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15화 (115/332)

# 115

115. 엘리제를 위하여(2)

마마잭의 눈은 계속해서 민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등 뒤로 민아를 숨기며 앞으로 달렸다.

투신갑의 뒤에서 불꽃이 점멸했고 몸에 가속이 붙으며 마마잭의 얼굴을 향해 투신갑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마마잭도 이번에는 무방비하게 얻어맞지 않았다.

“크기에 비해 확실히 빠르지만 그뿐입니다.”

허리를 숙여 피한 마마잭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내 다리를 노렸다.

나는 그것을 피하는 동시에 휘두른 그대로 주먹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보통이라면 불가능한 동작이지만, 장갑에 달린 각종 장치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콰아앙!

“칫!”

마마잭이 짧게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노려 대기하고 있던 루크와 창우가 덤벼들었다.

둘의 검격이 마마잭의 목을 가르려는 찰나, 마마잭의 몸이 순간적으로 줄어들며 작은 고블린으로 변했다. 두 개의 검이 허공을 가로지르자, 이번엔 길쭉한 팔을 지닌 트롤로 변해 둘의 옷을 잡아채 반대편 벽으로 던졌다.

“이거 만만치 않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허공으로 날려진 둘은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모두 흘려내지 못한 힘에 둘의 몸이 뒤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이렇게 되면, 저도 숫자를 맞출 필요가 있겠군요.”

마마잭의 몸이 분열하며 세 명이 되었다.

나를 속일 때 사용했던 분신 스킬이다.

분신스킬은 각각 창우와 루크에게 붙으며 싸우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싸웠던 분신보다는 약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급하게 만든 분신이고 두 개로 나뉜만큼 아마 내가 싸운 분신의 힘에 절반 정도일 것이다.

마마잭 본신의 힘에 비교하면 대략 4분의 1정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별자리인 마마잭의 분신인 만큼 4분의 1에 불과해도 루크와 창우에게는 벅찬 상대일 것이다.

“당신은 저와 홀로 싸우셔야 할 겁니다. 순순히 펜던트를 돌려준다면 적어도 고통없이 보내드리죠.”

마마잭은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지만,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펜던트가 계속 신경 쓰이기 때문이겠지.

나는 피식 웃었다.

“마치 네가 당연히 이긴다는 것 같은 말인데?”

“분신과 한번 싸워보셔서 알 텐데요? 그 분신은 제 절반도 안 되는 힘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신도 당신은 겨우겨우 이겼죠.”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네.”

확실히 한번 부딪쳐보니 알겠다.

현재 내가 녀석과 싸워봐야 백이면 백 진다.

“근데 그때 제대로 싸우지 않았던 건 나도 마찬가지야.”

심장이 뜨겁게 타오른다.

안구가 화끈거리며 몸의 내부에서부터 불길이 치솟는다.

내가 2회 차에서 계승한 스킬.

초월의 증명이 발동되며 전신에 은은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당신……!”

별자리를 상대로 모든 능력치가 백 퍼센트 상승하자, 경악한 마마잭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과는 달라진 내 기세를 느낀 거겠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와라.”

내 등 뒤에서 새까만 공간이 열렸다.

검은 공간에서 푸른빛으로 빛나는 검이 나오며 내 옆에 둥실 떠올랐다.

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느낀 마마잭이 눈을 찌푸렸다.

“……S급 아이템? 잠깐만, 그것도 평범한 S급 아이템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체 그런 걸 어디서 구한 거죠!”

“운 좋게 얻었지.”

“말도 안 되는 소릴!!”

나는 어깨를 으쓱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는 옵저버도 없는 터라 거리낄 것 하나 없었다.

“그래도 눈은 좋네. 네 말처럼 이건 평범한 검이 아냐. 아직 봉인되어 있거든.”

검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참고로 내가 한 건 아니다. 이 검의 고유 능력이지.

이 검을 언제 얻었냐고 하면 최근이다.

사실 내가 까먹고 있었던 게 하나 있거든.

바로 1회차 계승 패키지.

1회차 계승 패키지에서는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1회차의 물건이나 스킬을 하나 가지고 올 수 있다.

근데 내가 4번째 퀘스트에 받을 보상을 건너뛴 탓에 5번째 클리어 보상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해 버린 것이다.

본래라면 A급이 한계였겠지만 덕분에 S급 아이템을 이렇게 불러올 수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지.

그렇게 해서 얻은 게 바로 이 검.

“이건 프라가라흐(Fragarach).”

요정왕 마나난 맥 리르의 검이다.

***

프라가라흐의 본래 등급은 SS급이다.

하지만 내가 얻은 건 게임의 최후반부였고, 심지어 봉인된 상태였다.

덕분에 봉인을 풀 필요도 없어서 인벤토리에 처박아 둔 상태였다.

아예 사용할 수 없었던 초월의 증명과 달리, 이건 그냥 사용할 일이 없었을 뿐이다.

덕분에 S급 아이템으로 이렇게 불러올 수 있었지.

