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
153. 게임을 운영하는 방법(2)
[새롭게 오픈한 게임 ‘지구’에 접속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매일 접속하시는 분들께는 소정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게임에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은 공지사항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모든 플레이어와 신들에게 같은 알림이 들렸을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이드라가 아닌 내가 뽑은 사원들이 직접 문구를 작성한 것들이다.
현재까지는 특별한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GM인데.’
어느 정도는 이드라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신의 숫자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한계가 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어릿광대와 접촉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릿광대 님.”
내가 슬쩍 말을 걸자, 어릿광대의 옵저버가 이쪽을 보았다.
뱀의 형태를 하고 있는 탓에 날름거리는 혀가 상당히 신경 쓰였다.
“혹시 게임 운영해 보고 싶은 티탄 좀 알고 계십니까?”
“티탄은 우리의 적이라고 하지 않았어?”
민아가 화들짝 놀라며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일반적인 티탄이라면 그렇지만, 모든 티탄이 퍼블리셔 소속인 건 아니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거인들은 신들의 적으로 등장하지만 아닌 것도 있으니까.
[너 내가 거인족 출신인 거 알고 있구나?]
“어릿광대라는 닉을 사용하시고 변신 능력을 사용하면 짐작 가는 신이 하나 있으니까요.”
[이래서 너무 유명해도 안 좋아.]
어릿광대는 쪽지로 투덜거렸다.
이제 쪽지를 보내는 것에도 제한이 없어졌기에 쪽지를 보내는 걸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마침 딱 하나 적당한 애가 있긴 해.]
“누군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
[그전에.]
어릿광대는 내 팔을 뱀의 꼬리로 휘감으며 은근한 눈빛을 보냈다.
[그럼 내게 뭘 해줄 거니?]
“나뭇가지를 드리겠습니다.”
[나뭇가지? 잠깐, 설마?]
“예, 미스틸테인을 찾아드리죠.”
과거 로키가 발두르를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나뭇가지.
라그나로크를 촉발시킨 원인이 된 물건이다.
신화에서는 발두르가 미스틸테인에 죽지만, 실제로는 반만 죽었던 모양인지 잘 살아 있었다.
죽었다면 아가트람의 김태훈이 발두르의 아바타가 될 수 없었겠지.
아무튼 나는 미스틸테인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이미 1회차에 그곳에 다녀온 적이 있었으니까.
[그것의 위치를 어떻게 알지? 나도 찾지 못한 것인데.]
“그야 어릿광대 님도 찾기 힘든 곳에 있었으니까요.”
[내가 모르는 걸 너는 안다 이거야?]
“저는 몰라도, 그걸 알 만한 신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간접적으로 이드라를 언급하자, 뱀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아우터갓은 일종의 데우스엑스마키나나 마찬가지였다.
뭘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뭘 할 수 있어도 놀랍지 않은 존재.
당연히 어릿광대로서도 의심은 해도 확증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던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내게 쪽지를 보냈다.
[좋아, 그럼 날짜를 잡고 알려줄게.]
“감사합니다.”
미스틸테인은 로키에게 상당히 의미가 깊은 물건이었으니 승낙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
만약 거절한다면 따로 다른 신을 접촉해 볼 생각이었다.
물론 어릿광대보다 설득하기가 힘들 게 뻔해서 되도록 어릿광대 선에서 끝내고 싶었지만 말이야.
‘그럼 가장 급한 문제도 처리했으니.’
신들은 아마 지금쯤 공지사항을 보며 슬슬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번 개편과 함께 추가된 새로운 시스템.
바로 플레이어 랭킹을.
***
기존에 길드랭킹은 한번 발표가 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대로 가져온 후, 플레이어들의 랭킹까지 추가한 것이다.
플레이어 랭킹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 랭킹과 아레나 랭킹
일반 랭킹은 여태까지 플레이어가 벌어들인 포인트 양으로 랭킹이 표시되며 아레나 랭킹의 경우에는 중국에 있는 아레나의 성적에 따라 랭킹이 달라진다.
게임이 오픈된 직후, 신들은 아레나에 관심을 보였다.
그야 ‘가장 강한 플레이어’라는 타이틀은 플레이어 본인은 물론 신들에게도 중요한 타이틀이었으니까.
“예,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어요. 아직 많지는 않지만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양이에요.”
샹관 유엔은 세한과 통화를 하며 말했다.
