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09화 (109/332)

# 109

109. 천변(千變)(1)

신들의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기능이 많다.

평범하게 게임별로 채팅할 수 있는 채팅방도 있고, 각종 공략 사이트는 물론, 친목 도모를 위한 사이트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 동영상을 투고하여 올리는 ‘갓튜브’도 있었는데, 최근 올라온 한 영상이 신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었다.

다크킹: 몬데 이거. 저런 것도 던전임?

그리스대장: 오, 먼가 저거 익숙한 기분이 드는데 편집을 잘 해서 헷갈리네.

한쪽눈미아: 흠, 보아하니 뭔가 분기점으로 갈라진 세계를 표현한 던전인 모양이군.

그리스대장: 쯔쯔, 또 아는 거 나왔다고 나대죠?

한쪽눈미아: 븅신.

영상의 내용은 한 플레이어가 지금 인기리에 플레이 중인 게임의 과거에 가서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시작할 때 ‘이 던전의 배경은 전부 환상입니다.’라고 나와 있기는 했지만 너무 실감나는 과거인데다, 확실히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서 분기점으로 달라진 세계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특히 운명을 다루는 신들의 경우에는 그것을 더욱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교묘하게 편집된 탓에 확신하는 신은 없었다.

거기다 던전의 배경도 배경이지만, 화끈한 플레이어간의 싸움도 이슈였다.

그리스대장: 아, 내가 처음에 점찍었던 애였는데 존나 쌔네.

어릿광대: 아저씨는 한국섭도 아니신데 왜 이렇게 자주 보여요.

불타는태양: 근데 쟤네 아바타도 아니지? 왜 저래? 버그 아냐?

X지존패왕X: 근데 둘 다 기본적으로 확실히 잘 싸우는군. 내 아바타와 싸우면 좋은 싸움이 되겠어…….

정직한삶: 넵. 손도끼 1초컷 예상하고요.

둘의 살벌한 전투도 이슈였다.

엄청난 재생능력을 지닌 플레이어, 한지수와 그런 한지수를 상대하는 김세한.

둘 다 한국 서버에서 이름난 플레이어들이었다.

지난 이벤트 퀘스트 이후 다른 서버에서도 알음알음 퍼져나가던 김세한의 이름은 이번 일로 전 서버에 확실히 이름이 퍼졌다.

거기다 영상에는 묘한 러브라인도 있는 탓에 좋아하는 여신도 많았다.

결혼하지마: 쟤는 누구처럼 이 여자 저 여자 안 건드렸음 좋겠다. 보기 좋네.

북유럽미녀: 어머, 나는 반대인데.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원래 사랑은 많이 할수록 좋은 거라니까?

결혼하지마: 이년은 적어도 그리스 출신은 아니네.

북유럽미녀: 뭐? 이년?

그런 신들의 대화를 확인한 나는, 다른 커뮤니티도 꼼꼼히 살펴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드라가 영상편집을 정말 잘하긴 하네.’

정말 교묘하게 헷갈리게 만들었다.

특히 하데스와 관련된 일이 백미다.

하데스와 관련된 건 거의 나오지 않으며 지수의 남동생이 숨겨둔 힘을 사용하여 나와 싸우는 것처럼 포장되어 있었다.

과연 꿈과 환상을 다루는 신이다.

다른 신들조차 이것을 1회차가 아닌 사소한 분기로 만들어진 평행세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비슷하긴 하지.

아무튼 영상의 조회수를 보면 이드라가 얻은 포인트는 상당할 것 같았다.

‘이번에 상당히 도움을 받았으니 상관없겠지.’

이드라가 없었다면 지수를 구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 됐을 것이다.

몽상의 던전을 신전으로 바꿀 수도 없었을뿐더러 1회차의 지식을 지수에게 전달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지수의 일이 해결된 건 좋은데…….’

일이 다 해결된 후부터 지수의 시선이 범상치 않다.

이번 일로 지수가 나에게 단순한 호감을 아득히 넘어선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나로선 조금 버거운 일이었으니까.

지수가 싫은 건 아냐. 오히려 호감도 있지.

다만 1회차의 시간까지 생각하면 수십 년이 되는 시간동안 타인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대할지 감을 잡기 힘들다.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완전히 커뮤니티창을 닫았다.

당장 확인할 것도 끝났으니 이제 다음 메인 퀘스트를 대비해야 할 것 같았다.

“이번 메인 퀘스트는 뭐가 되려나.”

아카터스가 잠잠하니 괜히 불안했다.

