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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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그 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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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 그 후의 이야기
2022.06.28.
“하, 나도 아카데미나 졸업할걸.”
B급 헌터 김동수는 그런 한탄을 하며 담배를 꼬나물었다.
그런 선배의 모습에 다른 C급 헌터 최지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또 그런 말을 하고 계십니까? 지금도 나쁘지 않잖아요?”
“나쁘진 않지. 하지만 나쁘지 않을 뿐이지.”
투덜거리는 김동수의 말에 최지호는 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이제 헌터는 대부분 온갖 아카데미 출신 헌터들이 득세하고 있었다.
덕분에 ‘플레이어’ 시절부터 몬스터와 싸워왔던 김동수는 현 세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쯔쯔, 나 때는 말이야. 하나하나가 전부 생존이었어! 지금은 몬스터가 무슨 샌님들 실적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예, 예. 동수 선배님이 플레이어 출신인 건 잘 압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몬스터와 싸워 오신 분은 선배님 말고는 없을걸요?”
“그래봐야 만년 B급 헌터지만 말이다.”
“아바타가 아니면서 그 정도면 대단한 겁니다.”
“그래, 아바타…… 후. 그거만 될 수 있었어도 지금보단 잘나갈 텐데.”
과거 플레이어였고, 세상이 변한 후에는 각성자라 불렸다.
그리고 각성자들은 대부분 직업을 헌터로 삼는다.
벌이도 좋을뿐더러 인지도가 올라가면 TV에 출연하여 스타가 되는 것도 간단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대부분 신의 선택을 받은 ‘아바타’에게 주어진다.
재능이 없는 각성자는 예나 지금이나 버림받는 법이다.
‘더러운 세상.’
시발시발 욕을 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으니, 헌터 길드의 문이 열렸다.
순간 의뢰라도 들어온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던 동수는 귀여운 소녀 두 명이 걸어들어오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저기요, 저희들 헌터가 되고 싶어서 왔는데요.”
“뭐어어, 헌터?”
심지어 헌터가 되고 싶단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너희들 나이 몇이야.”
“저는 열셋이고, 동생은 열둘이에요.”
흑발에 금안을 가진 소녀는 열셋.
붉은빛이 감도는 흑발에 흑안을 가진 소녀는 고작 열두 살이었다.
“허 참.”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아이들이 헌터가 된다니,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너희 각성자냐?”
“네? 어…… 그렇지 않을까요?”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간혹 이런 경우가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부모님 몰래 헌터가 되겠다며 길드에 찾아오는 경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선 헌터는 영웅이나 마찬가지이니 선망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이해한다.
‘헌터가 무슨 소꿉놀이도 아니고.’
다 TV가 애들을 버린 거다.
영웅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얼마나 헌터의 생태가 치열한지 모르니 이런 애들이 생기지.
“야, 그리고 헌터가 되고 싶으면 아카데미를 가라. 괜히 길드에 지원하지 말고.”
귓구멍을 후비며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동수의 모습에, 금안의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하지만 가장 헌터가 되는 게 빠른 건 헌터길드에서 등록하는 거 아닌가요?”
“얼씨구. 어디서 들은 건 있네. 아서라, 빠르게 된다고 좋은 게 아니야.”
특히 아바타가 될 게 아니라면 아카데미의 인맥을 타는 게 최고다.
그렇게 말하려 했지만 이런 걸 아이들에게 말해줘 봐야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는 갈 생각 없어요.”
“엥?”
마치 그런 동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금안의 소녀가 말했다.
“특별히 배울 것도 없고…… 그냥 인문계에 다니는 게 더 재밌는걸요. 하지만 헌터는 되고 싶어요.”
“저도요! 저도요! 저도 언니처럼 할 거예요!”
정말 기이한 아이들이었다.
동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덜컹!!
“이봐, 길드장 있나?”
그때, 또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아, 오늘 일진 더럽네.’
동수는 들어온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이미 자신의 후배는 슬그머니 도망친 지 오래였다.
“우리 아카데미에서 구의에서 생긴 던전을 맡기로 한 것 같은데, 왜 헌터길드의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는 거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남자는 아카데미의 조교였다.
그의 뒤에는 그가 가르치는 열댓 명의 학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동수는 아카데미 학생들과 조교를 훑어본 후,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길드장님은 현재 출장을 가셨습니다.”
“뭐? 그럼 구의 던전은 너희들이 먹는단 말인가?”
“그게, 구의의 던전은 곧 붕괴될 조짐이 보여서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학생들 실습용으로는 좀…….”
“하, 이런 구닥다리 헌터길드에 있는 놈이 뭘 안다고.”
비웃음이 담긴 조교의 말에 주변 학생들도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하필 엮여도 이 근방에서 제일 물이 안 좋기로 유명한 아쿠아 아카데미와 얽히다니.
“어서 길드장에게 말해서 일을 처리하도록 해.”
이미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동수는 이를 악물며 욕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가까스로 삼켰다.
‘그래, 사고가 터져도 내 책임은 아니지.’
