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22화 (22/332)

# 22

022. 파밍은 야비하게(2)

이 세계의 던전은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아이템과 장비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그러니 대부분 플레이어는 던전을 발견하게 되면 정보를 숨기게 된다.

그만큼 던전에 대한 정보는 무척 귀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건 플레이어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직한삶: 아오, 열 받아. 계속 플레이가 꼬이네. 저놈 뭔데 내 아바타를 계속 방해해?

어릿광대: ㅋㅋ깨소금맛.

정직한삶: 변신능력 쓰던 거 네 아바타지? 그렇지?

어릿광대: 전 몰라연~!

정직한삶: 아오, 저걸 진짜.

불금: 그만 좀 싸우고, 여기 던전있는데 선착순 세 명만 받아준다.

정직한삶: 난 바빠.

후레쉬바: 위치가 어딘데?

불금: 로메월드 타워에서 한 시간 거리. [지도표시]

후레쉬바: 아, 난 멀다.

‘빙고.’

서울 지역 채팅방에는 여러 정보가 오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던전에 대한 정보도 심심치 않게 보였는데, 아까 남자들이 지키던 던전의 위치도 정확히 나와 있었다.

‘그건 그렇고 정직한삶은 꽤나 화가 난 모양이네.’

박동권의 후원자로 추측되는 만큼 당연한 일이다.

어릿광대는 민아의 후원자이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을 거다.

“이쯤인가.”

“뭐가 이쯤인데? 아까부터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민아가 불퉁한 얼굴로 물었다.

채팅방을 한쪽에 열어둔 채 이동한 터라 민아를 상대를 할 틈이 없었다.

“당연히 던전을 공략하려는 거지.”

“던전 입구는 저쪽인데?”

“내가 말했잖냐. 입구는 만들면 된다고.”

나는 씩 웃으며 아스팔트로 된 바닥에 손을 짚었다.

채팅방에 올라왔던 던전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쪽까지 충분히 퍼져 있을 거다.

“탐사.”

스킬명을 말하는 순간, 손바닥을 타고 마력이 지면으로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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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B

손을 댄 장소를 중심으로 반경 50미터를 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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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50미터 내에 존재하는 시설의 구조나 함정과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우수한 스킬이다.

‘과연 백금등급 보상.’

이런 보상을 받은 건 아마 내가 건물의 이점을 이용해 센티넬을 잡은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지면에 투사된 마력의 방류가 지면 아래의 정보를 읽어 들였다.

“여기는 아니군.”

“뭐야, 뭔데?”

“좀 더 이동하자.”

분명 이 아래에 던전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쯤이면 보스방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보다도 훨씬 큰 던전인 모양이다.

“여기다.”

몇 번을 더 사용하며 이동한 결과 제대로 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뭐가 여기인 거야? 제대로 설명 좀 해주라.”

“여기 20미터 아래에 보스방이 있어.”

“보스방? 아까 그 사람들이 지키던 던전을 말하는 거야?”

“그래.”

보통 던전의 보상은 보스를 쓰러트리거나, 보스를 처치한 이후에 열리는 특수한 방에서 얻을 수 있다.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보스방에서 얻는 보상에 비하면 별거 없다.

“그래서? 그게 다야?”

“그게 다지.”

“아니 20미터 아래에 있다며? 그걸 안다고 뭐가 달라져? 오빠는 굴착기 기사 자격증이라도 있는 거야? 20미터를 어떻게 파겠다고.”

민아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그리 말한 후, 짙은 한숨을 쉬었다.

“난 또 뭐라고. 거기다 몰랐을까 봐 말해주는데, 던전은 특수한 마력으로 보호받아서 그냥 땅을 뚫고 간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냐.”

“네 신한테 들었냐?”

“응. 방금 쪽지 왔어.”

꽤나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채팅방에서도 낄낄 거리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머리가 좋은 줄 알았더니 황당한 소리나 한다나.

‘보통은 그렇지.’

민아의 말은 대체로 사실이다.

나도 DLC 상점만 없었다면 이런 짓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을 사용하면 어떨까?”

“뭐, 뭐야, 그건? 어디서 꺼냈어?”

“당연히 인벤토리에서 꺼냈지.”

“아니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아.”

두 번째 메인 퀘스트가 끝난 이후 모든 플레이어들은 일명 ‘인벤토리’가 지급되었다.

인벤토리는 이런 거대한 장비도 언제든지 꺼낼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을 자랑했다.

“자아.”

나는 손에 들린 굴착 드릴을 지면에 댔다.

