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50화 (50/332)

# 50

050. 계약자 신자운(2)

「본거지가 습격당했다.」

“뭐?”

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던 신자운의 귓가에 악마‘네비로스’의 말이 들려왔다.

“그 말이 사실이냐?”

「멍청한 놈, 내가 이런 것에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나?」

네비로스는 건방진 신자운의 어투에 영 언짢아진 모양이었다.

「약해빠진 놈들을 긁어모아 봐야 쓰레기장이 될 뿐이로군.」

끌끌 혀를 차는 네비로스의 말에 신자운은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형님, 형님은 어떻게 됐지? 그리고 가면은?”

「가면은 건물이 폭파되며 그대로 묻혔다. 인간의 아이들을 구출할 때 혹시 손을 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대로 두고 가더군.」

자신의 유물인 비탄의 가면이 땅속 깊은 곳에 처박혔음에도 네비로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악마의 유물은 일정 신위를 가진 존재나, 악마 본인, 그리고 해당 악마의 계약자가 아닌 이상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그 녀석도 그 사실을 알기에 굳이 건드리지 않고 건물채로 매장해 버렸으리라.

“……아이들을 구출하는 게 목적이었나?”

「그건 나도 모른다.」

“젠장! 형님이 그렇게 간단히 죽을 리 없다. 악마의 계약자잖아!”

「악마의 계약자라고 해도 육신은 인간이지.」

플레이어란 존재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지만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있다.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한계를 넘어서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강해진 인간은 없었다.

폭탄의 위력을 막아냈다고 하더라도, 무너지는 빌딩 더미에 깔리고서 살아남을 플레이어는 현재 없었다.

단순한 물리 공격에 면역을 가지는 몬스터와 달리 인간은 아니니까.

흑천회를 습격한 놈도 그걸 노린 습격이었다.

대량의 까마귀에 폭탄을 매달고 건물 내부에 집어넣은 뒤, 일격에 폭사.

폭탄으로 죽인다기보단, 붕괴되는 건물의 파편에 깔려죽는 걸 노린 것 같았다.

폭탄도 생명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 오로지 건물을 파괴에 특화된 폭탄이었으니까.

「까마귀를 다루는 인간이라니, 신기한 놈이군. 아, 그런가.」

“뭐가 그렇다는 거지?”

「최근 까마귀 자리가 바뀌었거든.」

“까마귀 자리라면, 별자리?”

「그래. 정확히는 아직 까마귀 자리에 오를 격을 마련하지 못해 자리 자체는 비어 있다고 봐야지. 하지만 기존의 까마귀 자리를 죽이고 그 힘을 계승한 녀석이 있는 모양이야.」

본거지를 습격하던 스킬을 생각하면 결코 일반적인 스킬이 아니었다.

처음 화곡동에서 있었던 습격으로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이번 일로 확신했다.

흑천회를 습격한 자는 까마귀 자리 카라스를 죽인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녀석을 아나?”

「알다마다. 현재 가장 유명할 플레이어 중 하나지. 악마는 신들의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는 없다만, 건너건너 정보는 들어오는 법이지.」

수많은 신들이 굳이 공용 옵저버를 사용하면서까지 지켜보는 존재다.

어떤 플레이어보다 정보를 모으기 쉬웠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신자운의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타올랐다.

본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강천우를 죽인 놈을 용서할 수 없었다.

강천우는 분명 인간쓰레기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자였지만, 적어도 신자운에게는 친형 같은 존재였다.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린 시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강천우가 자신을 도와줬기 때문이니까.

끼기기긱!

신자운은 빠르게 바이크를 틀었다.

“안내해라.”

「어딜?」

“그 녀석이 있는 곳.”

「아직은 본거지에 있다. 혹시 살아남은 자가 있을지 확인하는 모양이더군.」

그 말에 신자운은 이를 악물었다.

본거지로 가야 할지 망설였지만, 자신이 갔을 때는 이미 늦었을 거다.

차라리 녀석이 그랬듯, 녀석의 본거지를 노릴 생각이었다.

“혹시 동료가 있나?”

「있다. 그런데 그건 왜 묻지?」

“녀석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고 싸우는 놈이 아니야. 싸움을 건다고 해도 정면에서 싸워주지 않겠지.”

화곡동도 그렇고, 이번 본거지 습격건도 그렇고 녀석은 정면에서 싸울 실력이 있음에도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녀석의 싸움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라 ‘사냥’하는 방식이었다.

솔직히 자운도 녀석이 숨어서 습격한다면 막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숨지않고 싸워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면 되는 거다.

「흥미롭군.」

자운의 말에 네비로스는 고소를 머금었다.

