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23화 (23/332)

# 23

023. 파밍은 야비하게(3)

[익명 48번 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불금: 이런 시벌. 내가 공략하던 던전 누가 털어갔어?

어릿광대: ㅋㅋㅋㅋㅋㅋㅋ

불금: 뭐야 너냐?

어릿광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웃겨.

불금: 아니 시벌, 말을 해. 빡치게 하네.

익명48: 저기, 제가 괜찮은 던전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불금: 뭐? 진짜 어딘데. 거짓말이면 알지?

익명48: 교대역 근처에요. 제가 좀 봤는데 거기에 C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불금: 뭐 C급?

어릿광대: 너 벌써 세 번째지? 확실히 믿을 만한 정보이긴 하네. 근데 어떻게 알아?

익명48: 다 아는 법이 있죠.

정직한삶: 얘 예지 계열 신 아냐? 출신이 어디야?

익명66: 출신 묻는 거 공지위반이다.

정직한삶: 예지 능력 깠으면 다 말했지 뭘. 예지 능력 가진 신이 몇 명이나 된다고. 어디야 너? 그리스냐?

어릿광대: 찐.

익명48: ^^;

정직한삶: 아씨, 애 나한테만 그래? 가뜩이나 일도 안 풀리는데.

불금: 가뜩이나 일주일 날려서 빡치는데 그거나 먹으러 가야겠다.

익명25: 나도 가야지.

불금: 와, 드루와. 내가 조져줄 테니까.

익명25: ㅋㅋ쌘 척 오진다잉ㅋㅋ

바람바람바람: 나도 간다.

“휘유.”

확실히 C급 아이템이라고 하니 어그로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계속 C급 아이템이 맞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이 근방의 아바타들은 대부분 그쪽으로 이동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 던전은 어디야? 우리 신님은 교대역으로 가라는데.”

“응. 안 간다고 전해.”

아무리 회귀했다지만 내가 기억하는 던전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내가 과거에 갔던 던전이나 혹은 대단한 보상이 나온 던전이 전부다.

후자의 경우에는 대부분 좀 더 나중에 생기는 던전들이어서 이때 생긴 던전들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그래도 하나.’

꼭 가야 할 던전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속적으로 채팅방에 다른 던전에 대한 정보를 흘리며 내가 찾는 던전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몇 개 알고 있는 던전에 대한 정보도 다 풀었고.’

전생에 내가 갔던 던전 세 개다.

대다수는 꼽사리 껴서 갔던 거지만 보상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다지 내게 쓸모는 없지만 등급은 높아, 이렇게 미끼로 사용하기엔 아주 그만이었다.

“역시 오빠를 따라오길 잘했어. 이대로만 가면 곧 부자 되겠는데? 그냥 던전만 털어도 되는 거 아냐?”

“아니. 조금만 더 하다가 메인 퀘스트하러 가야지.”

“꼭 그럴 필요 있나? 시간 제한도 없잖아.”

“세 번째 메인 퀘스트는 그렇지. 하지만 네 번째 메인 퀘스트는 아니거든.”

“어?”

세 번째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네 번째는 제한이 있다.

즉, 세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전에 네 번째 퀘스트가 시작되게 된다.

세 번째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죽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냥, 퀘스트 하나를 지나치게 되는 거지.

그것 자체로 굉장한 패널티다.

메인 퀘스트 보상은 일반 서브 퀘스트나 던전 보상보다 훨씬 큰 것이 주어지는 법이니.

“그, 그럼 바로 세 번째 퀘스트를 하러 가야 되는 거 아냐?”

“그전에 구하고 갈 스킬이 하나 있어.”

잡다한 스킬이나 아이템들은 챙길 만큼 챙겼다.

던전의 위치도 채팅방으로 알아뒀으니 슬슬 그곳으로 향해야 할 때였다.

“세 번째 퀘스트를 찾는 게 먼저 아냐?”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어딘데?”

여기서 그다지 멀지도 않은 장소다.

“로메월드.”

“거긴 최근까지 있었던 곳이잖아.”

“거기 말고 놀이동산.”

내 말에 민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재차 물었다.

“진짜?”

“그래. 거기에 가면 세 번째 메인 퀘스트가 활성화될 거야. 이미 상당한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그곳에 있겠지.”

“그럼 서둘러야 되는 거 아냐?”

