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217화 (217/332)

# 217

217. 영웅포식(3)

“그 소문 들었어?”

“소문? 아~! 최근 일어난 영웅 습격사건?”

“그래, 그래! 맞아, 그거!”

한 여행자의 말에 여관이 후끈 달아올랐다.

영웅 습격사건, 최근 페트로이아에서 가장 핫한 사건 중 하나였다.

플레이어들은 물론, 페트로이아에 관심 있는 신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이번에 당한 건 투왕이라던데?”

“질풍왕에 이어 투왕인가……. 그렇지 않아도 콜라보 퀘스트로 어수선한데 아주 난리도 아니구만.”

사내의 말에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술잔을 거세게 내려놓았다.

“젠장, 아주 꼴이 말이 아니야. 보아하니 신생 게임인 지구에서 온 놈들이라면서? 콜라보 퀘스트에서 검성 가일님의 가족을 노리는 놈들이 그놈들이지?”

“다들 그렇게 추측하더라.”

“그런데 바로 제국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영웅들의 도시를 위주로 습격하고 있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요즘 가일 님도 뭔가 이상하던데, 다 그놈들 때문일 거야.”

페트로이아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칠 영웅과 검성이다.

어떤 플레이어들도 감히 덤빌 엄두를 못내는 이들.

아무리 신들이 아바타에게 포인트를 부어가며 육성해도 한계가 있었다.

칠 영웅에 이른 영웅들은 하나같이 상급의 신격을 이룬 건 물론이고 전체적인 능력치도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사실상 살아 있는 신.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이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 며칠 칠 영웅들에게서 변고가 일어났다.

첫 희생자는 질풍왕 슈레드였다.

성도 테이온에서 가장 높은 탑, 그 꼭대기에서 질풍왕의 시체가 발견됐다.

놀라운 점은 질풍왕이 머물던 방은 어떤 피해도 없었으며 오직 질풍왕의 몸에만 무수한 상처가 존재했다.

“이런 이야기도 있더라고. 영웅들을 습격하는 이유가 영웅이 가진 능력을 빼앗기 위함이라고.”

“풋!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그런 어이없는 능력이 존재하겠냐?”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단 말이야. 특히 질풍왕과 투왕이 ‘자신의 기술’로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어.”

처음엔 낄낄 거리며 비웃던 이들도 점차 웃음이 잦아들었다.

확실히 그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놈들은 ‘영웅포식자’라고 부른다니까? 다른 영웅들을 모조리 먹어치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해.”

“그, 그러고 보니 영웅 말고도 최근 수상한 놈들이 제법 강하다는 이들과 싸우러 돌아다닌 이야기도 들었어.”

“동일인물이야?”

“그, 그건 모르겠는데. 어린 여자애 혼자서 개인이나 다수를 상관하지 않고 싸움을 건다고 하더라고.”

어린 여자애라는 말에 진지하게 듣고 있던 여행자들의 입가에 실소가 어렸다.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지만 어린 여자애는 너무 갔네. 역시 헛소문 아냐?”

“하지만 비슷한 소문이 너무 많잖아!”

이야기의 주제는 칠 영웅들의 습격에서, 습격자가 어린 여자애가 정말 맞냐 틀리냐로 넘어갔다.

“……소문이 너무 많이 퍼진 거 아니에요?”

그들의 대화를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린은 태연히 식사를 하고 있는 세한에게 말했다.

“소문은 날 수밖에 없어. 네가 싸움을 걸면 귀신 같이 옵저버들이 우글우글 몰려들잖아.”

“그건 확실히 그러네요. 하지만 이상한 게 있어요. 분명 검성 아저씨는 지구에 두고 오지 않았나요?”

방금 사람들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검성은 건제했다.

제국의 수도에서 두문불출하지만 가끔 목격된다고 한다.

“반고가 변신한 거다.”

“반고라면 콜라보 퀘스트를 이용해 검성 아저씨를 움직인 사람이죠?”

“그래. 놈은 수많은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 그중 변신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가일에게 주어졌던 콜라보 퀘스트는 다른 이들은 모를 테니, 검성이 지구에 갔을 때부터 계속 검성인 척 제국에 머물고 있었을 거야.”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이야기다.

그러지 않고서야 커뮤니티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서울역에서 일어났던 소란조차 알고 있는 신이 없었다.

기껏해야 민아의 바로 곁에 있던 어릿광대 정도.

다른 옵저버들은 가일이 죄다 잘라버린 탓에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콜라보 퀘스트 역시 발현되자마자 끝났기에 제대로 인식한 신이 거의 없었다.

