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1화 (11/332)

# 11

011. 파티원을 육성하는 법(2)

[스킬을 파티원과 공유했습니다.]

[공유한 스킬 ‘재생’]

[습득한 스킬 ‘천살성’]

스킬을 교환하자 간결하게 알림창이 나타났다.

‘역시 재생이 좋겠어.’

두 개의 스킬 중 어느 것이 지수에게 어울릴까 고민했지만, 내 선택은 재생이었다.

결전의 시간도 분명 좋은 스킬이었지만, 재생 쪽이 지수에게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파티원과의 유대가 깊지 않아 공유된 스킬의 능력이 30퍼센트로 떨어집니다.]

[파티원과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스킬의 효과가 최대 80퍼센트까지 상승합니다.]

[대신 공유된 스킬은 스킬에 포함된 디메리트를 받지 않습니다.]

‘……뭐?’

뜬금없이 들려온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파티원과의 유대? 30퍼센트만 사용할 수 있다고?’

아니, 그런 설명은 없었잖아.

==

천살성(S):

인간형 존재에게 피해 +30퍼센트

피해를 받거나 줄시 최대 공격력과 체력재생이 30퍼센트 상승한다.

==

본래라면 여기에 ‘상태이상 광기에 빠질 수 있다.’라는 말이 추가됐을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다운되며 디메리트가 사라진 모양이다.

‘광기는 그냥 디메리트라고 하긴 뭐하다만.’

천상성의 전력은 광기 상태에서 나오지만 난 없는 쪽이 낫다.

더군다나 유대가 깊어지면 스킬 효과도 상승하니 차라리 이쪽이 좋았다.

“……근데 유대가 깊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마침 지수도 스킬을 공유하며 떠오른 알림창을 확인한 듯 눈을 가늘게 찡그렸다.

“나도 모르지.”

“하긴 그렇겠죠. 오빠는 왠지 뭐든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무심코 묻고 말았네요.”

지수는 순순히 수긍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신기하네요, 갑자기 새로운 스킬이 생기다니.”

아마 지수에게 공유된 ‘재생’ 스킬도 30퍼센트만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성장형 스킬인 걸 생각하면 지금은 극히 효과가 미비하겠지.

지수도 그 사실을 알기에 조금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공격용 스킬이 없어서 조금 불안하네요.”

“재생도 충분히 공격적인 스킬이야.”

“이건 그냥 회복용 스킬 아닌가요?”

“자고로 우수한 생존기는 우수한 공격스킬이기도 한 법이지.”

조금이라도 게임을 해보면 알 것이다.

생존기의 중요성을.

“다른 사람이라면 피해야 할 공격을 너는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지. 맞아도 금방 회복되니까. 거기다 재생은 단순히 상처의 회복뿐이 아니야. 스테미너와 같은 체력적인 문제도 적용되거든.”

회피하거나 공격을 하거나, 어느 쪽이나 체력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체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들뿐더러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된다.

하지만 재생 스킬은 그런 체력과 피로도 빠르게 회복시켜 준다.

“괜히 최상급 스킬이 아니야. 지금은 물론 조금 빠르게 회복되는 정도겠지만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더 대단해질걸?”

“아…….”

그제야 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스킬 같아요. 감사해요.”

“아니, 나도 충분히 좋은 걸 받았지.”

다시 말하지만 천살성이면 차고 남는 장사였다.

“그럼…….”

나는 슬쩍 창밖을 보았다.

거리에서는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두 번째 스테이지에 잘 도착하려나.’

현균과 그가 이끄는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다음 스테이지에 도착했을지 궁금했다.

우선 내가 현재 해줄 수 있는 건 전부 해줬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해야겠지.

‘그들이 살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계속 지켜줄 생각은 없거든.’

이 세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그들은 그것을 알아야 했다.

“저희도 몬스터를 잡아야 하지 않나요? 포인트를 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리 말하는 지수는 마치 오늘 점심은 뭔지 묻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그래도 얘는 너무 적응이 빠른데?’

처음에 괴물들에게 벌벌 떨던 여자애가 맞나 싶다.

고블린 무리를 학살한 순간부터 달라진 거 같지만 그렇다 해도 몬스터와 싸운다는 공포가 지나치게 옅었다.

거기다 이해도 빠르고.

우선 좋은 게 좋은 법이니 나는 이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했다.

“아니. 그보다 할 게 있어.”

“……?”

지수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두 번째 퀘스트는 너도 알다시피 여유 시간이 좀 길잖아?”

“아, 확실히 14일이었죠.”

“그래, 그러니 다음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새로운 스킬을 익힐 생각이야.”

“이미 익힌 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보통은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안 되는 게 있는 법이지.”

우수한 보상을 받아, 이미 보통의 플레이어들보단 꽤 좋은 위치에서 스타트를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신의 아바타와 경쟁하기 위해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마침 너에게는 재생 스킬 말고도 또 알려줄 스킬이 있거든.”

“네? 하지만 스킬 공유는…….”

“이건 스킬 공유하지 않아도 알려줄 수 있는 스킬이더라고.”

지수는 의심스럽다는 듯 날 바라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뭔가 제게 엄청 퍼주는 기분인데요. 세한 오빠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잖아요. 그 이기적인 세한 오빠가…….”

“…….”

순간 조금 찔렸다.

