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107. 약속(1)
잠든 것처럼 조용히 눈을 감은 지수를 천천히 바닥에 눕혔다.
행복한 얼굴로 숨을 거둔 지수를 바라보는 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1회차의 지수도 같았을까?’
분명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언제 목숨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위협에서 나를 지키고, 그렇게 죽었겠지.
그때의 지수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며 죽었을 것이다.
지수는 한결같은 녀석이니까.
지금처럼 내 품도 아닌 차가운 바닥에 누워 그렇게 쓸쓸하게 죽었으리라 생각하니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파스스스.
그때, 지수의 몸에서 옅은 빛이 흘러나오며 몸이 점차 부서졌다.
마치 빛으로 화하는 것처럼 반짝이는 가루로 변한 지수의 육신은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내 몸을 부드럽게 훑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나 역시 처음 겪는 상황이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특성 ‘아픈 소녀의 사랑’을 습득하셨습니다.]
알림이 들려온 건 바로 그때였다.
‘스킬이 아니라 특성?’
보통 특성이 새롭게 생기는 경우는 없다.
처음 시작할 때 플레이어마다 부여되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
[아픈 소녀의 사랑]
한 소녀의 소망이 형상화된 특성.
오직 한 명의 남자만을 사랑하며 지키고 싶어 했던 마음이 담겨있다.
==
특성답게 제대로 된 효과는 나와 있지 않았다.
내 ‘싱글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어떤 조건이 만족해야지만 발동하는 특성이겠지.
나는 설명 문구를 읽은 후, 조용히 창을 닫았다.
이미 지수의 시체는 사라져 있었다.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세계에서 녀석은 내게 진짜를 남기고 사라졌다.
“지, 지수는…… 주, 죽은 건가요?”
“예.”
“그런…….”
조용히 서서 지수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고 있자, 옆에서 벌벌 떨던 채연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내 대답에 눈물을 방울 떨어트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내게 이질적이었다.
어찌됐든 나는 방금 그녀의 아들을 죽였다.
그리고 지금은 딸마저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크게 슬퍼하는 것 같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가면에 그녀의 진심이 가려져 있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
두려운 존재에게서 벗어났다는 기쁨마저 느껴졌다.
‘이런 여자가 지수의 어머니라니.’
이제 사실상 퀘스트는 클리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모습을 보니 2회차로 데리고 가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억지로 데려간다고 해도 그녀는 반항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어쩐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그러고 보니 아까 저에게 하시던 이야기가 어떤 거였죠? 그…… 다른 세계로 가야 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다급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의 눈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방금 아들을 죽인 내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무래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군요.”
“저, 저기 무슨 말인지…….”
덜덜 떨며 말하는 채연의 모습에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겁을 집어먹고,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내게 의존하려고 하는 이 여자에게 나는 단호히 말했다.
“아무래도 지수에게 당신은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존대하지 않았다.
물론 지수는 어머니를 소중히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가 싫다.
이전의 그녀가 지수를 어떻게 대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린시절의 지수를 잘 대해줬건, 이후에 학대를 했건 이미 지난 일이다.
나는 현재를 보고 평가한다.
지금의 그녀는 지수에게 독이다.
이런 여자를 데리고 2회차로 돌아간다고 한들, 광기에 잠긴 지수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할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이나 안 가면 다행이지.
아까 전 지수의 모습에 흔들리던 걸보면 어머니의 마음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마음은 오롯이 1회차의 지수에게 향해야 했다.
이곳에 남아, 자신의 딸을 기리며 살아가라지.
설령 내가 떠나면 사라질 환상속의 세계라 할지라도.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제가 필요하잖아요!”
“필요 없다.”
내 팔을 잡기 위해 손을 뻗는 그녀를 피하며 나는 건물 밖으로 뛰었다.
홀로 남은 그녀가 어찌 될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의존의 대상을 찾아가겠지.
그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곧 날이 밝겠네.”
어느새 하루가 지나고, 새벽이 지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걸로 이틀째.
내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끝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퀘스트를 실패하게 될 텐데, 괜찮느냐?”
“그래.”
건물의 옥상 위에서 파괴된 서울을 바라보던 내게 이드라가 말을 걸었다.
“한지수의 어머니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 아이를 되돌릴 다른 방법이 없을 텐데?”
“있어.”
“호오?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모양이구나.”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지. 하지만 내가 피했을 뿐이야.”
하지만 이번 일로 결정했다.
지수는 내가 책임진다.
“흐으으음.”
그런 내 모습에 이드라는 어쩐지 심통이 난 얼굴이었다.
“뭐어어, 좋다. 나는 관대하니까 말이다. 한 명 더 늘어난다고 해도 넘어가마.”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로다. 아무튼 그럼 이제 돌아가야겠지?”
이드라의 말에 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럼 돌아가자꾸나.”
이드라가 짝, 박수를 치자 세계가 일그러졌다.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영혼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퀘스트에 실패하셨습니다.]
퀘스트 목적인 송채연을 그대로 두고 나왔으니 퀘스트는 당연히 실패.
