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51화 (151/332)

# 151

151. 게임 오픈(3)

최근 외우주의 신으로 알려진 드림위치, 꿈의 마녀 이드라가 인수하여 화제가 됐던 게임 지구가 공식 PV를 발표했다.

처음 광고에서는 무난한 반응을 보이던 신들이었지만, PV가 공개되고 나자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서버가 다운되고 일어났던 일들이 영상에 담겨 있었으니까.

작은 모래시계가 회전이 멈추고 작은 소녀였던 아이가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한다.

서버가 다운되었기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지만 영상에서는 똑똑히 담겨있었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달려드는 알데바란.

그런 알데바란을 밀치며 막는 검은 옷의 여성.

그녀는 신위를 지니지 못한 플레이어였음에도 알데바란의 발을 늦출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새로운 신이 탄생했다.

정의의 여신과 하나가 된 소녀는 머리에 금색으로 빛나는 관을 쓰며 막대한 신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다음 시작된 알데바란과 소녀의 싸움은 영상을 본 신들을 당황시킬 정도였다.

‘이런 양산형 게임에서 저런 존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이고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만큼 신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한 이를 쓰러트린 인간.

그런 이를 영웅이라 부르며, 신들은 그런 영웅을 좋아한다.

금색의 소녀만이 아니다.

알데바란에게 맞섰던 이들,

미노타우르스와 싸웠던 플레이어들의 모습도 영상에 담겨 있었다.

광고의 캐치프라이즈가 딱 맞았다.

이제까지 없었던 게임.

익명2553: 영상 본 사람?

익명1145: 나 봄. 쩔더라. 플레이어가 신과 합신해서 그렇게 되는 건 첨 봄.

익명 832: 개사기 ㅋㅋ

익명 1955: 광고 보니까 다른 게임에 없던 시스템을 넣는다고 하던데. 오픈하면 한번 해봐야할 듯.

익명 2225: 사전 예약하더라. 사전예약도 미리하면 새롭게 생긴 과금 아이템 준다던데?

대부분의 반응은 게임이 나오면 한번 해봐야겠다는 반응이었다.

퍼블리셔가 아닌 다른 신이 운영하는 게임이며, 플레이어가 신이 된 장소.

강한 자극을 원하던 신들의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보니 PV가 올라오며 시작된 사전예약 홈페이지에는 빠르게 참여인원이 늘어나고 있었다.

어릿광대: 아저씨 이제 말 좀 해봐요.

그리스대장: 뭘

어릿광대: 대체 올림포스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데요.

한쪽눈미아: 그니까. 야 말 좀 해봐라. 걔 올림포스 소속으로 가기로 했냐?

그리스대장: 크흠흠. 당연하지 내 딸이랑 한몸이 됐는데 니네 쪽으로 가리?

북유럽미녀: 와 이거 완전 날로 먹었네. 걔 크면 감당할 수 있어요?

그리스대장: 걍 내가 내려오면 되지 ㅋㅋㅋ 나도 오래 해먹었다. 이제 쉴 때도 됐지.

불금: 걔 때문에 다른 별 신들도 관심 가진 거 같더만. 지구 오픈하면 아바타가 너무 많아질 것 같은데?

익명675: 오히려 아바타 아닌 플레이어를 찾기 힘들지도 모름.

한쪽눈미아: 아이고, 아까워. 왜 쟤를 미리 아바타로 삼은 신이 우리 쪽에 없는 거야?

어릿광대: 노망나셨습니까. 아스트라이아니까 저게 된 거지. 말이 좋아 합신이지 잘못하면 쟤한테 먹혀요. 우리 쪽 신중에 소멸 각오하고 저렇게 할 놈이 있음?

한쪽눈미아: ...없지. 아 씹. 우리는 왜 죄다 이기적이냐.

불금: 아스트라이아면 어쩔 수 없지.

그리스대장: ㅋㅋ그치. 어림도 없지.

[익명48번 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어릿광대: 오우, 오랜만이네.

익명48: 안녕하세요.

