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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닥터 최기석-130화 (129/407)

세이버 수술 (1)

"괜찮니?"

최기석은 무릎 꿇고 앉아서 양지현의 상태를 살폈다.

체력: 4/10

주 증상: 호흡곤란 / 경련

아픈 부위: 폐 / 기관지

진단명: 천식

현재 상태: 응급

경과: 불량

과거력: 없음

상태를 확인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선 한 팔로 양지현의 상체를 받쳐서 15도 각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식을 확인했다.

"흐으으윽…… 흐으으으윽."

양지현이 간신히 호흡하며 가늘게 눈을 떴다.

의식이 있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천천히 숨 쉬자. 할 수 있지?"

"……."

"자. 천천히 숨 들여 마시고 천천히 내뱉고."

최기석은 호흡을 유도하며 양지현의 옷을 뒤졌다. 바쁘게 움직이는 손끝에 작은 통이 걸렸다.

양지현이 휴대용 흡입기를 가지고 있었다.

예상 적중!

최기석은 흡입기 뚜껑을 제거하고 흔든 후 흡입기를 양지현의 입에 물렸다. 그리고 양지현이 숨을 들이 마시는 타이밍에 상단부 버튼을 눌렀다.

"지현아. 숨 참았다가 천천히."

양지현이 최기석의 지시에 따랐다.

시간차를 두고 흡입기를 사용하자 양지현의 혈색이 돌아왔다.

호흡은 정상 수준이었으며 두 눈에 생기가 돌았다.

"죄송한데 미지근한 물 좀 챙겨 주시겠습니까?"

"어? 그러지."

조지환이 화장실로 가서 생수통에 물을 받아왔다.

최기석은 조지환이 떠온 물을 양지현이 마시도록 유도했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면 가래 배출에 도움이 된다.

"콜록. 콜록."

양지현이 몸이 흔들릴 정도로 기침을 하자 바닥에 끈적끈적한 가래가 들러붙었다.

"이제 좀 괜찮니?"

"……네."

양지현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기석은 양지현의 맥박과 호흡, 체온을 대략적으로 체크하고 히포크라테스의 눈으로 상태를 살폈다.

신속한 응급처치로 증상은 사라졌다.

"지현이는 제가 앰뷸런스로 데려가겠습니다. 두 분은 일을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네."

"부협회장님 조카니까 신경 잘 쓰고."

협회장 남성철과 조지환, 그리고 진성대 흉부외과 과장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 친구가 의진대에서 소문이 자자한 레지 1년 차라고 했지? 이름이 최기석이라고 했던가?"

남성철이 화장실에서 나오며 입을 열었다.

"네. 실력이 뛰어난 친구입니다. 오죽하면 인턴 때부터 이름을 날리지 않았겠습니까? 지금은 장 교수의 세이버 팀에 들어갔습니다."

"레지 1년 차가 세이버 수술을?"

"놀라실 줄 알았습니다. 장 교수가 저 녀석을 보조로 쓰겠다고 했을 때 저도 눈이 빠지는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실력을 가졌습니다."

"흐음……."

남성철이 턱을 쓸어내렸다.

방금 본 최기석의 처치는 수준급이다.

양지현이 천식으로 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백 점 만점에 백 점짜리 처치를 선보였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군. 그런데 말이야."

"……."

"저 친구 송 교수의 제자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이야 괜찮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컨트롤할 수 있겠어?"

"걱정 마십시오. 밑에 사람은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자네가 사람 부리는 수완이 뛰어난 건 알아. 그렇다고 너무 방심하는 건 좋지 않지. 송 교수야 워낙 강직한 스타일이었으니까 당했던 거고 저 아이는……."

남성철은 뒷말을 흐렸다.

문득 최기석이 축구 결승전에서 일부러 슛을 허용했던 것을 떠올렸다.

"주의하겠습니다."

"그래. 미리미리 준비해서 뒤통수 맞지 말고."

남성철이 앞장서서 걷고 그 뒤를 두 사람이 따랐다.

