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244화 (244/332)

# 244

244. 왕관의 주인(2)

드드드드드!!!

지수의 무릎이 굽혀지며 몸이 팽팽히 당겨진다.

하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심장이 빠르게 펌핑하며 전신에 붉은 문양이 퍼져나간다.

극성에 이른 혈천수라공이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고 심장에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신격이 증기처럼 전신의 모공에서 뿜어져 나온다.

별의 힘이 느껴졌다.

오직 상대를 멸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천살성의 힘이.

“「대지여. 상대를 완전히 감싸 짓눌러라!」”

지수가 움직이는 것보다 빠르게 루시퍼가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게브라의 열기에 녹아버린 대지가 헤일처럼 치솟으며 무릎을 굽히고 있는 지수를 위에서부터 덮었다.

콰과쾅!!

방금 전에는 확실히 지수의 몸을 속박했던 대지의 장막에 구멍이 뚫리며 지수가 튀어나온다.

잠시 휘청였지만 금방 균형을 잡고 주변에서 치솟는 대지를 흉성의 학살자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모조리 분쇄시킨다.

“무슨?!”

방금 전보다 배는 빨라지고 강해진 지수의 움직임에 루시퍼의 표정이 변했다.

‘설마, 상처를 입을수록 강해지는 천살성의 힘이!’

본래라면 천살성은 상처가 늘어날수록 능력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지수는 재생능력은 이미 불사신에 가까워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녀의 능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화되어버린 것이다.

상처를 입고 회복할 때마다 계속해서 효과가 누적되는 방식으로.

몸이 부서지고 망가질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것이다.

“「바람이여, 엮여라!!」”

촤아아악!!

달려드는 지수의 양팔과 다리에 사슬처럼 묶여드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지수의 몸은 전진했다.

진공의 실이 갈가리 찢겨지며 흩어진다. 대지도 바람도 더 이상 그녀를 저지하지 못했다.

“큭!!”

이대로 서 있다가는 지수에게 따라잡힐 게 분명했기에 루시퍼는 날개를 펼치고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콰쾅!!

그에 따라 지수가 크게 발을 내딛으며 루시퍼를 쫓아 뛰어오르며 흉성의 학살자를 집어던졌다.

카앙!!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날아간 흉성의 학살자가 루시퍼의 몸을 감싼 방벽에 부딪치며 작은 흠집을 내고는 지상으로 떨어졌다.

“다섯 번째, 게브라!!”

코앞까지 다가온 지수를 향해 루시퍼의 열두 장의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방금 전과 같은 인조 태양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날개에서 발산할 수 있는 최대출력으로 열선을 발산했다.

콰아아아아아!!

태양의 열기에 가까운 열선이 쏘아지며 지수의 전신에 부딪쳤고, 수백 개로 분열되며 마구잡이로 지상으로 쏟아졌다. 마치 불의 비가 떨어지는 것처럼 잿빛하늘이 붉게 물들며 땅을 불태웠다.

동시에 게브라의 불길을 뚫고 지수의 머리가 루시퍼의 금이 간 방벽에 격돌했다.

‘견뎠다고?!’

양팔은 녹아서 사라졌지만, 그걸로 끝이다.

아무리 인조 태양보다는 약하다지만 게브라의 열기는 생명체가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콰창!!

지수의 머리가 루시퍼의 방벽을 깨트리며 아귀처럼 입을 벌렸다.

으지직!!

“크으으아아악!!”

짐승처럼 지수의 이빨은 루시퍼의 목을 파고들며 물어뜯었다.

새빨간 선혈이 쏟아지며 루시퍼와 지수의 전신을 물들였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끔찍한 고통에 루시퍼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누구보다 강했던 그였기에 상처를 입을 일 자체가 없던 터라 고통의 내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크으윽!! 당장, 떨어져라!!”

