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34화 (134/332)

# 134

134. 정의의 태동(2)

“아스트라이아, 린을 대리자로 삼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말을 걸어온 건 얼마 전이었다.

린을 통해 대화를 요청한 그는 새삼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정의의 여신으로서 살아온 긴 세월 동안 그런 부탁을 한 인간은 처음이었다.

「린은 아직 아이입니다. 대리자의 신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아스트라이아.”

세한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는 듯이.

“아실 텐데요. 제가 걱정하는 건 린이 아니라 당신입니다.”

「…….」

린 테일러.

루크 테일러의 딸이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간.

처음에는 단순히 그 정도로 생각했지만 긴 시간 동안 그녀를 지켜보며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린의 재능을 모두 깨우려고 합니다. 비록 한정된 시간일 뿐이겠지만, 그 시간 동안 그녀를 대리자로 삼는다면 당신이 어떻게 될지 전 솔직히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제가 어떻게 된다는 것처럼 말하시는 군요.」

“예, 어떻게 됩니다. 최악에는 소멸하거나 린에게 집어삼켜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오만한 말이었다.

린은 평범한 인간이고 아스트라이아는 신이다.

그것도 황도 12궁에 속한 제 6궁.

처녀궁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

중상급 신격을 가진 그녀가 한낱 인간에게 집어 삼켜진다니.

다른 신이 듣는다면 깔깔 웃을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당신의 말대로 린이 모든 가능성을 손에 넣는다면 말이죠.」

“예.”

「그럼 당신은 제게 죽으라 이야기하는 건가요? 대리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으면서, 대리자로 삼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겁을 주다니 이유를 모르겠네요.」

아스트라이아는 차분하게 적어 쪽지를 보냈다.

만약 그가 자신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충분히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인류를 끝까지 믿고, 최후까지 지상에 남아 우리의 곁에 있었던 선한 신. 지금도 이 게임판이 된 세계에서 인류를 믿고 게임이 아닌 현실로서 우리를 대하는 당신을 저는 존중합니다.”

아스트라이아는 세한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신이었다.

그녀가 있기에 지금의 세한이 있다고 봐도 좋다.

그러니 거짓 없이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아스트라이아. 부탁드립니다.”

린을 대리자로 삼아 달라 말하며 세한은 고개를 숙였다.

옵저버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스트라이아는 뭐라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세한의 부탁을 듣고 며칠이 지난 현재.

지구에는 알데바란이 강림했다. 황도 12궁 중 최강의 일각에 있는 그는 아스트라이아가 본신으로 현신한다고 해도 솔직히 승산이 없었다.

신으로서의 격은 아스트라이아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데바란은 수천 년간 무(武)에 매달린 자였다. 순수한 전투력으론 아스트라이아가 이길 수 없었다.

‘린 테일러.’

이 작은 아이는 손에 쥔 모래시계를 꾹 쥐며 작게 심호흡을 했다.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다.

아자젤이 막아선 10분동안 그녀는 마음을 정해야만 했다.

공교롭게도 그건 아스트라이아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정해야 할 때였다.

***

“푸크크큭, 풉!”

아카터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녀석은 내 옆에 깐죽거리는 얼굴로 비웃으며 스크린을 보았다.

스크린에는 알데바란에게 쓰러지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비쳤다.

아가트람도, 아서도 그리고 디어사이드의 동료들도.

알데바란에게는 전혀 상대도 되지 않았다.

만약 아자젤에게 한강 수호를 맡기지 않았다면 어마어마한 인명피해가 났을지도 모른다.

“이제 알겠냐? 아무리 잡졸들을 모아봐야 잡졸일 뿐이지. 너희는 일개 캐릭터야. 신들이 선택하면 아바타, 선택받지 못하면 NPC에 불과하다. 자, 봐라. 네가 그토록 쌔 빠지게 굴러봐야 이런 거야. 탑 플레이어? 그건 너희들 이야기지. 지금 알데바란이 놀고 있지만 않았다면 이미 다 죽었어.”

그 말은 확실히 사실이었다.

알데바란은 지금 적당히 놀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상대가 되는 건 모르간뿐이었고, 아자젤은 한강을 수비할 뿐이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알데바란의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이 모두가 죽는 때였다.

“그래도 칭찬해 주마. 노력하긴 했어. 플레이어로서 이렇게 빠르게 강해지고, 저 호수의 마녀? 저런 녀석과는 친분을 어떻게 맺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확실히 큰 변수야.”

아카터스는 손가락을 까딱이며 웃었다.

“하지만 너는 날 잘못 건드렸다. 고작 필멸자 주제에 나를 건드리다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훨씬 많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곤 턱,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크크크큭! 아까 그 건방진 모습은 어디 갔냐? 저놈들 다 죽이면 다음은 네 차례야. 넌 직접 내가 찢어발겨 죽여줄 테니 기대해라.”

