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
167. 핏빛하늘을 가르다(3)
“무림의 무인들을 들어라!”
혈천신교의 군세를 앞에 두고 무림맹주, 남궁천악은 외쳤다.
“한번 무림은 패했다. 무림맹은 무너졌고, 사파와 마교는 혈천신교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
남궁천악은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대로 시일이 흘렀다면 중원은 혈천신교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지.”
혈천신교의 손에 온 무림이 넘어가기 직전에 기적처럼 기사회생의 기회가 생겼다.
세 번째는 없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었다.
“중원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다.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무림맹주의 검이 뽑혔다.
그의 검에는 시퍼런 검강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차분히 갈무리된 내력이 그의 경지가 얼마나 고강한지 알려줬다.
“그것이 무림의 정의일지니.”
무림맹주가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동시에 천마와 사흑련주도 저마다 발을 내딛었다.
무림을 대표하는 세 명의 뒤로 무수한 군웅들이 뒤따랐다.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듯, 조금씩 그들의 발소리는 커졌고.
소나기가 되었으며, 이윽고 폭우가 쏟아지듯 대지를 울렸다.
“오늘의 일은 중원의 역사에 길이 남으리라!!”
그의 외침과 함께 높은 함성이 대지를 가득 채웠다.
***
“오는가.”
진천백은 움직이는 중원의 무인들을 확인한 후,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잠자코 뒤에 서있던 십존들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전체적인 무인의 숫자는 혈천신교가 부족했다.
아무리 세를 부풀리고 있다지만 중원 전체에서 모인 무인들에 비하면 부족한 게 당연했다.
허나 이쪽에는 십존이 있었다.
‘거기에 신도 있지.’
혈천신교, 그 이름처럼 그들은 하나의 종교였고.
그들이 모시는 신의 이름은 니알라토텝이 되었다.
마치 악마들이 계약자와 하수인을 꾸리는 것처럼 니알라토텝은 자신의 힘을 혈천신교의 모든 이에게 흩뿌렸다.
당연히 그들에게 나눠준 건 전승스킬이라기엔 불완전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인들을 강화시키는 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그에 따라 수명이 줄어들겠지만 진천백은 아무래도 좋았다.
“일광, 알고 있겠지?”
“예.”
무림맹주와 천마는 확실히 고강한 무공을 지녔으나.
십존은 전부 그런 둘과 동등한 실력자였다.
유일하게 십존과 정면승부가 가능한 둘이 빠졌으니 나머지 무인들은 남은 여섯 명의 십존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하하하! 이번에는 즐길 수 있겠구나!”
혈마를 죽일 때까지는 초조한 마음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필사적이었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순간은 무림의 절반 이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쥐었을 때였다.
“모두 찢어발겨라! 오늘은 무림의 종말이 될 것이다!”
진천백의 외침과 함께 십존과 그를 따르는 무인들이 무림의 무인들과 격돌했다.
귀기를 흩뿌리며 달려드는 혈천신교의 무인들은 마치 죽음에서 되살아난 강시와도 같았다.
상처를 입어도 고통을 몰랐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저기로군.’
무림맹주와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진천백은 천천히 손을 풀며 그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길 기다렸다.
‘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자신과 일존이 있는 장소로 오리라 생각했던 그들은 다른 십존들이 있는 장소로 뛰어들었다.
“도망친 건가?”
이길 자신이 없으니 아예 이쪽을 배제하고 다른 십존들부터 처리하려는 계책인지도 모른다.
‘어리석군.’
만약 정말이라면 참으로 어리석다.
이쪽을 자유롭게 풀어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가?
특히 일존, 일광의 검은 다수를 상대할 때 빛을 발한다.
“참으로 어리석어.”
그의 몸에 붉은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전신을 휘감았다.
내디딘 발을 중심으로, 나선으로 붉은 기운이 회전하며 그의 신형이 점차 앞으로 당겨졌다.
투쾅!!
특별히 보법을 사용한 건 아니었다.
이 정도의 거리는 발을 박차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현재 전투가 일어나는 중심, 그리고 천마와 사흑련주가 있는 장소로 뛰었다.
무림맹주는 일광이 상대할 테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음?!”
하지만 그의 몸은 천마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었다.
갑자기 옆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촤아악!!
붉은 실선이 그어지며 날카로운 참격이 스쳐지나갔다.
진천백은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한 후, 옷깃을 잡고 그대로 지상으로 던졌다.
콰콰쾅!!
대지를 부수며 새까만 옷을 입은 인영이 추락했다.
“듣기로는 검을 날리는 재주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의외로군.”
천마와 사흑련주가 있는 방향을 힐끗 본 진천백은 방금 자신을 습격했던 인물이 있던 장소로 내려섰다.
꽤나 먼 장소로 던져진 탓에 다른 무림인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설마 나를 혼자 상대할 생각인가? 까마귀.”
“…….”
투둑, 투둑,
검은 무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과연 들은 그대로의 외모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시뻘겋게 타오르는 오른쪽 눈동자.
“……뭐냐, 그 눈은.”
