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 컷 38편
<-- -->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어쩌다 이런 기사가 났을까 하는 의문을 곱씹다 보니 결국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내가 아닌 건 아닐까? 선우는 어이없는 소설의 당사자가 됐다는 당황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이니셜의 함정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그건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리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그리 길지 않은 기사 하나로 인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던 피로감은 어느새 다 달아나버렸다.
선우는 집에 도착해서 고민 끝에 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문제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그의 말이 빈말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게 조금은 부담을 덜어 주었다.
[선우씨,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혹시 기사 보신 건가요?”
[내가 직접 본 건 아니고 모니터링하는 직원한테서 방금 얘기 들었어요. 이따 회사로 올 수 있겠어요? 이쪽도 몇 가지 알아볼 게 있으니까 당장은 안 되겠고 한 두 시간 후쯤?]
“네. 그럼 그때쯤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저녁에 회사에서 봐요.]
전화를 끊으면서 선우는 문득 생각했다. 소속사가 있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새삼 이 통화를 통해 자신에게 생긴 안정감에 대해 여실히 느꼈고 또 거기에 감사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현석이 직원의 모니터링을 통해 알게 됐을 정도면 이미 인터넷에 이 기사에 대한 얘기가 어느 정도 오가고 있다는 뜻일 테다. 경훈 또한 처음 알게 된 건 자기가 종종 이용하곤 하는 한 커뮤니티에 올라와서라고 했다.
선우는 망설이다 시험 삼아 인터넷 창에 한 번 검색해보기로 했다. ‘조연 a씨’라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완료 버튼을 눌렀다. 검색 결과로 나온 것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그다지 상관없는 기사와 콘텐츠들이 대부분이었다. 선우는 그 사이에서 웹사이트가 출처인 눈에 띄는 제목의 게시물 하나를 클릭했다.
뉴스타 이번 호 이니셜 기사 중 20대 남배우 부분(무명&조연배우 a씨)
그 게시물에는 문제의 이니셜 기사 직찍만 덩그러니 올라왔을 뿐이지만 꽤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이거 이니셜 쓴 거 존나 의미 없네 자연스럽게 ㅇㅅㅇ로 읽히는데
-ㅇㅅㅇ 인성으로 오지게 영업한 팬들 무엇?ㅋㅋㅋㅋ
-지금 여기서 말하는 ㅇㅅㅇ가 연ㅅ우 마즘? 근데 초성도 귀엽다
-늘 쩌리들이 내세울 게 없으니까 확인도 못하는 인성으로 영업하는 거지ㅋㅋ
ㄴ그런 쩌리 조연한테 화제성으로 발린 주연이 누구????
ㄴ화제성 몇주 1위한거 가지고 존나 나대냌ㅋㅋ
ㄴ응 그래서 화제성 10위 안에도 못들고 순위 광탈한 배우 누구?????
ㄴ내세울게 왜없음 얼굴 존잘에 연기까지 존잘인데ㅋㅋㅋ 그리고 팬들이 먼저 인성으로 영업한 적 없음. 드라마 스텝이 인터넷에 칭찬 후기 올린 게 퍼진 거ㅇㅇ
-화제성이 존나 높은데 광고를 하나도 못땀?ㅋㅋ광고라도 찍고 말하든가
ㄴ응 찍었어ㅋㅋㅋㅋㅋㅋ 얼마전에 누가 재계약 못딴거ㅋ
ㄴ남 광고 개수 셀 시간에 느그 오빠 잘린 광고 개수나 세라곸ㅋㅋㅋㅋ
댓글을 다 보려면 아직 스크롤을 한참 더 내려야 했지만 선우는 약간의 식은땀을 흘리며 페이지를 빠져나왔다. 정말로 그 기사가 인터넷에도 퍼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보긴 했으나 확인했다고 해서 어차피 자신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 이상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뭔가 더 찾아보기가 겁나기도 했고.
화면이 꺼진 휴대폰 화면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선우는 순간 해경이 떠올랐다. 그러나 괜한 걱정만 하나 늘릴 뿐인 것 같아 일단 그에게 알리는 건 보류하자 싶었다. 얘기를 하더라도 회사와 상의를 하고 어떤 결론이 난 후에 그와 문제를 공유하는 게 두 사람 모두에게 나을 것 같았다. 선우는 한 시간 후 다시 나가기 위해 오늘 해놔야 할 일들을 미리 해치우기로 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 해경은 드라마국을 찾았다. 피곤한 눈가를 문지르며 자료를 찾기 위해 자신의 책상으로 향하던 해경은 자리에 앉아있는 재철을 보고 걸음을 틀었다. 입술을 쭉 내민 채 웬 잡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재철을 보고 해경이 다가서며 말했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봐.”