그럴 필요 없다.

그곳에서 진행된 세 번째 메인 퀘스트는 네 번째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될 거다.

클리어한 사람이 나와도 끝나지 않고 계속.

그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대부분 죽을 거다.

그런 장소니까.

“오빠 표정 보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건 알겠네.”

민아는 흥, 하고 코웃음 치며 바닥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새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도시의 빛 때문에 별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잘 보여.”

“이 근방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니까.”

“응, 맞아. 세상이 망해가니까 이렇게 멋진 밤하늘을 볼 수 있다니, 참 웃겨.”

민아는 묘한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나 또한 그런 민아의 시선에 이끌려 하늘을 보았다.

별이라.

그래, 저 별들이 필요하지.

“……별자리가.”

“응?”

“아니, 아무 것도 아니다.”

굳이 지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차차 알게 될 테니까.

***

송파역 4번 출구 근처. 텅 빈 던전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땅 파고 안가?”

“여긴 생각보다 깊어서 보스방 위치가 안 잡히더라.”

“어쩔 수 없지.”

이 던전은 전생에서 얼핏 들었던 장소다. 정확한 위치는 몰랐지만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알고 있었기에 가까스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거 둘러.”

“응?”

나는 지수의 몸에 긴 천을 둘렀다.

“뭐야 이게.”

“화살 공격을 막아줄 거야.”

여태 많은 던전을 순회한 것도 결국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다.

C급 아이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 아래에 있는 물건과 스킬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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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막이 가호의 천(D): 5회의 원거리 공격을 반드시 막아준다. 모든 횟수를 소모하면 아이템이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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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급 아이템치고는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다.

목도리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면 자동적으로 방어한다.

소모성인 만큼 효과가 탁월하지.

나 역시 민아와 같이 목에 천을 둘렀다.

이걸 두 개나 구하느라 뼈 빠지게 던전을 돌아다닌 거다.

덕분에 ‘전문 굴착꾼’이라는 업적도 달성하긴 했지만, 그다지 기쁘진 않다.

“……조용하네. 진짜로 던전 맞아?”

“던전이 아니라면 지하철역에 이런 이상한 장소가 있을 턱이 없지.”

“그건 그렇지만 너무 어둡잖아. 손전등이나 랜턴이라도 가져오지.”

투덜거리는 민아에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가져오면 안 돼.”

“왜?”

“이유가 있어.”

던전은 굉장히 깊었다.

사방이 시커멓고, 지독히도 고요했다.

몬스터라곤 보이지 않고, 어두운 동굴 벽에 매달린 박쥐의 모습만 간간히 눈에 띄었다.

여태까지의 던전과는 명백히 이질적이었다.

“이런 던전도 있어. 모든 던전이 단순한 건 아냐.”

오로지 트랩으로만 이루어진 던전도 있고, 혹은 들어가면 바로 보스방인 경우도 있다.

그걸 흔히 ‘레이드’식 던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던전은 그 레이드식 던전과 무척 흡사하지만, 다른 던전이기도 하다.

“근데 우리 계속 비슷한 곳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아.”

“실제로 그래.”

“아씨, 그럼 말을 했어야…….”

“쉿.”

투덜거리는 민아의 입을 막으며 조용히 경고했다.

“온다.”

“응?”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고 생각할 무렵, 후방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쉬익!

파앙!

“꺅?!”

민아의 목을 감싸고 있던 천이 움직여 날아온 화살을 방어했다.

“뭐, 뭐야?”

“4회 남았다. 조심해.”

“으, 으응.”

나는 바닥에 떨어진 화살은 주워들며 주변을 경계했다.

바닥에 떨어진 건, 시커먼 색의 화살이었다.

가뜩이나 어두운 던전 안에서 이런 화살이 날아온다면 눈치채기도 전에 목숨을 잃으리라.

실제로 채팅방에 올라왔던 정보도 바로 그것이었다.

‘몬스터도 없는 던전에서 갑자기 죽었어!’

이 시기에 그런 던전이라고 한다면 역시 여기 하나뿐이지.

“작은 걸로 변하면 안 맞지 않을까?”

“그럴 리가. 저 녀석은 어떤 걸로 변해도 반드시 명중시킬 거다. 하나만 빼고.”

“하나만 빼고? 그게 뭔데.”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간단히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민아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는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떡해?”

