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3
223. 반역(2)
신이나 거인, 그리고 악마와 같은 초월자들을 상대로 인간은 무력하다.
기본적인 능력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니까.
거기다 수명.
그들은 수명으로 죽을 일이 없다. 긴 수명에서 나오는 경험은 인간이 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 절대적인 존재들을 이기려면 어떡해야 할까.
황도로 향하며 린은 세한에게 물었다.
앞으로 싸우게 될지 모를 반고를 어떻게 하면 쓰러트릴 수 있는지.
세한의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공포를 느끼게 만들면 돼.」
인간은 약하기에 곁에는 언제나 공포가 있다.
죽고 싶지 않다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공포.
하지만 늘 곁에 있기에 인간은 공포를 견딜 수 있고,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간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공포가 커졌을 때 인간은 죽는다.
「반면 신이나 악마, 그리고 거인 같은 녀석들은 그런 공포에 익숙하지 않아. 특히 강한 놈들은 공포라는 감정을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어.」
그들은 노화가 없기에 늙어서 죽지 않는다.
병에 걸리지 않으며 그렇기에 공포에 둔하다.
「그렇기에 놈들은 공포에 약해.」
강하기에, 강하기 때문에 공포를 모른다.
그러니 공포를 느꼈을 때 그들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던 마수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는 놈들 주제에 신이라 자칭하다니 참 웃기지.」
세한은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그건 그냥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일 뿐이다. 그러니 깨닫게 해줘라.」
공포라는 감정을.
그리고 놈이 그것을 느꼈을 때를 결코 놓치면 안 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느껴져.’
린은 반고의 멱살을 잡고 반고의 눈을 바라보았다.
금색의 눈동자를 깜박이는 것도 잊은 채.
보였다. 이제까지는 느껴지지 않던 강렬한 감정이.
명경지수와도 같은 반고의 마음에 파문이 일어나며 거센 격랑이 휘몰아쳤다.
그 격랑을 놓쳐서는 안 됐다.
되돌려지는 시간 속, 모든 것을 잊게 되는 법칙이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을 쫒는다.
그 길을 쫓아 회귀하는 반고를 잡는다.
“……어떻게.”
금색의 눈동자는 인형의 눈동자처럼 단 한 번도 깜박이지 않았다.
눈동자는 거울처럼 빛나서 반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인간, 인간 따위가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반고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에 저항하는 것도.
자신의 멱살을 잡은 것도.
“가능할 리가 없단 말이다!!”
오른손을 휘둘러 멱살을 잡은 린의 손을 후려친다.
그 충격에 린의 몸이 크게 밀려나며 되돌아가던 시간이 멈춘다.
시간이 완전히 돌아가기 전에 반고가 행동한 탓이다.
“이기적인 생명체 주제에! 별에 기생하는 기생충 따위가!”
반고는 물러난 린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고요하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넝마가 된 상의를 오른손으로 찢었다.
“인간이 우리에게 감히 반역하려는 거냐!!”
반고의 가슴팍에는 이마에 박힌 것과 같은 보석이 있었다.
이마와 가슴, 두 개의 보석이 푸른 빛을 뿜으며 빛나기 시작했다.
거인의 몸에 박혀 있는 보석은 핵이다.
그것은 어떤 물질보다 단단하며 결코 부서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거인이 지닌 힘의 결정체.
반고는 그것을 두 개나 지니고 있었다.
그가 태초의 거인이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그가 지닌 핵은 두 개였고, 용량 또한 일반적인 거인의 수십 배는 되었다.
길디 긴 시간 동안 그가 두 개의 핵을 모두 사용하며 싸운 존재는 오직 이미르뿐이었다.
그런데 설마 인간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게 될 줄은.
반고로서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일이었다.
린은 그런 반고를 바라보며 입을 삐뚜름하게 비틀었다.
언제나 세한이 짓던 미소를 떠올리며, 린은 최대한 그의 말투를 따라했다.
“큰 소리로 외치는 건 보통 두려움을 잊게 하기 위함이라던데?”
“이년이……!!”
두 개의 보석이 빛을 발하며 보석에서 검은색 선이 반고의 전신에 그려진다.
마치 문신처럼, 전신에 퍼져나간 그것은 옅은 푸른 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지수가 사용하던 기술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콰아앙!!
반고가 발을 박차자 황성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린은 반사적으로 리브라를 들고 정면을 막았다.
쿠우웅!!
“……!!”
팔이 부르르 떨리며 린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몇 개나 되는 벽을 부수고 날아가자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하늘 위였다.
충격에 순간적으로 눈앞이 시커멓게 물들었다가 떠졌다.
정신을 차리자 언제 쫓아왔는지 바로 앞에 반고가 있었다.
“우연히 한번 붙잡은 정도로, 나를 이길 수 있으라 생각하는가!”
루프는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반고가 강한 것은 결코 루프 때문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강한 거인이었고, 퍼블리셔 최강의 무투가였다.
“인간 주제에 까불지 마라아아아!!”
