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
119. 창천의 용(1)
[2차 대규모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여섯 번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새로운 공지가 떴다.
오랜만에 뜨는 공지인데다 무려 ‘2차 대규모 업데이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올라온 터라 모든 신과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2차 대규모 업데이트의 내용은 간단하다.
전 세계로 이동가능.
그리고 각종 서브 퀘스트의 발생 확률 증가.
그리고 전서버 길드 랭킹이었다.
“뭐야~! 우리 겨우 27위야?”
길드 랭킹을 확인한 민아는 내심 실망한 눈치였다.
아마 좀 더 높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길드 랭킹은 여태 길드가 얻은 포인트의 합산이니까. 인원수가 많은 거대 길드를 이길 수는 없지.”
도리어 27위인게 지나치게 높은 거다.
우리는 기껏해야 총 일곱 명에 불과한 길드였고, 일곱 명이 모은 포인트가 전 세계에서 27위라면 솔직히 사기라고 생각될 정도다.
참고로 전생의 나는 이때 길드도 들지 않아서 랭킹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었지.
‘랭킹 보상이라…….’
10위 안에 들면 달마다 제법 쓸 만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조금 탐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시우가 만드는 아이템이 더 좋을 테니까.
‘거기다 이번에 보상을 왕창 받기도 했고.’
이번 퀘스트에서 나와 민아는 백금 등급, 그리고 창우와 린, 그리고 루크는 금 등급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지수도 무려 은등급.
아마 길드 건물로 유인해서 죽인 탓에 길드 전체가 가산점을 얻은 것 같았다.
거기에 서브 퀘스트까지 클리어한 나와 민아는 무려 A급 스킬 2개와 A급 장비 두 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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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김세한
칭호: 2회차 플레이어
특성 : 싱글 플레이어, 아픈 소녀의 사랑
신격 : 최하급
힘 : C (100 +40)
민첩 : C (100+27)
마력 : C (100+30)
체력 : C (100+38)
보유 스킬 :
[결전의 시간(C)(성장형)], [재생(C)(성장형)], [천살성(S)(공유스킬)], [탐사(B)], [그림자 질주(B)], [필중(B)]. [소음차단-하(E)], [초월의 증명(S)(성장형)], [사냥꾼의 감(E)] [까마귀의 눈(B)] [흑의 장막(A)] [궁기의 날개(B)] [심안(A)] [마력증폭(A)] [염동력(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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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여 더욱 내 능력치는 화려해졌다.
마력증폭에 염동력.
이번에 얻은 두 가지 스킬은 개인적으로 정말 꿀이 아닐 수 없었다.
‘마력증폭을 사용한다면 프라가라흐를 좀 더 자주 사용할 수 있겠지.’
마력증폭의 지속시간은 5분이니, 5분간 프라가라흐를 여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다. 거기에 염동력은 이드라의 능력과 궁합이 잘 맞았다.
사출된 무기를 조종하거나, 마력저항이 낮은 플레이어라면 직접 공격을 가하는 것도 가능했다.
거기에 이번에 얻은 보상과, 시우가 만든 장비를 입으니 능력치도 C급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마 순수한 능력치로만 치자면 모든 플레이어중 두 번째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는 모든 버프를 도핑한 지수지.
도핑을 하지 않더라도 체력과 힘, 민첩은 나와 지수가 동등하다.
내가 열심히 포인트를 몰아준 결과지만, 조금 지나치게 강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조금 일이 있긴 했지만 동료가 강해져서 나쁠 건 없다.
특히 지수라면 더더욱.
“근데 다른 3대 길드쪽 순위도 상당히 높군요.”
길드 순위를 살펴보던 창우가 중얼거렸다.
서울을 대표하는 3대 길드의 순위는 전부 세계 20위권 안에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건 단연 피안화로, 무려 7위.
그 외에 한국에 있는 길드라면 14위에 있는 아가트람이었다.
참고로 제네시스와 아웃라이징은 17위와 18위였다.
‘천상환이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구나.’
그래, 슬슬 활동할 때가 됐지.
아웃라이징과 제네시스는 자신들을 제치고 앞을 차지한 아가트람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을 것이다.
“근데, 그 마마잭에게 납치당했던 두 길드장은 찾았데?”
“어, 다행히 멀지 않은 건물에서 발견됐다더군.”
“와, 정말로 죽이진 않았네.”
