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닥터 최기석-249화 (248/407)

마지막 기회 (1)

그날 오후.

구조 팀 업무가 모두 끝났다.

최기석은 동료들과 헤어진 후 기숙사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 처치한 환자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파커의 메일로 보냈다.

"좋아. 잘 풀리고 있어."

상태창을 살피며 미소 지었다.

그동안 구조 팀 활동을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그중 한 가지는 한국에서 경험하지 다양한 케이스의 응급환자를 처치한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게임 능력의 발전이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병동 생활을 할 때보다 성장 속도가 압도적이다.

우선 폐인킬러의 일일 사용횟수가 3회로 증가했다.

살려야 한다는 4레벨에서 5레벨로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던 각성 CPR 버프를 동료에게도 걸어 줄 수 있었다.

얼어붙은 심장 역시 3레벨에서 4레벨로 올랐으며, 스킬에 필요한 한계의 돌은 열 개나 모았다.

구조 팀 활동을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

고생은 많지만 그만큼 보상도 짭짤했다.

추가로 상점까지 얻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으라차차."

최기석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사실 보상보다 기쁜 것이 스승의 생환이다.

스승의 사망선고를 들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 덕에 원치 않는 폐인 생활도 했고 말이다.

"교수님. 기석입니다."

[구조 팀 근무 끝났어요? 그럼 식당에서 볼까요?]

"네. 곧바로 가겠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을 찾았다.

송명진이 오지 않았기에 낮에 받은 제육볶음과 즉석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최 선생. 뛰어왔습니까? 엄청 빠른데요?"

"교수님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식사하고 싶어서요."

"으음…… 아무래도 오늘 많이 이상한데……."

송명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제육볶음을 시켜 달라고 부탁하지를 않나, 만나자마자 격한 포옹을 하지 않나, 이상한 악몽을 꿨다고 하지 않나.

이런 모습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본 적이 없다.

"교수님은 절대로 제 기분 모르실 거예요."

"그럼 설명을 해 봐요."

"그게…… 말해도 믿지 않으실 걸요?"

"세계 7대 미스터리 같은 겁니까?"

"그것보다 훨씬 대단한 일이에요."

최기석은 웃으며 송명진에게 수저를 내밀었다.

"교수님. 식사 맛있게 하세요."

"최 선생도 많이 들어요."

두 사람이 허겁지겁 식사에 나섰다.

써전들은 직급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항상 배가 고팠다.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최 선생이 구조 팀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말이에요."

송명진이 먼저 식사를 끝내고 입을 열었다.

"병동 일도 힘들 텐데, 구조 팀 활동까지 하다니. 몸을 너무 혹사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충분히 버틸 만해요."

처치를 하면 환자바라기로, 처치 외적인 상황에서는 펫 하티의 회복의 바람 효과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적은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강철 체력이군요. 정말 대단해요. 최 선생은 심장이식까지 받았는데."

"저도 제 몸에 놀라곤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의 부속병원 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기석이 화제를 돌렸다.

"아무래도 부속병원 스태프들은 본원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긴 하더군요. 그래서 수술 매뉴얼을 정리하고 몇 가지 요령을 알려 줬어요."

송명진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기석은 눈을 빛내며 그의 말을 들었다.

스승의 말이 특별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승과 이렇게 다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그러고 보니 신경외과 헤드 치프 선출일이 얼마 안 남았군요."

"루카스 과장과 매튜 과장의 지지는 아직 팽팽한가요?"

"아니요. 매튜 과장 쪽으로 확 기울었어요."

송명진이 휘휘 고개를 저었다.

"네? 얼마 전 두 사람이 막상막하라고 말씀하셨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변수가 생겼어요. 파커가 힘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파커라면…… 응급의학과 과장 말씀입니까?"

"그래요. 파커는 거미손이라고 불릴 만큼 임원들과 친분이 두터워요. 파커가 대놓고 매튜를 미는 바람에 균형이 깨져 버렸죠."