현재 아레나에 입장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기존 투기장 시절 플레이어들이 많았지만 차츰 다른 플레이어들도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금은 투기장 시절 플레이어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지만.’
과연 이게 언제까지 갈지.
샹관 유엔은 아레나를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레나와 경매장은 세한의 투자를 받아 몇 배로 커진 상태였다.
전세계에 있는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한 시설인 만큼 당연한 이야기다.
특히 아레나의 경우엔 하나의 탑과 같은 형태로 새롭게 건축되었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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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레나 가본 사람?
이거 랭킹 오르면 뭐가 좋음?
댓글
익명: 랭킹 오르면 아레나 포인트 줌
익명: 아레나 포인트로 아이템 교환 가능.
익명: 자아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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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아레나와 경매장에 대한 소문은 알음알음 퍼지고 있었다.
여태 다른 게임은 메인 퀘스트를 통한 진행을 주로 삼다보니 다른 플레이어와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컨텐츠에 대해선 면역이 없었다.
보통 메인 퀘스트로 플레이어간의 대립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보통 그렇게 되면 반대편은 모두 죽여야 되는 경우가 많아 게임 초기나, 섭종 직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퀘스트였다.
하지만 아레나의 경우엔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하면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막아주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아레나 포인트로 교환할 수 있는 아이템 품목에는 좋은 물건들이 많아 신들 사이에서도 평이 무척 좋았다.
태양처럼빛나는: 나 이번에 아레나 랭킹 200위 안에 들어감.
불금: 개솔 ㄴㄴ
태양처럼빛나는: 꼬우면 덤벼보든가.
스틱스강으로와라: 내 이전 아바타가 살아만 있었어도 다 조지는데. 쓰...벌.
불금: 근데 랭킹 1위는 누구임? 현재는 기존 투기장? 인가? 그 애들이 상위권 차지하고 있다든데.
스틱스강으로와라: 그 꼬마잖아. 아레나 랭킹 1위.
불금: 아~. 하긴. 그럼 디어사이드 길드가 PVE랑 PVP 둘다 랭킹 1위 먹고 있네.
북유럽미녀: 거긴 원래 이상한 애들만 모여 있잖아.
태양처럼빛나는: 내가 알기로 꼬마는 조금 있으면 랭킹 외로 친다던데? 까마귀도 랭킹에서 제외됐고.
불금: 하긴. 신위를 가진 애들은 제외해야지.
점차 소문이 아레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아레나를 주력으로 하는 길드나 신들도 생겨났다.
특히 전쟁의 신과 같이 호전적인 신들은 아레나에 매달리는 경우도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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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 구조선 왔습니다.
갓겜, 지구에서 홍보 나왔습니다.
댓글
익명: 이미 하는 중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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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게임과 다른 운영에 신선함을 느낀 신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를 시작했고 유저의 수는 갈수록 늘어났다.
“이해할 수 없군.”
이미르는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특히 옵저버 스킨을 비롯한 랜덤박스는 이미르로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대체 왜 저런 걸 지르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률도 한없이 낮은 걸 왜 사는 거지?
그렇다고 따라 하기엔 이드라가 시스템에 저작권 등록을 해버려 사용할 수도 없었다.
“왕이시여, 이것을 이대로 두면 다른 게임들에도 영향이 갈지 모릅니다.”
“알고 있다.”
다른 티탄들의 상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왔다.
지구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콜라보 퀘스트 기간이 얼마나 남았느냐.”
“대략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이미르는 옥좌에 앉아 손가락을 두드렸다.
두 달.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다.
다만 콜라보 퀘스트를 통해 어떤 식으로 지구에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했다.
“조금 도와줄까?”
어둠속에서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차분하게 정돈된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
바로 니알라토텝이다.
그는 최근 이미르의 근처에서 맴돌며 이런 식으로 끼어들곤 했다.
“너는 지켜보는 쪽 아니었나?”
“그래, 맞다.”
하지만 이드라의 행동을 보며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그래서 조금 ‘여러 가능성’을 보고 온 참이었다.
“조금 재밌는 미래를 봐서 말이야.”
“네놈은 미래도 볼 수 있는 건가?”
“아, 조금 달라. 나는 잊혀진 세계의 기억을 읽었을 뿐이니까. 이드라와 관련된 일을 찾다보니 조금 재밌는 점을 깨달았거든.”
“재밌는 점?”
이미르는 니알라토텝에게 은근한 시선을 보냈다.