그런 생각을 하며 길드장에게 연락하려던 순간.
“수진아,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 말을 못되게 하면 나쁜 거야. 알겠지?”
“응! 언니.”
마치 들으라는 것처럼 당돌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다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지 수진이라 불린 소녀도 활기차게 소리쳤다.
당연히 그 말을 들은 조교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이 꼬마들은 뭐야? 언제부터 헌터 길드가 유치원이 됐지?”
“유치원? 저희는 초등학생인데요, 안경을 쓰셔서 그런가 눈이 별로 안 좋으시네요. 이렇게 큰 유치원생이 있나요?”
“…….”
후훗, 하고 여유롭게 미소 지은 금안의 소녀는 자신보다 한참 큰 조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려보았다.
“이 꼬마들이! 너희들은 뭐야?”
“저희는 이 길드 소속 수습헌터예요. 제 이름은 김수연이고요.”
“뭐?”
황당한 마음에 조교가 동수를 보았지만, 동수도 워낙 당황한 탓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 아무리 헌터에 나이 제한이 없다지만 이런 꼬마들까지 수습으로 받다니 어지간히 지원자가 없나 보군.”
“그쪽이야말로 그런 식으로 말하고 다니는 걸 보니 수준 알만하네요. 학생들도 덜 떨어져 보이고요.”
신랄한 소녀의 말에 조교는 재차 말을 잃었다.
동수는 그런 소녀, 수연을 말려야 하나 고민했다.
아쿠아 아카데미는 최근 위세가 크게 올라간 아카데미로 이사장이 부자로 유명했다.
한마디로 졸부 아카데미에 가까웠고, 실력만 있다면 인성에 상관없이 지원자를 끌어모은 탓에 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조교들도 마찬가지였다.
“왜요, 못 믿겟어요? 솔직히 그쪽 학생들…… 제 동생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 별 같잖은 게 계속 성질을 건드네.”
결국 화가 치민 조교가 욕설을 내뱉으며 뒤의 학생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아카데미 학생들 몇몇이 수연을 향해 다가가는 게 보였다.
‘이런!’
설마 아이들에게 해코지라도 하겠냐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던 동수는 깜짝 놀랐다.
고등부로 보이는 아카데미 학생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위해를 가하려 했기 때문이다.
“수연아, 살살해. 언니는 그냥 보고 있어도 괜찮지?”
“응. 수진이가 해결할게.”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몰렸는지도 모르는지 두 소녀의 대화는 평온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아쿠아 아카데미와 척을 지더라도 아이들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검을 빼든 순간.
“끄악!!”
한 학생이 붕 날아갔다.
“어?”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여자애가 각성자인 아카데미 학생.
그것도 고등부로 되어 보이는 남자애를 날려버렸다.
놀랄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수진이라는 소녀는 당황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덤벼들었고, 그들을 딱 한 방에 한 명씩 쓰러트렸다. 족히 열댓 명은 되는 아카데미 학생들은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아 죄다 바닥에 누워버렸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당연히 조교의 눈은 경악으로 치켜떠졌다.
그리곤 분노로 붉어진 눈으로 수진이를 노려보며 무언가를 하려는 듯 손짓했다.
“정말 끝까지 비겁하네요.”
그러나 그런 조교의 행동은 채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조교의 주위로 검은 공간이 열리며 사슬들이 튀어나와 조교의 몸을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저, 저건!’
본래 ‘플레이어’였던 동수는 알고 있었다.
퍼블리셔가 서울에 쳐들어왔던 그때, 한 남자가 같은 능력을 사용했었다.
김세한. 인간이면서 외신의 왕이 된 남자.
“이, 이런 미친! 이게 뭐야?! 이 새끼들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 같냐!!”
마치 판에 박힌 것처럼 소리치는 조교의 말에 섬뜩해진 건 동수였다.
어쨌든 이 아이들은 방금 헌터길드의 수습헌터라고 했으니,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는 것도 결국 헌터길드가 될 게 분명했으니까.
“자, 잠깐 좀 진정하십쇼.”
“진정? 너는 이 꼴을 보고도 진정하겠나!!”
아카데미 학생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본인도 사슬에 묶여 발버둥치고 있었다.
만약 이번 사태에 얽힌 게 동수 자신이 아니었다면 큰 소리로 비웃어줬을 수도 있다.
“뿌드득, 이번 일에 대한 건 반드시 이사장님에게 전달해주지. 아쿠아 아카데미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평온한 여성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제3자의 목소리에 이곳에 모여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이동했다.
“헉!!”
여성의 얼굴을 확인한 이들은 저마다 숨을 들이켰다.
당연한 일이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저 여성은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하나라 해도 무방했으니까.
“마, 마왕.”
“네, 마왕인데요. 제가 당신 친구인가요? 후후, 참 편하게 부르시네요.”
“죄, 죄송합니…… 크억!!”
무심코 마왕이라 중얼거렸던 조교는 지수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숙이다가 벌러덩 넘어졌다.
여전히 사슬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잊고 움직이다가 균형을 잃은 것이다.