“하지만 이번 일로 조금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모양이야. 둘 다 던전에서 거의 살고 있는 수준이니까.”
“하긴……. 그래도 산 게 어디야. 마마잭은 그래도 다른 몬스터들보다는 좀 낫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마잭은 귀찮은 놈이긴 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아카터스 같은 놈보단 백배는 나았다.
녀석의 진짜 목적이 엘리제를 구하는 것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짠한 면도 있었다.
‘그나저나…….’
마마잭은 분명 아카터스에게 나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았다.
본인의 입으로 말했으니 확실하겠지.
그러니 마마잭이 실패한 이상 아카터스가 분명 어떤 반응을 보이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녀석이라면 분명 몇 번을 뒤집어엎었을 시간이 지났는데 너무 잠잠했다.
녀석은 짜증나는 일을 참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따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지.’
아무리 너프 됐다지만 중위 신격을 가진 마마잭도 나를 죽이는 것에 실패했다.
전승 스킬까지 사용할 수 있는 별자리가 죽이지 못했다면 녀석이 선택할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린의 교육에 박차를 가해야겠어.’
아무래도 시일이 앞당겨 질 것 같았으니까.
***
“정말로 하실 겁니까?”
“그래.”
“후회할 일이 생기실지도 모릅니다.”
“녀석을 살려두는 게 백배는 후회할 것 같다.”
아카터스는 지금 퍼블리셔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번에 가게 되면 아마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될 것이 많아, 한동안 한국 서버를 관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후배인 아키넨에게 한국 서버를 맡겨두기로 한 것이다.
아키넨은 난처한 얼굴로 아카터스를 응시했다.
“그 플레이어가 그렇게 싫으십니까?”
“그래. 너야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니 즐거울 지도 모르겠다만. 아주 죽을 맛이야. 위에서 까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다간 내 목이 먼저 달아날 거다.”
아카터스와 아키넨은 시스템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포인트를 먹고 사는, 태생부터 초상의 영역에 있는 ‘티탄’.
그들은 과거에 어떠한 형태로든 여럿의 행성을 침략했던 종족이며, 현재는 ‘게임’이라는 형태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
퍼블리셔는 그런 티탄들이 중심이 되는 하나의 단체이자, 나라이며 세계에 가까웠다.
초상계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퍼블리셔는 웬만한 신들도 출입하기가 쉽지 않은 장소였다.
‘하지만 황도 12궁을 부르기 위해선 갈 수밖에 없어.’
그것도 지금 아카터스가 부르려는 황도 12궁은 그중에서도 최고위의 위치에 있는 이였다.
바로 알데바란.
황도 12궁 중, 무(武)를 숭상하는 별이자, 가장 강력한 별 중 하나.
알데바란과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별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같은 황도 12궁에서도 기껏해야 사자궁의 레굴루스정도.
그런 이를 한국 서버에 부른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많은 질책을 받겠지.
어쩌면 절대 무리라고 말하며 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대로 있다간 자신이 있는 한국 서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플레이어가 살아남게 될 것이다. 후에 서버종료를 염두 한다면 그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놈을 내버려두면 안 돼.’
아카터스의 본능이 그렇게 속삭였다.
그는 그렇게 능력 있는 GM은 아니었지만, 간혹 기가 막힌 감각을 발휘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때다.
세한을 살려둔다면 자신이 관리하는 한국 서버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진행 중인 게임 자체가 어그러질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아무리 네놈이라고 해도 어떤 해답도 찾을 수 없을 거다.”
마마잭을 죽이는 걸 아카터스는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확실히 세한은 그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마마잭을 격파했다.
알데바란을 부른다고 해도 어쩌면 극복해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가 된다면 다르겠지.’
녀석에겐 많은 동료가 있고 그것을 보조해 주는 신 또한 존재한다.
이드라의 존재는 아카터스의 제일가는 골치였다.
그래서 아카터스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세한부터 죽이는 것이 아닌, 그 주위부터 끝장내기로.
‘퍼블리셔에서 결판을 낼 때까지 걸릴 시간은 아마 수개월.’
그 다음엔 자신의 권한을 총 동원하여 그를 끝장낼 생각이었다.
GM으로서 살아온 긴 시간동안 아카터스가 이렇게 승부수를 띄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
“갈 곳이 있다.”
“……또요?”
