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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닥터 최기석-238화 (237/407)

첩첩산중 (3)

전신주 아래에 환자 두 명이 누웠으며, 작업 중이던 동료 인부 두 사람과 조금 떨어져 있었다.

"살았어! 저기 의사가 온다!"

"여기에요! 여기!"

인부들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하아…… 하아……."

최기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환자들에게 접근해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했다.

두 사람 다 고압감전으로 인한 쇼크, 심실 빈맥, 화상 및 외상을 공통으로 앓고 있었다.

"전선 작업 중이었는데요. 갑자기 펑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이 바닥에 떨어졌어요."

"두 사람 다 괜찮을까요?"

인부들이 한마디씩 했고, 그사이 동료들이 처치 도구를 챙겨 현장에 왔다.

"V.

T(심실 빈맥)처치부터 하죠. 스칼렛은 절 도와주고, 그렉과 찰리는 옆에 환자를 맡아 주세요."

"네!"

스태프들이 갈리면서 본격적인 처치가 시작되었다.

최기석은 살려야 한다 스킬을 사용한 후 각성 CPR 버프까지 자신에게 걸었다.

'일단 지혈부터 하자.'

스칼렛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추락의 여파로 깨진 뒤통수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래서 압박 붕대로 지혈에 나섰다.

"닥터 최. 붕대가 벌써 젖어 버렸어요."

"어쩔 수 없죠. 덧대는 수밖에."

최기석은 붕대 위에 다시 붕대를 감았다. 세 번 정도 작업하자 출혈의 흔적이 많이 줄었다.

"CPR 들어갑니다. 제세동기 준비해 주세요."

퍽! 퍽! 퍽! 퍽!

그가 흉부를 압박할 때마다 환자의 몸이 들썩거렸다.

'저래도 되나?'

제세동기를 준비하던 스칼렛이 우려 섞인 눈빛으로 최기석을 응시했다.

흉부압박시 갈비뼈 골절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편이다.

제대로 힘을 싣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심장 마사지의 효과를 볼 수 없기에.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최기석의 흉부압박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훅! 훅! 훅!

흉부 압박을 마친 최기석이 환자의 바이탈을 체크하고, 앰부백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CPR를 2회 반복하는 동안 제세동기 준비가 끝났다.

"씨저."

"네!"

최기석은 가위로 환자의 상의를 잘라서 벗겼다. 그리고 마른 거즈로 환자의 가슴 부위를 닦아 주었다.

혹시라도 제세동기의 전류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패드 붙였어요. 심장리듬 분석 중이에요."

"제세동기는 스칼렛이 맡아 줘요. 나는 CPR에 집중할 테니까."

최기석이 다시 환자의 가슴을 압박했다.

[심장리듬 분석이 끝났습니다. 제세동이 필요합니다.]

"다들 비키세요."

스칼렛의 말에 최기석을 비롯한 인부들이 환자와 거리를 좁혔다.

쿵!

제세동 버튼을 누르자, 전류가 흐르며 환자의 몸이 요동쳤다.

CPR과 제세동기를 이용한 처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자의 맥박이 살아났다.

심장이 뛰고, 미약하게나마 호흡이 생겼다.

최기석은 환자에게 경추 고정기를 착용시킨 후 화상이 일어난 오른손을 살폈다.

고압전류로 인해 살이 까맣게 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실 때마다 맡았던 고기 굽는 냄새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이 정도면 절단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아니.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자. 무조건 살리는 거야.'

최기석은 입술을 깨물며, 생리식염수로 화상을 씻어 냈다.

콸콸콸콸. 텅더더덩.

다 쓴 생리식염수 병을 바닥에 던지고, 생리식염수 한 병을 더 쏟아부었다.

"크으으윽."

희미하게 깨어난 환자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화상으로 인한 통증에 괴로워하는 모습, 이에 페인 킬러를 사용해 환자의 통증을 줄여 주었다.

"스칼렛. 하트만(수액의 종류) IV로 달아 주세요. 저는 화상 처치 계속할게요."

"네."

지시를 끝낸 최기석은 슬쩍 찰리와 그렉을 살폈다.

