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서 (2)
띠리리링~~
익숙한 배경음과 함께 카메라가 세원 병원 입구로 들어섰다.
[세계 유일의 트리플보드 흉부외과 최기석 과장님. 흉부외과 진료 시작.]
낯 뜨거운 현수막을 지난 후 카메라는 세원병원 건물을 오랫동안 비추었다.
영상에 담긴 세원병원이 최기석은 어쩐지 낯설었다.
매일 출근해서 일하는 곳이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접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할까. 정설화도 같은 감정인지 ‘꺅’ 하는 외마디를 지르고 그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세원 병원. 국내 유일의 심장전문 병원의 아침은 그 어떤 곳보다 분주하다.]
내레이션이 흐르고 의국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카메라는 의국의 내부를 크게 훑더니 컴퓨터 앞에 앉은 심용준을 비추었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아, 네. 어제 당직이었거든요.”
VJ의 질문에 심용준이 까맣게 죽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TA, 아니 교통사고 환자가 여럿 온데다가 병동 환자 중에 위급한 환자도 있어서 밤새 고생했습니다.”
“야간에 흉부외과를 찾는 환자가 많은가요?”
“솔직히 많은 편은 아니지만 왔다 하면 중환자죠. 그래서 응급실에서 전화 올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려요.”
“근무가 끝났으니 이제 쉬는 건가요?”
“아니요.”
심용준이 휘휘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저녁까지 근무해야 돼요. 처방 정리해야 할 것도 있고 수술 스케줄도 있어서요.”
“밤을 새고 또 근무를 선다고요?”
VJ의 목소리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이 어렸다.
“사람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죠. 전 레지던트 2년 차인데도 막내거든요.”
“흉부외과는 왜 다른 과보다 의사 선생님들이 적죠?”
“일은 힘들고 돈은 안 되니까요. 우선 언제 응급환자가 들이닥칠지 몰라서 항시 응급대기를 해야 합니다. 쉬는 날에 불려 나온 적도 한둘이 아니에요.”
“…….”
“거기다 수술을 했다 하면 보통 중환자고 수술 시간이 보통 서너 시간을 넘겨요. VJ님 같으면 같은 봉급 받고 다른 과에 일하겠어요? 흉부외과에 일하겠어요?”
“왜 지원자가 없는지 알겠네요. 그럼 심용준 선생님은 왜 흉부외과에 지원하셨어요? 원대한 포부라도 있었습니까?”
“거창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심용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의사들은 인턴 때 과를 돌면서 수련하는데 한 번은 흉부외과 수술 보조에 나선 적이 있어요. 그때 집도중인 펠로우 선생님이 제게 환자의 심장을 만져 보라고 했어요.”
“그래서요?”
“심장에 손을 얹었는데 심장박동이 강렬하게 제 손을 사로잡았죠. 심장이 그렇게 세게 뛰는 줄 몰랐거든요.”
“심장에 직접 손을 댈 일이 없긴 하죠. 설령 의사 선생님이라도.”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낚였어요. 그 강렬한 두근거림을 제 손으로 고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흉부외과에 지원한 걸 후회하십니까?”
“잘 모르겠네요.”
“무슨 뜻이죠?”
“결혼에 대한 격언 아세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이요.”
심용준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금이 너무 힘들기는 하지만 흉부외과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또 거기에 대한 고통을 안고 지냈을 거예요. 뭐. 굳이 따진다면 지원한 게 조금 더 좋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