하늘 위에 떠있는 린을 향해 주먹이 내리쳐졌다.
린의 복부에 주먹이 강타하며 그 충격파로 하늘 위의 구름이 일제히 밀려난다.
소리를 아득히 넘어선 속도로 린의 몸이 지상과 격돌했다.
콰콰콰콰쾅!!!
마치 운석처럼 떨어진 린은 황성의 가장 밑바닥까지 처박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할 만큼 큰 통증에 린은 다시 정신을 잃을 뻔했다.
황성이 무너지며 무거운 돌덩이들이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정신 차려라, 린 테일러!!”
구덩이에서 바르작거리는 그녀를 향해 외침이 들렸다.
분명 세한의 목소리였다.
황성을 부수며 떨어진 장소가 하필 세한이 있는 곳이었던 모양이다.
“……아저씨?”
떨리는 손으로 땅바닥을 짚고 머리를 들어 올리자 검은 머리칼에 보라색 눈동자를 지닌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지만 그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 둘이 칠 영웅에 속한 강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르.’
처음 만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린은 그가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가지런하게 흘러나오는 투기.
이글거리는 보라색 눈동자에 린은 순간 움찔했다.
쉭!!
무언가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린은 본능적으로 검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검에 닿지 않았다.
팔을 뻗은 세한의 손에 꽂혔으니까.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가 세한의 손을 꿰뚫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쪽은 신경 쓰지 마.”
세한은 이미르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말했다.
마치 지금 린이 신경 써야 할 건 이것이 아니라는 듯이.
그런 세한의 말처럼 지금 린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
시선을 다른 곳에 팔 틈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대한 기척에 린의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콰아아앙!!
방금 린이 서 있던 장소에 떨어져 내린 반고가 무릎으로 대지를 뭉갰다.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짓밟혀 죽었으리라.
땅속에 파묻힌 무릎을 꺼내며 반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바로 옆에 이미르와 세한이 있건만 그의 시선은 오직 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누구도 끼어들지 말라듯이.
이미르도 그 의도를 알아차리고 급히 소리쳤다.
“반고……!!”
“죄송합니다, 이미르 님.”
반고는 이미르의 부름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제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이긴다면 더 이상 당신의 곁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오며 그는 세상의 수호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거인족으로서, 이미르의 오른팔로서 세상을 수호한다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런데 눈앞에 그것을 부정하는 버그 덩어리가 나타났다.
그가 긴 시간 동안 쌓아온 노력을 부정하듯 단숨에 강해지면서.
가슴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한 알 수 없는 감정이 그의 정신을 지배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를 자신의 손으로 꺾지 못한다면 자신은 다시 일어서지 못하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 해도 나는!”
이미르의 몸에서 한층 강한 마력과 신격이 피어올랐다.
힘을 발휘하게 된다면 이 세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30분에서 고작 10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르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린과 세한을 동시에 죽일 기회를
고오오오.
황성의 바닥에 있는 잔해들이 이미르의 마력에 반응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단번에 터질 듯이 응축된 힘의 덩어리에 린의 시선이 반고와 이미르에게 번갈아 가며 움직였다.
“린.”
그때, 세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때론 이기기 위해서 버리는 것도 익혀야 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린의 손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린의 손에 쥐어진 리브라를.
갑작스런 말에 린이 뭐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 빠르게 반고가 린을 향해 덤벼들었다.
동시에 이미르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지며 주변에 이상 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두 영웅도 세한을 무시하며 린을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린에게 닿지 못했다.
갑자기 옆의 벽이 부서지며 두 개의 검기가 두 영웅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공중으로 모여들던 이미르의 막대한 마력도 흩어졌다.
아니, 흩어졌다기보단 베어졌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보험을 마련해 뒀거든.”
세한을 지나쳐가려던 두 영웅을 막아선 건 패왕 지너프와 광왕 알데온.
이미르의 수작에 멀리 떨어졌던 둘이 막아서고 있었다.
거기에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가일, 네놈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아, 좀 편법을 썼죠. 다시 보니 참 반갑네요.”
까칠하게 자란 수염을 엄지로 쓸며 검성 가일이 난감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여유로운 그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사실 계속 근처에 있었습니다만…… 되도록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어버렸군요.”
“네가 이런 짓을 벌이면 네놈의 가족들은 무사하지…….”
이미르는 급히 가일의 가족을 옮겨둔 방을 찾았다.
‘없어?’
분명 있어야 할 가일의 가족들이 사라져 있었다.
세한과 이미르가 대치한 사이 가일이 옮겨둔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굳어 있는 이미르를 향해 세한은 삐뚜름하게 입술을 비틀었다.
“절대 못 지나간다고.”
두 영웅과 검성 가일의 합류.
이쪽에도 두 영웅이 있었지만, 세한과 가일이 있는 한 이미르가 반고에게 다가가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저 둘을 동시에 쓰러트리려면 미리 시스템에게 퀘스트를 발생시켜 두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스템에게 거역하는 게 되어 관리자의 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다.
‘반고!’
