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37화 (37/332)

# 37

037. 1차 대규모 업데이트 (1)

[1차 대규모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카라스를 죽인 지 일주일 정도 흘렀을 무렵.

전 세계에 처음으로 ‘공지’가 떴다.

여태 여러 가지 알림이나 메시지가 플레이어에게 전달되었던 적은 많았지만 ‘공지’는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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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규모 업데이트.

*이제부터 메인 퀘스트가 본격적으로 오픈월드 형태로 진행됩니다.

기차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다른 지역 스테이지로 이동이 가능해지며, 여러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서브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길드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길드 생성은 새롭게 추가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간단히 생성이 가능합니다. 생성 시 대량의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

....

*이제부터 네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다음 퀘스트는 대규모 레이드입니다.

각 지역에 레이드 보스가 나타나며, 해당 보스와 교전 시 기여도가 상승합니다.

레이드 보스를 처치 시 특별한 소재나 장비를 얻을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달성한 기여도에 따라 퀘스트 보상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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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 다양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체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나는 맨 첫줄에 있는 ‘오픈월드’라는 말에 집중했다.

‘오픈월드라.’

오픈월드가 시작되었다는 건, 이제부터 새로운 사회에 돌입했다는 거다.

여태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쓸 수 없던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머물던 국가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인지할 수 있으리라.

“뭐야 길드라는 거는 또. 거기다 레이드 보스는 또 뭐고. 기간도 한참 남았네.”

새롭게 추가된 인터페이스에는 전국 지도를 맵 형식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 레이드 보스가 등장하는 구역과 등장 타이머가 표시되어 있었다.

대다수 15일이 넘게 표기되어 있으니 민아가 투덜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아직 세 번째 퀘스트를 끝내지 못한 사람도 많을 테니까. 오히려 우리가 빨리 클리어한 편일 거다.”

“으음, 하긴. 우린 거의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깼으니.”

우리가 세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틀이었다.

지금은 거기서 일주일이 지나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아직 한창 세 번째 메인 퀘스트를 진행 중이다. 애초에 세 번째 메인 퀘스트는 직접 찾아서 진행해야 하는 만큼 사람에 따라 편차가 컸다.

“형, 몸은 좀 괜찮아요?”

“응? 아, 물론. 이미 다 나은 지 오래야.”

“휴, 다행이네요. 장비도 수리가 다 끝났어요.”

언제 왔는지 시우가 내 검은 외투를 내밀며 말했다.

카라스와 싸우며 깃털에 난자당한 탓에 장비가 죄다 완파 직전까지 갔었다.

정말 시우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이 아까운 장비들을 버릴 뻔했다.

“이제 일어나도 괜찮은 건가요?”

시우와 함께 온 창우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카라스를 죽인 직후, 쓰러진 나를 옮긴 사람이 창우였으니 누구보다 당시 내가 입었던 상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다.

“일주일 사이에 그 상처들이 다 낫다니 정말 굉장하네요.”

“다 스킬빨이죠, 뭐.”

재생에 천살성이면 죽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회복할 수 있다.

그래도 상처가 좀 심하긴 했는지 재생 랭크가 F에서 E로 올라갔다.

“이민아.”

“응?”

“난 이제부터 대전에 갈 건데, 넌 어쩔래?”

“엥? 갑자기 웬 대전?”

내 말이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이다.

하기야 갑자기 대전에 간다고 하면 그럴 만도 하지.

“레이드 보스는 어쩌고? 잘 봐, 서울은 네 마리나 나오는데 굳이 대전까지 가?”

“성심당가려고.”

“헛소리 할래?”

아무래도 농담이 먹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대전의 대표명물이라고 하면 성심당인데 너무 무시하네.

“볼 일이 있어.”

설명하려고 해도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내 답변이 만족스러울 리 없는 민아의 눈썹이 높이 치켜 올라갔다.

“……에휴. 오빠의 행동이 언제 납득된 적이 있었나. 내가 그러려니 해야지.”

“그래서?”

“나는 이번엔 패스.”

퉁!

민아가 그리 말하는 순간, 근처에 있는 창문에 뭐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자, 옵저버 하나가 연신 창문을 툭툭 두드리고 있었다.

‘어릿광대의 옵저버구나.’

이젠 몰래 지켜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카라스를 죽인 이후에는 이제 그냥 대놓고 우리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었다.

민아 역시 그걸 봤는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많은 옵저버들이 대전으로 이동하면 서울은 좀 한적해지려나.”

“그럴 리가. 서울에 가장 많은 아바타가 몰려있으니 그렇진 않을 거다. 뭣보다 저기 있는 옵저버들은 나만이 아니라 네 지분도 상당해.”

“설마, 이렇게 몰려들기 시작한 건 오빠가 까마귀를 죽여서인데?”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지금 몰려든 대다수의 옵저버는 그냥 나를 한 번쯤 구경하러 온 것들이 태반일 거다.

