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261화 (261/332)

# 261

261. 퍼블리셔(1)

초상계 퍼블리셔.

긴 시간 동안 시스템을 이용해 수많은 별들에게서 포인트를 얻어온 집단.

사실, 포인트라는 건 하나의 명칭일 뿐 본래는 우주를 이루는 하나의 에너지에 가까웠다.

그것을 보다 익숙하게 변환하게 포인트.

수많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그것을 여태 거인족은 독점에 가까운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

신과 악마, 그들 개인이 가진 힘은 분명 강할지 모르지만, 수많은 별들에게서 얻은 포인트를 통해 세력을 확장시킨 거인들에 비하면 부족했으니까.

“이봐, 요루엠. 요즘 아주 성실하구만.”

“예?”

요루엠은 그런 퍼블리셔에서 생활하는 거인 중 하나였다.

그것도 퍼블리셔의 최중심부, 모든 별들을 관리하는 관리실에 들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인이었다.

“아, 이제 일이 좀 익숙해졌으니까요.”

“흠, 원래는 좀 더 건방진 녀석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하하…….”

관리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거인은 총 10명 내외.

그리고 그 열 명에는 이미르와 거인도 포함되어 있었고, 반고의 경우에는 사망하였으니 이제 남은 건 아홉 명 정도였다.

“그럼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고. 그럼 이미르님도 응당 보상을 내려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요루엠은 허리를 꾸벅 숙이며 자신보다 먼저 관리실에 들어온 선배에게 허리를 숙였다.

어깨를 두드리며 사라지는 거인을 잠시 응시하던 요루엠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우와, 들킨 줄 알았네.’

요루엠, 아니 요루엠의 모습으로 퍼블리셔에 숨어든 이민아는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있었더라. 벌써 한 달은 되어가는 거 같은데.’

본래 아키넨에게 라이벌 의식을 지니고 있던 요루엠은 그의 부름에 냉큼 약속을 잡았다.

아마 아키넨에게 자신이 ‘관리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던 거겠지.

문제는 그게 전부 아키넨이 친 덪이었다는 점이다.

어이없이 낚여버리긴 했지만, 사실 요루엠은 거인 중에 상당히 우수한 부류였다.

우선 관리실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은 엘리트.

아키넨과 동기였다면 GM에서 시작했다는 건데, 거기까지 올라갔다는 건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뭐, 능력 자체는 좀 더 아키넨이 우수했던 모양이지만, 아키넨은 계속 GM으로 남는 길을 선택했다.

반대로 요루엠은 좀 더 위로 올라가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끝내 목표를 달성했으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간다.

‘덕분에 우리도 수월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

약속장소에 나온 요루엠은 로키에게 간단하게 제압당했다.

신화시대부터 알아주는 강자라고 할 수 있는 로키에게 감히 요루엠 따위가 반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후, 요루엠은 로키의 손에 어디론가 끌려갔고, 민아는 요루엠을 대신하여 퍼블리셔에 숨어든 것이다.

「그럼 저는 지구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머지는 잘 부탁드리죠, 민아 님.」

정중하게 말하며 사라지던 아키넨의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로키도 퍼블리셔에 숨어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때가 올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는 것만 알 뿐이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냐?’

여태 수많은 조직에 숨어들며 정보를 빼오긴 했지만, 그것과 이건 난이도가 달랐다.

매일매일 관리실에 출입할 때마다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

치익──.

공기가 빠지는 소리가 들리며 관리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자 문의 경계에서 녹색의 빛이 흘러나오며 요루엠의 이마에 박혀 있는 보석을 훑었다.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출입자는 거인 요루엠.]

‘아, 무서워.’

민아는 이마에 박혀 있는 요루엠의 보석을 만졌다.

이마에 박힌 보석은 정말로 요루엠의 것이다. 로키가 녀석을 제압한 후, 이마에 박혀 있던 보석을 뽑아 민아에게 준 것이다.

민아는 그것을 이용해 진짜 요루엠을 위장할 수 있었다.

“왔어? 자자, 이제 준비해. 이제 곧 시작할 것 같으니까.”

“……시작한다고요?”

관리실로 들어오니 뭔가 분위기가 평소보다 어수선했다.

하나둘 바쁜 동작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민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아, 드디어!’

세한은 말했다. 이미르가 움직일 때까지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릴 거라고.

