물었다. 해경이 한 번 더 같은 곳을 퍽, 세게 쳐올렸다.

“읏!”

선우의 몸이 다시 한 번 퍼뜩 뛰었다. 해경은 상체를 굽혀 결박하듯 선우를 깊게 끌어안고서 하체를 더욱 바싹 붙였다. 결합이 한층 더 깊어졌다. 해경이 선우의 목덜미를 핥으며 안을 짓뭉개듯이 허리를 느리게 돌렸다.

"하앗, 으응..."

해경이 휘어진 입술 끝을 선우의 귓가에 붙이며 나직이 속삭였다.

“꽤 깊은 곳에 있네요.”

해경이 말할 때마다 그의 기둥이 빈틈없이 들어찬 내부가 웅웅 울렸다. 촉촉이 젖어있던 선우의 눈가에 맺힌 물방울이 느리게 흘러내렸다. 해경이 물기가 지나간 흔적을 혀로 핥으면서 아까와 같은 곳을 찔러 올렸다.

“아!”

“이렇게, 깊은 곳에 있는데, 후우... 여기로 느껴본 적은 있어요?”

해경은 연속해서 깊게 허리를 짓쳐 올렸다. 선우는 남자의 어깨를 움켜쥐며 한껏 젖은 신음을 내질렀다. 해경은 쉴 새 없이 아래를 움직이며 선우의 뺨을 느리게 핥아 올렸다.

“응? 선우야.”

선우가 도리질을 치며 해경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남자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몇 번인가 성기를 박아 넣던 해경이 돌연 선우를 끌어안은 채 상체를 세워 앉았다. 선우의 무게가 실리며 구멍과 성기가 서로 빈틈없이 맞물렸다. 선우는 빠르게 해경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 버티며 주저앉지 않으려 애썼다. 이미 아래를 가득 채운 성기가 아까와는 다른 모양새로 뱃속 깊은 곳까지 밀고 들어왔다. 선우는 순간 몸속 어딘가가 망가지기라도 할 것 같아 두려웠다.

“흣, 너무...”

“쉬이.”

해경은 달래듯이 선우의 등허리를 느릿하게 쓸어내리며 부어오른 유두를 핥았다. 선우의 허리에서 힘이 풀리며 조금씩 체중이 실리자 두터운 성기가 다시 한계까지 밀고 들어왔다.

“으으…”

해경은 땀에 젖어 반질거리는 선우의 쇄골에 입을 맞추며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번인가 느리게 안을 휘젓던 성기가 선우가 느꼈던 곳을 찾아 연달아 찔러올렸다.

“윽, 흐읏, 아!”

어느 순간부터인가 손으로 만져주지 않았는데도 선우의 페니스는 힘을 받아 단단해져 있었다. 선우는 낯선 쾌감에 정신없이 신음을 내질렀다. 시야가 물기로 먹먹했다. 두 눈을 꼭 감자 눈꼬리에 고여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해경이 눈물을 핥아 올리며 허리를 깊숙이 쳐올렸다.

"아! 흐으..."

선우의 성기 끝에서 질척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철퍽철퍽. 살갗이 맞물렸다 떨어지며 나는 적나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탄탄한 근육으로 짜인 해경의 등에서 느리게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아... 연선우, 나 봐.”

꼭 감겨 있던 두 눈이 열리자 물기에 젖은 눈망울이 드러났다. 해경은 쉬지 않고 허리를 놀리면서 선우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격렬한 움직임 속에 서로의 혀가 뜨겁게 얽혔다. 해경이 깊게 허리를 뺐다 위로 쳐올리는 순간 선우의 성기에서 하얀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절정에 달해 잔뜩 수축하는 내벽을 느끼면서 해경은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늘씬한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성기를 단번에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흐읏!”

순간 움직임을 멈춘 해경이 선우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남자의 허리를 감고 있던 선우의 허벅지가 가늘게 떨렸다. 해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젖은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선우야. 연선우.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마치 꿈결처럼 계속해서 이어졌다. 선우는 제 몸에 소중하게 입을 맞추는 남자의 목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았다. 채 가라앉지 못한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와 빈틈없이 맞붙은 서로의 체온, 두근두근 울리는 심장의 박동까지 남김없이 다 생생하게 느껴졌다. 선우의 몸 안에 있는 성기가 꿈틀거리며 사정을 이어갔다. 선우는 얇은 고무막 너머로 번지는 그의 정액을 느끼면서 넓은 어깨에 나른하게 기대었다.

늦었다. 선우는 유달리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젖히며 생각했다.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이 꽤 느지막한 오후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제 인생에 몇 번 없었을 만큼 심한 늦잠이라는 것도.

엎드린 채 누워있던 선우는 부드러운 베개에 얼굴을 비비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냥 더 잘까. 평소 그답지 않은 매우 방만한 결심이 스쳤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에 조금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그럴 만했으니까.

해경은 새벽 내내 시달린 선우를 직접 욕실까지 안아들고 가서 손수 씻겨 주었다. 그리고 선우는 욕조에서 그의 품에 안긴 채 잠이 들었다. 언뜻언뜻 옷을 입혀주거나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길을 느낀 것도 같지만 선우는 기절하듯 이내 잠에 빠져들곤 했다.