「너는 확실히 악마의 계약자 중에 제법 뛰어나지. 꽤나 즐거운 싸움이 되겠어.」

네비로스는 인간을 하나의 체스말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신자운에게 비교적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도 신자운이 쓸모가 있는 존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녀석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거기가 녀석의 본거지겠지.”

「상관은 없다만, 만약 네놈이 놈에게 패배한다면 나는 네게 흥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네비로스는 한번 패배한 쓰레기를 굳이 자신의 계약자로 둘 생각이 없었다.

“내가 놈의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인가?”

「그래. 나는 굳이 질 만한 싸움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군.」

네비로스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자운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방법?”

「가면을 사용하면 대등한 싸움을 벌일지도 모른다. 아직 미완성이다만, 그것만으로 플레이어 하나를 상대하는 건 충분해.」

비탄의 가면.

네비로스가 가진 악마의 유물.

수많은 아이들의 슬픔이 응집된 결정체. 그것이 품고 있는 힘이라면 그 까마귀를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거다. 아니, 분명 이기겠지.

‘나쁘지 않아.’

그것도 자신의 계약자가 최고 루키나 마찬가지인 까마귀의 날개를 꺾는다면, 그것만큼 유쾌한 일도 없으리라.

“…….”

「왜 싫은가? 네가 그것을 싫어한다는 건 안다만, 지금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닐 텐데?」

“안다.”

그래도 가면은 싫다.

하지만 네비로스의 말대로라면 까마귀의 실력은 분명 자신을 한참 상회할 터.

“알겠으니까, 안내해라. 녀석이 했던 것처럼 나도 똑같이 할 생각이니.”

「좋아.」

허공에서 새까만 구멍이 열리며 기괴한 형태의 가면이 나타났다.

땅속에 묻혀있던 비탄의 가면을 소환한 불러낸 것이다.

「잘 가지고 있게나, 계약자여. 그럼 이 비탄의 악마 네비로스가 승리를 가져다 주지.」

“웃기는군.”

광대처럼 지껄이는 네비로스의 말을 흘려들으며 자운은 짤막하게 답하며 바이크의 속도를 높였다.

볼에 차가운 물방울이 스쳤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

“와, 비 엄청 온다.”

민아는 물기가 묻은 머릿결을 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더 이상 밖에 못 나가겠네.”

아직 개간이 안 된 지역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던 민아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에 급히 머물던 건물로 돌아와야만 했다.

본래 카페로 사용되던 장소지만, 지금은 빈 건물이었다.

“언니, 여기 따뜻한 차예요.”

민아는 린이 내민 찻잔을 받았다.

카페다보니 모양이 예쁜 찻잔도 많이 있었다.

더불어 차도 많이 남아 있어서, 자주 타 마시곤 했다.

“땡큐, 땡큐. 근데 지수 언니는?”

“모르겠어요. 아직 안 오신 것 같아요.”

“그래?”

세한 오빠가 이곳에 남으라고 한 뒤로 침울해진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이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두고 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얌전히 시킨 일을 수행하고 있는 거보면 마치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지수의 앞에선 차마 말할 수 없지만.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지만 특별히 해코지하는 것도 없어서 지금은 꽤 익숙해졌다.

오히려 실력만큼은 확실히 굉장해서 세한이 없는 지금은 훌륭한 보호자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아직도 스킬이라는 걸 사용하는 게 어색하구나.”

반면 루크는 침울한 기색이었다.

민아와 함께 몬스터를 잡으러 갔었지만, 잡은 몬스터의 수가 민아에게 한참 못 미쳤다.

“아저씨도 참, 그냥 팔다리를 사용하듯 사용하면 된다니까?”

“으음, 어렵군, 어려워. 나는 잘 모르겠다.”

우락부락한 거한이 침울한 얼굴로 말하는 것도 제법 웃겼다.

“그럼 내가 다음에 좀 더 자세하게…….”

쨍그랑!

찻잔을 들고 걸어가던 린이 갑자기 놀란 것처럼 잔을 떨어트렸다.

“번개에 놀랐어? 어디 다치진 않았지?”

“저, 저기.”

민아는 찻잔을 떨어트린 린에게 다가와 혹시나 다치지 않는지 살폈다.

그런데 아무래도 린의 기색이 이상했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서 카페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뭔가가 와요.”

“오다니?”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 무서운 게 오고 있어요.”

평범한 아이라면 그저 넘겨도 될 말이었다.

밖에 비도 오고 번개도 치는 상황이라 그것에 놀란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린은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엄연히 플레이어였고, 직감이 무섭도록 뛰어났다.

덜컹!

딸랑, 딸랑.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며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누구?”

문을 열고 들어온 건, 검은 남자였다.

검은 머리칼에, 검은 눈, 검은 정장을 적당히 풀어헤쳐 입고, 안에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남자였다.