여섯 번째 메인 퀘스트는 이미 시작했어야 했지만 여태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퀘스트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았다.

본래 이벤트 퀘스트 이후에 시작된 퀘스트는 ‘족쇄를 벗은 센티넬’이다.

여기서부터 일부 센티넬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게 된다.

퀘스트의 내용은 그런 센티넬을 피해 새롭게 영역을 구축하거나, 플레이어들을 죽이고 영역을 확장하려는 센티넬을 사냥하는 게 목표였다.

내가 오르가를 비롯한 센티넬들을 미리미리 처치하려고 한 것도 그것들 때문이지.

모든 센티넬이 전부 풀리게 되는 건 좀 더 후지만 오르가는 이때 움직이게 되니까.

아무튼 여태 여섯 번째 메인퀘스트가 발동하지 않은 걸 보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녀석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빠르게 처리하고 싶겠지.

본래라면 처절하게 진행됐을 퀘스트가 나 때문에 김빠진 탄산마냥 진행됐으니.

하지만 아카터스가 내보일 패는 그리 많지 않다.

몬스터, 플레이어.

그 둘이 안 된다면 답은 하나.

‘별자리.’

***

“이거 완전 미친놈 아냐?”

아카터스는 갓튜브 인기영상 순위에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영상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녀석이 쌔다는 건 알았다.

근데 이 정도일 줄은 알았다.

“심지어 같이 싸운 저 여성 플레이어와 동료란 말이지…….”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아카터스는 헛웃음만 나왔다.

저 둘이 함께 덤비면 웬만한 몬스터는 쪽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레이드 몬스터?

센티넬?

그나마 센티넬 정도면 승산이 있겠지.

둘을 우선 능력치로 압도할 테니까. 한지수라는 플레이어만이라면 아카터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세한이 문제였다.

녀석은 마치 모든 몬스터의 공략을 꿰고 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정대로라면 여기서 센티넬을 일부 풀어야 되는데.’

끄응,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센티넬을 풀어봤자 저 김세한이라는 녀석이 만든 디어사이드 길드의 길드원들이 전부 처리해버릴 것이 눈에 선했다.

다른 지역은 그래도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하필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있는 서울 지역이 문제였다.

“……황도 12궁을 풀어?”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무리수다.

자칫하면 서울만이 아니라 한국 서버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세한에게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천갈궁과 같은 녀석이라면 분명 일을 더욱 크게 만들겠지.

‘알데바란이라면 괜찮을 지도 모르겠어.’

황도 12궁 중 제2궁. 금우궁의 자리를 차지한 반인반수.

모든 미노타우르스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알데바란은 뼛속까지 무인이다.

강자를 보면 대결하고 싶어 하는 괴물.

12궁의 별자리 중에서도 순수한 무력만 치면 가장 강한 별자리다.

알데바란이라면 분명 아카터스의 부탁을 선선히 들어줄 터.

‘어느 정도 제한이 걸리겠지……. 아니야. 역시 부담이 너무 커.’

천갈궁이 당했던 걸 생각하면 능력에 제약을 걸고 내려보냈다가 김세한에게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되도록 온전한 힘을 주고 보내야 되는데 그럼 시간이 극히 한정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워낙 강한 별자리라 자칫해서 정말 한국서버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알데바란의 의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니지.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황도 12궁이라니. 아무리 김세한 주위에 강력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황도 12궁은 격이 다르다.

단순히 녀석을 죽이는 것은 일반 별자리로도 충분했다.

마침 아카터스의 머리에 떠오르는 녀석도 하나 있었고.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보정을 조금 해야겠어.”

까마귀 자리와 같은 하위 별자리이지만 플레이어를 상대하는 거엔 이 별자리만큼 우수한 별자리도 없었다.

***

“포션 만드는 거 머리 쪼개지겠다.”

민아가 연신 투덜거리면서 포션병을 만지작거렸다.

최근 민아는 전승스킬을 단련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다른 스킬들이 그러하듯, 전승 스킬도 사용을 반복할수록, 혹은 플레이어가 강해질수록 능력이 강해진다.

민아의 경우에는 전자였다.

그녀를 상징하는 스킬은 변신스킬이지만 1회차의 이민아의 경우에는 다른 것으로도 유명했다.

바로 ‘연금술’.

그것을 본격적으로 단련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재료는 다 미리 준비해 두고 있었던 거야? 나 연금술 받은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심지어 민아가 얻은 연금술은 그냥 연금술도 아니다.