백설이와 놀고 있던 린이 떨떠름한 얼굴로 답했다.
굉장히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그야 저번에 이렇게 불려갔다가 개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카터스가 언제 일을 벌일지 모르는 만큼 조금이라도 많은 걸 린에게 경험시켜 줘야 했으니까.
그 경험은 하나하나 린에게 자산이 될 것이며, 재능을 자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라플라스의 모래시계는 그 기폭제가 되겠지.
린은 잠시간 나를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어딘데요?”
“중국. 정확히는 베이징.”
“중국이요?!”
린은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였던 모양이다.
“다른 나라는 갈 수 없는 거 아니었나요?
“린, 이번 업데이트로 다른 서버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맞다.”
백설이의 딱딱한 대답에 린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꼭 가야 해요?”
“그래.”
“저랑 또 누가 가는데요?”
또 누가 가냐고?
딱히 생각해 둔 사람은 없다. 나는 린과 단둘이 일을 진행하고 올 생각이었으니까.
‘아니지, 이번 기회에 백설이도 경험을 쌓는 게 좋을지 몰라.’
그곳이라면 목숨을 걸지 않아도 제법 괜찮은 실전을 해볼 수 있는 장소니까.
“백설이도 준비해. 너도 같이 가는 게 좋겠다.”
“저 말입니까? 상관은 없습니다. 저번에는 저 혼자 놀이방에 있어서 심심했으니까요.”
린과 다르게 백설이는 흔쾌히 수긍하는 눈치였다.
하긴 태생부터 펫인 백설이는 실전이 없어 조금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이벤트 퀘스트에서도 몬스터를 죽이는 데 거리낌이 없었지.
“그럼 이틀 뒤에 바로 갈 테니까, 그동안 준비를…….”
“오빠, 저도 갈래요.”
와씨, 깜짝이야.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언제 왔는지 지수가 서 있었다.
최근 들어 길드 건물 내에서 지수가 나를 쫓아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래도 저번 마마잭 때 계속 방에 있으라고 한 영향인지, 지나칠 정도로 나를 졸졸 쫓아다녔다.
문제는 혹시나 내가 뭐라고 할까봐 기척을 죽이고 쫓아다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나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지만 시일이 지나자 나도 기척을 느끼기 힘들어졌다.
지수가 말하길, 딱히 은신을 하는 건 아니고 자신이 선택한 추적 대상에게만 기척을 지울 수 있는 스킬이 발현됐다던가.
‘스킬의 이름도 무려 「스토킹」.’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깊이 생각해 봐야 난감해지는 건 나니까.
‘아마 1회 차에도 지수가 보유하고 있던 스킬이겠지.’
1회차의 내가 지수의 기척을 단 한 번도 잡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확실하다.
2회차에는 계속 함께 다닌 탓에 스토킹이 발현될 일이 없었지만, 1회차의 기억을 공유한 영향인지 1회차에서 본인이 습득했던 스킬 일부를 얻은 모양이었다.
스토킹 외에도 대체 어떤 스킬을 얻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저, 따라가도 괜찮죠?”
지수의 눈동자가 조금이지만 붉게 변했다.
하지만 그건 분노해서가 아닌, 걱정과 불안 때문이다.
이번에도 자신을 두고 움직일까봐 지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얘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나와 멀어지는 거니.
‘생각해 보면 그냥 단체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창우와 루크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민아는 길드에서 남겠다고 땡깡을 부리겠지만, 물론 녀석에게 거부권은 없다.
나는 둘째 치고 어릿광대가 그 꼴을 지켜볼 리가 없지.
“좋아, 가자.”
그렇게 시우를 제외한 길드원 전부가 중국 베이징행이 결정되었다.
루크에겐 린이 직접 말할 테니, 나는 창우에게만 말하면 되겠군.
“정말요?! 근데 우리 베이징에는 왜 가는 건가요?”
“용을 만나러. 그리고 이런저런 볼 일이 있거든.”
“용……이요?”
“아, 물론 몬스터는 아니야. 용이란 녀석을 칭하는 칭호지.”
바로 창천의 용이라 불리는 웨이 롱화(危龙华).
가장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중국의 정점이 될 자다.
‘중국에 가는 이유는 그 외에도 더 있지.’
그건 중국에 가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거기에 그쪽은 린과 백설이는 같이 갈일도 없었다.
아마 그곳은 나와 지수만이 가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