“어, 뭐...”
애매한 태도로 페이지를 넘기려는 그를 제지하며 해경이 잡지를 빼앗아 들었다. 재철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던 부분을 눈으로 좇자 하단에 작게 난 한 이니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해경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아직도 이런 걸 쓰는 데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런 게 은근 꾸준히 먹힌다더라. 장사가 되는데 안 쓰고 배기겠냐.”
재철이 씁쓸한 듯 중얼거렸다.
“봤을까.”
주어가 불분명한 해경의 말에도 금세 알아들은 재철이 슬쩍 그의 눈치를 봤다.
“뭐 이런 잡지에 관심 둘 타입은 아니다만 귀에 들어가는 거야 시간문제지.”
굳이 재철의 답이 아니어도 해경 역시 결과는 뻔히 짐작할 수 있었다. 본인이 이런 거에 관심 없다고 해도 직업이 연예인인 이상 어차피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해경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휴대폰을 꺼내들며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옥상으로 올라온 해경은 방송국 건물이 밀집한 아래를 내려다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연락처에서 번호를 찾아 발신 버튼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가 연결됐다.
“윤비서님, 접니다.”
“새로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따로 알아봐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십...”
윤비서의 말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갑자기 부산스러운 소음이 울렸다.
“집안사람 쓰려거든 집안에 얼굴이라도 한 번 내비쳐라.”
전화기를 가로챘는지 오랜만에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난데없이 끼어들었다.
“일에 대한 대가는 따로 챙겨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비서님이 왜 집안사람입니까.”
“어쨌든 나를 통해 알게 된 사람 아니냐. 일 시키려거든 얼굴이나 한 번 내비치고 가. 그전엔 안 돼.”
그리고서 남자는 전화를 뚝 끊었다. 해경은 미간을 슬쩍 찌푸렸다. 귀찮았다.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겠지만 윤비서는 일 처리 능력도, 입의 무거움도 꽤 믿음직했다. 더구나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때에 이제 와서 그에 버금가는 사람이라도 구한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쉬운 일도 아니었다.
해경은 담배를 비벼 끄고는 혀를 찼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영 못할 일도 아니다. 남자는 한동안 방문할 예정이 없었던 곳을 찾기 위해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었다.
“바둑은 여전히 못 두시네요.”
해경이 마지막 돌을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일갈했다. 서회장이 붉으락푸르락 해진 얼굴로 입술을 씰룩였다.
“볼 때마다 한결같이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그러니까 이런 집안에서 그나마 버텼죠.”
서회장이 앉아있던 휠체어가 불안하게 끼릭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오랜만에 와서는 너도 참. 적당히 해라.”
해경은 그렇게 말하는 제 둘째 형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품 안을 뒤적거리더니 담뱃갑을 꺼냈다. 장남인 태경의 어깨가 필요 이상으로 움찔거리며 튀어 올랐다.
“너, 너 설마 지금 여기서 피우려는 거냐?”
아. 해경은 마치 사람들이 있는 줄 몰랐다는 듯이 태연하게 다시 담배를 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사실 진짜로 피울 생각은 아니었지만 굳이 그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그 해로운 걸 뭐 하러 피우냐. 끊어라.”
그렇게 말하는 서회장 본인도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나서야 허겁지겁 담배를 끊어 정작 금연가가 된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남자의 말에 해경의 입꼬리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글쎄요. 담배보다 더 해로운 것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이거 하나 끊는다고 뭐 달라지겠습니까.”
서회장의 눈치를 보던 태경이 결국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됐다. 그만해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경의 편을 드는 것 같은 서회장의 제지에 태경은 내심 속이 불편하면서도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내내 말할 틈만 노리고 있던 차남 성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너 요즘 따로 만나는 여자 없다면서.”
그 말에 해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서늘하게 받아쳤다.
“아직도 제 사생활에 관심 두고 계십니까.”
“아니 마침 좋은 상대가 있어서 얘기나 한 번 해보자는 거지. 거기 집안이 워낙에 오픈 마인드라 그런가 다행히 PD라는 직업도 그렇게 꺼리는 것 같지 않아 보이고...”
속 보이는 제 형의 말에 해경은 피식 웃기만 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왜, 한 번 만나봐라. 너도 슬슬 결혼해야지.”
