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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엔딩, 그 후에(2) (317/332)


317. 엔딩, 그 후에(2)
2022.06.28.


마왕의 기운이 느껴지는 장소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장소였다.

바로 아자젤이 다스리는 나태의 영역이었으니까.

“너무 많이 달라졌는데…….”

전에 왔을 때 보았던 건물들이 남겨져 있어 망정이지, 만약 그것들이 아니었다면 다른 장소로 생각했을 것이다.

“애초에 이곳은 정말 마계가 맞느냐? 하늘이 아주 파랗구나.”

이드라 또한 감탄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 말처럼 이전의 그 칙칙한 마계의 하늘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맑게 개어 있었다.

오히려 지구의 하늘보다도 맑다.

공기도 청량한 게 마계라기보단 천국과 같은 광경이었다.

“그런데…….”

나는 주변을 휙휙 둘러본 뒤에 눈을 찌푸렸다.

“분명 마왕의 기운이 느껴진 건 이 근처인데.”

아무리 둘러봐도 근처에 마왕인 ‘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서 마왕의 기운이 느껴졌다니, 정말인 게냐?”

“그렇다니까. 분명 이 근처야.”

이드라의 말처럼 이 근처에 보이는 건 아이들이 놀고 있는 거대한 놀이터만이 보였다.

사실 놀이터라기보단 거대한 놀이시설이라고 하는 게 맞다.

지구에나 볼 수 있을 법한 것이 마계에 있다는 것도 놀랍다만, 거기에 각양각색의 마족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게 더 놀랍다.

심지어 아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그 모습들이 퍽 비범했다.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닌 마족들이기 때문이겠지.

“……응?”

마족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시설을 둘러보며 ‘나’를 찾던 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흑발에 금안을 가진 소녀.

그 아이는 묘한 눈으로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뭐지? 뭔가 익숙한…….’

소녀에게서 풍기는 묘한 분위기에 유심히 아이를 바라보던 나는, 문득 내가 느끼고 있는 마왕의 기운이 저 아이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드라 또한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내 옷깃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세한. 저 아이.”

“나도 느꼈어.”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분명 ‘나’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계의 열쇠가 왜 저 아이에게 있다는 말인가.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것일까, 아이는 휙 몸을 돌리더니 도도도 작은 다리를 움직여 달아났다.

“자, 잠깐!”

황급히 내가 외쳤지만, 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심지어 발도 어찌나 빠른지 아이는 이미 순식간에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드라, 저 아이를 쫓자.”

“으응? 그, 그러자꾸나.”

이드라의 기색이 묘했지만 나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다행히 아이의 달리기가 아무리 빨라도 아이.

나는 금방 아이의 뒤를 쫓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아이를 쫓은 게 우리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살기?’

찌를 듯한 살기가 사방에서 느껴졌다.

나와 이드라를 향하는 건 아니었다.

이 살기를 발산하는 이들은 오로지 저 흑발의 소녀를 노리고 있었다.

‘저 아이가 대체 누구이기에?’

점점 더 의문이 깊어지는 찰나, 살기를 품은 이들 중 하나가 마법을 시전했다. 새까만 마력이 뭉쳐지며 화살의 형태로 날아가 소녀의 다리를 노렸다.

‘작은 아이에게 저런 마법을 사용하다니.’

대체 무엇이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가 손을 뻗어 가볍게 마법을 지우려는 찰나, 이드라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이드라? 갑자기 무슨…….”

갑작스런 그녀의 개입에 소녀를 보호하려던 나는 살짝 늦어버렸고, 마법은 소녀의 다리에 정확히 적중했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검은 화살이 소녀의 다리에 닿기도 전에 무언가에 빨려들어가듯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건!!”

나로선 도저히 모를 수 없는 힘이다.

바로 이드라의 능력인 허수공간이었으니까.

참고로 나나 이드라가 발현한 힘이 아니었다.