뜻밖의 정보가 최기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말인즉슨 이쪽에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매튜가 헤드 치프가 된다는 뜻이다.

'어쩌면…….'

최기석은 한 가지 가정을 세웠다.

킹 메이커 임무 완수 조건 중 매튜의 평판을 깎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아마 그 조건은 이런 상황까지 예측해서 생긴 게 아닐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죠?"

"아, 죄송합니다. 불쑥 떠오른 게 있어서. 그런데 교수님은 두 사람 중에 어떤 분을 더 좋아하십니까?"

"당연히 루카스 과장을 좋아하죠. 몇 번 협진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 루카스는 실력도 좋고 인성도 훌륭한 사람이에요."

"역시 그렇군요."

최기석은 식사 후 송명진과 두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어도 스승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대화가 끝난 후 최기석은 신경과 병동을 찾았다.

드르르륵.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피아니스트 카터가 보였다.

그는 마비를 앓고 있는 손으로 악력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재활치료 시간이 아님에도 회복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느껴졌다.

"반가워요. 닥터 최."

"안녕하세요."

"이런 것도 하나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다니…… 상태가 많이 안 좋긴 한 것 같습니다."

카터가 쓴웃음을 지으며 악력기를 내려놓았다.

"그래도 회복에 힘쓰는 카터의 의지는 누구도 구부릴 수 없겠죠."

"하하하. 맞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재활을 잘 마치고, 피아노 앞에 서야죠."

"카터가 보기에 두진이는 어떤가요?"

최기석이 화제를 돌렸다.

사실 카터를 찾은 것은 그가 김두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서다. 구조 팀 활동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두진이는 천재입니다. 내가 본 천재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에요."

"……."

"연주는 말할 필요도 없고, 곡을 자신의 스타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발군입니다. 조금만 가르치면 작곡에서도 빛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극찬하시는군요."

"충분히 그럴 만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카터가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두진의 어머니와도 속 깊은 이야기를 해 봤는데 생활비로 고생하시는 것 같군요. 그래서 두진이가 데뷔할 때까지 제가 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말이십니까?"

"네. 두진이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어졌어요. 같이 작업하면 내가 배우는 것도 많을 거고요. 이른바 윈윈이라고 할까요?"

"잘 됐습니다."

최기석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형편이 좋아지면 두진이도 공부에 더 매진할 수 있으리라.

참아야 할 것들도 줄어들 테고.

"카터,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죠. 덕분에 재활에 대한 의지가 더욱 강해졌으니까."

최기석은 카터와 대화를 끝낸 후 신경외과 휴게실을 찾았다.

휴게실은 텅 비었고 꺼지지 않은 TV에서 쇼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고 한 장의 종이를 손에 쥐었다.

구조 팀 출동을 끝내고 복귀하는 도중 파워볼에 응모했다.

"한 주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파워볼 추첨을 시작합니다!"

진행자의 외침에 방청객들이 박수를 쏟아냈다.

"첫 번째의 공의 숫자는 3! 3번입니다. 이어서 두 번째 공의 숫자는 4! 4번입니다. 세 번째 번호는……."

추첨이 진행되는 가운데 최기석은 응모권과 TV를 번갈아 살피기 바빴다.

"뭐야. 너도 파워볼 했어?"

문이 열리고 래리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그는 최기석의 옆자리에 앉아서 TV를 응시했다. 그의 손에도 파워볼 응모권이 들려 있었다.

"마지막 번호는 32번입니다!"

진행자의 말에 래리가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하아…… 다섯 장이나 돌렸는데 딱 숫자 세 개 맞았네. 한 줄에 하나꼴이야. 미스터 최는?"

"나도 망했어. 뭐. 재미 삼아서 딱 한 장만 샀지만."

"번호는 몇 개나 맞혔는데?"

래리가 그의 응모권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기석은 손으로 응모권을 구겨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나도 안 맞았어."

"하긴 우리 복에 파워볼이 가당키나 하겠어."

