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턴으로 산다는 것(5)
체력: 5/10
주 증상: 우울장애 / 외상 후 자극장애 / 운동 불량
아픈 부위: 정신 / 복부
현재 상태: 비응급
경과: 불량
[패시브의 레벨이 낮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재생의 빛 버프가 활성화 중입니다. 남은 시간 14시간.]
"나이스!"
최기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혹시나 해 봤는데 영상통화에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할 수 있었다.
예전 실험에서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통해서는 능력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상대를 직접 보고 있다는 개념이라면 능력이 통하는 모양이다.
사실 바쁜 인턴 생활 중에 매번 보육원을 찾아가는 것은 힘들다.
그런데 이러면 병원에서도 김정혁을 도울 수 있다.
[형. 갑자기 왜 그래요?]
"흠흠······ 별거 아니야."
최기석은 마음을 다잡고 김정혁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격려 스킬을 사용합니다.]
[격려를 받은 대상의 감정이 밝아집니다.]
[면역력, 저항력, 재생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재생의 빛 스킬을 사용합니다. 재사용으로 인해 지속시간이 갱신됩니다. 지속시간 7일.]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사용할 수 있어서일까.
버프 스킬 역시 무난하게 적용되었다.
[별거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어. 넌 몰라도 돼."
최기석은 히죽히죽 웃었다.
* * *
다음 날, 위장관외과 회의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술 브리핑이 진행 중이다.
"이것으로 오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김재호의 말에 선생들이 우르르 일어났다.
"아 참."
최기석은 회의실 정리를 마무리하고 후다닥 회의실을 벗어났다.
정명운을 만나서 긴히 할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선생들은 보여도 정명운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과를 떠난 것일까.
실망감에 한숨을 쉬는데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정명운이 눈에 띄었다.
최기석은 한걸음에 정명운에게 다가갔다.
"저 궁금한데 있는데 여쭤 봐도 될까요?"
"뭔데?"
"그게······ 뭐라고 해야 하나······."
최기석은 답답한 마음에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매의 눈 스킬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다.
"저번에 위 절제술 할 때 과장님 혼자서 천공 부위를 발견하셨잖아요.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 그거?"
정명운이 피식 웃었다.
"짜식. 마음에 든다."
"······."
"같이 보조한 레지들도 그냥 넘어갔던 걸 네가 묻다니. 하여간 요즘 것들은 질문이 없다니까."
"그럼 알려 주시는 건가요?"
"알려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하지만. 네가 제대로 익힌다는 보장은 없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배우기 힘드니까.
"전 사서 고생하는 걸 좋아합니다."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정명운이 껄껄 웃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수술 시야 확보를 나무와 숲에 대한 비유로 풀었다.
여기서 숲은 수술 부위의 전체적인 그림과 다른 장기와의 연결성이고 나무는 아주 미세한 변성 부위다.
"보통 수술을 하면 자기가 수술하는 부위만 집중적으로 보기 마련이지. 하지만 때때로 숲을 볼 줄도 알아야 해. 인간의 신체는 어느 한 군데만 딱 잘라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법이거든."
"······."
"그뿐만이 아니야. 수술 부위에 출혈이 심하거나 다른 제약이 생기면 환부를 완벽하게 볼 수 없어. 그런 때는 장기를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돼.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는 거지."
"······어렵네요."
조용히 듣던 최기석이 한마디 했다.
"당연하지. 네가 벌써 이해하고 써먹으면 난 바보게?"
"노력해서 꼭 제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제발 그래라."
최기석은 정명운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수술실로 갔다.
B 로젯에서 스크럽 서는 스케줄이 있었다.
최기석은 수술복을 갈아입고 절차에 따라 수술실에 들어갔다.
오늘의 첫 수술은 위 밴드 수술.
위 밴드 수술은 최근 들어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는 수술 중 하나다.
보통 개인병원에서는 위의 상단 부분을 실리콘 밴드로 묶어서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위를 절제하여 우회로를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윽고 스태프들이 자리를 잡고 수술을 시작했다
최기석은 리트랙터로 환자의 복부를 당기면서 위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수련은 지금부터다.
* * *
시간이 흘렀다.
최기석의 인턴 생활은 순탄했다.
눈치 보는 데는 귀신, 먹을 때는 먹신, 일하는 건 등신이 인턴이라는 공식은 적어도 최기석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최기석은 위장관외과의 일원으로써 제 몫을 다했다.
영혼이 바뀌면서 새롭게 얻은 능력.
과거 레지던트 3년 차 동안 쌓았던 경험들은 최기석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초턴이 3주 차로 넘어가던 어느 날.