척력으로 밀어내려고 해도 당연히 지수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양팔로 목을 물어뜯는 지수를 밀어냈지만, 이미 양팔마저 재생된 지수는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지수의 손이 루시퍼의 살갗을 찢고, 얼굴을 더듬어 한쪽 눈에 엄지를 쑤셔 넣었다.

“떨어져어어어!!”

루시퍼의 신체능력은 결코 낮지 않다.

모든 능력이 뛰어난 탓에 근접전으로 갈 일이 없을 뿐, 그의 힘은 어느 악마보다 강했다.

그럼에도 쉽사리 지수를 떨쳐낼 수 없었다.

콰아앙! 콰앙!!

빛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며 아까 만들어진 절벽과 근처의 산에 막무가내로 부딪쳤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지수는 양손을 움직여 루시퍼의 날개를 하나씩 잡아뜯어내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찢겨서 날개가 찢겨지자 루시퍼와 지수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땅에 격돌하기 직전 루시퍼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홉 번째, 예소드(YESOD)──!!”

훅, 루시퍼의 몸이 반투명해지며 지수의 몸이 그의 육신을 통과하며 땅에 처박혔다.

단 세 장의 날개를 제외한 모든 날개를 잃은 루시퍼는 겨우 균형을 잡고 내려설 수 있었지만 다시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바로 예소드를 사용했다면 이렇게 피해가 크지 않았겠지만, 고통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마비되었던 탓에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콰쾅!!

땅에 떨어져 파묻혔던 지수가 튀어나오며 아까 전 떨어트렸던 흉성의 학살자를 휘둘렀다.

그것이 루시퍼의 몸에 닿기 전 육각형의 막이 만들어지며 부딪쳤다.

“여섯 번째, 티페레트(TIPHERET).”

모든 걸 반사시키는 절대방벽에 지수의 팔이 도리어 튕겨지며 뜯겨져 날아갔다.

하지만 뜯겨진 팔이 땅에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재생된 손이 재차 테페레트의 방벽에 격돌한다.

쾅! 쾅쾅쾅!!

주먹을 쥐고, 마구잡이로 내리친다.

모든 걸 반사해야 할 장벽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모든 상태변화를 무시하는 지수의 저지불가와 반발하며 충격이 누적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순된 힘이 격돌하며 부서지는 티페레트의 모습에, 다급해진 루시퍼는 지수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후려쳤다. 티페르트를 사용한 탓에 소모된 마력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에 단순한 근접 공격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으득!

하지만 도리어 부러진 건 루시퍼의 주먹이었다.

‘몸의 강도가 이 정도라니!’

다시 말하지만 루시퍼의 육체능력은 상당히 강했다.

서열 4위 이하의 악마라면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신체능력만으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

마치 지금 뭘 한 거냐고 묻는 것처럼 지수의 머리가 삐딱하게 기울어진다.

전력을 다해 후려친 루시퍼의 주먹을 무슨 장난이냐는 듯 묻고 있었다.

콰창!!

“커어억!!”

그와 동시에 티페레트를 부수며 지수의 주먹이 루시퍼의 얼굴을 후려쳤다.

머리가 휙 돌아가며 새하얀 이빨이 후드득 공중으로 날아갔다.

처음으로 정통으로 얻어맞은 주먹에 시야가 흔들리며 루시퍼의 몸이 비틀거린다.

세 장의 날개는 다섯 장까지 회복됐지만 그 정도로는 지수를 상대하기에 부족했다.

‘진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완전히 지수의 페이스에 휘말리고 말았다.

처음에 실력을 본다고 한 단계씩 출력을 높인 탓에 도리어 기회를 주고 말았다.

어디까지 버티나 보려고 했던 행동이 설마 악수가 될 줄이야.

차라리 반고를 죽였다는 린 테일러라면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루시퍼는 지닌 바 무(武)를 이용해 싸우는 게 아닌 처음부터 자신이 지녔던 능력을 이용해 싸우는 것에 가까웠으니까.