2회차에서 처음으로 실패한 퀘스트였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어쩌면 송채연을 데리고 돌아가는 게 답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내 감정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나 답지 않구나.’
하지만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것 또한 1회차의 나와는 달라진 점 중 하나였으니까.
***
“정말 괜찮아?”
민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수의 어머니를 데려올 거라 생각했던 세한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일이 잘못됐나 생각했지만, 세한의 얼굴을 보면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상관없어. 이제 언제든 해방해도 괜찮아.”
“그렇다면야…….”
민아는 자신의 정수리를 슬슬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날아오던 도끼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결계를 풀자마자 바로 튀어야지.’
뒷일은 세한이 알아서 하겠지.
만약 일이 꼬이면 그때 가서 고민해 보도록 하자.
“그럼 이제 결계를 해제할게.”
어차피 조금 있으면 마력이 바닥나 자연스럽게 결계는 해제된다.
민아는 바닥에 놓여있는 진(陣)의 귀퉁이를 건드렸다.
돌이 움직이며 주변의 마력흐름이 변했고, 점차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그럼 난 간다?”
“최대한 멀리 가라. 그리고 루크와 창우에게 부탁해서 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피하라고 해.”
“……싸울 거야?”
“아마 그렇게 되겠지.”
설마 일이 틀어져서 지수를 죽일 생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세한의 얼굴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알겠어.”
민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높이 뛰었다. 마치 고양이처럼 가벼운 몸놀림이다.
세한은 그런 민아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정면을 응시했다.
일그러졌던 풍경 속에서 한 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빨간 안광을 빛내며 지면에 웅크려있는 지수를 세한은 조용히 훑어보았다.
“으──, 으으.”
지수의 입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1회차의 지수의 모습과 같다.
하지만 그때보다 심했다. 1회차의 지수는 단순이 이성이 사라진 것일 뿐이었지만, 지금의 지수는 거기에 광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간박리에 갇혀있던 이틀이란 시간동안 간신히 되찾았던 지수의 이성은 재차 광기에 잠식되었다. 하지만 공간박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수는 그것을 표출할 수 없었고, 그 탓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으.”
당장이라도 덤벼들 기세였지만, 지수는 연신 머리를 도리질 쳤다.
어떻게든 정신을 찾으려는 것처럼.
아마 본능적으로 세한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한지수.”
“아──아아아.”
마치 대답처럼 지수는 울부짖었다.
짐승 같은 모습이었지만 세한은 그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지수는 지금 참고 있는 거다.
어떻게든 광기를 갈무리하고 자신의 내면을 다시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단지 헐거워진 인내의 사슬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지수는 겁이 많으니까.’
과거로 돌아간 세한은 그 사실을 알았다.
지수의 어머니인 송채연처럼 지수도 겁이 많았다.
정확하게는 인간관계를 겁냈다.
그러니 철저하게 가면에 자신을 숨기고 살아온 것이다.
자신을 죽이고, 계속해서 참으며.
그 결과가 바로 이 모습이다.
그러니 세한은 말했다.
“참지 마.”
“──?”
“참을 필요 없어.”
억누른 결과가 지금 이 모습이라면, 억눌러져있던 것이 해방된 게 지금이라면.
그 모든 걸 해소할 때까지 상대해주면 된다.
“내가 받아줄 테니까.”
지수의 붉은 눈이 세한에게로 고정됐다.
이미 이성은 없겠지. 이전에는 세한을 공격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자신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덤벼.”
“갸──아아아!!”
쿵!
지면을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포탄처럼 지수의 몸이 쏘아졌다.
1회차의 지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엄청난 속도였다.
콰아아앙!!
지수의 손에는 어느 세 거대한 둔기, 흉성의 학살자가 손에 들려있었다.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해서 그것을 막아냈지만 엄청난 충격에 아스팔트 도로를 부수며 몸이 뒤로 밀려났다.
세한은 지수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허수공간을 열어 검을 사출시켰다.
갑작스런 기습이었지만 지수는 그것을 가볍게 고개를 숙여 피했고, 세한은 몸을 비틀어 그대로 지수의 허리를 돌려 차 날려 버렸다.
건물의 외벽을 부수며 지수의 몸이 처박혔다.
모든 버프가 걸린 지수만큼은 아니어도 세한의 능력치는 모든 플레이어 중에 최고수치.
모든 능력치가 현재 올릴 수 있는 최대인 C급에 도달한 상태였다.
콰과광!!
부서진 건물 속에서 콘크리트와 철근이 세한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을 피하자 부연 연기 속에서 지수가 튀어나와 어깨로 세한을 그대로 받았다.
“큭!”
팔을 들어 막을 수 있었지만 모든 충격을 막아주지는 못했다.
마치 코뿔소처럼 지수는 세한의 몸을 밀치며 건물을 꿰뚫으며 달렸다.
콰쾅! 콰쾅! 콰쾅!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그것만으로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한은 달리던 지수의 다리를 걷어차 무릎을 꿇게 만든 뒤, 검을 휘둘러 무기를 든 팔을 절단했다.