최기석은 기숙사에서 그동안 쌓아온 능력들을 되짚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가진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직업 및 전공: 레지던트/흉부외과
체력: 3/10
진단력: 8/10
외과적 처치: 4/10
내과적 처치: 3/10
평판: 4
라포 형성
정설화(의료인): 1단계 ? 친밀
안범균(의료인): 1단계 ? 친밀
한영희(의료인): 2단계 ? 믿음
박소연(의료인): 1단계 ? 친밀
최미순(환자): 4단계 ? 신뢰
조지현(환자): 2단계 ?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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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스킬
[살려야 한다 Lv.2]
- 응급환자를 처치하는 경우, 난이도가 높은 처치를 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레벨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최대 5단계까지 성장합니다.
[격려 Lv.4]
- 따뜻한 한 마디로 환자 및 의료인의 감정, 면역력, 저항력, 재생력을 상승시킵니다.
- 레벨이 오를수록 다양한 수치가 증가하며 증가폭도 높아집니다.
- 이제 격려효과가 나흘까지 지속됩니다.
- 격려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상당히 늘어납니다(9/10)
[재생의 빛 Lv.1]
- 재활 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의 재활 속도 및 경과를 1.5배 상승시킵니다.
- 재활의 범위는 물리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합니다.
- 레벨이 오를수록 재활 속도 및 경과 상승폭이 증가하며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3퍼센트 확률로 환자가 특수능력을 얻습니다.
- 지속시간 7일.
- 최대 3단계까지 성장합니다.
패시브 스킬
[히포크라테스의 눈 Lv.2]: 사용 중
-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 등,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레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 진단명, 환자의 과거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얼어붙은 심장 Lv.1]
- 감정을 개입하지 않고 냉철하게 환자와 병을 분석합니다.
- 응급상황이나 돌발 상황에서도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최대 5단계까지 성장합니다.
칭호
[뱀파이어]
- 우리 병원에는 전설의 인턴이 있지. 눈을 감고 바늘을 찔러도 혈관에 꽂힌다는 무시무시한 인턴이. 혹시 그 인턴은 전생의 흡혈귀가 아니었을까?
- 채혈 성공률이 100퍼센트로 올라갑니다.
- 채혈 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복잡도 해라."
말투와 달리 최기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까지 제법 많은 능력을 얻었다.
개중에는 새롭게 얻은 능력치도 있고 기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간 것도 있었다.
최기석은 일단 능력치부터 살폈다.
우선 중요지표라 볼 수 있는 외과적 처치 레벨이 제자리다.
하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과거 최기석은 레지던트 3년 차까지 지냈다. 단순한 수술 보조로 핵심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상승이 있었던 부분은 평판과 라포 부분이다.
최기석은 일을 잘해서 평판이 쑥쑥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동료나 환자에게 교감하려 했기에 라포 수치도 제법 올려놓았다.
"스킬은 아쉽네."
최기석은 턱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역시 업무의 특성상 대부분이 정체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이 매의 눈이다.
매의 눈을 얻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 소식이 없었다.
문제는 당분간 수술실에 들어갈 일이 없다는 것.
즉 남은 일주일 안에 스킬을 얻지 못하면 스킬 획득이 한참 밀려나게 된다는 점이다.
스킬 중 위안이 되는 것은 격려.
격려는 짧은 시간 안에 4단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제 한 레벨만 더 올리면 최초로 단일 스킬을 마스터하게 된다.
"앞으로도 너만 믿는다."
최기석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상태창의 히포크라테스의 눈을 응시했다.
히포크라테스의 눈도 격려와 더불어 레벨이 상승했다.
한층 강력해진 히포크라테스의 눈의 능력.
그것은 환자모드를 사용할 시 진단명과 과거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기석은 본인에게 환자모드를 사용했다.
체력: 3/10
주 증상: 나른함 / 식욕부진
아픈 부위: 전신
진단명: 과로
현재 상태: 비응급
경과: 보통
과거력: 심장이식 수술
진단력 수치가 8로 껑충 뛰어오른 것은 히포크라테스의 눈에 새로운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레벨이 올라가면 또 어떤 것들을 볼 수 있을까.
그런 상상에 가슴이 설렜다.
최기석은 스킬 관리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이번 주에는 계속 퐁당당 근무를 서고 응급수술 보조로 뛰었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부디 오늘만이라도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지이이잉.
바람이 무색하게 진동이 울렸다.
"하아······."
최기석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이불 속에 던져두었던 콜폰을 더듬었다.
그런데 정작 콜폰에서 아무런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병동 콜이 아니야?"
최기석은 이불을 걷어 내고 콜폰 옆에서 떠는 휴대폰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