아무리 린이라고 해도 세피라를 복제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출력으로 압도한다면 이겼을 것이다.

반면은 지수는 루시퍼처럼 지닌 바의 힘을 극도로 강화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이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것이 끝없이 강해지기 시작하자 루시퍼로서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어떤 상태변화도 먹히지 않았다.

만약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지수는 아랑곳 않고 움직일 것이다.

그냥 틀에서 벗어난 존재였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걸 거절한 끝에 도달한 집착의 끝이었다.

이런 존재가 몇 십 년 후에 등장하다니.

“나는.”

아프다. 정말로 아프지만 기뻤다.

드디어 만난 대적자의 등장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머리 위의 왕관, ‘케테르’가 빛을 발하며 지수의 몸을 점차 밀어낸다.

다섯 장의 날개가 펼쳐지며 신격이 빠르게 응집된다.

──위험하다.

지수의 본능이 경고를 보냈다.

루시퍼가 지금까지 보인 힘보다 한 단계 높은 무언가를 꺼내려고 한다는 걸.

하지만.

지수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열한 번째.”

세피라는 총 열 가지.

열한 번째는 본디 존재하지 않는 세피라다.

열 가지 세피라의 힘을 하나로 합쳐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

그것을 열어젖혀 자신에게 받아들인다.

마치 아자젤의 ‘한계돌파’처럼.

무한한 가능성에 발을 내딛는 힘.

“다ㅌ…….”

퍼억!!

다트(Daath).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지수의 다리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찬다.

방벽이 두터운 상체가 아닌, 상대적으로 약한 하체로.

무방비한 루시퍼의 가랑이 사이로 지수의 종아리가 파고들며 루시퍼의 몸이 두쿵! 튀어 올랐다.

“……!!”

루시퍼의 안색이 하얗게 변한다.

지금까지 싸우며 별별 고통을 느껴보긴 했지만, 그것과는 궤가 다른 통증이 가랑이 사이에서 뇌까지 타고 올라간다.

상체를 보호하던 보호막이 흩어지고 날개와 왕관에 모여들던 마력과 신격이 흩어진다.

“커흐으으으윽.”

반사적으로 양손이 아래로 내려가자 그 틈을 노려 지수의 양손이 루시퍼의 얼굴을 붙잡는다.

그제야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걸 느낀 루시퍼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콰아아앙!!

루시퍼의 머리를 잡은 양손을 앞으로 잡아당기며 지수의 머리가 그의 안면에 적중했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루시퍼의 눈이 하얗게 치켜떠진다.

털썩.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루시퍼를 보며 지수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열한 승부의 끝이라기엔 보잘 것 없는 느낌이었지만, 그를 죽이지 않고 쓰러트리려면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오만의 악마를 쓰러트렸습니다!]

[마왕의 시험에 도전할 자격을 습득하셨습니다!]

루시퍼를 쓰러트림으로서 시험에 도전할 자격을 얻는데 성공했다.

지수는 알림을 확인한 후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마지막은 조금 미안할지도.’

하지만 내버려뒀다가는 자신이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열한 번째 세피라는 지금의 자신이라도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이긴다고 해도 마계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게 분명했다.

“윽.”

무릎이 꺾이려는 걸 어떻게든 힘을 넣어 버틴다.

계속해서 몸을 재생해서 싸운다고 해도 타격이 없는 건 아니다.

정신력이 계속 소모되다보니 싸움이 끝난 후에는 긴장감이 풀려 큰 반동이 밀려왔다.

‘열쇠는…….’

이미 오만의 영역은 쑥대밭이 되어있었지만, 열쇠는 처음 있던 그 자리에 둥둥 떠 있었다.

쓰러진 루시퍼를 뒤로 하고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 열쇠의 앞에 섰다.

“수고했어.”

잠시 ‘열쇠’를 응시하고 있자 누군가가 옆에 내려서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자젤.”

“아, 웃느라 조금 늦었지 뭐니.”