어릿광대는 익명48이 들어오자마자 아는 척을 했다.

익명48은 간혹 괜찮은 정보를 뿌리다보니 꽤나 인지도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아는 척을 하는 건 어릿광대가 유일했다.

어릿광대: 어디 이번에 오픈하게 될 지구에 대한 썰좀 들어보자.

어릿광대: 너 알고 있잖아, 그치?

***

은근한 어조로 묻는 어릿광대는 마치 익명48이 누구인지 아는 것만 같았다.

‘로키라면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지.’

나는 커뮤니티 화면을 보며 뭐라 답변할지 고민했다.

신들 중에서도 눈치가 빠르며, 계속 내 곁에 있던 로키라면 익명48의 정체가 누구인지 진작 눈치 챘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커뮤니티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이드라를 통해 어떤 편법을 사용했으리라 생각했겠지.

아무튼 지금 로키가 이런 말을 하는 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뜻이다.

“근데 이제는 그게 힘들단 말이야.”

이전에는 그냥 플레이어였기에 별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운영자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탓에 섣불리 말을 내뱉기 힘들었다.

만약 내가 익명48이라는 게 밝혀지게 되면 자신의 목을 조이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로키가 눈치챘다는 건 비슷하게 눈치를 챈 신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며,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라는 뜻.

어릿광대가 지금은 비밀로 해주고 있지만, 만약의 일은 모르는 법이다.

내가 익명48이라는 건 밝혀져도 큰 일이 아니지만, 익명48이 다른 친한 신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팔아넘겼다는 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익명48: 이제 좀 일에 연관돼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게 됐네요.

어릿광대: 그래에? 그럼 어쩔 수 없지.

한쪽눈미아: 일?

불금: 흐음.

이제 대충 다른 신들도 눈치를 깠을 것이다.

익명 48이 이번 일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걸.

이드라의 부계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드라의 하위에 있는 어떤 신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드디어 내일이 오픈이네요.”

커뮤니티 창을 닫자, 조용히 다가온 지수가 말을 걸었다.

“그렇지. 그래서 불안해.”

“오빠가 불안할 때도 있어요?”

“나라고 모든 다 아는 건 아니니까.”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라와 함께 지수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이드라는 신이니 유일한 사람이라고 봐도 옳다.

최근 본인의 성향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수는 지수였다.

“괜찮아요, 제가 지켜드릴게요.”

“그거 말이라도 고맙네.”

지수의 말에 나는 설핏 웃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미래의 린과 지수가 대화하던 장면이다.

PV를 편집하며 입모양을 유심히 확인했지만, 린이 무슨 수를 썼는지 뭐라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

‘지수도 그것에 대해선 제대로 말하려 하지 않고.’

대체 뭐야, 진짜.

지수의 성향상 내게 해가 되는 말이 아니면 분명 말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입을 다무는 거겠지.

“근데 이제 메인 퀘스트는 어떻게 진행 되는 건가요?”

“평소랑 같이 진행되겠지.”

“그럼 이젠 크게 위험한 건 없네요.”

“그렇지도 않아. 곧 새로운 개념의 퀘스트가 생길 테니까.”

메인 퀘스트도 위험한 건 분명 존재했고 변수도 있다.

뭣보다 이제 조금있으면 첫 번째 콜라보 퀘스트가 열릴 거다.

“그때는 네가 좀 도와줘야해.”

“제가요?”

지수는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야 지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민아나 시우 같은 경우엔 전투 쪽으로 특화된 경우가 아니었고, 린은 예외 중에서도 예외였다.

루크나 지수, 그리고 창우 같은 경우에는 보통 메인 퀘스트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기 힘든 편이었다.

하지만 첫 콜라보 퀘스트는 이야기가 다르다.

‘혈마…….’

혈천수라공을 만든 장본인인이 지구에 오게 되니까.

***

“이제 5분 뒤 오픈이로다.”

이드라가 즐거운 어조로 말했다.

녀석은 이 상황 자체가 재밌는 얼굴이었다.