그건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혈천수라공을 익히게 되면 나타나는 붉은 안광이 나타나곤 한다.
문제는 양쪽 다 나타나야 할 붉은 안광이 한쪽에서만 빛나고 있다는 점이다.
“혈천수라공을 익힌 것이냐?”
“그래, 석 달 간 빡세게 익혔지.”
“허.”
석 달?
진천백은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작 석 달간 익힌 수준이 이 정도라고? 말도 안 된다.
“헛소리하지 마라. 인간의 재능으로 그런 것이 가능할 턱이 없다.”
“가능한 녀석도 있지. 나는 좀 편법을 사용했지만 말이야.”
세한의 몸을 감싼 붉은 기운은 진천백이 그러하듯 나선을 그리며 전신을 맴돌았다.
혈천수라공의 8성 이상이 되어야만 나타나는 나선혈풍(螺旋血風)이다.
그것을 본 진천백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말도 안 된다. 네놈에게는 천살성의 재능이 없을 텐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분명 니알라토텝이 준 기억에는…….”
거기까지 말하던 진천백은 말을 멈췄다.
세한은 입을 굳게 닫은 그를 보며 모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랬나.”
흙바닥에 처박혔던 탓에 꼴이 아주 말이 아니다.
옷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 세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1회차의 기억을 가지고 있구나.”
“1회차?”
“지금은 없어진 같지만 다른 세계의 기억 말이다.”
진천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점차 붉어지는 안광이 그것이 사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짐작하긴 했어. 니알라토텝은 아우터갓 중에서도 정보 취급에 능하지. 지금은 사라진 세계의 정보를 어떻게 접해서 너에게 전달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너는 혈마를 죽인 걸 테지.”
이미 사라진 세계의 정보를 어떻게 접하는지 묻는다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아우터갓이니까 가능하다, 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래도 몽상의 던전에서 만났던 이드라가 진짜 이드라에게 기억을 전달한 것보다는 차라리 현실성이 있는 일이다.
녀석은 시스템의 로그, 말하자면 우주의 기억에 접근할 수 있다.
니알라토텝의 권능이라면 외우주처럼 모든 걸 볼 수는 없다 해도 띄엄띄엄 읽는 게 가능하겠지.
그 일부만 진천백에게 전달해 줬어도 놈을 움직이는 건 간단하다.
“그래서……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냐. 혈마는 죽었다. 더 이상 나를 막을 놈은 없지. 누가 나를 막을 것이냐. 무림맹주? 천마? 아니면 사흑련주 따위가 나를 막을 수 있으리라 보나? 없다. 아무도 없다, 이 말이다.”
비록 혈마에게 패했지만, 그는 하늘이 내린 재능의 소유자였다.
괜히 1회차에서 혈마의 최대 적수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1회차의 기억을 읽고, 니알라토텝의 도움을 받아 몇 단계 이상으로 강해졌다면 십존이 아니어도 현 무림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
“그건 싸워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
“크크크. 그렇지 않아도 만약 네놈이 나타나면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만약 도망친다면 네놈의 세계까지 쫓아가 죽이려 했지. 어떤 의미로는 현명하구나. 적어도 네놈의 세계는 지킬 수 있었으니까.”
천천히 몸을 푸는 그를 보며 세한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무섭냐?”
“……뭐?”
“혈마가 그렇게 무섭냐고.”
“…….”
여유롭던 진천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애초에 너 지구도 밀어버릴 생각이었잖아. 그러니까 미래를 보는 아이를 데려오려고 했지.”
왜냐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에는 세한이 있었으니까.
혈마의 진전을 이은 유일한 이가.
“너무 티 나잖아. 그러니까 1회차에서 소교주 자리도 혈마에게 뺏겼지.”
“네놈.”
뿌드득, 진천백의 이가 거세게 갈렸다.
여유롭게 웃으면서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세한의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마라.”
드득, 드드득.
그의 분노가 용솟음칠수록 그의 내공도 활화산처럼 불타올랐다.
대기가 진동했고, 그의 눈은 동공뿐이 아니라 안구 전체가 붉게 변해 새빨간 혈광을 줄기줄기 내뿜었다.
순수한 내공으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뚜렷한 신위가 느껴졌다. 세한에 비해서는 부족했지만 족히 중급 신격에는 미치고 있었다.
그건 세한처럼 다른 신의 신격을 흡수하여 생긴 게 아니었다.
니알라토텝에게 힘을 얻었지만, 그의 대리자나 아바타가 된 건 아니었다.
순수한 자신의 힘.
혈마가 그러했듯 인간의 한계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어선 것이다.
진천백의 힘은 초상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혈신(血神)일지니.”
작은 돌조각이 떠오르며 그의 몸에 부딪쳐 갈려나갔다.
몸에 휘몰아치는 혈풍은 그 자체가 무엇보다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콰아앙!!
그의 신형이 사라진다고 생각한 순간, 세한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눈을 한번 깜박이는 것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오늘 나는, 놈을 완전히 끊어내겠다.”
정면에 나타난 진천백을 향해 세한은 손에 쥔 다인슬라이프를 전력으로 휘둘렀다.