래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추첨도 끝났는데 야식이라도 먹을래?"

"좋지. 너 먼저 의국에 가 있어. 나는 생각 좀 정리하고 갈 게."

"오케이. 그럼 피자 시킨다."

래리가 떠난 후 최기석은 쓰레기통에 있던 응모권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응모권을 펴서 입김으로 주변에 붙은 먼지들을 날려 버렸다.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

거기에 맞춰서 몸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즐거움을 만끽한 그는 응모권을 가운에 넣고 휴게실을 떠났다.

* * *

다음 날.

오전 회의와 회진이 별 탈 없이 끝났다.

수술 스케줄이 없었던 최기석은 의국에서 외과 매뉴얼을 살피고 있었다.

그동안 일과 후 꽤 많은 수술 동영상을 촬영했다.

하지만 중복 수술이 많아서 수술의 종류는 아직까지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척추 수술은 동영상이 전무하며 스크럽을 선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척추 관련 수술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막간의 공부를 마치고 의국을 나오는데, 맞은편에서 척추외과 교수 풀먼이 다가왔다.

"미스터 최. 잠깐 나 좀 봅시다."

"네."

두 사람은 휴게실 소파에 앉아서 서로를 응시했다.

딱. 딱. 딱. 딱.

먼저 보자고 했음에도 풀먼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초조한 표정으로 치아만 부딪칠 따름이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그의 안쓰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최기석이 나섰다.

"아니요. 하나도 괜찮지 않아요."

"정 불안하시면 루카스 과장님께 같이 가 드릴까요?"

"내가 하려는 말을 어떻게 알았죠?"

풀먼이 놀란 토끼 눈을 했다.

"오늘쯤이면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숨기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은…… 오전 회의 때 이야기할까 했는데, 도무지 용기가 안 나더군요. 새롭게 외래를 맡은 교수가 별안간 폐암 말기라니……. 농담으로 받아들이진 않을까 싶기도 하고."

"……."

"그래서 루카스 과장님께 먼저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혹시 가족분들께는……."

그의 질문에 풀먼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최. 미안하지만 집무실 앞까지만 같이 가 줘요. 그러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물론입니다."

두 사람이 휴게실을 나와 루카스의 집무실 앞에 섰다.

"아…… 젠장."

풀먼이 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망설였다.

아직까지 결심을 굳히지 못한 모습, 최기석은 그의 어깨에 손 올리며 격려를 사용했다.

휘이이잉.

그의 손에서 뿜어진 빛이 풀먼을 감쌌다.

"그래. 이 바보 같은 짓을 이제 끝내야지."

그가 눈을 딱 감고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미스터 최."

풀먼이 감사 인사를 표하며 안으로 들어갔고, 최기석은 집무실 문을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이윽고 그가 찾은 곳은 신경외과 소아병실.

오늘이 베라의 퇴원일이었기에 떠나기 전 얼굴을 보고 싶었다.

드르르륵.

병실로 들어가서 베라를 내려다보았다.

베라는 두 눈을 감은 채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티나는 잠깐 자리를 비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네가 고생이 많았지.'

최기석은 베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아이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손을 거두려는 찰나, 베라가 눈을 번쩍 뜨고 그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가 너무 좋았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베라의 인사와 함께 알림이 울렸다.

띠링!

[숨겨진 임무, 새 삶을 위한 임무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베라 모션이 개방됩니다.]

'베라 모션이라…… 비슷한 이름을 들어본 것 같은데…….'

최기석은 기억을 더듬으며 새로운 능력을 확인했다.

NEW [베라 모션]

- 왜 싸워야 하는 거죠? 동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 신규 스탯 업적 포인트로 베라 모션의 다양한 특수능력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1단계 부활: 사용 가능]

[2단계 아수라: 봉인, 업적 포인트 1,000 A.

P 필요]

[3단계 헬 피닉스: 봉인, 2,000 A.

P 필요]

[4단계 폭주의 피: 봉인, 3,000 A.

P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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