“현재 이게 지닌 능력은 극히 일부뿐이야. 이렇게 자동적으로 날아다닐 수 있는 비검(飛劍)으로 사용되는 게 끝이지.”

별다른 기능이 없다는 말에도 마마잭의 굳은 얼굴은 풀어지지 않았다.

아마 자유롭게 프라가라흐를 다루는 내 모습에 내심 긴장한 모양이었다.

‘반쯤은 허세지만 말이야.’

그나마 초월의 증명으로 증폭된 능력치 덕에 프라가라흐를 이렇게 태연히 사용할 수 있는 거다.

프라가라흐는 대단한 검이지만, 그만큼 소유자의 마력을 물먹듯이 빨아먹는다.

평소에 사용하려고 하면 고작 5분 정도 사용하는 게 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지.’

딱 7분, 아니 이제 5분만 버티면 되니까!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이 전투의 개시를 알리는 신호였다.

공중에 떠 있던 프라가라흐가 가로로 눕혀지며 빛과 같은 속도로 마마잭을 향해 날아갔다.

“대체 무슨 속도가!”

‘나도 놀랐다!’

실전에서 사용해본 건 나도 처음이었다.

설마 이렇게 빠를 줄은 나도 생각도 못했다.

마마잭의 얼굴을 스쳐지나간 프라가라흐가 벽에 박히기 직전, 허수공간을 열어 녀석을 겨우겨우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다음엔……!’

녀석의 우측에 검은 공간을 다시 열자, 그곳에서 프라가라흐가 재차 쏘아졌다.

“이런 비겁한 짓을!”

“네가 비겁하다는 말을 입에 담을 수나 있냐?”

나를 속이고 린을 납치하려 했던 주제에.

프라가라흐는 내가 연 허수공간을 넘나들며 마마잭을 압박했다.

속도도 워낙 빠른데다 허수공간을 통해 튀어나오니 아무리 마마잭이라고 해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

“크아아아!”

마마잭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며 내게 손을 뻗었다.

프라가라흐는 녀석의 몸에 박혔지만, 녀석은 아랑곳 않고 나를 공격했다.

“어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프라가라흐를 내버려 둔 이후, 녀석의 손을 피하며 투신갑으로 마주 주먹을 부딪쳤다. 투신갑의 갑주가 금이 갔지만, 마마잭의 주먹 역시 크게 상처 입으며 뒤로 밀려났다.

“크윽! 정말 짜증나는 인간이군요!”

녀석이 숨을 들이킨 다음 크게 내뱉자, 뿌연 연기가 뿜어졌다.

연기 속에서 세 명의 분신이 그에게 하나로 합쳐진 뒤, 뒤섞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뿌연 연기 탓에 누가 진짜 마마잭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루크나 창우로 변하며 우리를 교란시키려 했다.

문제는 창우와, 프라가라흐는 그런 마마잭의 교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루크로 변했던 모습을 풀며 마마잭이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저를 구분하는 겁니까!”

“전 애초에 눈이 안보여서 시야로 속이는 방법은 소용없거든요.”

“그리고 검은 눈이 없지.”

프라가라흐는 한번 찍은 상대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다.

나는 그런 프라가라흐를 쫓아 마마잭을 몰아붙였다.

현재 내 능력치는 마마잭보다 조금 낮았지만, 프라가라흐와 함께라면 충분히 싸워 볼 만했다.

“저를……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캬아아아!

분신 하나가 가고일로 변하며 우리를 향해 불꽃을 내뿜었다.

내 뒤에는 민아나 린과 백설이가 있는 탓에 피할 수도 없었다.

검은 날개를 펼치고 가고일이 쏘아대는 불길을 연신 튕겨냈다.

내가 방어에 전념하는 동안 루크와 창우는 마마잭의 남은 분신과 본체를 상대했다.

“한눈을 팔 때가 아닐 텐데요?”

“윽!”

작은 새로 변해 날아온 마마잭이 본 모습으로 들어오며 내 복부를 발로 찼고, 나는 그 충격을 겨우 견디며 투신갑을 휘둘러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콰앙!

마마잭은 그것을 오른팔을 들어 막아냈다.

투신갑으로 증폭된 힘이라고 할지라도 신념의 응집이 없다면 마마잭을 날려버리는 건 힘들었다.

특히 자유자제로 변하는 마마잭은 공격의 리치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내가 공격을 하면 린이나 백설이의 모습으로 변해 몸의 크기를 줄여 피한 후, 본 모습으로 돌아와 공격을 가했다.

프라가라흐를 피하며 나의 공격을 막아내며 분신을 컨트롤하는 녀석의 모습은 별자리라는 위치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분신 쪽부터 처리해야겠어.’

루크와 창우가 버티는 것도 한계다.

둘이 쓰러지고 분신까지 나에게 덤벼온다면 아무리 나라도 벅찼다.

피잉!

내 의지가 전달된 프라가라흐가 공격하던 걸 멈추고 분신을 향해 날아가자, 마마잭이 짧게 혀를 찼다.

“처음엔 당황했습니다만, 역시 당신들은 저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계속 저항해 봐야 헛수고죠.”

“그건 해봐야 하는 거지.”