당연히 그냥 드릴이 아니다.

명색이 캐쉬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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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파괴자의 굴착드릴: 지면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 던전의 지형마저 변화시킬 수 있지만 던전의 등급에 걸맞은 드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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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000포인트에 구매한 굴착 드릴이다!

이번 백금 등급 보상으로 받은 2000포인트를 전부 사용해서 구매한 캐쉬템이다.

어차피 남는 포인트가 많아서 더 비쌌어도 별생각 없이 구매했을 거다.

참고로 드릴은 별도 구매.

DLC 상점에서 판매하는 건 최하급인 철을 사용한 드릴뿐이다.

아마 더 좋은 드릴은 직접 만들어야 되는 모양이지만…….

“내게는 가변형 오리하르콘이 있단 말씀.”

옅은 금빛을 발하는 드릴의 날을 보며 나는 히죽 웃었다.

이 아래에 있는 던전이 어느 정도 급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르하르콘 드릴로 뚫리지 않을 턱이 없었다.

“오, 오오.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잘 봐라. 보스방까지 직진하는 거야.”

위이이잉!

거세게 회전하는 드릴을 천천히 지면에 가져다대었다.

두두두두!

지면을 부수며 들어가는 드릴의 모습에 민아가 놀랐는지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걸로 언제 파?”

아무래도 감탄해서 놀란 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도 심히 느렸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

“그 전에 저쪽에서 먼저 공략하는 거 아니야?”

“던전 공략은 최소 일주일 정도 잡아먹으니 그럴 일은 없다.”

암 그렇고말고.

자유 퀘스트를 받는 건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플레이어 한정이니 저쪽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거다.

기껏해야 던전을 발견한 지 하루나 이틀 정도.

그사이에 공략을 해봤자 얼마 진행하지도 못했을 거다.

“애초에 그런 드릴은 땅 파는 드릴이 아니지 않나?”

“게임적 허용 모르냐?”

대략 한 시간 정도 두들기자 5미터 정도는 파고들어간 것 같았다.

문제는 그 정도 두드리니 내 어깨와 허리도 아주 말이 아니었다.

“야. 이민아”

“왜.”

바닥에 누워 잡지를 보던 민아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근처 서점에서 적당히 가져온 잡지인 모양이다.

“교대하자, 교대.”

“오빠가 그렇게 힘들어할 정도면 애초에 난 무리 아냐?”

“단순히 피로가 쌓이는 거라 근력과는 상관없어. 아 진짜 한 시간만 교대하자.”

더 이상 두드리다간 내 몸이 바닥보다 먼저 아작 날 것 같았다.

“알겠어. 대신에 나중에 던전 보상 나도 제대로 챙겨줘야 해.”

내가 열심히 판 구멍으로 민아가 폴짝 뛰어내려 들어왔다.

나는 민아가 파는 걸 옆에서 구경하며 몸을 풀다가, 민아가 못 하겠다고 말하면 다시 교대했다.

그렇게 반복하기를 다섯 시간.

이미 해가 져서 하늘에 별이 반짝일 무렵에야 우리는 던전의 바로 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나 이거 두 번은 못할 것 같아.”

“근데 해야 될 걸.”

앞으로 갈 던전이 많거든.

콰드득!

던전의 천장을 드릴이 파고들자, 거미줄처럼 지면이 갈라졌다.

콰쾅!

“엄마야!”

바닥이 부서지자 민아가 비명을 질렀다.

[던전의 최심부에 도착했습니다.]

“제대로 왔군.”

바닥에 착지하자 알림이 울렸다.

주변을 살피며 적당히 드릴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긴장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던 민아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저기에 있는 거, 보스 몬스터 아니에요?”

“맞아. 저 녀석이 이 던전의 보스다.”

갑자기 던전의 천장을 부수며 들어온 탓에 주변의 몬스터들이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멘티스잖아?”

“으, 벌레는 질색인데.”

거대한 사마귀의 형상을 한 몬스터, 멘티스.

주변에는 크기가 작은 리틀 멘티스들이 멘티스 주변에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직은 보스라고 해봐야 이 정도겠지.”

좀 더 등급이 높은 던전이었으면 일반 멘티스가 보스가 아니라 퀸 멘티스나 킹 멘티스가 등장했을 거다.

“너는 새끼들을 맡아라.”

“알겠어.”

지수 정도는 아니지만 민아도 어느 정도 전투력은 있으니 리틀 멘티스 정도는 견제할 수 있을 거다.