두 사람은 아직 CPR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발순환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대체 왜…….'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발동한 육감이 불길한 신호를 보냈다.

환자가 죽는다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생각이 깊어지는 가운데 육감이 보내는 신호가 점점 강해졌다.

최기석은 입술을 깨물며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육감의 의미를 모르는 상황, 지금은 환자에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다.

터어어엉.

세 번째 식염수 통을 바닥에 던지고, 쌈지와 수술용 장갑을 꺼냈다.

"스칼렛. 라인 다 잡았죠?"

"네."

"나 좀 도와줘요. 가피절개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건 이송이 끝나면, 성형외과에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칼렛이 눈을 깜빡거렸다.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이 절단될지도 몰라요. 설마 스칼렛이 바라는 게 그건 아니겠죠?"

그의 자극적인 말에 스칼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기석은 수술용 장갑을 착용한 후 클로르핵시딘에 젖은 솜으로 화상 부위를 넓게 닦아 냈다.

소독의 기초는 상처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닦아 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상처 표면에 있는 이물을 바깥으로 밀어낼 수 있다.

"메스."

1차 소독을 끝낸 후 메스를 손에 쥐었다.

화상 부위를 시꺼먼 가피(죽은 피부)가 뒤덮고 있었다.

가피가 심하게 형성되면, 피부 조직들이 부종을 일으키며 나아가 혈관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렇게 혈관에 문제가 생길 경우 허혈 증상으로 팔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후우……."

심호흡하며 가피를 내려다보았다.

과거 정해진으로 인턴을 돌던 중 피부과 수련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가피절개술을 두 번 정도 봤을 뿐,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었다.

가피절개술은 피부과 레지던트들의 일이었기에.

"닥터 최. 괜찮아요?"

"네. 시작할게요."

최기석이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피절개술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요령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포비돈이요."

포비돈 용액으로 절개할 위치를 표시한 후 이를 따라서 메스를 세로로 그었다.

메스가 깊게 들어가면 혈관과 신경이 손상되고, 너무 얇고 짧게 절개하면 가피절개술의 의미가 없다.

최기석은 핵심 포인트를 지키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윽고 가피 양쪽 끝에 절개창이 나면서, 피부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상처 부위에 있던 허혈 증상이 사라졌다.

가피절개술이 성공한 것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벅찬 감정이 솟구쳤지만, 꾹 참았다.

아직 들뜨기에는 이르다.

"이제 됐습니다. 항생제 연고 짠 면봉을 주세요. 드레싱하고 연고 바른 후 상처 덮습니다."

"알겠어요."

최기석은 처치를 끝낸 후 환자에게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했다.

응급이었던 환자가 비응급으로 돌아왔다.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 화상 치료만 받게 하면 되는 것이다.

최기석은 곧바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에게 다가갔다.

때마침 찰리와 그렉이 CPR을 끝냈다. 환자가 자발순환을 되찾은 모양이다.

'이런. 또!'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육감이 주는 불길한 신호가 한층 더 강해졌다.

더 이상은 이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훑었다.

치지지지직.

거슬리는 소리를 따라 머리 위를 살폈다. 한 전선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는 육감이 말하고 싶었던 바를 뒤늦게 깨달았다.

"찰리, 전신주 주변 통제 좀 해 주세요. 아무도 못 오게요."

"처치가 더 중요한 상황 아닙니까?"

최기석은 대답 없이 검지로 전선을 가리켰고, 이를 확인한 찰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저와 그렉이 주변을 맡을 테니 처치를 부탁드립니다."

그의 지시에 찰리와 그렉이 주변 통제에 나섰다.

그동안 최기석과 스칼렛은 환자들을 전신주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이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한 명뿐.

"스칼렛, 이 환자에게도 하트만 달아 주세요. 진통제 믹스해 주고요."

"네!"

최기석은 지시를 내리고, 환자를 살폈다.

이번 환자의 경우 좀 전에 봤던 환자보다 증상이 가벼운 편이다.

화상도 조금 더 얕았으며, 머리에 외상은 가벼운 수준이다.

