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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닥터 최기석-247화 (246/407)

레전드 (6)

지이이잉.

문이 열리고 흉부외과 스태프와 최기석이 수술실로 나왔다.

'기적이야. 이건.'

최기석의 시선이 야사다에게 고정되었다.

그의 수술 솜씨는 경이로웠다.

폐 파열에 대한 처치는 신속했으며, 흠잡을 곳이 없었다.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그가 폐동맥 문합까지 해냈다는 점이다. 본래 폐동맥 문합은 심장외과 파트에서 해야 할 일로 동행한 제1보조가 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를 폐식도외과 파트인 야사다가 직접 끝냈다.

동행한 제1보조에게 양해를 구하고, 번개 같은 속도로 끝내 버렸다.

써전의 경지가 절정에 다다르면 이럴 수도 있구나.

최기석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더불어 자신 외에 송명진을 위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송명진의 인망이 두터움을 재확인했다.

"자네 집도를 처음부터 지켜봤네. 완전히 미쳐 날뛰더군."

루카스가 야사다의 앞을 가로막았다.

"닥터 송이 수술대에 누운 순간 난 이미 미쳐 있었어."

"고생했어. 마무리는 내게 맡기게."

루카스가 야사다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야사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윽고 흉부외과 스태프와 신경외과 스태프들이 교차했다.

송명진을 살리기 위한 대장정.

그것이 최후의 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스터 최, 할 말 있나?"

스크럽하던 루카스가 최기석을 응시했다.

아까부터 느낀 그의 시선에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이번 수술에 보조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미 일반외과 파트에서 퍼스트를 서고, 흉부외과 파트에서 세컨드를 섰잖아. 이번에는 쉬는 게 좋겠군."

"체력은 아직 문제없습니다. 집중력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고요. 믿어 주신다면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최기석의 눈에서 불길이 뿜어졌다.

송명진을 살리겠다는 그 열망을 다른 스태프들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여간 저 고집은 말릴 수가 없다니까."

"……."

"스크럽 빨리 끝내고, 퍼스트에 서도록."

"감사합니다."

최기석은 꾸벅 고개를 숙이고 솔로 팔과 팔뚝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신경외과 스태프들이 로젯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분발해 줬어.'

루카스의 시선이 수술 시계에 머물렀다.

일반외과 수술과 흉부외과 수술.

이 두 가지를 진행하는 데 고작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루카스와 야사다가 아닌 다른 써전이 수술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케이스라면 신경외과 수술 전에 환자가 벌써 사망했으리라.

"흉부외과 수술 후 바이탈이 현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수술하기에 앞서 마취의가 환자 상태를 보고 했다.

송명진의 호흡과 혈압, 맥박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수술은 신속하고 완벽하게 끝났지만, 몸이 그것을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다.

"승압제 투여하고 고농도 산소 투입합니다. 세컨드는 아미노반 IV(정맥주사) 투입."

"알겠습니다."

"네!"

바이탈을 정상범위로 끌어올리는 사이, 최기석은 송명진의 머리를 면도했다.

뇌수술의 경우 머리카락으로 인한 오염을 막기 위한 쉐이빙이 필수다.

"지금부터 경막하 출혈에 대한 수술을 시작한다."

루카스의 말에 제2보조가 머리를 소독하고 방포를 덮었다.

루카스는 소독간호사가 건넨 메스로 송명진의 두피를 조심스럽게 절개했다.

절개가 끝난 후 최기석이 드릴로 절개 부위에 구멍을 뚫었다.

드르르르득.

드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개두술이 끝나고 두개골을 드러내면서 송명진의 머릿속이 한눈에 드러났다.

"생각보다 심각하군."

루카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좌 측두부에 심각한 출혈이 발생했다.

이 고인 피 때문에 측두부의 뇌가 압박을 받은 채 반대편으로 쏠려 있었다.

"우선 뇌압부터 낮춰야겠어. 만니톨하고 바르비투르 IV."

"네."

지시받은 세컨드가 약물을 투여하는 동안, 루카스와 최기석이 본격적인 처치에 나섰다.

두 사람은 석션기로 경막 아래 고인 피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클립을 사용해서 충격으로 터진 뇌혈관을 묶어 주었다.

일련의 처치가 끝나자 뇌압이 30mm Hg까지 떨어졌다.

정상 뇌압의 범위가 5mm Hg - 15mm Hg라는 점.

처치 전 뇌압이 30mm Hg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송명진의 코와 귀에서 멀건 뿌연 물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바로 뇌척수액이다.

"가만있어!"

"과장님, 이대로 두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뇌척수액을 막아 주던가, 아니면 소독이라도……."

처치하려던 세컨드가 루카스의 지적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뇌척수액이 흐를 때는 가만히 놔두는 게 좋습니다. 억지로 막거나 소독을 하려다가 오히려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최기석의 설명에 세컨드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교수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뇌압은 떨어졌지만……."

최기석은 수술 부위를 살피며 얼굴을 찡그렸다.

출혈은 잡았지만, 뇌실질의 타격이 너무 컸다. 그로 인해 뇌의 일부가 심각하게 부풀어 올랐다.

개방성 골절에 관한 처치는 아직 시작도 못 했고 말이다.

"우선 혈종을 제거하고, 뇌엽 절제술을 펼쳐야지. 골절에 대한 처치는 제일 마지막이다."

"알겠습니다."

후속 처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기석은 전심전력으로 루카스를 도왔다.

트레이닝 룸 수련을 통해서 각종 수술을 직접 집도하고 보조까지 해 봤다.

그래서 수술 중 집도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루카스가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집도하도록 거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혈종 제거술과 측두엽 절제술, 경막 성형술과 개방성 골절에 대한 처치가 모두 끝났다.