신대의 연금술.

이 스킬을 전승스킬로 줄 수 있는 신은 많지 않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뒀지.”

“맨날 미리 준비해 뒀데! 오빠도 미래를 보는 스킬 같은 거 있다고 했지? 그거로 아는 거야?”

“비슷하지.”

사실 그런 스킬은 없지만 대충 그런 걸로 해두는 게 편하다.

마침 민아의 친구들이 있는 곳에는 미래를 보는 소녀도 함께 있었다.

그녀 덕분에 민아도 미래를 보는 능력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다.

한 명이 있으면 두 명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니까.

“민아 씨 덕분에 요즘 던전돌 때 아주 편합니다. 다쳐도 포션을 마음 것 쓸 수 있거든요.”

“조금은 아껴 쓰라고요. 나 피곤하단 말야!”

그런 민아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창우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나이는 20대 중반인 주제에 마치 중년 사내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오르면 쉬게 해줄게. 이번에 얻은 아이템 중에 너한테 줄 쓸 만한 것들도 이미 선별해 놨거든.”

“아, 정말? 그럼 나 이거만 만들고 쉰다? 이거 만들면 이제 중급 포션 만들 수 있어!”

벌써 중급?

민아가 본격적으로 스킬을 올리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곧 중급 포션을 만들 정도라면 그 성장속도는 어마무시하다고 할 수 있다.

‘이래서 재능충들은.’

나도 연금술에는 어느 정도 지식이 있긴 했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상급까지었다.

상급까지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허탈해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다.

“그래, 그래. 그거만 만들고 쉬어라.”

“아싸! 오늘은 하루 종일 뒹굴거릴 거야. 방해하기만 해봐!”

희희낙락한 얼굴로 포션을 제작하는 민아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최근 민아가 열심히 스킬등급을 올리긴 했지.

다음 메인 퀘스트는 여전히 깜깜 무소식이었지만, 웬만하면 다음 퀘스트에서는 쉬게 해줄 요량이었다.

지수를 구할 때 민아의 도움이 크기도 했으니까.

띠링!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늘 생각한 것처럼 풀리지 않는 법이다.

갑자기 들린 알람 소리에 민아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그곳에는 새로운 메인 퀘스트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와, 이제야 다음 메인 퀘스트인 모양이네. 오빠, 이번 퀘스트 뭐야? 나 지금 포션 만지고 있어서 못 보는데.”

“……민아야.”

“엉, 왜 불러?”

“너 못 쉬겠다.”

“뭐??”

포션을 만지고 있던 민아의 얼굴이 석고상처럼 굳었다.

그리곤 지금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얼굴로 나를 올려보았다.

‘그렇게 봐도 퀘스트는 내가 내는 게 아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퀘스트는 민아의 도움이 필요했다.

왜냐면 상대가 ‘천변’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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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6

마마잭의 흉계

서울에 숨어든 카멜레온 별자리 마마잭을 찾아라!

그는 수많은 모습으로 변하며 플레이어들을 괴롭힐 것이며 빠르게 찾지 못하면 플레이어들은 계속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상대는 별자리이니 되도록 싸움은 지양하도록 하자.

*마마잭이 패배를 시인하면 퀘스트는 자연스럽게 종료된다.

난이도 C 남은 시간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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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퀘스트가 이래?’

마치 급하게 내용을 짠 것 같다.

클리어 조건조차 명확하지 않다. 아니, 마마잭이 패배를 시인하면 퀘스트 클리어라니 이게 말이야 똥이야.

천변 마마잭.

카멜레온 별자리에 속한 소위 해결사로 불리는 녀석이다.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지만 들은 정보는 많다.

지닌 바 능력은 다른 이로 변할 수 있는 것.

민아와 굉장히 비슷한 능력이지만, 조금 다르다.

민아의 경우엔 거의 외형이나 외적인 부분만 변할 수 있지만 녀석은 변신한 이의 능력도 50퍼센트까지 구현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단지, 자신보다 상위의 존재로 변신하지 못하는 것뿐.

돌려 말하면 모든 플레이어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민아의 변신 스킬보다는 한참 위나 마찬가지.

‘2회차의 이민아도 나중에는 용과 같은 것도 변신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뭐, 그건 한참 후의 일이다.

그보단 마마잭을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야지.

상대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능력을 베껴 사용하며, 인류를 분열로 이끌었던 장본인.

‘그래서 붙은 이명이 천변(千變).’

후에 이민아가 계승하게 되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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