그 말처럼 이제 곧 한 달.

외신과의 협상을 끝낸 이미르가 퍼블리셔의 거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말은 즉, 퍼블리셔가 곧 지구를 침략할 거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준비는 끝났겠지? 그렇지, 오빠?’

얼마전 마계에 다녀왔다는 세한을 떠올리며 민아는 마른 입술을 핥았다.

부디 그가 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기를.

민아는 그저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오우, 내 예상보다 훨씬 쩌는데.”

나는 머리를 젖혀 위를 올려보았다.

목이 아플 정도였지만, 그 정도는 눈에 들어오는 물건의 경외감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실제로 완성된 걸 보니 뭐라고 해야 되나…….”

그것은 거대한 검이었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그리고 다른 행성에서 공수해 온 온갖 귀한 금속을 때려 박아 만든 검.

만약 이곳이 한국이었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과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 거대한 ‘대장간’과 인력을 충당해 준 유엔에게는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수고했어.”

“저희는 설계도대로 만들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걸 대체 누가 휘두르죠?”

내 감사에 유엔은 싱긋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꼭 휘두를 필요는 없지. 아무튼 이제 마지막 작업을 해볼까.”

“마지막 작업이라고 한다면…….”

“아마 오리하르콘일 거예요, 누나.”

조심스럽게 묻는 유엔에게 나를 대신하여 답한 건 시우였다.

시우 역시 다크서클이 또렷하게 보이는 걸 보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 같았다.

“정답.”

나는 가볍게 발을 굴러 검의 위로 올라갔다.

날의 길이만 족히 수킬로미터.

인간은커녕 어지간한 거인도 올려봐야 할 크기였다.

이런 걸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마, 이미르의 본체 정도가 아닐까.

이드라에게 들은 바로는 분명했다.

“여긴가.”

나는 검의 힐트 부분까지 걸어가 그 중앙에 박혀있는 둥근 마석에 손을 댔다.

철컹, 철커덩!

그러자 미세하게 마력이 빠져나가며 마치 기계처럼 중앙부분이 벌려졌다.

무언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홈.

‘제대로 만들었군.’

다른 누구도 아닌 시우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바타. 인류 최고의 대장장이.

거기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도와 만든 게 바로 이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디어사이드가 보유하고 있던 광맥들은 죄다 말라버렸고, 다른 장소의 광맥들도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그건 지금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만이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은은하게 빛나는 금빛의 액체가 들어있는 병이다.

[가변형 오리하르콘]

내가 첫 메인 퀘스트에서 백금 등급 보상으로 받았던 물건.

사용 시 물건의 표면을 오리하르콘으로 코팅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어느 시점으로 더 이상 시스템이 주는 보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것만큼 도움을 많이 받은 물건이 없었다.

이게 없었다면 애초에 카라스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했겠지.

“너의 마지막 일이다.”

나는 가변형 오리하르콘의 뚜껑을 열고 천천히 홈으로 집어넣었다.

양만 본다면 기껏해야 단검 하나 정도 덮을 정도였지만 이것의 대단한 점은 크기를 상관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기이이잉!

가변형 오리하르콘이 들어가기 무섭게, 홈이 마석으로 덮어지며 금색의 선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날이 조금씩 금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우주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리하르콘으로 코팅되고 있는 것이다.

“끝……난 건가요?”

“응. 이제 완전히 코팅되면 가져갈 거야.”

“저걸 어떻게 가져가시려고…….”

“난 허수공간이 있으니까.”

크기는 전혀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조용히 입을 닫는 유엔은 뭐라 묻고 싶은 것이 많은 것 같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걱정 마.”

“네?”

“네가 걱정하는 건 알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한 거잖아.”

“…….”

아무래도 정곡이었던 모양인지, 유엔은 느릿하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솔직히 나도 알 수 없어. 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노력이 헛되게 하지는 않을 거다.”

“후후, 믿을게요. 그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시나요?”

유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민아에게 연락이 온 참이었다.

“최후의 준비를 해야지.”

“최후의 준비? 아직도 할 게 남았어요, 형?”

이 거대한 검 말고 따로 할 게 있냐고 묻는 시우의 말에 나는 씩 웃었다.

“여론조작을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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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헐? 퍼블리셔의 움직임이 이상한데?

아는 지인에게 들었는데, 퍼블리셔가 지구 조지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

아무리 지구가 퍼블리셔 소속이 아니라지만 멋대로 조져도 괜찮은 거임?