그것이 뭐냐는 뜻이다. 하지만 니알라토텝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니알로텝도 아주 단편적인 정보밖에 얻지 못했으니까.
니알라토텝은 본디 아우터갓 중에서 정보를 다루는 것에 특화된 신이다.
그래서 자주 위대한 그들의 아버지, 아자토스의 전령의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 정보에는 이미 사라진, 흘러간 정보도 포함되어있다.
유실되고 마모된 정보. 미래, 혹은 과거. 그리고 있어야만 했지만 없어진 것들까지.
“콜라보 이벤트는 내게 맡겨주지 않겠나?”
니알라토텝은 뭔가를 알고 있다.
이미르는 그것을 눈치챘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묻는다고 해도 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이 녀석의 호기심을 이용하는 편이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좋다.”
“탁월한 판단이다. 거인왕.”
꾸벅 고개를 숙인 녀석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단숨에 조금의 기척도 느끼지 않고 사라진 니알라토텝을 보며 이미르는 옅게 웃었다.
“녀석은 이상한 존재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 같군.”
이드라도 그렇고, 니알라토텝도 그렇고.
문제는 두 신이 가지는 감정이 비슷하면서도 정반대라는 점이었다.
***
“너무 순조로운걸.”
게임은 말 그대로 순항하고 있었다.
유저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었고, 커뮤니티에는 지구에 관한 글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수익은 말할 것도 없다.
옵저버 랜덤박스에 이어 출시한 신화시대 랜덤박스도 대호평이었다.
포인트가 넘쳐나는 신들에겐 크게 부담이 될 가격도 아닐뿐더러, 신화시대의 감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게 큰 세일즈포인트로 작용했다.
거기에 랭킹도 호평이었다.
아레나 랭킹 1위는 현재 린이었고, PVE 랭킹은 지수가 1위였다.
나는 운영자인 이드라와 관련이 있다 보니 제외한 상태였다.
“린도 곧 제외를 해야겠지만.”
“근데 린은 지금 어디 있어요? 올림포스에서 내려왔다고 하지 않았나?”
“루크와 아레나에 있어.”
아레나를 만든 건 단순히 경쟁 컨텐츠를 만들기 위함도 있었지만, 린의 교육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수많은 플레이어와 싸우면 싸울수록 린의 실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까.
‘적어도 린은 PVP에선 최강에 가까우니.’
다만 어려서 체력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아레나에는 하루에 정해진 도전횟수가 있었으니 그 단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루크 또한 린과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이득이었다.
린은 루크의 신이었던 아스트라이아와 한 몸이었으니까.
덕분에 린은 딸이며 자신이 모시는 신이 되어버린 우스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자신의 신과 함께 있는 탓인지 능력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렇게 게임 운영은 하나부터 열까지 순항 중이었다.
단 하나, 게임 운영을 보조한 GM의 부재만 빼면 말이다.
그것도 오늘 해결될 예정이지만.
“근데 왜 안와?”
나와 지수는 지금 서울에 있는 카페에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어릿광대가 소개시켜 주기로 한 거인족이었다.
어릿광대의 말에 따르면 다양한 게임에서 서버 운영을 했던 실력자인 모양이던데…….
‘그럼 퍼블리셔 소속 아닌가?’
퍼블리셔 소속이면 어릿광대가 소개해 줄 리가 없었다.
딸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카페의 문이 맑은 종소리를 내며 열렸다.
시선을 돌리자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은 한명의 청년이 서있었다.
이마에 박혀 있는 보석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 모습이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는군요.”
녀석은 환하게 웃으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아마 이 자가 어릿광대가 소개시켜주기로 한 거인족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녀석은 나도 이미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존재였다.
바로 영국에서 만났던 영국 서버 GM, 아키넨이었다.
“GM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면접을 보러왔지요.”
“넌 퍼블리셔 소속이잖아?”
심지어 지구의 GM 중 하나였다.
나는 아키넨과 대화를 하며 황급히 어릿광대에게 쪽지를 보냈다.
[아키넨은 퍼블리셔 소속이지 않습니까?]
[걔, 퍼블리셔에서 그만뒀데. 애초에 아키넨은 우리 일족 출신이야.]
[왜 그만둔 거죠?]
[그건 직접 물어봐.]
어릿광대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닌 가 의문도 들었지만 그녀가 굳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드라를 아바타로 둔 탓인지 나는 상대방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었다.
적어도 어릿광대의 말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