“그럼 한시라도 빨리 제국에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직도 일주일 넘게 남았어. 그리고 굳이 갈 필요도 없이 놈들이 먼저 움직일 거야.”

“왜요?”

“반고에게 붙은 네 영웅 중 두 명이 죽었으니, 남은 두 명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보나마나 반고에게 이야기할 테고 수를 쓸 거야.”

어쩌면 그대로 도망칠 수도 있고, 먼저 습격해올 수도 있다.

“그러니 그동안 우리는 빡세게 움직여야 해.”

“남은 두 명을 쓰러트리러요?”

“아니, 걔네는 이제 찾기도 힘들 테니 다른 놈들이랑 싸워야지. 요 며칠 좀 만만한 애들이랑 싸웠잖아.”

“아…….”

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말처럼 최근 린은 칠 영웅만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싸웠다.

페트로이아에는 강자와 기인이 많다.

‘어디보자 페트로이아의 명인 100선. 이걸 다 하려면 쉴 틈도 없겠는걸.’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신들이 올려둔 정보를 통해 추려낸 백 명.

대부분이 몸 쓰는 일에 관련된 이들이다.

마법과 관련된 경우엔 익히는 건 문제가 아니더라도 린의 응용력이 떨어졌다.

린에게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재능을 지녔음에도 몸 쓰는 일에 취약한 백설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밥 다 먹으면 바로 이동하자. 이 근처에 용병왕이라 불리는 남자가 있다고 하더라고.”

“……여긴 뭔 왕이 이렇게 많아요.”

“판타지가 다 그렇지.”

우울하지만 피로해 보이지는 않는 린의 안색을 확인한 후, 나는 씩 웃었다.

남의 육성을 돕는 것도 역시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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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영웅포식자랑 만난 썰 푼다

요즘 템도 잘 먹고 운빨 좀 터졌다.

불안하긴 했는데 오늘 영웅포식자가 딱 나타나더라.

듣던 것처럼 싸우는 애는 금발의 여자애였음.

아스트라이아의 후임으로 온 애 있잖아.

그래도 아직 플레이어티도 못 벗은 신참이라 솔직히 내 아바타가 이길 줄 알았음.

근데 떡발림ㅋㅋㅋㅋㅋ

내 아바타 지금 반병신 돼서 반년은 쉬어야 한단다.

개같네.

댓글

익명 : ㅋㅋㅋㅋ산 게 어디냐ㅋㅋㅋ

ㄴ작성자 : 걔네 그래도 칠 영웅 소속 아니면 살려는 주더라.

익명 : 아닌데? 칠 영웅 중에서도 산 애가 있다는 것 같던데?

ㄴ작성자 : 그럼 마음 내키면 살려두나. 근데 신이 이렇게 플레이어들 족치고 다녀도 됨?

익명 : 지위만 신이지 아직 겜 안끝나서 플레이어인 건 맞다. 지구 엔딩나면 뭐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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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여. 대체 뭘 그렇게 보고 계신 겁니까?”

커뮤니티의 상황을 훑어보던 반고는 날카로운 음성에 천천히 커뮤티니창을 껐다.

그러자 화면에 가려져있던 적발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부탁한 일을 다 해줬을 텐데?”

“까마귀가 지금 페트로이아 설치고 다니고 있습니다!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게 분명한데 이렇게 가면이 있다면 큰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내가 발품을 팔아 놈들을 찾으라는 건가? 이미 녀석들은 너희 두 놈이 아닌 다른 강자들과 싸우고 있다. 거기다 꿈의 마녀의 스킬을 가진 까마귀를 뒤쫓는 건 아무리 나라도 무리다.”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저희는 이런 취급을 받기 위해 당신의 편에 붙은 게 아니란 말입니다!”

참 시끄럽기도 하지.

반고는 적발의 남성을 보며 턱을 괴었다.

그의 말처럼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건 맞았다.

그렇다고 추하게 발품을 팔아 놈들을 찾아야 하나?

그건 반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플레이어다.

고작해야 이제 막 신이 된 어린 계집애다.

그런 놈들을 상대로 꼴사납게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퀘스트로 묶여버려 모양이 상한 판이다.

이미르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떤 말을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신의 영향력이 적은 별이라면 그냥 나라를 쓸어버리면 될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반고가 있는 별이 페트로이아인 터라 마음 놓고 깽판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짜증나는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눈앞의 건방진 놈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꼬마 여신을 육성하고 있다고 했지…….’

반고의 눈이 적색의 사내를 향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없는 다른 한 명을 떠올렸다.

적당히 하대하고 있었지만 그 둘은 상급 신격을 지닌 괴물들이다.

재능도 다른 인간들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확실히 이쪽도 대비를 할 필요는 있겠어.’