“결혼 생각 없습니다. 염치가 있으시면 더 이상 제 인생에 관여할 생각하지 마세요.”
지루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해경은 시계를 흘낏 보곤 리모컨을 쥐었다. 드넓은 거실에 자리한 대형 TV는 아까부터 틀어져 있었지만 그저 장식이나 배경의 일부 같은 기능만 담당하고 있었다. 해경이 버튼을 몇 번 조작하더니 특정 채널이 나오자 시선을 고정했다.
서회장과 태경, 성진까지 여태껏 안 하던 짓을 하는 해경을 잠시 의아한 시선으로 지켜봤다. TV 화면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드라마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서회장은 다시 화제를 이어갔다.
“명국그룹 외손녀다. 그깟 드라마 몇 개 주물러봤자 무슨 대단한 미래가 있다고. 인생 길게 봐야지. 결혼만큼 좋은 투자도 없다. 너한테 장차 힘이 될 테니 한 번 만나봐.”
“남의 거 아쉬울 것 없이 이미 웬만큼은 가지고 있습니다.”
서회장이 흠흠, 헛기침을 했다. 제 친모가 죽은 후 일찍이 독립해 나가 착실히 재산을 불려 나간 해경은 더 이상 따로 무언가를 물려받지 않고도 이미 평생을 여유롭게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강철은 그 점이 무척 아쉬웠다. 좀 부족하고 아쉬웠으면 선선히 제 밑으로 들어와 말을 좀 들었을 것을. 물론 그것은 해경의 성격을 알면서도 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철의 착각이었다. 태경이 눈치를 보다 잠잠해진 사이 다시 슬쩍 얘기를 꺼냈다.
“배경만 보고 그러는 게 아니야. 외모도 딱 네 취향...”
“잠깐.”
해경이 급한 사안이라도 있는 듯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불쑥 끼어들었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런 해경을 쳐다봤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좌중 사이로 TV에서 출력된 음성만이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그만둬. 어차피 늦었으니까. 나, 너까지 데리고 가기 싫다. 나중에 죄송해서 너희 어머니 얼굴 어떻게 보냐.]
화면 속 남자가 당장이라도 숨이 끊길 듯이 아슬아슬하게 대사를 이어나가다 끝내 눈을 감았다. 그의 곁을 지키던 누군가의 고함과 울음소리가 한동안 이어지고 드라마는 다음 장면으로 전환됐다.
“계속하세요.”
여상하게 건네는 해경의 말에 자리해 있던 가족들 모두가 황당한 얼굴을 해 보였다.
“너 지금 기껏 드라마 하나 보자고...”
어이없어하는 성진의 말을 이어 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점점 갈수록 희한한 쪽으로 미치는구나.”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해경은 그러다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하면 된 것 같습니다. 저 갑니다.”
“너 이 새끼! 안 앉아?”
태경이 아버지 쪽을 힐긋 보곤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서회장도 화가 났는지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인데 이게 무슨 예의 없는 짓이냐. 앉아라.”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해경이 현관으로 향하다 발길을 멈췄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야 이전에 충분히 많았습니다. 이제 와서 투정하지 마세요.”
서회장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세월이 흐른 흔적이 스며든 남자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네 엄마 그렇게 죽고 나서 너만 힘든 거 아니다.”
잠깐의 사이를 두고 남자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해경이 픽 하고 웃었다.
“아버지.”
해경이 돌아서 늙은 남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후회하지 마세요. 해봤자 소용없는 일은 하지 마시고 지금껏 살아오신 대로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사세요. 오래오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돌아선 해경은 큰 보폭으로 걸어가 현관문을 나섰다. 해경은 쓸데없이 넓은 정원을 가로지르며 품에서 담배를 꺼내 불량하게 입에 걸쳤다. 해로운 것이라. 저 집이야말로 지독하게 몸에 해로웠다.
아. 그래도 TV 하나만큼은 나름대로 쓸 만했었나. 화면 가득 차오르던 연선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남자는 대궐 같은 집을 빠져나왔다.
계약일 이후 처음으로 소속사를 찾은 선우는 지금 대표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흠.”
상석에 앉아있던 현석이 테이블 위에 펼쳐진 잡지를 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선우씬 어떻게 하고 싶어요?”
그의 말에 거꾸로 놓인 기사를 침착하게 다시 훑던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쉽게 판단이 서질 않네요. 해명을 하자니 애매하고, 제대로 대응을 하자니 고소밖에 없는데 선례가 없더라고요.”
