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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닥터 최기석-210화 (209/407)

더 높이 (6)

[스미스의 인정을 받아라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스미스에게 말을 거세요.]

최기석은 상태창을 확인하고 스미스의 집무실을 찾았다.

똑. 똑. 똑.

노크하자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미스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이고 그의 맞은편에는 조나단이 있었다.

"마침 잘 왔어. 거기 앉아."

"아. 네."

최기석이 조나단 옆에 앉았다.

"간이식 환자 상태는 어때?"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 거부 반응 없습니다. 어제까지 중환자실에 있었고, 오늘 아침에 소화기내과로 전과했습니다."

"좋아. 좋아."

스미스가 미소 띤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힘들 게 끝낸 복강경 간이식 수술이야.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지. 그건 그렇고……."

"……."

"어제 루와이 수술 집도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네. 맞습니다."

"에단의 보고서를 읽어보니 흠잡을 데 없었다고 하더군. 갈수록 날 놀라게 하고 있어."

"과찬이십니다."

"아쉽군. 아쉬워."

잠자코 있던 조나단이 대화에 껴들었다.

"뭐가?"

"미스터 최가 일반외과에 남아야 자네에게 자극이 될 텐데 말이야. 미스터 최의 성장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말이야."

"난 경쟁자가 사라져서 좋은걸?"

조나단이 스미스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스미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사실 조나단과 미스터 최 이야기를 하던 중이야. 이른 감은 있지만, 미리 결정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더군."

꿀꺽.

최기석이 마른침을 삼켰다.

헤드 치프가 꺼낼 이야기가 무엇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나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레지던트와 펠로우, 교수들을 지켜봐 왔어. 개중에는 실력 있는 써전도 있고, 실력 없는 써전도 있었지. 환자를 위하는 써전도 있고, 자신밖에 모르는 써전도 있었어."

"……."

"그중에서도 미스터 최는 특별해. 실력과 인성은 물론이요 잠재력까지. 모든 부분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 그래서 조나단과 상의 끝에 결정했네."

"그럼 혹시……."

"그 혹시가 맞아. 우리는 미스터 최를 하이어 시스템을 이용해 조기 진급시키기로 했어."

스미스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짧지만 험난했던 일반외과 생활이 머릿속을 스쳤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 올려 보낼 사람은 올려 보내는 것뿐이니까. 내가 헤드 치프로 있는 동안 하이어 시스템을 이용할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 별일이야."

"……."

"동기들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이 일은 당분간 비밀에 부치도록."

"네."

"그리고 조기 진급이 확정되었다고 너무 방심하지 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조기 진급을 취소할 수도 있어."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가 봐."

최기석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집무실을 나왔다.

띠링!

[스미스의 인정을 받아라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하이어 시스템 이용권과 500 P.

P를 제공합니다.]

[신규 모드 시스템 펫이 개방되었습니다.]

[신규 모드 펫: 펫을 통하여 의료 활동 및 일상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펫은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으며, 일정 시간 지나면 창고로 복귀합니다. 사료는 상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펫은 소환시간과 먹이에 비례해 성장하며 성장 정도에 따라 특수능력을 얻습니다.]

'이건 또 뭐야?'

최기석은 서둘러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상단부에 펫이라는 글자가 황금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공간에 작은 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펫을 부화하시겠습니까?]

위이이이잉.

부화하겠다고 마음먹자 알이 깨지면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이윽고 온몸이 초록빛인 작은 강아지가 나타났다.

[치코가 부화했습니다.]

[치코 Lv.1(노말): 현재 보유한 능력이 없습니다.]

[소환가능시간: 한 시간 / 포만감: 0

[특수 스킬 먹보: 다른 펫보다 포만감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주인님! 배고파요! 배고파요!]

치코의 머리 위로 텍스트가 떠올랐다.

최기석은 치코를 보며 볼을 긁적거리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뒤늦게 확인했다.

상점에서 사료를 구할 수 있음을.

'우와. 비싸네.'

사료 구입에 무려 50 P.

P가 필요했다.

최기석은 눈물을 머금고 사료를 구입한 후 치코에게 먹였다. 그러자 0이었던 포만감이 100으로 상승했다. 더불어 치코 머리 위로 떠 있던 텍스트가 사라졌다.

최기석은 팔짱 낀 채 한참 동안 치코를 응시했다.

치코라는 이름과 생김새에 불길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마 웰렛(wallet) 몬스터에 나오는 그 녀석과 같은 녀석은 아니겠지?

터벅. 터벅.

복도를 걷다가 라빈 윌리엄스가 있는 병실 앞에 멈췄다.

드르르륵.

"닥터 최. 반갑습니다."

라빈이 병실로 들어오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소 없이 담담한 인사.

며칠 전 속마음을 털어놓은 후 라빈은 억지로 밝은 척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의 인정하는 긍정적인 상태가 된 것이다.

"몸은 좀 어때요?"

"특별히 불편하거나 아픈 데는 없습니다."

"크론병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증거죠. 아마도 나흘 안에 퇴원이 가능할 겁니다."

"그렇군요."

라빈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수술 끝나고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많은 걸 느꼈습니다. 주변에는 온통 숨넘어가는 사람뿐이었죠. 실제로 내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은 심폐 소생술을 받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

"그 사람들 공통점이 뭔지 알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살고 싶어 했어요. 한 달이라도, 일주일이라도,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버텼죠. 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울컥하더군요. 내가 버리려 했던 삶과 시간들을 얻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하다니……."

