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닥터 최기석-386화 (385/407)

세원 병원 (1)

수술방을 잡는 동안 최기석은 환자의 바이탈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수액의 종류와 드롭량을 조절했으며 패혈증을 잡기 위해 3세대 항생제를 투여했다.

동시에 병동에 전화해 응급수술이 가능한 인원을 모았다.

로젯이 확정된 순간 세 명의 인원이 응급실로 투입되었다.

폐식도외과 펠로우 이현.

치프 레지던트 이다니엘.

레지던트 막내 심용준.

이 세 명이 그 주인공이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살 수 있는 거죠?”

잠자코 있던 보호자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최기석을 응시했다.

수술 동의서를 작성한 후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그녀였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암담할 것이다.

모처럼 아이를 데리고 피크닉에 나섰다가 아이가 신기해할 만한 질소과자를 사 줬는데 이런 끔찍한 결과가 생길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네. 반드시 살리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머리가 땅에 닿을 듯한 보호자의 인사를 받으며 최기석과 스태프들이 수술실로 이동했다.

“과장님. 제가 감히 이런 말씀 드리기는 그렇지만…….”

펠로우 이현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환자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시면 나중에 원망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렇겠지. 하지만 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싶지 않아. 배수의 진을 치고 수술하는 거지.”

“아…….”

최기석의 말에 이현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우리 과에서 수련 중인 폐식도외과 펠로우는 너밖에 없지?”

“네. 그렇습니다.”

“환자 차트 확인했지? 네가 집도의라면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건지 말해 봐.”

최기석의 지적에 이현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음. 그게…….”

추임새를 넣으며 머리 굴리는 이현을 보며 최기석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 환자는 이현이 집도해야 했다.

문제는 이현의 태도를 봤을 때 환자의 미래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점이었다. 흉부외과 전문병원에서 이 정도도 커버를 하지 못하면 수치이거늘…….

“죄,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식도천공 공부 안 했어?”

“…….”

“끝나고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일행이 수술실에 도착했다.

벅. 벅. 벅. 벅.

스크럽을 끝낸 스태프들이 환자와 로젯으로 들어갔다.

환자를 확인하는 타임아웃, 환자 감시 장치 연결, 전신마취, 수술 도구 준비 등의 절차가 물 흐르듯이 이어졌다.

“환자 바이탈은 어때요?”

“혈압 120/70 mmHg, 맥박수 70회/분, 호흡수 17회/분, 체온 37.2도입니다. 처음에 비하면 많이 잡혔습니다.”

“좋아요.”

마취의 보고에 최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식도천공에 대한 식도 문합술을 시작한다.”

“네.”

심용준이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그 위를 방포로 덮었다.

스으으윽.

최기석은 메스로 환자의 목부터 가슴까지를 일자로 내리 그었다. 식도천공만 치료한다면 기관절개술을 했겠지만 환자는 종격동염까지 함께 앓고 있었다.

천공과 종격동염의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했다.

따라서 정중흉골개술까지 펼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절개창에 견인기를 끼우고 좌우로 벌리자 수술 부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이는 종격동에 있는 염증 배농해. 용준이가 도와주고, 다니엘은 나와 식도천공 부위를 손본다.”

“알겠습니다.”

최기석의 지시로 본격적인 수술의 막이 올랐다.

‘이래도 되는 건가?’

이현은 염증으로 부풀어 오른 종격동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조금 과장해서 종격동에 생긴 염증이 낙타 혹처럼 컸다.

절제를 하면 고름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처치 부위를 살피던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과장님.”

“왜?”

“종격동 좌측 피부에 괴사조직이 있습니다.”

염증조직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새까맣게 죽은 부위가 눈에 띄었다.

“괴사조직하고 인근 부위까지 깔끔하게 드러내. 어설프게 제거하면 환자에게 패혈증이 온다.”

“네.”

이현은 메스를 들고 종격동염이 있는 부위에 십자의 절개창을 냈다. 개방창이 생기기 무섭게 샛노란 고름이 꿀렁꿀렁 바깥으로 밀려나왔다.

치이이익.

타이밍 좋게 심용준이 석션에 나섰다.

석션기로 배액한 고름만 무려 18CC에 이르렀다.

환자가 치료 한 번 받지 않고 지금까지 버텨다는 사실이 기적 같았다.

심용준이 석션하는 동안 이현은 종격동에서 조금 떨어진 괴사조직을 광범위하게 제거했다.

텅!

괴사조직이 곡반으로 떨어졌다.

“랩으로 보내서 균 검사해 주세요.”

“바로 보낼게요.”

순환간호사가 검체를 들고 로젯을 빠져나갔고, 이현은 계속해서 흉관삽입에 나섰다.

[식도천공 공부 안 했어?]

간신히 발등에 불을 끄자 최기석이 했던 말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에 맴돌았다.

두 볼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펠로우 수련 1년 차임에도 식도천공을 제대로 집도할 줄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나름의 사연은 있었다.

지도교수인 박효성이 그에게 식도 파트에 대한 가르침을 제대로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박효성이 교육을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

그것은 박효성이 그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었다.

본래 밑에 사람이 일을 잘하면 윗사람이 이를 견제하기 마련인데, 그런 맥락에서 박효성은 일부러 식도 파트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지 않았다.

넌 아직 내 밑이다.

배울 것이 남았으니까 잘해라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 둬야지.’

삽관을 끝낸 이현의 시선이 최기석에게 향했다.

“처치 끝났어?”

“아, 네.”

“그럼 어시하면서 잘 들어.”

최기석은 포셉을 이용해 식도과 주위 조직을 분리하며 말을 이었다.

