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
127. 참살검(慘殺劍)(2)
“오늘도 그 무기가 나올까? 저번에는 하필 돈을 안 가져와서 못 샀는데.”
“그게 한국에서 들여온 무기라지? 한국에는 뛰어난 장인이 있구만.”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며칠 전에 있었던 경매의 이야기를 하며 기대감에 부푼 얼굴들이었다.
우리는 리 지웬쥔의 안내에 따라 들어온 VIP석에 앉아 그런 광경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찬 경매장의 좌석이 오늘 올라올 경매물품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었다.
“지난번에 주신 물건들의 평가가 아주 그만이었습니다.”
“그래?”
“예, 가볍게 튼튼하며, 마력도 잘 받아서 기존 제작템들보다 월등한 성능을 발휘했으니까요. 그간 아무리 장인이 만든 무구라고 할지라도 던전 드랍템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그 인식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소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단순 광물을 채취해서 만든 무기는 여러 스킬이 붙어서 나오는 던전 드랍템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시우가 만든 무기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가호를 받아 기본적인 강도나 성능이 우수할뿐더러 희소하게 스킬도 붙었다.
“이번에 내가 준 물건 정도라면 얼마든지 계속 지급해 줄 수 있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이 경매가 끝나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예. 옙! 알겠습니다.”
리 지엔쥔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리 지엔쥔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절박했던 건지도 모른다.
서버 이동이 가능해지며 한창 세력을 확장할 기회였으니.
“경매가 시작하려나 봐요.”
리 지엔쥔이 물러나자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린이 조심스럽게 정면을 가리켰다.
그 말처럼 단상 위로 고풍스런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유엔이 걸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경매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창천 길드의 경매장에는 진귀한 물품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유엔은 싱긋 웃으며 오늘 경매에 올라올 품목들을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했다.
‘역시 다인슬라이프는 없네.’
정말로 없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올라온 건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내가 아는 건 이날 다인슬라이프가 이곳에 모인 플레이어들을 죄다 죽여 버렸다는 점이다.
“오늘 경매는 기대해도 좋아.”
혹시 있을지 모를 일을 대비해 주변을 살피자, 언제 왔는지 웨이 롱화가 앉아 있는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오른팔은 깁스를 하고, 푸른 무복 아래에는 칭칭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책임자로서 그래도 나와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VIP석은 이곳뿐이라 다른 곳에 앉고 싶어도 어쩔 수 없네.”
그는 태연한 어조로 말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며칠 전에 프라가라흐에 맞고 뻗었던 것치곤 악감정하나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저게 연기라는 걸 바로 알았다.
왜냐면 입가의 미소가 파르르 떨렸으니까.
덕분에 당황한 건 린이었다. 눈동자를 대록대록 굴리며 눈치를 보다가 내 옷깃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누구에요?”
“이 창천 길드의 차기 장문인…… 아니. 길드장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낫나?”
내가 심드렁하게 답하자 웨이 롱화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린에게 살짝 머리를 숙였다.
“만나서 반갑군. 그대가 바로 투기장의 포식자라고 불리는 소녀지? 나는 창천 길드의 웨이 롱화라고 한다.”
“저, 저는 린 테일러에요.”
웨이 롱화는 가늘게 뜬 눈으로 린을 살폈다.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예민한 린에겐 마치 뱀과 같은 시선이었으리라.
“이 물건은 지난 경매에서도 들어왔던 미스릴과 에스더의 합금입니다. 에스더는 굉장히 희귀한 금속이며 이것을 다룰 수 있는 대장장이는 듣기로 한 명뿐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경매도 계속 진행됐다.
최소 D급부터 최대 B급 아이템까지 경매에 올라왔다.
특히 경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건 바로 내가 출품했던 무구였다.
“시우 오빠가 만든 물건들이죠?”
조용히 묻는 린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에스더와 미스를의 합금을 만들 수 있는 대장장이는 오로지 시우뿐이다.
단순히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대량의 에스더가 구비되어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먼저 검부터 경매에 들어가겠습니다!”