한편 최기석은 양지현을 등에 업은 채 앰뷸런스로 이동 중이다.

"지현이가 천식이 있었구나. 오빠는 몰랐네."

"제가 말 안 했으니까요."

양지현이 새침하게 대답하고 말을 이었다.

"아저씨…… 아니 오빠 고마워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뭐. 그나저나 천식이 있으면 불편하지?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요."

양지현의 씩씩한 대답에 가슴이 아팠다.

최기석은 천식 환자의 일상이 불편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천식 환자는 증상 관리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언제 어떻게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고 산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모를까 어린 양지현의 경우 그 부담이 더욱 크리라.

대화를 하면서 걷는 사이 앰뷸런스에 다다랐다.

최기석은 응급대기 중인 의사에게 그동안의 사정을 말하고 양지현을 봐 달라고 했다.

지금의 그는 레지 1년 차일 뿐이다.

응급대기 중인 의사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받아야 주변 사람도 마음을 놓으리라.

"지금은 괜찮은 것 같은데요? 좀 편히 쉬게 두세요."

"알겠습니다."

최기석은 양지현을 데리고 벤치로 이동했다.

타다다다닥.

발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리자 박순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지현이가 쓰러졌다며?"

"큰아버지 저 괜찮아요."

"지현아."

박순재가 양지현을 꼭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기껏 데리고 와서 신경도 못 써서."

"괜찮아요."

"응급처치는 끝났고 앰뷸런스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별 이상 없다고 합니다."

"고맙다, 기석아."

박순재가 최기석을 응시했다.

띠링!

[박순재와의 라포가 2단계 믿음으로 상승하였습니다.]

NEW [박순재(의료인): 라포 2단계 - 믿음]

[숨겨진 임무, '소중한 내 조카'를 성공하여 부탁권을 획득하였습니다. 박순재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할 경우 80퍼센트의 확률로 플레이어의 부탁을 수락합니다.]

* * *

해가 질 무렵, 체육대회는 무사히 끝났다.

양지현의 발작을 제외하면 특이 사항은 없었다.

운동 경기 중 다친 사람은 없었으며 대회 분위기도 내내 화기애애했다.

최기석은 술에 취한 조지환과 권일수 대신 운전대를 잡았다.

'오길 잘했네.'

체육대화를 돌아보며 내린 총평이다.

우선 신들린 골키퍼 솜씨로 흉부외과의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거기다 협회장 앞에서 양지현을 치료했으며 그 덕분에 박순재에게 부탁권까지 얻었다.

수확이 컸던 하루다.

"교수님. 제가 장혁필이보다 못난 놈입니까?"

취기가 올랐는지 권일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써전으로서 자네의 능력은 우리 과 최고라고."

"그런데 왜 저랑 장혁필이 경쟁하는 겁니까? 부교수는 당연히 제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네 마음 다 알아. 하지만 말이야."

조지환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직접 장 교수를 찍어 눌러서 부교수가 되는 게 맞아. 내 지명으로 자네가 부교수가 됐다고 생각해 봐. 먼저 들어온 장 교수가 가만히 있겠어?"

"……."

"내가 특별히 봐줄 테니까 노우드 팀이나 잘 꾸려. 그러면 만사 오케이야."

"알겠습니다."

"어때? 기석이 너도 나랑 생각이 같지?"

"네. 역시 과장님이십니다."

최기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며 권일수를 응시했다.

권일수는 조지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지환을 신뢰하는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이렇게 뻔한 사탕발림에 넘어가다니…….

더군다나 지금처럼 술기운을 빌어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은 마이너스다. 본인이 진심을 말한다고 해서 상대도 본심을 말한다는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상대가 조지환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최기석이 보기에 조지환은 장혁필과 권일수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즉 누구의 편도 아닌 셈이다.

그의 편이라면 아마 프로젝트 수술을 먼저 성공적으로 끝내는 쪽이리라.

문득 수술 실력만큼 정치력이 따라 주지 않는 권일수가 안쓰러웠다.