“화살 조심하면서 보고 있어. 신호를 주면…… 알지?”

“알겠어.”

주위를 경계하며 민아의 손에 하나의 아이템을 쥐어줬다.

이것이라면 녀석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쉬익!

파앙!

나 역시 횟수가 하나 까였다.

화살막이 천이 막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4회.

녀석은 쏘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내가 특별히 널 위해 구해온 아이템들이다.”

아까 전 녀석이 날린 화살에 품에서 꺼낸 실을 감았다.

“쫒아라, 추적의 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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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의 실(D)

물건에 감으면 원래 소유주가 있는 장소로 실이 뻗어나간다. 1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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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아이템이고 아주 먼 거리는 추적하지 못하지만 이런 던전 안이라면 얼마든지 쫒아갈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잡을 수는 없겠지만.’

녀석은 이 던전에 들어온 플레이어 중 가장 민첩이 높은 플레이어의 영향을 받는다.

녀석이 지나치게 빠른 것도 내 민첩이 현재 카운터스톱 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치를 안다 해도 내가 녀석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놓치지 않게 시야에 두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실이 쫒아가지 않았다면 제대로 윤곽조차 잡기 힘들었을 거다.

‘보인다.’

[암야의 사수]

이 골치 아픈 몬스터의 이름.

센티넬을 제외하면 이 녀석보다 까다로운 몬스터는 이 지역에 존재하지 않을 거다.

‘귀찮구만.’

녀석의 능력은 빛이 비치지 않는 곳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

다른 공격은 대부분 자신이 착용한 아이템의 보조를 받는다.

불빛이 비춘 곳으로는 이동하지 못하니, 언뜻 생각하기에 공략이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 녀석은 자신의 약점을 알기에 빛이 보이면 애초에 다가가지 않는다.

내가 이런 던전에 랜턴 하나 들고 오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다.

파앙!

“3번.”

녀석은 자신을 쫒아오는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민아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나는 녀석을 계속해서 몰았다.

잡지는 못해도, 이렇게 쫒아가며 위협하는 건 가능했다.

파앙!

“2번.”

얼마 남지 않았다.

파앙!

“1번.”

목에 감겨진 천의 내구도가 한계였다.

녀석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어둠속에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파앙!

“끝.”

목에 감겨 있던 천이 산산이 부서졌다.

“……!”

얼굴이 없는 암야의 사수지만, 그런 나를 마치 비웃는 것 같았다.

그런 녀석에게 나도 비웃음으로 답했다.

“끝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

녀석은 쫒으면 계속 도망친다.

그러면 어떻게 녀석을 잡느냐.

쫒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된다.

이 던전의 구조는 참 거지같아서 같은 길을 몇 번이나 지나가기도 하거든.

아까 민아가 짜증을 부렸던 것처럼.

“짜잔!”

동굴벽에 매달려 있던 박쥐가 인간으로 변하며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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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의 표식(E)

반경 10미터가 밝은 빛에 휩싸인다. 3미터 내에 있던 몬스터나 플레이어가 이 빛을 2초간 응시할 경우 10초간 실명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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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 내가 민아에게 몰래 쥐어줬던 물건이다.

본래는 실명 상태를 유발하는 아이템이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그다지 좋은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반경 10미터를 빛으로 휩싸이게 만드니 이 녀석을 잡는 데 이보다 좋은 아이템이 없다.

파아아아!!

내가 암야의 사수를 몰고 간 사이, 민아는 벽에 붙어 박쥐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암야의 사수가 아까의 위치로 돌아오는 순간, 박쥐로 변해 대기 중이던 민아가 아이템을 사용한 거지.

“……!!”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 던전 안에 있는 건 우리와 암야의 사수.

그리고 박쥐들뿐이다.

녀석은 박쥐를 쏘지 않는다.

흔히 게임을 하면 던전에 돌아다니는 작은 동물들이 있다.

일명 그것을 오브젝트라고 부르며 플레이어나 몬스터는 그것을 보통 터치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박쥐는 아마 그런 기믹으로 던전 내에 존재했을 것이다.

분위기를 살리는 용도.

이 지역의 GM은 ‘게임’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겉멋이 잔뜩 들어 있는 녀석이니까.

“죽어 새끼야.”

섬광탄이 터지고 사그라지는 몇 초.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녀석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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