‘갑자기 마왕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동수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황급히 닦았다.
이젠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엄마!!”
“응, 우리 수진이. 엄마가 한참 찾았잖니.”
“헤헤, 언니랑 헌터하려고 왔어.”
“아직 안 된다고 했잖아. 아빠도 너희 사라져서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지수의 목소리는 사근사근했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그저 공포만을 느꼈다.
설마 저 아이들이 마왕의 딸이었을 줄이야.
특히 조교의 얼굴은 아주 볼만했다.
“이런 내가 늦었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뒤이어 헌터 길드로 들어온 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이었다.
“엄마도 오셨네요.”
“당연하지 않느냐. 갑자기 헌터가 되겠다는 편지만 남기고 홀라당 사라졌는데. 그런 건 성인이 된 이후라고 했었지?”
“그래도…….”
우주의 관리자, 이드라.
그녀를 본 이들 중엔 슬슬 졸도하는 이들도 생길 정도였다.
‘저, 저 둘이 이곳에 있다는 건 그럼…….’
아마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남자를 떠올렸을 때.
느릿하게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너무 그러지 마. 애들이 활기찬 게 얼마나 보기 좋아?”
흑발에 보랏빛이 섞인 흑안.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문이 열린 길드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안으로 들어온 세한은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조교의 몸 위에 발을 올려놓고 씩 웃었다.
‘다, 다 들었구나.’
조교는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아쿠아 아카데미? 그런 게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걸려도 정말 한참 잘못 걸렸다.
저들은 신들조차 감히 함부로 못 하는 자들인데.
“요즘 아카데미 상태가 영 좋지 않다더니. 린에게 말해둬야겠네.”
“알나드랑 여행 가지 않았나요?”
“돌아오면 말해야지.”
세한과 지수의 대화에서 정의의 여신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 조교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의의 천칭은 결코 아쿠아 아카데미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학생들은 크게 다친 곳 없이 무사하구나. 수진이가 힘 조절을 잘한 모양이야.”
“그럼요, 누구 딸인데.”
“헤헤.”
말랑말랑한 볼을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에 수진이가 귀엽게 웃었다.
물론 방금 수진이에게 얻어맞은 학생들 입장에선 공포에 가까웠다.
‘저건 애가 아니야! 아이의 모습을 한 무언가라고!!’
붉은 눈을 번뜩이며 웃으면서 덤벼드는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지금 순진한 양처럼 웃고 있는 저 모습은 분명 가증스런 연기인 게 분명했다.
“헌터길드 김동수 씨죠?”
“네? 예, 예. 그렇습니다만…….”
갑자기 세한이 말을 걸자 동수는 말을 더듬으며 머쓱하게 허리를 숙였다.
“오늘 아이들이 큰 폐를 끼쳤습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뇨, 그래도 저희 딸들이 일으킨 소란인데요.”
세한은 씩 웃으며 재차 아쿠아 아카데미의 조교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흠, 슬슬 직업을 옮길 때도 되긴 했지. 역시 균형을 맞추려면…….”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보상은 꼭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동수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넨 세한은 이내 자신의 두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그들이 완전히 시야 밖으로 사라진 후에도 길드에 있던 이들은 누구도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숨을 내쉬며 방금 자신들이 겪었던 사건을 되새길 뿐이었다.
***
그리고 다음 날.
“이, 이게 뭐야.”
언제나처럼 헌터길드에 출근한 동수는 눈을 비볐다.
길드의 건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건물을 재건축하고 있었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동수는 길드의 헌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들의 표정도 동수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꿈을 꾸는 것처럼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봐, 대체 무슨 일이야?”
“……길드를 누가 사갔어.”
“뭐?”
“우리 길드를 누가 샀데. 간단히 말해서 길드장이 바뀌었다는 소리지.”
대체 이런 낡은 길드를 누가 산단 말인가.
헌터들의 말에 동수는 재차 점점 크기가 커져가는 길드의 건물을 보았다.
저들도 평범한 공사장 인부들은 아닌지, 건물 짓는 속도가 살벌할 정도로 빨랐다.
심지어, 그 흔한 공사기계들도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건물을 짓는데 특화된 각성자들인 게 분명했다.
‘저런 인력을 부릴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 길드를 샀다고?’
각성자들의 인력은 무척 비싸다.
효율이 좋고 빠른 만큼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걸 저렇게 많이 부리려면 대체 돈이 얼마가 들었을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저건…….’
문득 짓고 있는 건물 꼭대기에 거대한 장식이 세워지는 게 보였다.
검은 까마귀.
그것을 보는 순간 동수는 설마 하는 마음이 생겼다.
까마귀는 어떤 남자의 심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 번쯤 길드장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런 동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세한이 까마귀 동상을 보며 웃고 있었다.
“이래야 애들도 좋아할 것 같고.”
“저, 저기.”
“앞으로 자주 보겠군요. 동수 씨.”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세한의 모습에 동수는 어색하게 마주 웃었다.
어째, 앞으로 무척 다사다난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