“선례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현석이 알아본 것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8년 전에 이니셜 기사 쓰던 신문사 상대로 여배우가 한 번 고소한 적이 있긴 해요. 문제는 재판 기간만 일 년 가까이 걸린 데다 결국 승소했지만 기자는 얼마 안 되는 벌금만 물고 끝. 거기다 사람들 대부분은 결과가 나왔을 땐 이미 거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죠. 당시에 그 배우는 드라마보다 예능으로 주목을 받았었는데 그 후론 방송 활동을 접었고요."
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끝마쳤다. 소파에 앉아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선우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씁쓸했고 또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웠다.
"8년..."
선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 사이에 그 여배우나 저 같은 경우가 한 번도 없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용했던 건 시시비비와 진실을 가리는 것의 효용성 때문이리라.
"차라리 찌라시는 처음 유포될 때 실명을 붙여 나가는 경우가 꽤 많아서 마음먹고 고소하자면 잡기엔 더 수월한 면도 있어요. 그런데 지면은 이제 이니셜도 무작위로 붙이는 데다 애초에 빠져나갈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놔서 고소하기 애매한 부분이 좀 있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니셜을 기사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성에서 직접 따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최대한 특정성을 피하기 위해 A, B, C와 같이 이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이니셜 조합을 선호했다.
"무엇보다 연예인들 중에 재판 과정에서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꽤 많아요. 그래서 이런 걸 계속 찍어내는 곳에서도 그 점을 어느 정도 보험으로 두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법무팀에는 얘기를 넣어놓은 상탠데.”
그때 누군가 불쑥 대표실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현석이 들어서는 이를 보고 입을 열었다.
“너 여기에 무슨 지분 있냐? 남의 회사에 관심이 너무 많은 거 같다?”
해경이 피식 웃으며 선우의 맞은편에 앉았다.
“관심 많지. 누구 때문에.”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란 선우에게 해경은 다정한 시선으로 가볍게 눈인사를 건넸다. 현석이 쩝, 입맛을 다시며 괜히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 다시 반대 방향으로 꼬았다.
“그래. 뭐, 보나 마나 또 흑기사 하러 왔겠지. 본론이나 빨리 꺼내봐.”
해경이 현석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기사는 고소해. 잡지에 한 번 나오고 마는 거면 또 몰라도 이미 인터넷에 많이 퍼지기도 했고 이 정도면 특정성이 강해서 처벌받을 거야. 그래봤자 벌금 몇 백으로 끝나는 데다 소송 과정이 피곤하긴 하지만 이제 시작인데 악질적인 루머는 떼고 가야지. 이대로 놔두면 비슷한 방법으로 또 당할 수도 있고.”
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냐? 잡지 발간한 날 바로 인터넷에 올라오더니 벌써 이 정도로 퍼진 것도 그렇고."
"그야 의도한 거니까. 아마 이걸 쓴 인턴도 작은 조각 기사 하나가 이렇게 인터넷에 많이 퍼질 줄은 몰랐을 거야.”
작당하고 퍼뜨린 사람은 따로 있는 듯했다. 그것 역시 인턴에게 접대와 뒷돈을 제공한 자가 사주했을 확률이 높았다.
“뭐야. 이런 기사를 인턴한테 시켜?”
“언론사마다 다르겠지만 여긴 가끔 인턴한테도 시키는 모양이야. 회사 입장에선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쉽게 꼬리 자르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굳이 삼류 소설 쓰는데 베테랑까지 필요하진 않으니까.”
시니컬하게 내뱉은 해경은 선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우씬 어때요. 고소해도 괜찮겠어요?”
“바로잡을 수 있다면 바로잡고 싶습니다.”
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선우와 현석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해경을 쳐다봤다.
“우리 이쯤에서 이태형부터 치우고 가죠.”
========== 작품 후기 ==========
인터넷 반응에 의도된 오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dokhae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이편입니다.
러프 컷은 4n회차로 완결될 예정입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완결분까지 준비하여 다음 달부터 다시 연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전체적인 글 분량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완결 후 2~3일 뒤에 습작할 예정입니다.
완결까지 읽고자 하시는 분들은 11월 셋째 주와 넷째 주쯤에 한 번씩 들러 연재와 완결 여부를 체크하셔서 늦지 않게 글을 다 읽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독자분들 몸 건강히, 즐겁게 짧은 가을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는 11월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