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50화 (150/332)

# 150

150. 게임 오픈(2)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았다.’

디어사이드 건물 내에 있는 작은 사무실.

그곳에는 플레이어가 아닌 일반인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전에는 컴퓨터로 하던 작업을 이드라가 비슷하게 구현하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었다.

“Tekeli-li.”

“아, 고맙습니다.”

과거 김대리라고 불렸던 사내, 김경수는 촉수괴물이 내미는 커피를 받아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처음 봤을 때는 오줌을 지리며 기절했었지만, 이제는 촉수 괴물을 봐도 덤덤해졌다.

“박 사원은 어디로 갔어?”

“박 사원은 이드라님의 영상 편집을 돕기 위해서 내려갔습니다. 공지사항을 올리면서 PV도 같이 올릴 생각인가 봐요.”

“과금 상품 준비는 어떻지?”

“거기도 대체로 끝났습니다. 송시우 씨가 물건 납품이 끝나는 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의 세상에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냐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은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플레이어들이 하는 일보다 배는 중요했다.

‘신들을 상대하는 일이니까.’

여기 있는 이들은 게임사에서 일하며 유저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야 그때는 상대하는 이들이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신이었으니까.

‘너무 과금 유도한다고 욕먹으면 어쩌지?’

세한의 말로는 신들이 게임을 떠나면 별은 멸망 수순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신들이 게임을 오래하도록 유도하며 계속해서 포인트를 뜯어내는 운영이 필요했다.

잘 생각해보면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단지 그때는 단순한 섭종이었다면 이번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게임은 지구의 멸망이다.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러다 이드라가 만든 사내 인트라넷에 올라온 한 게시글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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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정식 오픈을 일주일 앞둔 오늘.

바람소리와 스산한 빗소리가 사무실 창밖을 때린다.

폭풍전야...

우리를 비웃던 플레이어들.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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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뒷내용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문장만 읽어도 1년 안에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야 이딴 글 적은 놈! 불안하게 왜 하필 적어도 이걸 적어?!”

물론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기야 다들 불안하니 게시글에 뭐라도 적고 싶겠지.

게시글처럼 플레이어들에게 무시당하던 이들이니 뭐라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하아.”

실제로 지금 디어사이드에 드나드는 일반인들을 보는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자기들도 못 들어가는 명문 길드에 일반인이 드나드니 그럴 만도 했다.

“진행은 잘 되고 계십니까?”

“헉, 사, 사장님!”

경수가 사장이라고 부른 사내는 바로 김세한이었다.

정확히는 디어사이드의 길드장이었지만, 편의상 일반 사원들은 사장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예,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만 단지…….”

“신들을 상대해야하는 게 불안한 거겠죠.”

세한은 이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세한 본인도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긴 했다.

이건 1회차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니까.

“예, 조금 걸리는 점이 있긴 합니다.”

“걸리는 점?”

“네.”

김경수는 그리 말하며 세한의 눈치를 살폈다.

말해도 괜찮은지 묻는 눈이었다.

세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경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순진합니다.”

“순진하다?”

“아, 그게 나쁜 의미가 아니라 솔직히 몇 천 년이나 게임을 운영한 노하우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순수하다고 해야 되나. 좀 평범하더군요. 마치 초창기 지구의 온라인 게임처럼 말입니다.”

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운영이 천편일률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경쟁 게임이 없고, 굳이 과도하게 포인트를 착취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또한 포인트를 과하게 착취하면 강한 힘을 지닌 티탄들이 나올 테고, 당연히 신들은 그것에 견제를 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쪽은 플레이어다.

심지어 외신인 이드라이기에 포인트를 조금 유도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외신은 이쪽 우주에 큰 관여를 할 수 없을뿐더러 플레이어는 걱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랜덤박스와도 같은 요소는 알다시피 유저들의 원성을 듣는 요소라 고민이 많습니다. 또한 신님들이 인간과 같이 랜덤박스를 질러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랜덤박스는 분명 먹힐 테니까요.”

“정말입니까?”

“예, 신들은 오히려 인간보다 흔히 말하는 관심종자가 많습니다.”