방금 열린 허수공간은 바로 저 소녀의 힘이었다.

“칫!! 봐줄 거 없다! 당장 공주를 잡아!!”

공주를 잡으라는 말과 함께 대여섯의 마족들이 튀어나와 소녀를 덮쳤다.

그다지 대단한 존재는 없었지만, 모두 성인 마족인 만큼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을.

“이번엔 제법 재미있었어요.”

소녀는 오만한 얼굴로 마족들을 발로 짓밟았다.

입가에 그려진 비릿한 미소는 마치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우리 계약자의 미소를 많이 닮았구나.”

“…….”

이드라가 쓰러진 마족의 등을 꾹꾹 밟고 있는 걸 보며 중얼거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대로 둘 수는 없지. 우선 저 마족들을 처리해야겠어.”

“기다리거라.”

“어? 왜?”

아무리 소녀에게 제압되었다지만 저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손수 치워주려 나서니 이드라가 재차 나를 저지했다.

아무래도 이드라는 저 소녀가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이젠 나도 조금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고, 공주님. 오늘은 평소보다 과격하시지 않습니까, 그만…… 꽥!”

“흐응, 뭐라고?”

밟혀 있던 마족이 뭐라고 외치자 소녀의 발에 힘이 실렸다. 다른 마족들은 그런 소녀의 모습에 그저 대견하다는 눈으로 점차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방금 살기를 내뿜던 이들이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주님! 갈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계시는군요!”

“능력의 발동이 더욱 빨라지셨습니다!”

멍하니 서 있자, 그제야 소녀는 마족의 등을 짓밟던 발을 떼고 나를 돌아보았다.

“미안해요, 마침 놀이시간이라 바로 말을 걸지 못했답니다.”

검은 머리칼의 소녀는 그 머리색만큼 검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복장.

“처음 뵙겠습니다.”

소녀는 기품있는 동작으로 내게 허리를 숙이며 싱긋 웃었다.

“다른 세계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 말을 들은 나는 심장이 멎어버린다는 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

“설마 먼저 만났을 줄은 몰랐네.”

나의 딸이라 주장하는 소녀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악마가 나타났다.

이 세계에 그런 악마라면 단 한 명뿐.

나태의 악마 아자젤.

그녀는 묘한 눈으로 나와 이드라를 훑어본 뒤에 옅게 웃었다.

물론, 나는 웃을 수 없었지만.

“……어쩐지 이곳에 온 뒤로 계속 놀라기만 하는 것 같군.”

나는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렸다.

물론 방금 받은 충격에는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눈앞의 광경도 경악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뭐가? 내가 뭐 놀라울 게 있니?”

“충분히 놀랍고말고.”

아기를 품에 소중히 안고 있는 아자젤이 서 있었다.

솔직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아자젤이다.

나태의 악마.

만사를 귀찮아하는 녀석이 육아를 하고 있다니.

“너…… 나태의 악마 아니었냐?”

“당연한 말은 하지 마렴.”

“아니, 그런 것치곤 너무 부지런하잖아.”

“솔직히 나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해……. 하지만 항상 이러다 보니 적응됐거든.”

손수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키운다고?

그것도 항상?

평범한 여성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육신의 피로를 느끼지 않는 아자젤이나 할 법한 육아법이었다.

그런 내 눈빛을 읽은 듯, 아자젤이 묘하게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하지만 아기는 약해. 나의 아이지만 이렇게나 약하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잖니? 내가 데리고 있으면 위험한 일도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 해결이 가능하니 효율적이야.”

나태의 악마의 입에서 효율적이라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게 광기의 마왕 엔딩의 아자젤이라면, 우리 세계의 아자젤도 별다를 바가 없겠군…….’

대체 신자운은 무슨 짓을 했기에 이 악마를 이렇게나 구워삶은 건가.

“외모다.”

마치 나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이드라가 근엄하게 말했다.