이미르와 태초의 거인의 자리를 다퉜던 반고다.

우주에 존재하는 이들 중, 자신보다 많은 기술을 가진 이는 없었다.

***

그렇게 일주일이 더 흘렀다.

그동안 나와 린은 페트로이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강자와 싸웠다.

대륙을 호령하는 용병왕.

한 시대 전에 은둔한 검의 귀재.

범죄의 왕국을 건설한 어둠의 지배자.

등등. 페트로이아에서 이름이 좀 알려졌다 싶은 이들과는 대부분 손을 섞었다.

당연히 그동안 린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빡세게 움직여야만 했다.

“정말 대단하군.”

우스운 건 그런 린이 쉴 수 있는 때가 오직 다른 칠 영웅과 싸울 때뿐이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싸우자마자 떠나야 되는 다른 상대들과 달리 칠 영웅에 속한 이들은 다들 자신의 도시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고에게 붙은 네 명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은 굳이 죽일 필요도 없던 터라 린도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대련할 수 있었다.

사자왕을 제외한 다른 두 명은 패왕(覇王)과 광왕(光王).

그 둘과의 싸움은 여태까지 린이 싸웠던 것 중에 가장 격렬했다.

패왕은 그 이름처럼 패도적인 기술을 사용하였고, 광왕은 주로 창과 마법을 섞어서 사용하여 무척 변칙적이었다. 서로 다른 두 명을 상대한 후 사자왕이 있던 도시로 돌아왔다.

쿠웅.

사자왕의 대검이 땅에 박혔다.

격한 대련의 여파인지 두터운 대검에 이곳저곳 이가 빠져 있었다.

“그때도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사자왕 딜런이 말하는 그때란 린과 처음만난 며칠 전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헤어진 후 일주일이 좀 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완성되었을 줄은 몰랐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에서 부족함이 많았던 린은 사자왕의 말처럼 상당히 완성되었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했지만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차이다.

‘마지막으로 사자왕의 기술까지 깔끔하게 꿀꺽했군.’

처음에 보았던 백색의 돌격만이 아닌 다른 기술까지 먹는 데 성공했다.

시간이 부족하여 백 명을 모두 상대하지는 못했지만, 대략 50명에 이르는 플레이어들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세 영웅의 기술도 맛있게 식사했다.

익힌 기술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지만 린이라면 그것들을 합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으, 으으으. 이제 정말 지쳤어요…….”

땀범벅이 된 모습으로 린은 털썩 주저앉았다.

계속된 강행군 때문인지 린은 상당히 초췌해진 안색이었다.

막대한 신격 때문에 웬만한 일에는 피로를 느끼지 않는 린이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나보다.

‘이제 퀘스트 기한은 4일 정도 남았나.’

마음 같아서는 나머지 50명도 싸워보고 싶었지만 남은 4일, 아니 마지막 날은 제국에 가야하니 3일간 돌아다닌다고 해도 얼마 싸우지 못하리라.

뭣보다 이젠 린의 컨디션을 최대한 회복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이제 제국에 가기 전까지 쉴 거다.”

“저, 정말요?! 진짜루요?!”

“어, 이틀간 쉬고 바로 이동할 거야. 3일째에 제국에 진입해서 바로 반고에게 갈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네, 네에!”

이틀간 쉴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기뻤는지 린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렸다.

이번 일이 끝나면 한동안 푹 쉬게 두도록 하자.

‘쩝. 마계에도 데려가려 했는데.’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면 마계에도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그러긴 힘들 것 같았다.

“근데 아저씨, 아니 오빠. 그럼 제국에 가서 그 반고라는 사람하고 바로 싸울 거예요? 거기에 배신한 영웅 2명도 있는 거죠?”

“맞아.”

“그럼 그 2명이랑 제가 싸우고……, 그동안 오빠가 반고를 쓰러트리는…… 거 맞죠?”

“아닌데.”

“아니에요? 저, 저는 당연히 반고라는 사람은 대장 같았으니 오빠랑 싸울 줄 알았거든요. 그럼 제가 반고랑 싸우고…….”

“그게 아니라니까.”

“네?”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린에게 손을 뻗어 어깨를 두드렸다.

“세 명 모두 네가 싸울 거다.”

“……?”

“아, 나도 같이 싸우긴 할 테니 걱정 마라! 물론 네 서포트 위주겠지만.”

애초에 반고도 전력으로 나오진 않을 거다.

만약 나온다면 비장의 병기도 있고.

물론 이런 내 생각을 알 리가 없는 린은 딱딱한 돌이 되어 금붕어처럼 입만을 뻐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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