그에게서 미국으로 떠난 스승의 모습이 겹쳤다.

잠시 후 최기석은 조지환과 권일수를 차에서 내려 주고 택시에 탔다.

모처럼의 외출이 끝나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최기석은 아지트에서 집도 연습을 마치고 병동으로 올라갔다.

드르르륵.

회의실로 들어가자 이영호가 봉합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처치는 끝냈어?"

"네. 30분 전에 끝났어요."

"제법인데? 아주 잘하고 있어."

최기석의 칭찬에 이영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기석은 그의 곁에 앉아 봉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과거보다 속도는 줄었지만 정확도가 올라갔다. 얼마 전에 했던 조언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이다.

열심히 연습 중인 제자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건 그렇고…… 우리 감상문 이야기를 해 볼까?"

"가…… 감상문이요?"

"그래. 어제 저녁에 네가 보낸 감상문."

최기석은 송명진이 자신에게 그랬듯 이영호에게 논문을 읽고 감상문을 보내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봤는데 상태가 완전 개판이다?"

"……."

"내용 요약도 제대로 잘 안 되어 있고 자료조사도 안 했던데?"

"그게…… 봉합 연습하느라 바빠서요……. 대신 봉합은 많이 했어요."

이영호가 그동안 꿰맨 인형이 담긴 상자를 내밀었다.

"봉합은 봉합대로 하고 논문은 논문대로 봐야지. 손기술만 좋다고 훌륭한 써전이 되는 건 아니야. 요즘 수술 추세는 어떤지, 환자에게 부담이 덜 가는 수술법은 뭔지 잘 알아야지.

"……네."

"힘든 건 알지만 좀 더 신경 써. 그래야 실력이 더 늘 테니까."

이영호와 대화하는 사이 민주혁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배."

"하이. 어제 체육대회는 어땠어?"

민주혁이 최기석의 곁에 앉아서 물었다.

"오랜만에 바깥바람 쐐서 좋았어요. 축구도 나름 할 만했고 다른 병원 의사들도 많이 봤어요."

"좋았다니 다행이다. 괜히 짬 시켜서 미안했거든."

"아니에요. 따지고 보면 체육대회 나가는 것보다 지훈 선배 설득하는 게 훨씬 힘든 일인데요."

"짜식.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지."

민주혁이 최기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잠시 후 오전 회의와 회진이 모두 끝났다.

평소라면 스태프들이 뿔뿔이 흩어졌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조지환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별관 3층으로 향했다.

"우와. 대박이다."

"완전 신세계네."

스태프들은 리모델링 중인 심장 클리닉을 훑으며 감탄사를 뱉었다.

과거 심장 클리닉은 회색 벽에 낡은 집기들로 가득 찬 우울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가 넘쳐 났으며 모든 집기가 새것으로 바뀌었다.

"대략적인 리모델링은 이미 끝났습니다. 아마 2주 정도면 심장 클리닉이 본격적으로 오픈할 거예요."

조지환이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심장 클리닉은 우리 과의 미래에요. 운영만 잘한다면 빅5 병원 흉부외과를 넘어설 발판이 될 겁니다."

"네!"

"다들 궁금하지 않습니까? 안전한 수술을 선호하는 내가 굳이 세이버 팀과 노우드 팀을 허락했는지?"

조지환이 화제를 돌렸다.

"우리 과가 세이버 수술과 노우드 수술로 명성을 떨친다고 가정해 봐요. 그럼 환자 입장에서는 난이도 높은 수술을 척척 해내는 우리 과에서 수술을 받고 싶어 할 겁니다.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프로젝트는 위험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크다는 소리입니다. 두 사람 다 알겠죠?"

조지환의 시선이 장혁필과 권일수를 향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노우드 팀의 현재 진행사항은 어떻죠?"

"격일로 수술 연습 중입니다. 환자를 찾는 대로 케이스 수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세이버는요?"

"저희는 이미 케이스 환자를 확보했습니다."

장혁필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주 수요일, 세이버 수술을 실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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