댓글

익명 : 카더라 사절

익명 : 근데 진짜인거 같던데? 요즘 퍼블리셔 좀 이상함.

익명 : 외신이랑 짝짜꿍한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더라.

익명 : ---여기까지 전부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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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이런 게시글이 신들의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가고 있었다.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최근 퍼블리셔의 동향이 이상하다.’

‘지구를 공격하려는 낌새가 보인다.’

‘퍼블리셔가 아닌 다른 별에서 잘나가는 게 아니꼬와서 그런 모양이다.’

이런 식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충격! 외신 아자토스의 등장?!」

갓튜브에 현재 1위하고 있는 영상도 퍼블리셔와 관련되어 있었다.

나름 이름 있는 갓튜버가 올린 영상인지라 조회수도 무시무시하고 파급력도 상당해서 퍼블리셔와 지구의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현재 커뮤니티 최대의 화제였다.

“물론.”

전부 내가 꾸민 일이지만.

나는 커뮤니티를 보며 실실 웃었다.

아주 잘 진행되고 있구만.

문제는 이미르가 침략하는 날까지 이대로 쭉 가야 한다는 건데.

“이런 게시글을 보고 이미르가 몸을 사릴 수도 있잖느냐?”

“설마. 이미 외신과도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잖아? 이제 와서 빼겠어?”

“하긴…… 아자토스가 중간에 껴있으니 미룰 수도 없을 테지.”

이드라라면 아자토스 대해서 모를 리가 없었다.

적어도 수십억 년 동안 같이 살았을 테니까.

[그리스대장 : 영상 하나 더 업로드했다. 확인요망.]

“오케이, 빠르다 빨라. 역시 번개의 신이야.”

커뮤니티를 조작하는 건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현대의 인터넷처럼 여러 가지 IP로 분신술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필연적으로 다른 신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런 나를 가장 많이 도와준 건, 그리스와 북유럽계열 신들이었다.

그리스 신들은 린과의 친분 때문에.

북유럽 신들은 로키가 뒤에서 손을 썼기 때문이다.

뭐, 북유럽 신들은 괜히 그리스 신들이 나서니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겠지.

한쪽눈미아 님께서 그리스대장을 꽤나 신경 쓰는 편이니까.

‘나로선 나쁠 것 없지.’

참고로 현재 갓튜브 1위 영상의 주인이 바로 헤르메스다.

이드라가 내 영상을 팔아서 갓튜브 구독자 랭킹 1위를 찍었지만, 헤르메스도 꽤나 구독자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올림포스에 린이 머무는 동안 찍은 영상들이 대박이 터져서 최근 가장 핫한 갓튜버 중 하나였으니, 파급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미르가 지구에 침략할 때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

민아의 말에 따르면 외신들과의 계약을 끝낸 이후, 이미르는 모인 병력을 하나하나 통제하기 시작했었다.

그야 퍼블리셔가 가진 힘은 거인들만이 아니니까.

퍼블리셔에 속해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강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별들.

말하자면 멸망이 예정된 별의 플레이어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멸망에 가까워지면 그만큼 심적으로 절박해져서 말도 안 돼는 퀘스트를 받을 확률이 올라가며, 플레이어의 질도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강자들이니 당연하다.

그런 녀석들을 규합하고, 지구로 향하는 문을 열려면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

늦으면 2주다.

온전한 열쇠를 지닌 ‘마왕인 나’와는 달리 이미르가 지닌 열시는 어디까지나 반쪽에 불과하니까.

“아, 근데 사장님. 말한 건 기억하고 계시죠?”

이미르가 침략할 날짜를 계산하고 있던 내게, 아키넨이 말했다.

퍼블리셔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던 아키넨은 수많은 핵심 정보들을 알려준 소중한 디어사이드의 직원이었다.

물론 아키넨이 지금 무슨 말을 할지는 알고 있었다.

“선발대가 먼저 올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지?”

“예, 맞습니다.”

선발대. 말이 선발대지 사실상 이미르의 친위대에 가까웠다.

병력을 이끌고 별을 침략하기 전, 먼저 별의 생태를 파악하고 한번 크게 흔들어주는 역할을 맡은 녀석들이었다.

죄다 괴물같이 강한 놈들이니 아키넨이 염려하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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