나는 드릴의 날에서 다시 돌려받은 변이형 오리하르콘을 이전처럼 창에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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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창(오리하르콘 코팅)(F → C+)

내구도: F → B

예리도: F+ → C

마력전도: F → C

특수능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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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르콘이 코팅된 강철 창은 바질리스크의 가죽을 꿰뚫을 정도.

멘티스의 껍질 정도는 문제없이 뚫을 수 있으리라.

“키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멘티스의 날카로운 손을 피했다.

멘티스는 사마귀와 동일한 현태를 가진 만큼 공격패턴도 비슷하다.

공격은 매섭고 날카로우며, 곤충형 몬스터 중에선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쉬익! 쉬익!

저 날카로운 팔에 걸리면 단번에 대여섯 명의 사람도 단번에 잘려나간다.

명색의 보스 버프까지 걸려서 크기도 크다보니 처음 상대하는 플레이어들은 멘티스의 맹공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것이다.

‘공격만 조심하면 껌이지.’

반대로 껍질은 곤충형 몬스터 중에 약한 편이다.

특히 목이 지나치게 얇아, 제대로만 노린다면 단번에 죽이는 것도 간단하다.

“바로 이렇게.”

서걱!!

금색 궤적이 스쳐지나가자 멘티스의 머리가 단번에 잘려나갔다.

“우와. 되게 능숙하네. 저거 그래도 E급 몬스터 아냐?”

“뭘 이 정도 가지고. 멘티스는 약점만 알면 쉬워.”

멘티스가 쓰러지자 리틀 멘티스들이 바르작거리며 밖으로 달아났다.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중 최초로 던전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추가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업적 ‘처음이 아니면 싫은 남자’를 달성하셨습니다.]

아니, 업적 이름 뭔데.

이런 업적명이 뜨는 것도 두 번째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이후부터다.

그전에 달성한 업적은 퀘스트에 가산되어 보상으로 주어진다.

‘그래서 내가 보상을 여러 개 탈 수 있었던 거지.’

아무튼 이 ‘업적’은 최대한 많이 달성할수록 좋다. 업적의 숫자로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니까.

“그럼 이제 뭘 떨궜는지 확인해 보자.”

나는 점차 부스러지기 시작한 멘티스의 시체로 가까이 다가갔다.

“오, 마석.”

멘티스가 드랍한 아이템은 F급 마석과 날카로운 일격이라는 스킬이었다.

“대단한 건 없네.”

날카로운 일격도 고작 E급 스킬이었다.

“겨우 이걸로 끝이야?”

“설마. 이건 보스를 잡고 나온 것뿐이지, 던전 클리어 보상은 따로 거든.”

보통 그런 건 보스가 있던 장소 바로 뒤편에 있는 방에서 나오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멘티스가 아까 서 있던 장소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다양한 아이템이 쌓여 있었다.

던전은 보통 다수의 인원이 공략하다보니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수가 많았다.

“와! 이거 다 가져가도 되는 거야?”

“딱 좋네. 다 챙겨.”

“맡겨 둬!”

민아가 잔뜩 신난 얼굴로 인벤토리에 각종 아이템을 집어넣었다.

우리가 모든 아이템을 챙기고 던전을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았다.

***

그로부터 4일 후, 열 명이 넘는 무리가 보스방 입구에 도착했다.

“형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아마 모든 플레이어 중에 최초로 던전을 공략한 게 분명해요.”

“이제 벌레 새끼들하고도 작별이구나. 어서 가자! 던전 최초 공략은 우리의 것이다!”

“예, 형님!!”

점액으로 뒤덮인 바닥을 거닐며 남자들은 발길을 재촉했다.

여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하며 왔던가.

온갖 벌레형 몬스터들을 죽이며 지저분하고 끔직한 악취를 풍기는 던전을 헤집으며 겨우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던전을 클리어한다면 막대한 보상이 주어질 거다.

자신의 ‘신’이 그리 이야기했으니 분명할 거다.

“엥?”

긴장한 얼굴로 보스방으로 들어가자, 어째선지 휑했다.

“보스는?”

“안 보이는데요.”

무언가 있었던 흔적은 있지만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살충제를 뿌린 벌레둥지 같았다.

“형님! 저기 내려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옳지! 그곳에 있나 보구나!”

당황했던 남자들도 서둘러 계단으로 내려갔다.

“없는데. 넌 좀 뭐 보이냐?”

“아뇨. 진짜 텅 비었는데요.”

하지만 그곳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이 방에 뭔가 있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만 느껴질 뿐이다.

“신이시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남자는 울분을 표하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지만, 어쩐지 신은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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