이미르는 반고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이미르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모든 정신은 린에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반고가 이미르의 오른팔이 된 이후 처음으로 그의 명을 거역한 것이었지만, 그는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너는 내가 반드시 죽이겠다.”
정면에서 지금껏 자신이 지켜온 정의와 쌓아온 노력을 부정한 상대.
처음으로 기쁨이 아닌 두려움으로 몸을 떨리게 만든 이를 결코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콰아아앙!!
반고가 발을 박차며 린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린은 그것을 검을 날카롭게 세우고 정면에 받았다.
평범한 주먹이라면 세로로 잘려나갔을 테지만 반고의 피부에는 생체기 하나 없었다.
도리어 린의 신형이 벽을 꿰뚫으며 뒤로 날아갔다.
‘이대로 뒤로 날아가면 황도 방향으로 가게 될 거야!’
지금까지 텅 빈 황성에서 싸워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도시에서 싸우게 된다면 큰 인명 피해가 날 것이다. 도시 전체가 무너지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집히게 될 것이다.
재해와도 같은 싸움에서 평범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큭!”
뒤로 날아가던 신형을 억지로 바로 세운다.
양다리가 대지에 파고들며 땅이 반으로 갈라진다.
겨우 몸을 바로 세웠을 때는 이미 눈앞에 반고의 주먹이 있었다.
그것은 이미 예상하던 바였다.
린은 그것을 고개를 대각선으로 숙이며 피한 후, 그의 명치를 향해 검의 힐트로 올려쳤다.
그의 몸이 쿵, 소리를 내며 순간적으로 살짝 떠올랐고, 그 틈을 노려 오른발로 반고의 몸을 위로 올려 찼다.
콰쾅!!
중심축이 된 왼발을 중심으로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파편이 위로 치솟았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반고의 몸은 거인의 육신.
본체의 무게는 수백 톤에 달한다.
중국 신화에서 나오길 반고의 육신은 거대한 대륙이 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다.
그가 인간의 모습으로 싸우는 건 린과의 싸움에서 커다란 몸으로 싸워봐야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
하지만 질량은 그대로다.
새삼 바룬다르크의 황성이 얼마나 특별한 장소인지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성이었다면 그가 서있는 것만으로 건물이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아아아아아!!”
다리가 삐걱삐걱 울음소리를 내며 고통을 호소했다.
머리 위의 왕관에서 한층 빛이 발하며 신격이 다리에 집중된다.
투콰아앙!!
아까 린이 그러했듯 반고의 몸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크윽!!”
설마 자신의 몸을 공중으로 날려버릴 줄은 몰랐던 반고는 황급히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지상에 있을 린을 찾았지만 린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날아가아아아아!!!”
카아아아앙!!
리브라의 칼날이 금색으로 물들며 금색의 빛이 비쭉 튀어나왔다.
정의의 여신의 전승스킬이자 권능. 악한 자를 심판하는 빛의 칼날이 린의 검에서 만들어졌다.
린은 빛의 칼날을 마치 야구배트처럼 크게 휘두르며 반고의 몸을 후려쳤다.
파카아앙!!
반고가 양팔을 교차하며 그것을 막자 피부에 아주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바람을 꿰뚫고 그의 몸이 순식간에 황도에서 멀어지며 넓은 평야에 떨어졌다.
쿠구구궁!!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직선모양의 구덩이를 만들며 떨어진 반고는 주변을 살폈다.
땅을 개간하기 위해서 비워둔 모양인지 주변은 특별한 것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장소를 옮기게 만들기 위함인가?!’
그 짧은 순간에 이 장소를 파악하고, 정확히 자신을 내던질 줄이야.
‘하지만.’
반고는 쓰러졌던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금색의 빛을 보았다.
멀리서 본다면 아마 별똥별로 착각할지 모른다.
밝게 빛나는 황금색의 긴 꼬리를 만들며 떨어지는 유성.
그것을 향해 반고는 오른 주먹을 꽉 쥐고 마주 내질렀다.
하늘에서 떨어진 금색의 유성과 충돌하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집혔다.
드드득.
반고의 주먹과 충돌한 리브라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주먹에 아주 작은 생체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검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아무리 네년이 기술 습득이 빠르다고 한들, 기본적인 능력의 차이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테지. 너는 결국 인간이니까.”
여신과 하나가 됐다지만 기본이 되는 육신은 인간이다.
이미 인간을 아득히 초월했다지만 그렇다 해도 거인에 비하면 부족하다.
반고의 가죽과 뼈를 가를 만큼 린의 힘은 강하지 못했다.
콰드드득!!
무언가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반고의 주먹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확실히 리브라는 가장 강력한 무구다. 황도 12궁에 속해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니.”
별의 힘이 담긴, 악을 심판하는 정의의 검.
“하지만, 그래봐야 황도 12궁일 뿐이다.”
반고의 앞에선 조금 튼튼한 무기에 불과했다.
콰지직!!
칼날이 반으로 부러지며 황금색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리브라를 부러트린 반고의 주먹은 그대로 직진하며 린의 이마에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