자세히 보면 아자젤의 눈가에는 작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마지막에 루시퍼가 쓰러트리던 장면이 어지간히 웃겼던 모양이다.

“하긴 악마가 거기를 걷어차일 일이 있을 리가 없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방심했던 모양이야.”

“그렇겠죠.”

“루시퍼와 싸우는 게 능숙한 걸 보니 미래에도 몇 번 싸웠나봐?”

“가끔 저와 싸워주곤 하셨으니까요.”

“이번에 쓰러트린 방법도 한번 써먹었던 거야?”

“네. 물론 이렇게 목숨 걸고 싸운 건 처음이지만요.”

“과연.”

아자젤은 설핏 웃었다.

“다만 그 미래는 이제 사라지겠지.”

“…….”

“빨리 가. 마무리를 지어야하지 않겠니?”

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생각해보면 슬슬 올 때가 되긴 했다 생각했는데 이미 와 있었던 모양이다.

“한지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래의 목소리보다는 조금 가벼운, 어둠이 없는 목소리였다.

지금도 자신은 이런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오빠, 오셨네요.”

“그만해.”

세한은 다짜고짜 지수를 향해 말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

지수는 굳이 뭐라 변명하지 않고 조용히 웃었다.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었다.

“지수야!”

“미안한데, 까마귀. 이건 이 아이의 뜻이라 도와줄 수 없어.”

아자젤은 양산을 들고 지수와 세한의 사이에 섰다.

지수의 행동을 방해하게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런 그녀의 뜻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다.

루시퍼와 아자젤이 싸우고 있을 때 세한은 이미 도착해 있었으니까.

지수에게 다가가려는 세한을 막은 게 바로 아자젤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자젤의 행동은 지수의 뜻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오빠.”

지수는 세한을 향해 살며시 시선을 돌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한참 시간이 흐른 후의 지수인 게 분명할 텐데도 그 미소는 지금의 미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만나서 기뻤어요.”

미소를 지은 지수는 천천히 왕관의 형태를 한 열쇠에 검지를 천천히 대었다.

사아아아.

그러자 흑색과 적색이 섞여 있던 머리카락에서 붉은빛이 사라진다.

지수의 몸을 둘러싼 힘이 빠져나가며 적금색 빛이 바람에 흩날린다.

분명 모래시계의 지속시간은 남아 있었음에도 점차 힘이 소멸되고 있었다.

흑빛의 드레스도 사라져, 만신창이로 찢겨진 검은 원피스만이 남았다.

‘미래가…….’

세한은 깨달았다.

지금 미래가 확정되었다는 걸.

왕관에 지수가 손을 댄 순간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걸.

“그만, 그만해! 그것을 사용하면 미래의 너는 존재하지 않아, 너도 알잖아!!”

모래시계의 힘이 사라진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의 미래에는 지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플라스의 모래시계는 미래의 시간을 불러오는 물건.

수십 년 후의 미래에 지수가 없다면 빌려올 시간도 없다.

“세한 오빠.”

조용히.

방금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목소리로 지수가 말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왕관을 들어올리며.

“저.”

물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지수는 활짝 웃었다.

“이번 한 번만…….”

지수는 왕관을 자신의 머리 위로 가져갔다.

세한의 눈에는 그 광경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말려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설령 움직인다고 해도 늦었다.

지수에게 도달한다고 해도 아자젤이 막을 것이다.

“나쁜 아이가 되려고 해요.”

이건 분명 잘못된 선택일 것이다.

세한이 바라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지수는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행동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옳은 선택이었으니까.

“미안해요.”

지수는 잘 웃지 않는다.

웃을 때는 보통 자신의 감정을 속이기 위해서가 대부분이었다.

기쁨에 익숙하지 않고, 행복을 낯설어하기 때문에.

왕관을 머리에 쓰는 지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미소가.

그리고 세한은 잊었다.

미소의 주인도, 미소에 담겨 있던 감정도.

모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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