외과에서 할 수 있는 처치는 전부 끝난 것이다.

최기석은 히포크라테스의 눈으로 송명진을 살핀 후 입술을 깨물었다.

상태는 여전히 응급.

경과는 회생불능에서 불량으로 한 등급 내려갔다.

스승의 미래는 여전히 뿌연 안개와 같았다.

* * *

그날 자정.

최기석은 외과환자실에서 송명진을 keep(의사가 환자와 밀착하여 경과 관찰하는 일)하고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바이탈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그래서 한 시간 전에 에크모까지 달았다.

"교수님."

그는 의식이 없는 송명진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스승의 손은 따뜻했다.

생사를 헤매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닥터 최. 휴게실에서 잠깐 쉬었다가 와요."

라운딩하던 간호사가 말을 걸었다.

"전 괜찮아요."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수술실에 있다고 들었는데. 이러다가 닥터 최가 먼저 병들겠어요."

"정말 괜찮아요. 걱정해 줘서 고맙습니다."

그가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간호사는 결국 자리로 돌아갔다.

시간이 흘러 새벽 두 시가 됐다.

최기석은 자신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

각종 체력 버프와 얼어붙은 심장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동안 쌓인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는 견뎌 내기 힘들었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불쾌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최기석은 눈을 번쩍 뜨고, 환자 감시 장치를 응시했다.

갑자기 바이탈이 곤두박질쳤다.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하자 새로운 진단명 패혈증이 떠올랐다.

순간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 몰려 왔다.

패혈증이란 오염된 미생물로 인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수술이 끝난 환자를 사망으로 이끄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그는 재빠르게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실로 보냈다.

패혈증을 일으킨 균의 종류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당직근무 중인 감염내과 레지던트를 호출했다.

"하아…… 하아…… 헤드 치프의 상태는 어때요?"

감염내과 레지던트가 침상 옆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패혈증이 의심됩니다. 체온이 38도를 넘었고, 에크모를 착용했는데도 과호흡이 진행되고 있어요. 맥박도 상승 중이고요."

"혈액 검사는요?"

"십 분 전에 보냈습니다."

"그럼 확인해 보죠."

두 사람은 초초한 표정으로 검사결과를 살폈다.

송명진의 백혈구 수치가 12,000cells/mm3보다 훨씬 떨어져 있었다.

"패혈증 맞아요. 그것도 중증인데……."

감염내과 레지던트가 초조한 듯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배양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걸릴 테니까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죠. 정황상 그람양성균 감염이 의심되니까 항생제 치료 시작하고, 승압제랑 스테로이드제도 같이 투여할게요."

"네. 부탁드립니다."

최기석은 감염내과 레지던트와 함께 처치에 들어갔다.

각종 약물이 투여되었음에도 송명진의 바이탈은 점점 악화되기만 했다.

"약물을 더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히려 상태가 나빠지고 있어요."

"약물을 과하게 쓰면 헤드 치프가 못 견뎌요. 지금은 이게 최선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송명진에게 고정되었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환자 감시 장치에서 불길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희미하게나마 움직이던 심전도 그래프가 일자를 그렸다.

최기석은 살려야 한다 스킬을 사용하고, 각성 CPR를 버프를 건 후 응급처치에 나섰다.

흉부압박과 고농도 산소 투여.

일정한 간격의 에피네프린 주입, 거기에 제세동기 사용까지.

심폐소생술이 삼십 분 가까이 펼쳐졌지만, 송명진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갔으며, 환자 감시 장치는 이윽고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어. 이건 꿈이야."

최기석은 이마에 손을 올린 채 광기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이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고, 인정하기도 싫었다.

"선생님. 아직 CPR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계속하죠."

"미스터 최.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염내과 레지던트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해할 게 뭐가 있어! 교수님은 CPR만 하면 살아날 수 있는데. 두 시간 넘게 CPR해서 살아난 사람이 있는 거 몰라!"

"……."

"계속해. 그러면 살아날 수 있어."

최기석은 혼자서 CPR을 이어갔다.

최미순에게 받은 칭호의 부활 효과, 그것만 있으면 회복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퍽! 퍽! 퍽! 퍽!

CPR을 할 때마다 송명진의 몸이 거칠게 튀어 올랐다.

최기석이 보여 주는 광기에 감염내과 레지던트는 물론, 중환자실 간호사까지 돌처럼 굳어 버렸다.

그렇게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혼자 CPR을 하던 최기석은 침상 옆 바닥에 주저앉았다.

젖은 머리가 미역처럼 축 처졌다.

거친 숨이 토해졌다.

각종 체력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혼자서 장시간의 CPR을 버틸 수는 없었다.

드르르륵.

문이 열리고 집무실에서 대기 중이던 야사다가 중환자실로 들어왔다.

그는 침상 옆에 서서 무심하게 최기석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진정이 됐나?"

"아니요. 잠깐 쉬고 있는 겁니다. 일 분만 쉬고 다시 CPR 하겠습니다."

최기석의 눈빛이 여전히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어."

"무슨 말씀입니까? 과장님.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살릴 방법은 없어. 자네가 쥐고 있는 건 희망이 아니라 고집이야."

"하지만……."

"살다 보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 오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해."

야사다는 입술을 깨물며 송명진을 내려다보았다.

최기석에게 냉정한 충고를 했음에도 해야 일을 좀처럼 할 수가 없었다.

그 역시 이성과 감정의 충돌을 경험하고 있었다.

"휴우…… 빌어먹을."

야사다는 라이트로 송명진의 동공을 비춰보고 환자 감시 장치의 맥박과 호흡 심전도를 재차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손목에 찬 시계로 시간을 살폈다.

"환자 송명진은…… 3월 28일 새벽 4시 10분경, 교통사고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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