“3천 포인트!!”
“난 4천!”
“4천 500!”
유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플레이어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가격은 빠르게 치솟았고 7천 포인트에 하나가 낙찰되었다.
내가 출품한 무구는 대략 10개가 넘었으니 무려 7만 포인트를 한 번에 벌어들이게 되는 거다.
경매장에서 가져가는 돈을 생각하면 대략 5만 포인트가 내가 얻는 순수익이었다.
“아까워…….”
웨이 롱화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나나 린에게는 또렷이 들렸다.
그는 입가를 삐뚜름하게 일그러트린 채 내가 출품한 무구들을 보고 있었다.
무엇이 아까운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저 무구를 들여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쉽다는 거겠지.
녀석은 오늘 이곳에서 나를 죽일 생각이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녀석의 반응 덕에 이제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곧 다인슬라이프가 나온다는 것을.
시우표 무구가 전부 다 팔리자 유엔은 뿌듯한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오늘도 경매가 열기를 띄고 있군요. 이제 나올 물건은 무려! S급 무기라고 합니다.”
“S급?!”
경매장 안이 술렁거렸다. S급 아이템은 현재 전 세계에도 몇 개 풀리지 않은 물건이다.
한국에도 S급 이상의 아이템을 지닌 건 나를 제외하면 지수가 유일했다.
“듣기로는 검이라고 합니다. 저도 아직 본적이 없는 물건인지라 기대가 되네요.”
덜컹. 덜컹.
문이 열리며 새까만 금속으로 이루어진 상자가 들어왔다.
묵철로 만들어진 케이스인 듯,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위압감을 주는 비쥬얼이었다.
“자, 그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엔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상자를 봉하고 있던 자물쇠를 해제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철컹.
상자의 안에는 예상대로 새까만 검이 들어 있었다.
아니, 검이라기 보단 기괴한 오브제와 같았다.
묵철로 가려져 있던 다인슬라이프의 살기가 물결처럼 퍼졌다.
“저, 저건…….”
아마 모두가 깨달았을 것이다.
저건 평범한 검이 아닌 마검이라는 것을.
“아아…….”
가장 가까이에 있던 유엔의 눈은 몽롱하게 풀리며 손이 파르르 떨렸다.
어디로 봐도 제정신인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유엔을 말릴 수 없었다.
마검에서 흘러나오는 사이한 기운을 쫓으며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전부였다.
탁.
하지만 그 손은 검에 닿지 못했다.
유엔이 검을 쥐기 전에 먼저 그것을 집어든 사람이 있었으니까?
누구냐고?
바로 나다.
“헉!”
내가 검을 집어 들기 무섭게 침체되어 있던 유엔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그녀는 머리를 붕붕 흔든 뒤, 내 손에 들려 있는 다인슬라이프를 보고 크게 경악했다.
“세한! 그건 보통 검이 아니에요! 당장 놔요!”
“왜?”
“그건 인간의 정신으로 버틸 수 없는…….”
“버틸 수 없다고?”
“…….”
유엔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야 내가 다인슬라이프를 들고 태연하게 서 있었으니까.
“누, 누구지?”
“대체 어떻게 저런 걸 쥐고 멀쩡할 수 있는 거야?”
다인슬라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진짜였기에, 입을 열 수 있는 플레이어는 극소수였다.
대부분은 제대로 입도 열지 못한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밌는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웨이 롱화였다.
눈은 화등잔만 하게 커졌고, 입은 벌레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솔직히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럼 우울할 때마다 한 번씩 봤을 텐데.
“어, 어떻게.”
떠듬떠듬 묻는 유엔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었다.
어째서 이렇게 멀쩡하냐고? 그야 스킬빨이지.
‘정신약체 내성 개꿀.’
아서를 위해 익혀뒀던 스킬이 이렇게 재활용될 줄이야.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거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는 얼어 있는 웨이 롱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가짜다.”
“예?”