피곤해 미칠 것 같은데도 습관 때문인지 아침에 한 번 눈이 떠졌었다. 옆에 누워있던 해경이 잘 잤냐며 눈이 부실만큼 웃었다. 그리고는 선우의 얼굴을 비롯해 몸 이곳저곳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선우가 방심하며 그의 품에 포옥 파고들었을 때 뒤늦게 허벅지에 부딪치는 단단한 중심을 느끼고선 머리칼이 쭈뼛 섰다. 선우의 허리께를 쓰다듬던 남자의 손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와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선우는 해경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 바지는 매우 컸다. 당연히 벗기기는 아주 쉬웠다.

‘읏, 감독님...’

선우는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관계하면서 되도록 그의 직업상 호칭을 부르지 않으려 했다. 왜냐하면... 기분이 무척 이상하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이성이 날아가서 수없이 감독님과 서피디님을 찾아대며 그에게 안겼다. 뒤늦게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하나둘씩 떠오르는 기억에 정신이 점점 선명하게 깨어났다. 선우는 깨끗한 새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방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 그 사이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침대에서 내려서자 ‘윽’ 소리가 절로 나왔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둔통을 느끼면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 문을 열고 나섰다. 단번에 좋은 냄새가 코끝으로 밀려들었다.

부엌으로 향하자 무언가를 조리하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닥에 슬리퍼가 끌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해경이 돌아섰다.

“잘 잤어요?”

다정하게 웃으며 건네는 그의 인사에 선우의 어깨가 움찔했다. 아침에도 저 인사 뒤에 일이 벌어졌었는데.

“제가 너무 늦게 일어났네요.”

누워있을 땐 나름 반항심이 일어 더 뒹굴어도 된다 싶었는데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뒤늦게 민망해졌다.

“미안해요. 내가 너무 괴롭혔죠.”

해경이 조금 곤란하게 웃었다. 선우는 대낮에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침대에서의 일을 얘기할 만큼 뻔뻔하진 못했다. 손가락으로 뺨을 긁적거리며 ‘냄새가 좋네요.’라고 말을 돌리자 그가 다시 등을 돌리며 무언가를 마저 썰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샐러드만 더 하면 되니까.”

“제가 뭐 도울 건 없을까요.”

“거의 다 됐어요. 거기 앉아서 쉬어요. 심심하면 집 구경해도 되고.”

그의 말에 방금 전 지나오며 스치듯이 본 곳이 떠올랐다. 선우는 옆의 테이블을 흘긋 쳐다봤다. 사실 지금은 앉아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게 더 편하기도 했다. 선우는 충동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아래쪽에 미미한 통증이 있는 탓에 조심조심 걸어서 침실 옆쪽에 위치한 서재로 향했다. 오며 가며 스치듯 본 서재 안의 DVD장이 몇 번인가 눈길을 끌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스레 선우의 입이 벌어지며 감탄이 새어 나왔다.

얼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DVD가 고급스러운 수납장 안에 빽빽이 꽂혀 있었다. 제목들을 천천히 훑던 선우는 DVD들이 나름의 기준을 갖고 정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기준이란 감독의 이름순이었다. 마치 장난감 가게에 들른 어린아이처럼 상기된 모습으로 구경하던 선우의 머릿속에 한 가지 호기심이 불쑥 일었다.

혹시 있을까.

선우는 국어사전에서 단어를 찾듯 어림짐작으로 한 부분을 시선으로 짚은 후 제목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어?”

진짜 있네. 선우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자신이 찾은 DVD 케이스를 빼냈다. 정식으로 시판된 제품이 아닌 것처럼 별도의 디자인 없이 인쇄된 블랙 라벨지에는 심플하게 영화 제목과 감독의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 협주곡. 그리고 서 경. 그것은 언젠가 해경에게도 말한 적이 있는, 선우가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한 선물처럼 반가웠다가 점점 의아해졌다. 내가 모르는 사이 발매되기라도 한 건가.

그 사이 할 일을 어느 정도 다 마친 해경이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도 돼요.”

그 말에 순간 놀라면서도 반가운 기색으로 선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해경을 올려다봤다. 천진한 아이처럼 나름의 열띤 반응을 보이는 것에 해경은 조금 웃었다. 그러나 선우는 이내 욕심을 꾹 누르듯이 자신을 한 번 어르고 난 뒤 차분히 말을 건넸다.

“그냥 언제 한 번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게 마음에 든 건가. 해경은 선우가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는 것을 흘긋 바라보았다.

“진짜 가져도 돼요.”

해경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선우의 손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

해경은 저도 모르게 조금 당황스러운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그의 반응에 선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귀한 거였어. 해경이 잠시 곤란한 듯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이 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거 정식으로 발매된 적 없을 텐데 어떻게 갖고 계세요?”

선우는 똘망똘망하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잘못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해경은 선우의 눈에서 짙은 호기심 사이로 마치 경쟁자를 대하는 듯한 눈빛이 언뜻 엿보인다고 생각했다. 나도 없는 걸 당신이 왜? 그런 느낌이랄까. 해경은 입꼬리가 당기며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어렵게 참아냈다.

“예전에 지인한테 받았어요. 부탁하면 또 얻을 수 있으니까 이건 가져요.”

“아니, 그렇게까지는....”

잠시 말끝을 흐리던 선우는 나직이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차마 사양할 수 없었다. 다소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DVD를 움켜쥐는 선우를 향해 해경은 미소를 지으며 조건을 달았다.

“대신 내 부탁 하나 들어주면요.”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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