다만 눈을 다쳤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눈 주변이 찢어져서 피가 흘렀으며, 타박상을 비롯해 눈이 부어오른 증상이 있었다.

딸칵!

환자의 눈꺼풀을 들어 올려 라이트로 비추어보았다.

흰자위 부분이 붉게 물들었다.

안구 외상으로 인한 전방 출혈과 결막 손상이다.

콸콸콸콸.

최기석은 생리식염수로 환자의 눈을 씻어낸 후 면봉을 손에 쥐었다.

"스칼렛 처치 끝났죠?"

"네. 방금 끝났어요."

"잠깐 환자 좀 꽉 잡아 주세요. 결막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해요."

최기석은 조심스럽게 결막 위로 면봉을 올렸다.

그동안 갖은 봉합으로 다져진 손은 전혀 떨림이 없었다.

당연히 면봉이 까만 각막 부근에 접근하는 일도 없었다.

"됐다!"

최기석은 이물질이 묻은 면봉을 처리한 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안약을 점안했다.

"닥터 최. 이쪽에서 피가 계속 나는데요? 압박이라도 할까요?"

스칼렛이 출혈이 발생한 눈 근처의 상처를 가리켰다.

"안 됩니다. 함부로 압박하면 눈에 손상이 가요. 안대만 채우고, 곧바로 이송……."

최기석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선줄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끊긴 전선줄은 전기음을 내며 뱀처럼 꿈틀거렸다.

만약 그 자리에서 계속 처치했다면 환자는 물론이요, 스태프들까지 위험했으리라.

"이쪽도 끝났습니다."

찰리가 나무 막대기로 전신주를 한구석에 치워 두는 것으로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빨리 복귀하죠."

최기석은 동료들과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후 메이죠 클리닉으로 향했다.

"닥터 최, 예지 능력이라도 있습니까?"

운전 중인 찰리가 물었다.

처치에만 신경을 써도 모자란 상황에서 최기석은 불안정한 전선을 발견했다.

실로 비범한 멀티태스킹 능력이었다.

"내가 원래 감이 좋거든요."

"빌릴 수 있다면, 빌리고 싶군요. 그 감이라는 거."

찰리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구급차가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구조 1팀 스태프들은 스트레쳐카를 끌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구조 1팀, 처치 보고 드립니다.

최기석은 구조 팀 전담 레지던트에게 환자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에 레지던트가 급하게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콜했다.

"이 환자들입니까?"

성형외과 레지던트는 환자를 살피던 중 흠칫했다.

"이 환자 처치는 누가 했죠? 가피절개술이 이미 되어 있는데요?"

"제가 했습니다."

"현장에서 가피절개술을 했다고요? 신규 레지던트가?"

레지던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친구가 바로 미스터 최예요. 현장에서 별의별 처치를 다 한다니까요. 저번에는 기도절개술까지 했어요."

"……알겠습니다. 일단 이 환자 두 명은 성형외과에서 받을게요."

환자들이 응급실을 떠나면서 구조 팀 업무가 끝났다.

최기석은 한숨 돌리기 위해 휴게실을 찾았다.

띠링!

[숨겨진 임무 감전 환자 처치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 P.

P를 제공합니다.]

[환자 바라기의 효과로 체력을 대폭 회복합니다.]

[각성 CPR 버프 능력 해금, 이제 각성 CPR 버프를 본인이 아닌 동료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림을 확인한 최기석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한 번 구조활동에 나서면 진이 빠지지만, 보상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다.

드르르륵.

캔 커피를 마시는데 모건이 안으로 들어왔다.

"웬일이야? 먼저 왔네?"

"내가 먼저 나갔으니까."

"그거 말 되네. 이번 출동은 어땠어?"

모건이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고압감전 환자 두 명 받았어. 응급 처치 공부를 하고 나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야."

"나는 T.

A(교통사고)였다. 삼중 추돌인데, 생각보다 환자들은 괜찮더라."

최기석은 모건과 구조 팀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대화 도중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이상한 부분을 말이다.

"먼저 일어난다."

그는 동료들에게 줄 캔 커피를 뽑아 휴게실을 나왔다. 그리고 구조 팀 전담 레지던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는데 확인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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