“그냥 살기가 좀 흘러나올 뿐인 가짜지. 이런 해괴한 형태를 한 물건이 S급 무기로 보이나?”
“그건…….”
유엔이 입술을 오물거렸다.
확실히 대단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지만 무기로 쓰기엔 영 애매한 형태의 검이긴 했다.
그리고 내가 마력으로 주변으로 퍼지는 기운을 억누르자, 상황을 지켜보던 플레이어들도 한숨 돌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확실히 검으로 쓰기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엄청난 살기에 대단한 무기 같이 보였지만…… 단지 그것뿐인지도 모르겠어.”
외부로 퍼지는 마력만 차단하면 겉모습은 시든 나뭇가지 같은 검이다.
당연히 플레이어들도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게 당연했다.
“아니야!”
그때, 웨이 롱화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녀석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하다 못해 흙빛이 되어있었다.
“그건 진짜다. 진짜 마검이란 말이다!”
성큼성큼 이쪽으로 다가오는 웨이 롱화의 모습은 울분에 차 있었다.
“대체 어떻게 그걸 쥐고 멀쩡한 거지?! 그건…….”
“그건?”
“큭!!”
웨이 롱화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으직 깨물었다.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 눈은 시뻘겋게 변했고 아래턱이 덜덜 떨렸다.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럼 네가 직접 확인해 보겠나?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녀석은 내 말에 얼굴을 굳혔다.
그런 녀석의 얼굴을 보며 나는 한껏 비웃었다.
설마 이렇게 바보같이 행동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당연히 쥘 생각 따위는 없겠지! 이건 진짜니까.”
나는 검을 위로 치켜들며 억눌렀던 살기를 해방했다.
시끄러웠던 경매장 안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이건 참살검 다인슬라이프다.”
경매장 안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똑똑히 이야기했다.
“S급이 아닌 SS급의 마검. 북유럽 최악의 마검으로 꼽히지. 이 검을 쥐면 살아 있는 존재를 모두 죽이고, 끝내 자신을 파멸시키는 괴물이 된다. 뭐, 지금처럼 예외도 있지만 말이야.”
“사형. 이게 대체 무슨 말이죠?”
유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우리의 대화 내용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유추한 모양이다. 그녀는 굉장히 영특한 머리를 지녔으니까.
“전 이런 게 오늘 들어오는지 몰랐어요. 만약 그가 나서지 않았다면 저 검을 쥐었겠죠. 그렇다면…….”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살육을 일삼는 괴물이 되었겠지.
유엔은 차마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오, 오해다! 나 역시 저런 게 경매장에 반입됐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경매장에 반입되는 물건은 모두 네가 관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애초에 이거 네가 진짜라며?”
“크으으으!! 당장 그 입을 다물지 못하겠나!!”
웨이 롱화가 비명처럼 외쳤다. 하지만 그건 악수였다.
완전히 자신의 죄를 시인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잠깐만, 그럼 저거 진짜라는 거지? 저거 쥐었으면 우리 위험했던 거 아냐?”
“에이, 설마……. 창천의 차기 장문인이라는 자가…….”
“하지만 대화를 들어보면 맞는 것 같은데? 저거봐 유엔 아가씨의 표정을!”
작았던 수근거림은 점차 커졌고 웅성거리는 소음으로 변했다.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나름 한가닥하는 플레이어들이다.
베이징에서 이름 난 길드를 이끌고 있는 길드장도 있었고,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한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1회차에도 이곳에는 제법 전도유망한 플레이어들이 몰렸었지만, 지금은 그 배는 되었다.
왜냐, 내가 아주 귀한 무기를 미리 뿌려뒀거든.
미스릴과 에스더로 만든 무기가 바로 그거다.
지금까지 중국에는 없었던 우수한 무기가 대량으로 경매장에 풀렸으니 자본이 있거나 길드를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당장에 달려왔을 거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찬 경매장이 그 증거다.
그런 이들의 앞에서 웨이 롱화는 샹관 유엔에게 마검을 쥐게 만들어 그들을 죄다 죽이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거다.