라빈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서 조금 더 살아 보고 싶어졌어요. 내가 지켜봤던 사람들, 그들이 끝까지 손에 놓지 않았던 삶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어요."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전 당신의 편입니다."

"고마워요. 닥터 최."

라빈이 끝내 눈물을 보이며 몸을 돌렸다.

"전에 말한 대로 신경정신과 협진 받아 볼게요. 지금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겠어요."

"네. 라빈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최기석은 라빈과 대화를 나누다가 병실을 나왔다.

문득 창가를 바라보니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 * *

그로부터 6개월.

최기석의 일반외과 수련은 계속되었다.

매일 트레이닝 룸의 입장 횟수를 꽉꽉 채웠으며, 수술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복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끝없는 노력과 게임 능력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그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수련이 끝나갈 무렵.

외과 처치 레벨이 7단계로 상승했다.

일반외과에 수술이라는 수술은 전부 동영상으로 촬영해 놓았다.

더불어 일반외과 전공의 수준에 집도 실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꾸준히 시간을 쪼개서 공부한 결과 USMLE step 3에 통과했다.

미네소타에서 인정하는 공식 의사가 된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시간이 흘러 최기석은 조기 진급에 성공했다.

본래 일 년인 일반외과 수련 기간을 육 개월로 줄일 수 있었다.

그의 다음 목적지는 신경외과.

신경외과는 과거의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인연이 없었는데 메이죠에 와서 처음 수련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수련에 앞서서 최기석은 미네소타를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꿀 같은 휴가가 찾아왔다.

* * *

인천국제공항.

최기석은 캐리어를 끌고 게이트를 나왔다.

7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소감이 남달랐다. 각종 한국어 간판과 마주치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좋네. 좋아."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하이어 시스템의 특전으로 일주일간의 휴가를 얻었다.

그것도 유급으로 말이다.

다만 그가 휴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과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려고 조용히 귀국했다.

드르르륵.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와 택시에 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의진대 병원으로 가주세요."

최기석은 등받이에 기댄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상태창을 열어 펫을 확인했다.

펫은 팅커벨처럼 작고 앙증맞은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티 Lv. 20(유니크, 비행 타입)]

[소환 가능 시간: 다섯 시간 / 포만감: 50

[특수 스킬 정찰: 반경 50미터 이내에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확인합니다.]

[특수 스킬 매니지먼트: 최대 세 명의 환자를 관찰하며, 이상징후가 포착될 경우 알림을 보냅니다.]

[잠재능력 회복의 바람: 소환사의 체력회복 능력을 증가시킵니다. 단 치료 외적인 활동을 할 때만 적용됩니다.]

[50레벨을 달성할 경우 신규 스킬과 잠재능력이 추가됩니다.]

'갈아타길 잘했어.'

상태창을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 얻은 펫은 치코였다. 하지만 치코는 50레벨까지 키우는 동안 아무런 능력을 얻지 못했다.

사료만 축내는 먹보라고 할까.

불행 중 다행으로 트레이닝 룸 200회 입장 임무에 성공해 부화의 알을 얻었다.

거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하티.

하티의 스킬 구성과 잠재능력은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덕분에 일반외과 수련이 끝날 무렵에는 일이 훨씬 편해졌다.

매니지먼트 스킬을 쓰면 환자를 따로 keep 할 필요가 없었다. 환자 바라기의 체력회복 능력과 하티의 잠재능력 덕분에 체력은 항상 부족함이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택시가 의진대에 도착했다.

최기석은 택시에서 내려 응급실을 찾았다.

동기 김건우와 먼저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 * *

의진대 응급실.

이영호는 다리를 떨며 환자를 내려다보았다.

환자의 가슴에 붕대가 칭칭 감겼는데, 시간이 갈수록 붕대가 빨간 피로 물들었다.

'하아…… 어쩐다?'

초조함이 밀려왔다.

흉부자상(찔린 상처) 환자를 진료하는 건 처음이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서…… 선생님. 환자 호흡하고 맥박이 계속 떨어지는데요?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곁에 있는 인턴이 다급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이영호는 입술을 깨물며 흉부외과 의국에 전화를 걸었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야속하게 연결음만 이어졌다.

'바보같이…… 나밖에 없잖아.'

이영호는 통화를 끊고서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 세이버 수술이 진행 중인 데다가 한 시간 전에는 복부 대동맥류 환자 때문에 응급수술이 생겼다.

연차 높은 써전들은 의국에 없는 것이다.

"선생님. 우리 남편 좀 살려 주세요. 제발요!"

환자 아내가 울부짖는 소리가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지만, 이영호는 좀처럼 처치를 할 수가 없었다.

머리는 하얗게 비었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정신 차려!"

등 뒤에서 들리는 귀에 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영호를 밀치며, 환자와 거리를 좁혔다.

"서…… 선배? 선배가 어째서 여기에……."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처지 도구 챙겨. 이 환자 자상으로 인한 개방성 기흉이잖아. 빨리!"

"아. 네!"

이영호는 처치 도구를 챙겨 최기석의 옆에 섰다.

그랬다.

예전부터 그랬다.

그와 함께 있으면, 어떤 환자와 질병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씨저."

"네."

사각. 사각.

최기석은 이영호에게 받은 가위로 붕대를 잘랐다. 그러자 칼에 찔린 가슴의 상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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