내 어깨를 연신 두드리며 말하는 아카터스는 얼마나 신이 났는지 간질환자처럼 몸을 떨어댔다.

‘그동안 내게 받은 스트레스가 심하긴 했던 모양이군.’

확실히 화면에 비친 모습은 절체절명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내게는 보였다.

모래시계를 쥐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의 모습이.

린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이 이 상황에서 나서도 괜찮은 것인지.

그리고 내 말이 사실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린은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자각하지 못했다.

상식을 지닌 인간으로서 상식을 벗어난 재능을 인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그녀가 가진 가능성과, 내가 선택한 미래를.

“음?”

상황이 반전된 건 그때부터였다.

화면에 비친 알데바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데바란은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모르간의 마법을 고개를 살짝 젖혀 피한 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알데바란은 감이 좋았다.

수천 년간 단련해온 그의 기감은 예지에 가까웠고 자신의 위기를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느낀 것이다.

이변을.

“뭐야, 갑자기 왜 저래?”

알데바란이 공격하던 걸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아카터스가 투덜거렸다.

그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알데바란이 공격을 멈춘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이면 되잖아? 저 마녀의 힘도 다 빠졌고, 어차피 나태의 악마는 한강만 지킨다며?”

이미 싸울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알데바란의 압도적인 힘에 공포에 떨며 기도를 하는 게 전부였다.

탑 플레이어라고 불리던 이들은 그의 앞에 쓰러져 모두 정신을 잃고 있었다.

사망자가 없는 건, 신유화와 모르간의 비호가 있었던 덕이다.

“……?”

알데바란의 눈이 모르간을 넘고, 아자젤을 지나쳐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한강에 닿았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그의 시선에 숨을 죽이며 몸을 떨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던 알데바란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시선이 수많은 플레이어 중 한 소녀에게 닿았다.

소녀는 천천히 손을 위로 올리고 있었다.

그 손의 끝에는 손을 떠난 작은 모래시계 하나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것을 본 알데바란은 가만히 지켜보던 걸 멈췄다.

쿵!!

어떤 징조도 없이 알데바란이 지면을 박찼다.

지면이 밀려났고 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그의 신형이 한강을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갔다.

쓰러진 플레이어들을 지나치고, 모르간의 옆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 그는 한강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히이익!!”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플레이어들이 비명을 질렀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알데바란의 주먹에는 확연한 살기가 느껴졌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콰아아아!!

하지만 그 주먹은 한강을 향하지 못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허공을 향해 비껴갔다. 압축된 공기가 밀려 나갔고, 그 충격으로 서 있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지면에 쓰러졌다.

“……비켜라, 아자젤.”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알데바란이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방금 공격을 막아낸 아자젤은 빙글빙글 웃으며 들었던 손을 내렸다.

“말했잖아. 난 10분간 이곳을 지켜야 해.”

“웃기지 마라. 그럼 넌 저것을 가만히 두겠다는 거냐?!”

알데바란의 시선이 어느 한 곳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말과 시선에 쓰러졌던 플레이어들 역시 그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금발의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모든 플레이어가 쓰러졌음에도 똑바로 서서 회전하는 모래시계를 향해 양손을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에게 기도하는 성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아자젤은 그것을 보며 웃었다.

“가만히 둘 거야.”

나태의 악마는 강력무비한 악마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가 맡게 되는 자리다.

그렇기에 그녀는 저 소녀에게 많은 기대를 가졌다.

과연 자신의 생각과 같을지.

아니면…….

“무엇이 태어날지, 너무 궁금하거든.”

***

무섭다.

오직 그런 생각만이 린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눈앞에는 알데바란이 인상을 쓴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를 막아선 아자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녀를 돕는 모르간이 아니었다면 이미 자신은 죽었을지도 모른다.

린은 알데바란이 무엇 때문에 저토록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비켜라, 아자젤. 그리고 마녀여! 너희들은 정녕 저것이 무엇인지 모른단 말이냐!”

콰쾅!!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던 것처럼 알데바란의 주먹이 아자젤을 향해 휘둘러졌다.

단 한 발만 맞는다고 해도 지형을 붕괴시키고 산의 허리를 끊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공격이었지만 아자젤은 그것을 모두 흘려내었다.

초월적인 재능을 가진 아자젤이 지닌 가공할 무위.

일반적인 플레이어보다 조금 강한 힘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알데바란의 공격을 흘려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조금 벅차네.’

알데바란 역시 나름 무의 형태를 만들어온 무인이었다.

아무리 아자젤이라도 미약한 힘을 지닌 채 온전히 모든 공격을 상쇄시킬 수는 없었다.

“내가 설마 악마와 한팀이 되어 싸울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모르간은 투덜거리며 아자젤을 보조하며 최대한 알데바란을 막았다.