붉은 궤적을 그리며 진천백의 목을 향해 휘둘러진 검은, 가볍게 들어 올린 진천백의 손목에 막혔다.
“네놈은 그러기 위한 제물이다.”
혈마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그의 마지막 웃음을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제물.
진천백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움직여 세한의 가슴팍에 닿았다.
그 느린 동작을 세한은 막을 수 없었다.
고오오,
손가락 끝에 붉은 기운이 뭉치며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완전히 팽창한 순간.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세한의 전신을 강타했다.
***
“…….”
멀리서 보이는 붉은 빛을 보며 일광은 등을 돌렸다.
까마귀가 진천백의 상대가 될 일은 없었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로 변하리라.
“어디 가는 건가요.”
“넌.”
등을 돌린 일광의 앞에는 붉은 눈을 빛내는 여성이 서 있었다.
진천백이 그러하듯, 혈천수라공을 익힌 자였다.
“혈교의 소교주인가.”
“맞아요. 오빠, 아니 사형이 당신을 막으라고 했거든요.”
쿠웅.
지수의 손에 들린 거대한 둔기가 대지를 두드렸다.
“그러니 막으려고요.”
“……신기하군.”
일광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는 나와 닮았구나.”
“어딜 봐서요.”
지수는 심히 불쾌하다는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일광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분명 저 여인은 자신을 닮아 있었다.
“타인을 무가치하게 보는 눈이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일광에게 타인이란 돌멩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검뿐이었다.
오직 검만이 특별했다.
“우린 다른 인간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부류지. 그런데 어째서 저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냐.”
잔잔한 일광의 눈동자가 지수를 응시했다.
“타인의 감정이나 마음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 우리는 그것에 가치를 두지 못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네가 왜 다른 인간을 따르는 거지?”
“마치 저를 아주 잘 아는 것 같은 말투네요.”
“알다마다. 네 눈은 나와 같으니까.”
확신을 하듯 말하는 일광의 말에 지수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화를 섞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지수의 손은 움직였다.
어느 세 왼손에 잡혀있던 손도끼가 회전하며 일광을 향해 날아갔다.
카앙!
무언가가 날아온 손도끼를 튕겨냈다.
‘검이야.’
검을 휘둘러 손도끼를 튕겨냈다.
그것도 지수가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말만 많은 사람은 아니구나.’
지수의 몸이 숙여졌다.
투척으로 되지 않는다면 늘 그렇듯 몸으로 직접 들이받을 생각이었다.
“두려움이 없는 아이로군.”
일광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공격으로 자신과의 실력 차는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수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까요.”
세한은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할 수 있는 것이다.
두려움을 가질 이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투쾅!!
가만히 서 있는 일광을 향해 지수가 발을 박찼다.
어마어마한 각력을 자랑하는 지수가 발을 한번 내디딜 때마다 거인이 움직이는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내달린 속도를 담아 지수의 팔이 크게 휘둘러지며 흉성의 학살자를 일광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서걱.
“무리다.”
단 일검에 지수의 오른팔이 잘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 챘을 때는 이미 팔이 바닥에 구른 후였다.
그럼에도 지수는 멈추지 않았다 무사한 왼팔을 일광을 향해 뻗었다.
서걱.
“넌 나에게 닿을 수조차 없다.”
왼팔도 바닥을 굴렀다.
양팔이 잘린 이상 무인으로서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
그럼에도 지수는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마치 그대로 일광의 몸을 들이 받으려는 모습이었다.
“쯧.”
일광은 혀를 차며 지수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자신과 닮은 눈을 했기에, 목숨을 취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였다.
이 여인의 가치는 이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검은 지수의 목 앞에서 멈췄다.
“……?”
일광은 눈을 의심했다.
분명 방금 자신이 잘라냈던 오른팔이 도로 붙어 있었다.
아니, 자라났다고 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그리고 그 손에는 아까 자신이 쳐냈던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일광이 쳐내 바닥에 떨어졌던 손도끼를 재생한 팔로 쥐고 검을 막아낸 것이다.
‘설마.’
자신이 마지막에 목을 치리라 예상한 건가?
거기다 어느덧 재생한 지수의 왼팔이 일광의 얼굴에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건 아무리 일광이라도 피할 수 없었다.
콰과과광!!
지수의 주먹에 일광의 몸이 날아가며 멀리 떨어져 있던 하남성의 외벽에 부딪쳤다.
마치 공성추에 맞은 것처럼 우르르 무너지는 성벽을 보며 지수가 짧게 혀를 찼다.
‘호신강기가 너무 단단해.’
전력을 다해 후려쳤지만 아마 일광에게는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제법 가치가 있는 일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몸을 짓누른 돌 벽들을 가르며 일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처럼 조금의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짜증나.’
말은 또 더럽게 많다.
무뚝뚝한 얼굴을 한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저리 많은지.
지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으며,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는 일광을 보았다.
지수와 달리 그는 제법 흥미가 깃든 얼굴이었다.
“그 보답으로 나의 검을 보여주도록 하마.”
그를 신검이라 불리게 만든 참격.
“일륜(日輪).”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태양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