조금이지만 세한이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둘 다 검은 옷차림이라는 점에서.

빗속을 뚫고 왔는지, 전신이 비에 젖어있었다.

저벅, 저벅.

남자는 느릿한 걸음으로 카페의 안으로 들어오다니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마치 몇 명이나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순간, 민아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거, 위험하다.

부웅!

“호오.”

민아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였다.

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그간 자신보다 강한 녀석을 대면한 경우가 많아서인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윽!”

카앙!

남자의 왼손이 뱀처럼 휘어지며 민아의 복부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것도 몸을 미스릴로 경화시켜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이 충격이라고?’

맨몸으로 맞았다면 그대로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미스릴로 경화된 몸에 충격을 주는 주먹이라면 웬만큼 튼튼한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일격에 비명횡사할 수 있는 위력이었다.

“얌전히 있어준다면 적어도 고통은 없이 끝내주마.”

“싫거든?”

양팔을 멘티스의 낫으로 변화시킨 후, 크게 휘둘렀다.

남자는 그것을 가볍게 위빙으로 피하며 빈틈이 생긴 민아의 몸에 재차 두 방의 주먹을 꽂았다.

“악!”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강한 충격에 민아의 몸이 굽혀졌다.

민아도 실전으로 다져진 실력자임이 분명했지만, 남자의 움직임은 급이 달랐다.

그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와 같았다.

쓰러져 신음하는 민아를 향해 남자는 천천히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망치처럼 내려치려는 찰나.

날카로운 검격이 그 사이를 갈랐다.

“주먹을 쓰는 법을 배운 모양이군, 청년.”

“…….”

남자는 갑자기 끼어든 금발의 외국인을 보았다.

방금 이 여자와 함께 있던 여자아이를 뒤로 숨긴 채 말하는 거한은 이 세계가 ‘게임이 되기 전’에는 상당한 실력자였음이 분명했다.

“안타까워.”

남자는 짧게 탄식했다.

아마 상대는 자신보다도 대단한 전투실력을 가진 프로일 게 분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한은 부족했다.

이 게임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으니까.

“미안하지만 이쪽도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남자, 신자운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세한이 오기 전에 이곳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야만 했다.

“그러니 얌전히 죽어라.”

“그럴 수는 없지. 딸아이가 있어서 말이야.”

둘의 시선이 빠르게 교차했다.

콰쾅!

창밖에서 번개가 치는 순간, 카페의 유리창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

인천 주안.

흑천회의 건물은 산산이 부서졌다.

당연히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었고, 주변에 도망치는 녀석들은 재빠르게 정리했다.

“역시 효과가 좋네.”

사용한 물건은 바질리스크 오르가와 싸울 때 사용했던 폭탄이다.

건물 바닥을 부수고 녀석을 지하까지 떨어트렸던 물건.

살상력은 없지만, 건물을 부수는데 이것만큼 좋은 폭탄이 없었다.

“아, 그래도 머리가 좀 아프긴 하군.”

백 마리의 까마귀를 소환해서 지면에 늘어둔 폭탄을 밟게 했다.

폭탄의 뒤편에는 강력한 접착제가 묻어있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다음은 단체로 건물로 돌격시켜서 폭파.

‘까마귀의 눈’으로서 활용하는 것과 다르게 오로지 ‘앞으로 날아가라’라는 명령밖에 할 수없었다.

백 마리의 까마귀를 어떻게 컨트롤한단 말인가.

그냥 직진, 무조건 직진시켰을 뿐이다. 그래서 건물 벽에 메다꽂고 죽은 까마귀의 숫자도 상당했다.

벽에 폭탄이 붙어버린 탓에 전혀 문제는 없었지만.

“그럼 흑천회 쪽도 이걸로 정리가 끝났나.”

이 녀석들을 죽인다고 모든 악마의 계약자나 하수인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걸로 좋다. 후에 생기는 놈들은 다시 처리하면 그만이다.

‘가면은…… 녀석이 알아서 회수해갔겠지.’

부술 수도 없는 터라 건물과 함께 묻어버렸지만, 어차피 네비로스가 가져갔을 것이다.

자신의 악마의 유물이니 소환하는 건 일도 아니겠지.

툭툭.

산산이 부서진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릿광대의 옵저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또 뭡니까?

이젠 특별히 보여줄 것도 없었다.

보여줄 상대가 없으니까.

하지만 어릿광대의 반응이 이상했다.

허공에서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흙바닥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내 아바타가 위험해.」

아바타가 위험하다니?

흑천회도 사라진 상황에서 위험해질 만한 일은…….

툭툭!

어릿광대의 옵저버가 더욱 강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나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릿광대가 이렇게 반응할 정도면, 아무래도 정말 위기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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