“과, 관심종자라니.”

오래전 신화부터 신들은 대체로 눈에 띄고 싶어 안달이 난 족속이다.

남들보다 특별해지고 싶고, 특별해야 한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신들과 동등해지려는 걸 싫어했고 막고 저주했다.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은 별의 주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시스템의 영향으로 신화의 시대처럼 인간들을 멋대로 벌하거나 저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레나와 랭킹의 도입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세한이야 유저의 입장에서 건의할 뿐인 내용이었지만, 다른 사원들이 내놓은 의견도 대체로 비슷했다.

랭킹 시스템의 경우에는 눈앞에 있는 김경수 사원이 내놓은 의견이었다.

‘확실히 월드 랭킹 같은 게 있다면 신들이 기를 쓰고 하겠군.’

이전에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한 따로 랭킹 같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신들 사이에도 특별한 경쟁요소가 없으니 대부분 다른 게임과 비슷하여 식상하다는 말도 나오던 차였다.

‘쓸만하단 말이지.’

세한은 눈앞에 있는 김경수를 보았다.

그는 단순히 랭킹시스템 뿐이 아니라 자잘하고 세밀한 요소들 잘 찾아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눈치가 빨랐다.

“참 오늘 찾아온 건 단순히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자 온 건 아닙니다.”

“예? 그럼 어쩐 일로 오신 건지…….”

“슬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으니 제대로 팀을 꾸려서 직책을 나누려고 하거든요. 현재 뽑은 사원들은 하나의 팀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대충 예상했던 일이다.

어디에나 책임자는 필요한 법이니까.

“이번 팀의 팀장은 경수 씨입니다.”

“저, 저요?!”

“예, 승진하게 됐네요. 물론 월급도 올라갈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짝짝, 박수를 치며 말하는 세한의 말에 경수는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원들 중에선 자신보다 연차가 높은 업계 선배도 많기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싱긋 웃으며 말하는 세한에게 경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여태까지 없던 게임!]

[무한 경쟁!]

[자신만의 색을 뽐내는 멋진 의상]

[신화시대 감성을 재현할 수 있는 게임이 온다!]

“……조금 그렇지 않냐?”

오픈을 앞두고 광고를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다.

우선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고, 흔히 우주정부로 통하는 ‘갓벤’의 웹진에도 영상을 올려둔 상태였다.

“이래봬도 이미르가 자주 사용하는 광고업체로다. 업계에선 베테랑이라고 하던데?”

“구린데…….”

다른 사원들도 나와 비슷한 의견이었지만 이드라는 오히려 신들에겐 이런 게 먹힌다며 팍팍 밀고 나갔다. 아무리 봐도 내가 보기엔 옛날 온라인 게임에서나 쓰이던 문구였다.

어쨌든 이미 만들어진 광고는 되돌릴 수도 없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광고로 인해 발생한 신들의 동향을 분석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정말로 댓글은 나쁘지 않네.”

놀랍게도 댓글은 대부분 기대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정말 놀랍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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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 ㅋㅋㅋ이야. 정말 기대됩니다. 퍼블리셔가 아닌 다른 곳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은 처음이네요.

익명 : 요.즘... 우리.. 동년..배들은 모두 이 게임..하려고 준비중입니다.. 신세대 게임.. 같이 합시다..!!

익명 : 우왕!! 이번에 이슈됐던 게임이죠? 나오면 꼭 해볼게요!

익명 : 무한 경쟁이라니, 대체 뭐지?

익명 : 신화시대 감성의 재현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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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빠. 나 닭살 돋은 거 같아.”

이드라가 만든 화면으로 함께 댓글을 확인하던 민아가 자신의 팔을 문질렀다.

잔뜩 찌푸린 얼굴을 보니 댓글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비단 민아만이 아니다.

다른 디어사이드 길드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음? 뭐가 문제가 있는 건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유일하게 루크만 댓글에 별 반응이 없었다.

물론 그런 그에게 뭐라 하는 이는 없었다.