별자리를 죽인 건 놀라운 일이지만 카라스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별자리다.

능력치가 크게 너프 먹은 상태였다고 치면 기적적으로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제론 아주 약간 너프 먹은 상태라서 아주 뒤지는 줄 알았지만.

‘카라스가 시야를 차단하는 기술을 써서 다행이지.’

멀리서 지켜보던 옵저버들로선 당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을 거다.

마지막에 내가 카라스의 심장에 창을 꽂는 거나 제대로 봤겠지.

“네 신은 나랑 같이 가길 원하는 모양인데?”

“됐어. 굳이 대전까지 가고 싶지는 않아.”

민아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내저었다.

창문을 두드리던 어릿광대의 옵저버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신 내가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응?”

“나중에 내가 길드를 만들 거야. 그때 내가 만든 길드에 들어오는 건 어때?”

“길드? 그거 포인트 엄청 든다며?”

“나 포인트 많은 거 잊었냐?”

길드를 만드는데 드는 포인트는 1만 포인트.

현재의 플레이어들로선 벅찬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내게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 물론 시우와 창우 씨에게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요? 저희가 무슨 쓸모가 있다고…….”

“왜 그래 형. 난 세한 형이랑 같은 길드 들어가고 싶어!”

“네, 시우 말대로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쓸모라면 넘치도록 있다.

우선 시우는 최고의 장인이 될 테고, 창우도 신의 아바타에 꿀리지 않는 강력한 플레이어다.

더불어 심안이라는 희소스킬을 지니고 있으니 포텐셜도 충분했다.

‘파티를 맺을까 고민도 했지만.’

우선 당장 급한 건 아니니 미뤄두기로 했다.

같은 길드원으로 두면 언제든 파티원 계약을 맺을 수 있으니까.

거기다 파티원이 늘어나면 지수에게 몰빵되던 포인트가 분산된다. 우선은 지수가 일정 기준이 넘을 때까지는 집중해서 육성해야 했다.

“흐음. 난 상관없어. 사실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빠라면 괜찮을 것 같아.”

“저희는 세한 씨만 괜찮다면야…….”

다행히 세 명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당장 만든다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중에 길드를 만들게 되면, 이라는 거다.

그래도 미리 확답을 들어둬서 나쁠 건 없었다.

“다들 나중에 다른 말하면 안 됩니다?”

“걱정 마세요! 세한 형이 만든 길드에 꼭 들어갈 테니까요!”

“하하하…….”

시우의 힘찬 말에 창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어릿광대의 아바타도 길드라는 말이 나온 시점에서 기운을 회복했는지 흥미진진한 시선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럼 오빠는 대전에 언제 가는 거야?”

“지금 당장.”

“응?”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껌벅이는 민아에게 나는 재차 친절히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갈 거야.”

정확히는 서둘러 가야만 했다.

대전에서 깜박이는 두 개의 마커.

조금 지나면 둘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

***

서울역이 오랜만에 사람으로 북적였다.

기차가 다시 운행하기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일반인도 있었고, 플레이어도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기차 시간표를 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

“형님, 이거 진짜로 운행은 하는 거요?”

“운행한다면 대체 누가 하는겨? 역무원도 없잖여.”

민승원은 시끄럽게 떠드는 자신의 부하를 노려봤다.

없어보이게 뭘 그렇게 떠들고 있단 말인가.

“그 GM인지 뭔지가 어떻게 했겠지. 지금 TV도 나오기 시작한 거 모르냐? 지금 생활권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그, 그렇구만유.”

승원의 말처럼 몬스터들의 등장으로 얼어붙었던 사회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다.

TV에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나와 현 상황에 대한 말을 하고 있었고, 각종 뉴스보다가 TV를 장식하고 있었다.

현대의 사회구조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또한 ‘오픈월드’가 되며 일어난 효과였다.

다만, 기차나 비행기와 같은 교통수단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게임’의 시스템을 따르게 변했다.

당연히 역무원이나 기차를 운전하는 차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갈 기차는 어디요?”

“어디보자……. 무궁화호 1317번이다. 딱 30분 남았으니 후딱 준비해라.”

승원은 열댓 명의 수하들을 훑었다. 여전히 수가 조금 부족하기는 했지만 이것도 간신히 모은 숫자였다.

‘그래도 그믐달에 들어가기엔 충분하겠지.’

그믐달이란 현재 서울에 존재하는 가장 큰 뒷세계의 조직이다.

아직 길드를 설립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무서운 속도로 세가 불어나고 있었다.

잔혹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는데, 승원은 그 시류에 합승하고자 했다.

“우리는 5호차다. 5호차를 점거하고, 이어서 4호차까지 점거하는 게 우리의 목적인 거 알고 있지?”

“예, 형님.”

“좋아. 그럼 가자.”

그믐달은 이번 ‘대이동’을 노렸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플레이어들은 분명 대단할 것 없는 플레이어라 판단하고, 그들을 노리기로 생각한 것이다

.