포인트를 어마무시하게 쏟아서 우울하던 것도 잠깐이었던 모양이다.

“과연 PV 반응대로 돌아올까요? 전 게임에 대해선 잘 몰라서…….”

창우는 영 불안한 얼굴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아 상황을 하나하나 시우에게 전달받아야 되다보니 더더욱 그런 면이 강했다.

하지만 창우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내가 뭐라 답변해 주긴 힘들었다.

난 어디까지나 유저였지 운영자가 아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김경수 팀장이 설명해 줄 겁니다.”

“예, 예.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김경수 팀장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 사전예약 숫자의 15퍼센트 정도가 실 유저로 변환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괜찮은 거예요?”

민아도 궁금한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이드라 님에게 들은 전체적인 시장의 크기를 보면 상당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기존에 진행 중이던 게임이라 엄청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은 숫자는 아니니 안정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첫날에는 어느 정도 들어와야 되는 거예요?”

“보통 동시 접속자 숫자는 총 유저수의 20퍼센트 정도로 잡습니다. 그러니 15퍼센트의 20퍼센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하.”

궁금증이 풀렸는지 민아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정말 오픈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긴장한 얼굴이긴 했지만 그나마 김경수 팀장에 비하면 괜찮은 거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김경수 팀장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창백했다.

“너무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예, 하지만 신들 상대로 제대로 계산이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이드라님에게 얻은 정보를 보자면 크게 다른 건 없는 것 같지만 역시 처음이다 보니 긴장되네요. 처음 입사하여 프로젝트 맡았을 때보다 수십 배는 긴장되는 것 같습니다. 그, 그래도 결코 망하진 않을 겁니다.”

더듬거리며 말을 덧붙이는 김경수 팀장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망하진 않는 다라,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결코 망할 것 같지는 않았다. 최근 커뮤니티를 살펴본 결과 올림포스에서 힘을 좀 써줬는지 충성유저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들이 계속해서 정보를 퍼나른 덕에 갓벤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상태였다.

“그럼.”

이드라의 손이 움직였다.

그러자 현재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던 서버의 락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잠시 멈춰뒀던 시스템이 다시 제 기능을 활성화시키며 메인 퀘스트 타이머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세계를 다시 하나의 게임판으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우와.”

게임이 오픈되기 무섭게 엄청난 숫자의 외부접속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신들이 지구에 접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숫자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며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열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대기열이 벌써 200을 넘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경수 팀장의 얼굴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적은 겁니까?”

“아뇨…….”

혹시 예상보다 적은 건가 싶어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에서 식은땀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너무 많습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다.

준비한 서버보다 접속한 인원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준비한 서버보다 접속인원이 지나치게 많으면 어떻게 될까?

간단히 말하자면 서버가 터진다.

오픈 때 최대한 많은 숫자의 유저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서버가 터지는 건 악수였다.

“이드라 급히 서버를 준비할 수 있어?”

“포인트도 조금 부족하고, 바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급하게 서버를 확충할 수 있는 방법은 그다지 없었다.

김경수 팀장의 말처럼 대기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고 이대로라면 서버가 터지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나는 김경수 팀장에게 물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어떻게 대처합니까?”

“요즘은 보통 클라우드 서버를 사용해서 요청만 보내면 됩니다만…… 보통 급한 경우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다른 게임의 서버를 빼와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게임의 서버?

나는 그 말을 듣고 문득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이드라. 최대한 서버 좀 유지시켜 줘. 서버 구해 올 테니까.”

“서버를? 대체 어디서 구해 올 생각인 게냐?

시스템의 영향을 받으며 고유의 영역을 지닌 장소라면 아마 따로 서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우주는 게임이 진행되냐 진행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시스템에 속한 우주다.

지구도 본래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서버는 할당되어 있었으니까.

고로 게임이 진행되지 않은 세계만 찾는다면 서버를 대여할 수 있었다.

그것을 만질 수 있는 신격을 지닌 존재만 있다면.

“올림포스에 다녀올게.”

그중 가장 만만한건 단연 올림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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