“아뇨, 꼭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는 법이죠.”

녀석이 휘두를 주먹을 반 박자 차이로 피하고 무릎으로 녀석의 복부를 올려 찼다.

마마잭은 그것을 왼손으로 막은 뒤, 오른손으로 내 명치부근을 찔러 넣었다.

물론 그 공격은 투신갑을 앞으로 당겨 튕겨낼 수 있었다.

팡! 팡팡팡!

나와 마마잭의 공박이 순식간에 오갔다.

녀석의 손발과 나의 손발이 빠르게 교차하며 무거운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인정하죠, 확실히 당신의 실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솔직히 경악할 정도군요. 플레이어가 이 정도의 기예를 갖추었을 줄이야! 당신만큼 재능 있는 인간은 처음입니다!”

“재능? 웃기는 말이네.”

미안하지만 난 재능이 없다.

재능이란 이곳에 있는 다른 녀석들을 말하는 거지.

민아나 린, 그리고 백설이.

창우나 루크도 나에 비하면 훌륭한 재능을 가진 편이다.

뭐, 나도 재능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

분명 어느 정도는 있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마마잭은 내 재능을 그 이상으로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류에 다시없을 천재라거나.

참, 우습기도 하지.

“그런 재능이 내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나는 결코 그런 엔딩을 맞이하지 않았을 텐데.

카앙! 캉캉!

녀석의 손이 검으로 변하면 나 역시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받아쳤다.

검을 부러트리기 위해 둔기를 휘두르면 나 역시 둔기를 꺼내 막아냈다.

녀석은 내게 약점이 될 수 있는 공격을 계속해서 가했지만 나는 그것들을 계속해서 막아냈다.

마마잭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질 수도 없었다.

내가 겪은 수많은 경험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말도 안 돼.”

“뭐가 말이 안 돼지?”

“어찌 이렇게 많은 무기를, 그리고 능력을 다룰 수 있는 겁니까?! 예, 확실히 당신은 하나하나 초일류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 같이 일류의 수준으로 다룰 수 있죠. 마치…….”

“너처럼?”

마마잭의 얼굴이 굳었다.

녀석과 나는 닮은 점이 많았다.

마마잭은 수많은 능력을 다루지만 이렇다 할 만한 대단한 능력은 없었다.

오로지 그의 경험과 능력으로 그것을 커버하는 것이다.

애초에 하위 신격이다.

태생부터 지닌 바의 능력은 미흡했을 터.

그런 그가 중위 신격을 얻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너는 평범하지.”

마마잭은 답하지 않았다.

그의 굳은 눈빛이 내 말을 긍정하고 있었다.

“원래 평범한 놈일수록 특별함에 집착하거든.”

나는 녀석이 울부짖던 엘리제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그것이 아마 녀석이 갈구하는 특별함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녀석을 특별하게 생각해 준 유일한 존재였을지도 모르지.

마치 1회차의 린처럼, 그리고 내가 게임을 클리어하리라 믿었던 지수와 같이.

“시간이 됐군.”

“……무슨 소립니까.”

나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며 크게 물러섰다.

갑자기 뒤로 피하는 내 모습에 마마잭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말 그대로지.”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몸에 입은 상처들을 확인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조금만 더 싸웠다면 지는 건 아마 나였을 것이다.

‘분신 둘은…… 아슬아슬하게 처리한 모양이군.’

그럼 됐다.

마마잭을 향해 날아가는 프라가라흐를 허수공간에 넣으며 몸을 폈다.

녀석은 여전히 멀쩡했다.

프라가라흐나 나의 공격으로 입은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다.

체력도 아직 남아있는 걸로 보아 하루 종일 싸운다고 해도 쓰러트리기는 힘들겠지.

“무슨 짓을 해도 제게 이길 수 없다고 했을 텐데요.”

“네가 생각한 무슨 짓 중에, 과연 이것도 있을까?”

나는 오른손을 들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긁었다.

허공에 나타난 알림창을 넘긴 것이다.

띠링!

[길드 건물의 업그레이드가 끝났습니다!]

[한층 강화된 안전지대가 활성화됩니다!]

[더욱 강력한 보호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드드드드!

건물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마잭이 부수며 들어왔던 외벽이 회복되며 건물 전체가 안전지대로 활성화되었다.

“……김세한, 지금 뭐한 겁니까?”

난 녀석의 질문에 굳이 답하지 않았다.

왜냐면 시스템이 알아서 알려줄 테니까.

[침입자 발생! 위험도 S급의 상대입니다! 안전지대를 침범한 존재를 즉시 섬멸합니다!]

“……!”

기계음이 들려오며 건물 내부가 시뻘건 빛으로 물들었다.

건물의 외벽이 움직이고, 천장에 각종 무기들이 생겨나며 마마잭을 향했다.

마치 현대 병기와도 같은 외형을 지닌 그것들은, 마치 미사일이나 개틀링과 같은 흉흉한 무기들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건 인류가 만들어낸 병기가 아니다.

총알 한 발 한 발에 담겨있는 위력은 별자리들도 우습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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