“신자운은 잘생겼지 않느냐. 외모가 개연성이라는 거다.”

“…….”

그래, 신자운 좀 생기긴 했지.

괜히 주변에 여자들이 잔뜩 꼬인 게 아니다.

“어머, 나도 얼굴 보고 넘어갔다거나 한 건 아니야? 그냥 사람 됨됨이에 끌린 거지.”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우리 곁에 당연하다는 듯 서 있는 검은 소녀에게 머물렀다.

“그래, 수연아, 잘 놀다 왔니?”

“네, 재밌었답니다.”

소녀, 아니 수연이라 불린 아이는 나를 보며 작게 눈웃음쳤다. 그 눈웃음은 묘하게 내가 아는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내가 정말 묻고 싶은 게 많은데.”

“그런 것 같네.”

아자젤은 옅게 웃으며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따라오라는 의미였다.

마치 허공에 떠가듯 부드럽게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우리는 나태의 궁을 거닐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절묘했으며, 잘 들어보면 아기가 들을 수 있도록 작게 노래마저 부르고 있었다.

‘저게 인간이냐.’

이토록 아자젤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는 게 와닿은 적은 처음이다.

어딜 봐도 육아의 스트레스는 보이지 않는 모습.

말 그대로 초월적인 슈퍼 엄마다.

“데려왔어. 마왕…… 아니, 세한과 이드라라면 미리 말을 했어도 됐잖아?”

“그럼 재미없잖아요.”

아자젤이 안내한 장소에는 예상 외의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민수아.

그녀는 마치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당황한 모습 없이 부드럽게 인사했다.

“마왕님을 만나러 오신 거죠?”

“맞아. 여러모로 들을 게 많았으니까.”

“지금도 그런가요?”

“……더 많아졌지.”

나는 힐끗 조용히 있는 수연이를 보았다.

지금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이미 아셨겠지만, 수연이는 마왕님과 이드라 님의 딸이에요.”

“그래, 그런 것 같더라.”

“참고로 수연이에겐 동생이 하나 더 있죠.”

별것 아닌 말이었지만, 묘한 뉘앙스였다.

“나와…… 이드라의 둘째인가?”

“아뇨. 당연히 지수 님과의 딸이죠.”

아니, 그게 뭐가 당연한 건데.

가슴이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살짝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일 줄이야.

‘그럼 그 가족여행이라는 게…….’

나와 이드라, 그리고 지수의 여행이었던가.

뭔가, 우주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제법 꽤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세계의 나는 상상 이상이었구나.

그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연이는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동생의 이름은 수진이에요. 아마 곧 여기에 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

“그렇군…….”

뭐라 반응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어색하게 대답하자 이드라가 수연이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나의 아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놀랍구나, 나의 아이라면 분명 금발이리라 생각했는데.”

“과한 힘을 사용하면 금발로 변해요, 다른 세계의 어머니.”

“옳지. 과연 그렇군. 설마 내 힘이 유전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놀랍구나.”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허수 공간 말고도 아버지의 힘을 이것저것 물려받았답니다.”

수연이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드라는 그런 수연이가 뭐가 그리 귀여운지 꿀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보았다.

“크흠.”

그게 또 묘한 압박감이 있는 거다.

괜히 목이 타서 탁자에 놓여 있던 뜨거운 차를 벌컥벌컥 들이켜자 민수아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우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드려야겠네요. 마왕님을 만나기 전에 기본적인 건 알아두는 편이 좋잖아요?”

“……그래. 부탁할게.”

“아마 대부분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네요. 연애 이야기는 빼고 말이죠.”

연상의 민수아는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수아는 진지한 얼굴로 ‘광기의 마왕’의 새로운 결말을 털어놓았다.

“우선 퍼블리셔에게 마왕님이 싸움을 거신 것까지는 보셨을 거예요.”