“식도천공은 일반적으로 흉부천공이 가장 많아. 그리고 이 경우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농흉과 패혈증이 공통적으로 발견 되지. 핵심 처치는 천공의 일차적 봉합과 동시에 배농술, 패혈증에 대한 처치, 이 세 가지다. 알았어?”

“명심하겠습니다.”

이현을 대답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최기석은 파열 부위를 연속 봉합으로 꿰매는 중인데 그 와중에도 본인이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입 다물고 해도 어려운 봉합이 아닌가.

그런데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봉합을 한다는 것은 가히 봉합이 신의 수준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지금부터 봉합 순서를 말해 줄게. 종격동 처치하느라 제대로 못 봤을 테니까.”

“네.”

“우선 식도근과 주변 근육을 분리하고 식도천공이 일어난 부위를 연속 봉합해. 그다음에 분리한 식도근을 단속 봉합으로 다시 꿰매면 된다.”

“알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식도천공에 대한 일차 문합술이 끝났다.

메틸렌 용액으로 누수 확인을 했지만 용액이 새는 일은 없었다.

최기석의 봉합은 예상대로 완벽했다.

“과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짜식들.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셔?”

스태프들의 인사에 최기석이 쓴웃음을 터뜨렸다.

“식도 문합이 끝났으니 수술은 끝난 거 아닙니까?”

“환자는 위벽 손상도 있어. 위에도 처치를 해야 해.”

“그건 위장관외과의 몫 아닙니까?”

이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식도천공으로 발생한 위손상이라면 흉부외과가 처치해야지. 세원 병원은 식도암 환자에게 위식도 문합술을 할 때 위장관외과를 부르나?”

“아, 아닙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하는 게 맞아.”

최기석이 나머지 처치를 하는데 갑자기 로젯 내 전화기가 울렸다.

이에 심용준이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떠나 전화를 받았다.

“흉부외과 로젯입니다.”

“…….”

“아. 네. 알겠습니다. 일단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복귀한 심용준이 최기석의 눈치를 보며 운을 뗐다.

“그게…… 심장내과 로젯인데요. 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중에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시 과장님이 와 주실 수 없냐고 하는데요.”

“첫날부터 신고식이 과한걸?”

최기석이 한숨을 쉬고 스태프들을 훑어보았다.

“마무리는 현이가 지어. 수술 부위만 닫으면 되는 거라 어렵지는 않을 거야. 난 내과 로젯으로 가 볼게.”

“네. 수고하십시오.”

“무사히 끝내겠습니다.”

“믿는다.”

스태프들의 인사를 받은 그는 새로운 복장으로 스크럽을 끝낸 후 심장내과 로젯으로 들어갔다.

“최 과장님 오셨습니다.”

“오셨군요.”

내과 스태프들이 일제히 최기석에게 쏠렸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PCI를 하는 중이었는데…….”

집도의 윤재현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환자는 올해 60세의 고령으로 관상동맥 협착증을 앓고 있었다. 환자가 CABG(관상동맥 우회술)가 아닌 PCI를 희망했기에 카테터로 막힌 혈액을 뚫어 주는 PCI를 받게 되었다.

문제는 PCI 도중에 발생했다.

발룬 카테터를 삽입했음에도 혈관이 개통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바이탈이 계속 떨어지며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결단코 PCI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대체 환자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잠시만요.”

최기석은 차트를 살펴본 후 환자를 향해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했다. 그러자 진단명에 관상동맥의 급성 박리와 관상동맥 혈전증이 떠올랐다.

집도한 내과의는 한마디로 재수 없는 케이스에 걸렸다.

PCI에 문제가 없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응급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었다.

“CABG로 전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환자는 내과적인 처치로는 한계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수술 동의서는 제가 직접 받겠어요.”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는데 가능하면 MIDCAB을 하고 싶습니다만....”

“MIDCAB이요?”

MIDCAB(Minimally Invasive Direct Coronary Bypass grafting)이란 최소침습적 관상동맥 우회술을 말한다.

우선 OPCAB과 마찬가지로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절개창의 크기는 작으며 로봇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게 특징이었다.

“차트를 보니 환자의 혈관이 완전폐색 수준인데다가 병변이 지나치게 길더군요. 고혈압과 당뇨병까지 앓고 있고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수술 위험도가 높은 환자분에게는 MIDCAB이 효율적입니다.”

“흐음…… 제가 책임지고 보호자를 설득하겠습니다. 우선 환자와 C 로젯으로 이동하시죠. C 로젯에 수술 가능한 로봇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기석은 C 로젯으로 이동해 수술 준비에 나섰다.

그사이 식도천공을 마무리 지은 역전의 용사들이 로젯에 도착했다.

그들은 최기석의 브리핑을 듣고 혀를 내둘렀다.

간신히 식도천공 수술을 끝냈더니 MIDCAB 보조가 떨어졌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이 정도면 애교야. 나랑 일하면 앞으로 이것보다 더 심한 케이스도 겪을걸?”

“과장님이 전설의 환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 대단하십니다.”

“나도 알아.”

스태프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내과 집도의가 로젯으로 들어왔다.

“보호자분이 MIDCAB에 동의했습니다. 수술 잘 부탁드립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뒤는 제게 맡기세요.”

최기석은 내과의와 인사를 나누고 콘솔에 앉았다.

패시브 스킬

NEW [로봇공학 Lv.3]

- 로봇 수술을 할 경우 로봇을 다루는 능력과 로봇 처치 속도가 1.5배 상승합니다.

- 레벨이 증가할수록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최대 레벨은 3단계입니다.

상태창을 확인하자 스틱을 쥔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번 수술, 실패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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