“으극──!”
단번에 양팔이 절단되자 들고 있던 흉성의 학살자가 바닥에 굴렀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지수의 복부를 향해 걷어차 멀리 밀어냈다. 수 미터를 뒹굴며 날아간 지수는 바닥에 주르륵 미끄러지며 상체를 들었다.
“갸아아아!!”
잘린 팔을 좌우로 뻗자, 붉은 윤곽이 생겨나며 팔의 형태를 취했다.
마치 팔이 불에 타오르는 것 같은 광경이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지수의 양팔이 분해됐다.
동시에 잘렸던 팔이 뼈대가 생기고, 신경이 만들어지고 근육이 붙으며 새롭게 팔이 단번에 자라났다.
경이적인 재생능력이다.
‘그렇다면.’
세한은 그림자 질주를 사용해 지수의 등 뒤로 이동하며 지수의 다리를 노렸다.
다리를 잘라 기동력을 늦춘 뒤, 큰 한 방을 갈길 생각이었다.
“캭!”
동물적인 직감을 지니고 있는 지수는 그것을 순간적으로 뛰어 피한 후, 그대로 세한의 검의 칼날을 향해 발로 내리찍었다.
콰지직!
새까만 앵클부츠가 미스릴로 이루어진 검을 밟아 부쉈다.
‘얘, 근력수치 미친 거 아냐?’
다리 힘으로 미스릴을 부수다니.
최소 능력치가 B급 이상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양팔이 잘렸던 탓인가? 아니면 광기에 잠식되었기 때문인가, 어디로 봐도 플레이어가 낼 수 있는 능력치의 한계를 아득히 웃돌고 있었다.
‘천살성만이 아니야. 혈천수라공도 이제 거의 6성이 넘었어. 거기에…….’
지수의 전신에 새빨간 실선이 마치 문신처럼 퍼졌다.
팔과 다리, 그리고 얼굴에도 일부 붉은 문양이 생겨나며 전신에서 김이 솟아올랐다.
치이익!
“아아아아──!”
세한도 아는 스킬이다.
전사계열 플레이어들이 간혹 익히는 경우가 있는 ‘버서크(berserk)’까지 지수는 사용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공격력을 50퍼 이상 상승시켜 주는 스킬.
대신 방어력도 50퍼센트가 떨어지게 되는 양날의 검이다.
하지만 원채 몸이 단단한데다 가공할 재생능력을 지닌 지수에게 그 정도 패널티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스킬 없이 오로지 능력치를 뻥튀기시키는 스킬만 익혔구나.’
인간형에게 추가 데미지가 들어가며 상처를 입을수록 능력치가 올라가는 천살성.
마력을 움직여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는 무공, 그중에서도 신공으로 취급받는 혈천수라공.
거기에 버서크까지.
아마 자신이 모르는 스킬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릴을 밟아 부순 지수는 그대로 세한의 머리를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당연히 그것을 비틀어 쳐냈지만. 왼손이 세한의 옷깃에 스쳤다.
“──!!”
단 두 손가락으로 그것을 잡아채 그대로 세한을 몸을 집어던졌다.
마치 동전이라도 던진 것처럼 세한의 몸은 콘크리트 벽을 종이처럼 찢고 수십 개의 벽을 꿰뚫으며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세한의 속도로 지수가 달렸다.
땅에 떨어진 철근이 박힌 콘크리트를 들어 잔해에 파묻힌 세한을 향해 내리찍었다.
“신념의 응집.”
날아가며 신념의 응집을 사용해 힘을 충전했던 세한의 주먹이 콘크리트를 부수며 지수의 얼굴에 때려 박혔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지수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그르르르.”
날려버릴 생각으로 쳤던 것이지만 수 미터를 밀려나고 멈춘 지수의 모습에 세한은 혀를 내둘렀다.
‘버서크를 사용했으면 적어도 몸은 약해야 정상 아니냐?’
하지만 몸이 약해지면 쉽게 상처를 입고, 그렇게 상처를 입으면 천살성으로 능력치가 올라가버린다. 완전 사기가 따로 없다.
그래도 뇌에 충격이 있었던 모양인지, 지수의 몸이 비틀거리며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몸을 구부리고 언제든 달려들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잠시 숨을 돌릴 수는 있었다.
‘이드라.’
세한은 하늘에 떠서 이쪽을 지켜보는 이드라의 옵저버를 보았다.
‘아직 멀었나?’
무작정 지수와 싸울 생각은 아니었다.
송채연이라는 패가 없는 만큼 세한은 지수를 되돌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수는 나를 잃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
그것은 죽음일 수도 있고, 단순한 헤어짐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나 지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지금 폭발한 광기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알려주면 돼.’
세한이 결코 지수를 버리지 않으리라는 걸.
지수가 착한아이가 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1회차의 내 기억과, 몽상의 신전의 기억을 지수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이드라가 말하길 서로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연 지금의 지수에게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세한은 어떻게든 해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