‘하긴 나이가 나이니…….’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간 린이 올림포스에 가버려서 우울해진 그의 수다상대가 되어줘야 할지도 모른다.

‘채팅방에선 잘 몰랐는데, 다른 신들은 대체로 이런 분위기인 모양이군.’

하긴 지구의 신들은 다른 신들에 비해 젊은 편이다.

로키만 봐도 지구의 커뮤니티에서나 볼법한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었지만, 갓벤은 아니었다.

“이드라 PV는 어떻게 됐지?”

“앞으로 30분 후에 올라갈 예정이다.”

“현재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그다지 주목은 끌지 못하고 있어. PV로 승부를 띄워야 해.”

애초에 지구는 그렇게까지 흥한 게임이 아니었다.

퍼블리셔가 늘상 뽑아내던 양산형 게임 중 하나.

그러니 1회차에서는 포인트를 뽑아내기 위해 악랄한 수도 수없이 썼고, 가차없이 섭종으로 유도했던 것이다.

그나마 그 정도까지 유지됐던 건 지구 태생의 신들이 상당히 강력한 신들이었기 때문.

그들이 지구에 포인트를 부어줬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조차 떠난 후에는 결국 서버종료 수순을 밟았지만.

‘이번에는 서버종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 지구 자체가 강해져야 해.’

그러려면 더 많은 신들을 모아야만 했다.

지구의 신만이 아닌 다른 별들의 신들도 이곳으로 불러들여야만 했다.

“PV 주인공은 오빠야?”

“아니, 린이지. 그리고 지수도 조금 비중이 있어.”

“……네? 전 그다지 활약한 게 없을 텐데요?”

“미궁 부수고, 알데바란 밀쳤잖아.”

“아.”

지수는 그제야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알데바란을 밀친 건 대단한 위업이다.

조금의 신력도 지니지 않은 플레이어가 황도 12궁 중 가장 강한 별자리 중 하나인 알데바란에게 타격을 준 것이다.

“이건 분명 먹힌다. 그렇고말고.”

이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신들이 좋아하는 건 다 들어갔으니 말이다. 오프닝 영상으로 이보다 잘 나올 수는 없을 거다. 내가 최근 나온 게임 다 찾아봤는데 특별히 임펙트 있는 건 없었다.”

“그럼 좋겠는데 말이야.”

대박, 무조건 대박이 나야 된다.

나는 내심 기도를 하다가 기도를 할 만한 마땅한 대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숨을 쉬었다.

“그럼 올리도록 하겠다.”

이드라가 손을 흔들자 허공에 공식 홈페이지가 나타나며 영상이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10퍼센트, 20퍼센트.

영상이 업로드되는 게 보일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터져라!’

잘 될 거라는 생각은 있지만, 모든 게 생각대로 풀리는 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나라도 이번만큼은 운에 맞길 수밖에 없었다.

영상이 올라가고, 올라간 영상을 이드라가 열심히 퍼날랐다.

자신의 갓튜브에 올리고 갓벤과 각종 커뮤니티에 퍼트리기 시작했다.

어제 올렸던 단순 광고도 광고지만 역시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올리는 것만 못했다.

“오오?”

지구의 게임이었다면 영상을 올린다고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신이다.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면 얼마든지 바로 볼 수 있고, 그럴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인간과 달리 신들의 반응은 무척 빠르게 되돌아왔다.

무언가를 인지하는 능력자체가 타의추종을 불허했으니까.

10분, 20분.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며 화면에 시시각각으로 수치가 변했다.

영상의 재생횟수와 반응을 이드라가 실시간으로 정리하여 수치화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아니면 단순한 무시.

그런 반응들이 요동을 치며 움직였다.

“아.”

그것을 확인한 나는 짧은 감탄사를 내었다.

차마 말을 하기 힘들었다.

“왜, 왜 그래? 뭔가 잘못됐어?”

내 반응을 살피던 민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뭔가가 잘못됐냐고?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아니.”

반응은 극적이었다.

현재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모든 신의 관심사가 게임 PV에 쏠릴 정도였으니까.

부정적인 반응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영상의 추천수도 많았고, 댓글수도 많았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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