겸사겸사 일반인들에게 금품도 갈취하고 잘하면 기차 자체를 자신들이 계속 점거하고 포인트를 뜯어낼 요량이었다.

승원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그중 무궁화호 1317호에 투입된 조직들 중 하나였다.

승원과 그 조직원들은 우선 자신들이 맡은 5호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기차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이 새끼들아! 지금부터 이 열차는 우리 ‘그믐달’이 점거하도록 하겠다!”

“뭔, 그믐달? 이건 또 뭔 미친……커억!”

푸욱!

“어휴, 아재요. 좀 조용히 하쇼.”

호기롭게 외치는 승원의 말에 5호차에 탔던 몇몇 플레이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지만 스무 명에 가까운 조직원들이 덮치니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다.

망설임 없이 사람의 몸에 무기를 쑤셔 넣는 모습에 5호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저마다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치열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해 온 플레이어들일지라도 같은 사람을 망설임 없이 죽이는 이들을 보고는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그래 이거지.”

깔끔하게 상황이 정리된 모습에 승원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5호차에 플레이어의 숫자도 많지 않았던 터라 별다른 유혈사태 없이 깔끔하게 점거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4호차까지 점거하고 보고를 해보실까.’

분명 이 속도라면 자신이 가장 먼저 간부에게 보고하는 것일 게 분명했다.

그럼 간부들도 자신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승원이 실실 웃고 있자, 갑자기 기차가 크게 흔들렸다.

쿠웅!

“어이쿠!”

뭔가에 부딪치기라도 한 건가?

승원은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창밖을 둘러보았다.

혹시 몬스터라도 부딪친 건가 싶었지만, 그런 기색은 없었다.

“뭐야, 이런 씹…….”

드드드득! 쿵!

짜증이 치밀어 올라 욕설을 내뱉는 동시에 호차와 호차를 연결하는 사이에서 이질적인 굉음이 들렸다.

‘뭐야?’

분명 기차의 뭔가가 뜯겨져 나가는 소리였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들었다.

“혀, 형님. 저쪽에서 뭔가 발소리가 들리는뎁쇼.”

“나도 들었어, 새끼야.”

뭔가 있다.

승원은 긴장한 눈으로 5호차의 뒷문을 응시했다.

분명 저곳에서 무언가가 기차의 문을 뜯고 들어왔다.

끼익──.

“하아, 살았다. 죄송해요. 기차를 실수로 놓쳐서 쫒아 오다보니…….”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당사자의 얼굴을 보자 승원은 자신이 잘못 판단했음을 깨달았다.

기껏해야 20대가 조금 넘은 것 같은 계집애가 들어오지 않은가?

‘내가 뭔가를 착각했나 보다.’

아무래도 기차의 문이 조금 헐거웠던 모양이다.

저런 계집애가 그 두터운 철로 된 문을 뜯어낼 수 있었을 리가 없으니까.

승원의 옆에 있던 조직원도 한숨을 돌렸는지 안색이 밝았다.

도리어 여성의 외모가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걸 확인하자 입이 귀에 걸렸다.

“어이, 아가씨.”

“네?”

건들거리며 다가가는 조직원을 승원은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갑자기 긴장했던 탓인지 속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내가 겨우 저런 계집애에게 긴장했다니. 어이구, 이런 쪽이야.’

승원은 속으로 혀를 차며, 당황하며 물러서는 계집애를 보았다.

분명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여자인데, 볼수록 뭔가 섬뜩했다.

“이 오빠 말을 안 들으면 끽, 이에요. 끽. 그러니 얌전히 이쪽으로 와봐. 응?”

“저기…… 영문을 모르겠는데요.”

“알 필요 없고, 일로 와보라니까? 저기 보이지? 말 안 들으면 죽어.”

그제야 여성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플레이어의 시체로 향했다.

“봤지? 이제 이해했으면 귀찮게 하지 말어.”

“아, 이해했어요.”

여성은 여상하게 답하며 조직원을 빤히 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새하얀 왼손을 들어, 조직원의 어깨에 사뿐히 올려놓았다.

“어이쿠! 꽤나 적극적…….”

퍼걱!

어깨에 올린 왼손으로 조직원의 몸을 꽉 움켜잡아 고정시킨 뒤, 오른손으로 조직원의 턱을 후려쳤다.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조직원의 머리가 뽑혀 천장에 부딪쳤다.

쿵! 툭, 데굴데굴.

“……?”

털썩.

어깨를 움켜쥐고 있던 여성이 손이 떨어지자, 머리가 사라진 조직원의 몸이 스르르 무너지며 쓰러졌다.

여성은 천장에 부딪쳐 떨어진 조직원 남성의 머리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승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미건조한 여성의 시선이 승원의 몸을 훑었다.

‘……좆됐다.’

그 시선을 받는 순간, 승원은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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