“내가, 내가 그런 일을 벌일 리가 없잖나. 내가 뭐가 부족해서! 난 창천의 용이다!”
“뭐겠어. 유엔의 재능이 질투가 났던 거겠지. 거기에 최근 창천 길드처럼 투기장을 만든 길드들 때문에 수익이 깎이고 있다며?”
창천 길드의 경매장과 투기장이 가장 큰 건 맞다.
하지만 창천 길드의 성공을 본 대형 길드들이 비슷한 것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플레이어들의 유동도 점차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창천에게는 큰 손해가 아니었지만, 웨이 롱화에게는 무척 거슬렸던 거겠지.
그는 거슬리는 걸 모조리 밟아버려야만 속이 풀리는 성격이었으니까.
“병신, 여긴 왜 왔어? 안 왔으면 나중에 따로 찾아가서 조용히 끝내려했는데 말이야. 아, 혹시 내가 마검을 든 유엔에게 죽기를 바랐나?”
“아니야, 난 아니라고!!”
그는 다친 팔도 신경 쓰지 않으며 경매장을 향해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저 차가운 시선만을 던질 뿐이었다.
오로지 나만 그런 놈을 즐겁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벗어날 방법이 하나 있긴 하지.”
“방법……?”
“그래. 이게 가짜라면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날 거야. 유엔이 쥐어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하, 하지만 그건 진짜…….”
“아니지. 이건 쥐면 살육을 일삼는 괴물이 되는 마검이야. 자, 나를 봐. 내가 그런 괴물인 것 같나?”
방금 전까지 내게 분노를 쏟아내던 웨이 롱화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마치 구원의 동아줄을 본 것처럼 나를 보고 있었다.
“그, 그래. 네놈이 마검을 쥐고 멀쩡할 리가 없지. 어검도 분명 어떤 사기를 쳤던 거다. 네가 다인슬라이프를 빼돌린 것이냐?!”
웨이 롱화는 절박하긴 한 모양인지 제대로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었다.
되는 대로 말을 지껄이며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는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그래, 맞아. 그건 가짜다. 내놔라! 그것만 쥐어 가짜라는 걸 밝히면 내 결백은 모두 밝혀진다!!”
웨이 롱화가 멀쩡한 왼팔을 뻗었다.
창천의 용보단 뱀에 어울리는 손놀림이었지만, 나는 녀석의 손을 굳이 막지 않았다.
굳이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든다는데 말릴 필요는 없잖아?
“하, 하하하!!”
웨이 롱화는 마검을 손에 쥐고 높이 들어올렸다.
좌중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역시 가짜다. 이거 봐라, 나도 멀쩡하지 않느냐. 이건 참살검 다인슬라이프가 아니라 가짜…….”
뿌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웨이 롱화가 웃으면 웃을수록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사, 사형. 손에서 검을 떼세요!”
“닥쳐라, 유엔. 너만, 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할 필요 없었다. 네가 쓸데없이 재능만 내보이지 않았어도오오오!!”
시뻘겋게 변한 웨이 롱화의 눈에서 새까만 불꽃이 터졌다.
피부는 검게 물들었고, 다인슬라이프에서 가는 촉수 같은 것이 튀어나와 웨이 롱화의 팔을 휘감았다.
“끄륵. 끄르르륵!!”
웨이 롱화의 웃음소리는 점차 괴물의 웃음소리처럼 일그러졌다.
완전히 다인슬라이프의 숙주가 되며 괴물로서 변모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것을 지켜보며 유엔에게 말했다.
“사람들을 대피시켜.”
“다, 당신은 어쩌고요!”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걱정하는 건가?
보통이라면 냅다 튀었을 텐데, 참 웃기는 녀석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도망치면 안 되지.”
“……예?”
유엔은 아연한 얼굴로 중얼거렸지만 나는 덧붙여 설명하지 않았다.
의도를 알아들은 건, 지금 긴장한 눈으로 내 뒤에 서 있는 린으로 충분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