하나의 운석처럼 휘둘러지는 알데바란의 공격을 막고 막으며 버텼지만 점차 둘의 몸이 밀리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지키려고 하는 존재는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시스템의 틀을 벗어나, 세계의 법칙에 속하지 않은 것, 버그란 말이다!”

기기긱!!

결국 아자젤과 모르간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크게 밀려나며 알데바란의 주먹이 결국 린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그것이 린의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닿기 직전, 하늘이 열리며 황금색 빛이 떨어져 그것을 막았으니까.

황금색 장벽에 막힌 자신의 주먹을 보며 알데바란은 바득 이를 갈았다.

지금 자신을 막은 건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자였다.

“아스트라이아!”

황금색 빛은 점차 하나의 형상을 취하며, 금색의 여신의 모습이 되었다.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

그녀가 지상에 강림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당장 비켜라! 설마 시스템을 수호해야 할 황도 12궁으로서 저 버그를 지켜보겠다는 거냐!”

“예, 지켜볼 겁니다.”

“……뭐?”

아스트라이아는 온 힘을 다해 알데바란의 주먹을 막았다.

온전한 신의 강림에는 제한이 있었다.

시스템에서 그것이 허락되는 건 오직 단 하나.

대리자를 선택할 때.

아스트라이아는 점차 빠르게 회전하는 모래시계를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린의 푸른 눈동자도 보였다,

아스트라이아는 린의 눈에 담긴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공포.

그리고 그 속에는 빛나는 각오를 보았다.

이 어린 소녀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자신뿐이다.

“인류여.”

아스트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알데바란만이 아닌,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옵저버와 플레이어에게도 향해 있었다.

“분명 지금 이 세상은 게임이 되고 뒤틀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죠. 세계는 지금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나아왔습니다. 거기엔 어그러짐도 있었고 올바름도 있었습니다.”

신화의 시대가 끝나고 강철의 시대가 시작되며 신들은 이 세계에 실망하며 떠났다.

오직 아스트라이아만이 남아 그런 인류를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신들을 잊은 그들에게 실망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피어 올리는 그들을 지켜보며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신이 필요치 않음을 깨달았다.

“분명 지금 당신들에게 세계는 절망뿐일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에게 얽매여 언제 끝날지 모를 게임판에 휘둘려 멸망만을 향해 전진해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마치, 처음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하지만 그때도 인류는 모든 시련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다.

“지금은 인류의 시대입니다.”

설령 세계를 정체 모를 자들에게 빼앗긴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인류의 시대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멸망할 때가 아니다.

절망을 받아들일 시기가 아니었다. 그러니 아스트라이아는 믿었다.

인류가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단순히 그가 부탁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건 정의의 여신인 자신의 의지였다.

세계가 변하며 무너진 인류의 가치관을, 그리고 도덕과 관념,

그것을 바로잡는다.

“그렇기에 저는 지금까지 제가 간직해 온 것을 그대들에게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판도라 상자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희망이었던 것처럼.

모래시계는 회전하고 있었다.

이제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금색의 링으로 변하며 빠르게 회전하는 그것에서 시선을 떼고 아스트라이아는 린을 지그시 응시했다.

린 역시 그런 아스트리아를 마주 보았다.

“제가 지금까지 지켜온, 인류의 정의를.”

천천히, 아스트라이아는 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보통이라면 신이 대리자를 선택하는 광경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누가 선택받은 것일까.

린?

아니면 자신.

“린 테일러.”

그건, 이제 알게 되리라.

“이제부터, 당신이 인류의 정의입니다.”

아스트라이아의 손이 린을 향해 뻗어졌다.

린 역시 그런 아스트라이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것이 맞닿기 직전, 알데바란은 앞으로 내달렸다.

저것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됐다.

“안 돼──!!”

아스트라이아가 만든 금색의 결계를 부수기 위해 알데바란이 힘을 모았다.

아자젤도, 그리고 모르간도 막을 수 없는 미증유의 거력이 일점에 모여 금색의 결계를 향해 휘둘러졌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

잔해를 부수며 튀어나온 지수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아니?!”

스토킹의 대상을 지정하면 지정된 상대는 지수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수는 알데바란을 스토킹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마지막까지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튀어나와 온 힘을 다해 몸으로 부딪쳤다.

평범한 플레이어라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쿠웅!!

하지만 모든 버프를 받은 지수가 전력을 다해 충돌하자 알데바란의 몸이 아주 조금이지만 움직였다. 그 충격에 큰 힘을 운용하고 있던 알데바란의 집중이 흐트러트렸다.

그 시간은 불과 1초,

단 1초에 불과했지만 아스트라이아와 린의 손이 맞닿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라락.

린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던 모래시계가 회전을 멈추며 마지막 남은 모래알갱이 하나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동시에.

현재 게임에 접속되어 있던 모든 신들의 계정이 로그아웃되었다.

단 하나의 신을 제외하고.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