잊었던 이드라에 대한 기억을 모두 되찾고, ‘나’는 퍼블리셔에 싸움을 걸었다.

여태 자신과 반목하던 린에게 손을 내밀었고, 린 또한 그런 나의 손을 잡았다.

“솔직히 질 수도 있었어요.”

우리 세계를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세계가 바로 이곳이다.

광기의 마왕인 나와, 이미 수십 년간 정의의 여신으로서 싸워온 린.

그리고 마왕은 되지 못했지만 마왕의 비서로서 오랜 시간 싸워온 지수.

당연히 퍼블리셔는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털릴 수밖에 없었다.

이미르와 반고도 나섰지만, 칠대 악마를 모두 거느린 우리를 상대로 정면에서 싸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이미르는 우리 세계에서 지구를 침략했을 때와 달리 최대한 몸을 사리며 시간을 끌었다. 자신과 반고를 비롯한 퍼블리셔의 주요 병력을 최대한 아낀 것이다.

“퍼블리셔가 움직인 건 외우주에서 외신들이 도착했을 때부터였어요.”

수많은 외신들이 퍼블리셔를 도와 싸웠다.

아마 이전에 아자토스와 작은 협약을 맺어두었던 건지, 그들은 아버지의 명을 따르며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위험했지만, 어느 순간 모두 돌아가더군요.”

“돌아갔다고?”

“네, 크게 당황하며 돌아갔답니다. 이유는 아마, 아실 테죠.”

아자토스가 소실된 시점인가.

모든 시간축에서 사라졌지만, 세계에 따라 소멸시점이 다르게 관측되는 모양이군.

어쨌든 덕분에 외신들이 물러갔으니, 이후는 뻔했다.

“외신이 돌아가자 이미르는 반고와 함께 분전했습니다. 시스템의 힘까지 모두 활용했으나…….”

“개박살났겠지.”

“네, 상대가 되지 못했죠.”

나는 힐끗 아자젤을 보았다.

민수아의 말을 들으면 아자젤은 본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최악의 사태는 절대 일어날 일 없었겠지.’

민수아는 질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아자토스의 소실 시점이 훨씬 후여서, 외신과 끝까지 싸우게 됐다면 결국 아자젤은 한계돌파를 썼을 것이다.

‘아자토스마저 잠깐이지만 썰어버렸는데.’

한없이 무한에 가까워진 아자젤이라면 혼자서도 퍼블리셔를 조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아자젤이 그 정도로 한계돌파를 위해선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1회차의 아자젤.

그리고 ‘또 다른 미래’의 아자젤은 신자운과 접점이 없다.

마계에서 놀고먹으며 나태하게 생활한 아자젤은 강했지만, 한계돌파도 일정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나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절실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자젤이라면…….’

분명 우리 세계의 아자젤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지 가진 않은 것 같지만.’

아마 그런 미래는 올 일이 없었기에 민수아도 아자젤의 힘을 보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평생 아자젤이 그렇게 싸울 일은 없겠지.

그건 분명 좋은 일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저희는 퍼블리셔에게 승리하고, 시스템으로부터 이 세계를 구원했답니다.”

민수아는 짝짝 박수를 치며 웃었다.

“이후, 신들은 어떻게 됐어?”

“이젠 그런 경계가 희미해져서 휴양지처럼 가끔 돌아다니곤 해요. 마계나, 지구 등 다른 세계들을 말이죠.”

“다행이네.”

“신들도 지쳐 있었던 거겠죠.”

이 정도면 충분히 긍정적인 미래라고 본다.

아마 우리 세계도 이것과 비슷하지 않으려나?

“그럼 더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

“궁금한 거라면…….”

나는 말끝을 흐렸다.

사실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했지만, 솔직히 나는 다른 게 더 궁금했다.

“혹시…….”

여태 마음에 담아둔 것을 조심스럽게 물으려던 순간.

덜컹!!

“아빠!!”

새로운 폭풍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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