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3)
띠링!
머릿속에 알림이 울렸다.
최기석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체력: 8/10
진단력: 5/10
외과적 처치: 4/10
내과적 처치: 3/10
평판: 1
액티브 스킬
[살려야 한다 Lv.2]: 사용 가능
- 응급환자를 처치하는 경우, 난이도가 높은 처치를 하는 경우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레벨에 따라 능력치가 상승폭이 증가하고 특수모드가 생깁니다.
- 최대 5단계까지 성장합니다.
패시브 스킬
[히포크라테스의 눈 Lv.1]: 사용 중
-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 등, 환자의 상태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레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 최대 3단계까지 성장합니다.
액티브 스킬이 사용 가능으로 변해 있었다.
"흐음······."
최기석은 상태창을 더 깊게 살폈다.
우선 기본 능력치의 한계는 10인 듯했다.
다만 재미있는 건 그 수치가 고정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다.
우선 최기석의 체력은 어제와 비교해 2가 올랐다.
잠을 푹 잤고 의료모드에서 확인했듯이 심장이식 수술에 대한 경과가 좋기 때문이리라.
또 다른 근거는 바로 이미애다.
이미애는 책임 간호사에게 갈굼을 당하고서 능력치가 떨어졌다.
그 말인 즉 개인 능력치는 얼마든지 떨어질 수도, 반대로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성장의 개념이 일반적인 게임과는 꽤 다른 셈이다.
최기석은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일단 채혈을 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능력을 향상 시키려면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은 심장이식을 끝낸 환자라는 점.
무균실 신세를 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정상적으로 퇴원하고 인턴 생활을 하면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설마······ 의사고시에 떨어지진 않겠지?"
끔찍한 상상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 * *
최기석은 침상에 누워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일찍 일어나서 할 것이 없었다.
히포크라테스 눈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창가에 서서 바깥을 살폈다.
하지만 소득은 거두지 못했다.
거리가 멀어서 사람들의 정보파악이 불가능했다.
편하게 음악을 듣고 있는데 불현듯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바로 김태식이다.
김태식은 최기석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선배!"
"······."
최기석이 반색을 하며 다가가자 김태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최기석은 그제야 깨달았다.
정해진은 더 이상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가슴이 아팠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주먹을 꽉 쥐었다.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잠꼬대를······."
"괜찮아요."
김태식이 동그란 의자에 앉아 서류를 살폈다.
"몸은 좀 어때요?"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퇴원하고 싶을 정도에요."
"수술 부작용도 없고 검사 결과도 다 좋아요. 조만간 일반 병실로 갈 거고 퇴원도 빨라질 겁니다."
김태식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환자복 걷어 봐요."
최기석은 김태식의 지시에 따라 옷을 걷었다. 그러자 김태식이 청진기의 귀꽂이를 착용하고 청진판을 최기석의 심장에 댔다.
결과를 확인한 김태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균실에 깊은 침묵이 흘렀다.
'역시 선배는 대단해.'
최기석은 히포크라테스의 눈으로 김태식을 살폈다.
체력: 7/10
진단력: 4/10
외과적 처치: 6/10
내과적 처치: 5/10
평판: 6
액티브 스킬
[고속집도 Lv.2]
- 수술 시간이 대폭으로 단축됩니다.
- 수술 난이도에 따라 단축 시간, 수술 실패 및 환자예후가 달라집니다.
패시브 스킬
[얼어붙은 심장 Lv.5]
- 감정을 개입하지 않고 냉철하게 처치합니다.
- 응급상황이나 돌발 상황에서도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최기석이 김태식보다 나은 것은 진단력뿐이다.
그것도 고작 한 단계 차이.
진단력의 차이가 나는 이유도 아마 히포크라테스의 눈 때문이리라.
흉부외과의 에이스는 괜히 에이스가 아니었다.
"선생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최기석이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혹시 제게 심장을 주신 분. 그러니까 정해진 선생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질문이 끝나자 가슴이 쿵쿵 뛰었다.
과거 최기석이 롤 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바로 김태식이다.
과연 김태식은 죽은 정해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바보 같은 놈이죠."
"바보요?"
"네. 환자랑 의료밖에 모르는 바보."
김태식이 말을 이었다.
"자기가 무슨 만화 주인공인 줄 아는 녀석이었어요. 세계 최고의 흉부외과의가 되겠다나 뭐라나. 하여간 그동안 내가 본 의사 중에 가장 특이한 놈이에요."
"······."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노력만큼 재능이 따라 주지 않았다는 점, 환자에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한다는 점이었죠."
"그랬구나."
최기석은 살짝 풀이 죽었다.
김태식의 평은 무척 박했다.
과거 면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슬럼프에 빠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 녀석이 조금만 더 의료에 재능이 있었으면 진작 나를 뛰어넘었을 거예요."
"왜요?"
최기석이 눈을 깜빡거렸다.
"걔는 그건 포기를 모르거든요."
"······."
"해진이는 인턴 때부터 레지 1년 차때까지는 병원에 있는 욕이라는 욕은 다 먹었어요. 하지만 매일 공부하면서 실력을 키웠죠. 결국 3년 차에 올라서는 동기 중 최고가 됐으니까요."
김태식이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까 기석 씨는 수술 전에 의사고시 치렀다면서요?"
"네.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어지간해서는 안 떨어지니까 인턴으로 들어가겠네요."
"네."
최기석은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인턴 끝나면 흉부외과 전문의가 될 거예요."
"그건 다시 생각해 봐요."
김태식이 휘휘 고개를 저었다.
흉부외과는 전공의들이 가장 기피하는 진료과다.
심지어 빅5 병원 중 하나인 장산대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도 무려 2년 동안이나.
그뿐만이 아니다.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중환자가 많아 3D직종으로 분류된다.
더불어 흉부외과는 따로 개업해서 수익을 내기도 힘들었다.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제가 받은 생명,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 주고 싶으니까요."
"······."
"꼭 선생님보다 뛰어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될 겁니다. 나아가서 세계 최고의 의사가 될 거예요."
"당돌한 게 꼭 그 녀석 같네요."
김태식이 털털하게 웃었다. 그리고 최기석의 양해를 구한 뒤 최기석의 가슴 위로 손을 얹었다.
커다란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못난 녀석. 잘 부탁해요"
김태식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이윽고 김태식이 나가면서 무균실에는 최기석만 남았다.
최기석은 김태식이 있던 자리를 한동안 멍하니 지켜보았다.
생전 처음 들은 선배의 진심, 따스한 배려에 뜨끈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진심에서 진심으로. 특별 임무를 달성하셨습니다.]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뜻밖의 알림에 정신이 들었다.
최기석은 서둘러 상태창을 띄웠다.
패시브 스킬
NEW [얼어붙은 심장 Lv.1]
- 감정을 개입하지 않고 냉철하게 환자와 병을 분석합니다.
- 응급상황이나 돌발 상황에서도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최대 5단계까지 성장합니다.
"이건?"
김태식의 패시브 스킬이 최기석에게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