확실히 지수의 말처럼 나는 남에게 이것저것 베푸는 성격이 아니었다.

적어도 여태까지는…… 말이지.

그러니 지수의 의심은 타당했다

.

‘아무리 쪼잔해도 전생에 입은 은혜 정도는 갚는다고.’

파티원으로서 지수를 육성시키려는 의도도 있긴 했지만, 난 전생에 지수가 나를 구하려다 죽은 것을 잊지 않았다.

내가 지수를 챙겨주는 건 그런 복합적인 이유였다.

“흠흠, 아무튼 너에겐 분명 잘 맞을 거야. 이름부터가 너랑 딱 맞거든.”

“무슨 스킬인데요?”

“혈천수라공(血天修羅功).”

바로 혈마의 무공이자, 천살성을 가진 마인(魔人)들에게 특화된 살법.

지수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스킬은 없었다.

***

스킬을 익히기 위해선 보통 스킬의 계기가 되는 스킬 트리거가 필요하다.

물론 스킬마다 그 종류가 다른데, 무공형 스킬의 경우에는 해당 무공의 구결이나 심득이 필요하다.

‘덕분에 등급을 올리거나, 익히기가 무척 까다롭지만.’

혈마의 무공인 혈천수라공은 조금 예외다.

오로지 천살성의 마인들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인 만큼 천살성 스킬을 보유한 경우 익히기가 무척 쉬웠다.

천살성 스킬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 천살성 스킬이 극히 희귀하고 온전히 지니기 힘든 스킬이라는 점이 크나큰 문제지.’

천살성 스킬을 보유하면 보통 광인이 된다. 그러니 무공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제정신이 되기 힘들다는 것.

천살성에 몸이 맞는 소수의 인간만이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으나, 그렇다 해도 마인(魔人)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아무튼 무공자체는 익히기 쉬우나, 조건이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생의 나도 익히지 못했지.’

왜냐면 천살성이 없었으니까.

혈마와 싸우고, 그와 인연을 맺어 무공의 구결과 심득을 얻었지만 천살성이 없어 익히지 못했다.

이번에는 지수와 스킬공유를 하여 천살성을 얻어냈으니 익힐 수 있겠지만 솔직히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다

.

왜냐면 내 성향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무공이기 때문이다.

‘……근데.’

나는 힐끗 옆에서 운기조식을 하는 지수를 바라보았다.

‘뭔 5일 만에 혈천수라공을 1성까지 익히지?’

무공은 기본적으로 성장형 스킬이다.

그만큼 익히기 어렵고, 얻기도 힘들다. 혈천수라공은 그 무공 중에서도 손꼽히는 비급이다.

아무리 천살성 스킬을 가지면 익히기 쉬운 무공이라고 해도 지나칠 정도였다.

‘내가 아낌없이 도움을 주긴 했지만…….’

거기다 파티원 보너스 중에는 스킬 숙련이 빠르게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그렇다 쳐도 너무 빨라.’

이정도 속도라면 무림에서 날고 긴다는 천재들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였다.

아마 내가 익혔다면 비슷한 속도로 익힐 수 있었겠지만, 그건 내가 이미 혈마로부터 들은 심득이 있기 때문이다.

‘진의 무림인들이 보면 놀라 쓰러지겠군.’

혈마가 보면 어떤 얼굴을 할지 벌써 기대가 됐다.

나는 놀라긴 했어도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전생에도 이런 천재들은 몇 명이나 봤거든.

사람의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질 만큼 가공할 천재들.

하지만 살아남은 건 나였다.

‘아무튼 슬슬 출발해야겠지.’

본래는 일주일 간 운기조식만 익히게 하고, 내공의 구결을 알려준 뒤 가능하다면 혈천수라공을 익히는 것까지만 하려고 했다.

근데 예상보다 훨씬 지수의 성취가 뛰어났기에 이틀 정도는 일찍 움직여도 될 것 같았다.

‘어디…….’

우선 움직이기에 앞서, 나는 하나 살펴볼 곳이 있었다.

“접속.”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커다란 알림창이 여러 개가 나타났다.

바로 신들의 ‘커뮤니티’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활성화되어 있군.’

그때는 게시판도 몇 개 없었지만 지금은 공략게시판이나 신들이 이용하는 거래소도 눈에 띄었다.

당연히 내가 확인할 곳은 그중 채팅방이었다.

전과 달리 채팅방은 지역, 즉 서버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내가 참여할 장소는 당연히 서울 지역 신들이 참여하는 채팅방이었다.

[익명48번 손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정직한삶: 아 정말 짜증나네, 다 죽여 버렸으면 좋겠다.]

[어둠속의어둠: 죽긴 뭘 죽여. 지금 한창 재밌고만]

채팅방에 입장하자마자 흉흉한 말이 올라왔다.

‘정직한삶이라.’

익숙한 닉네임이다. 왜냐면 이 녀석이 바로 박동권을 아바타로 삼은 신이기 때문이다.

아이디는 정직한삶이지만, 정직함과 가장 먼 신이다. 애초에 저런 아이디부터가 남들을 기만하기 위해서 지은 거지.

보통 신들의 아이디는 플레이어들에게 보이는 외면과 같은 거라, 본인의 업적이나 신으로서의 권능을 나타내는 아이디가 많다.

물론,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기에 자기 마음이 내키는 대로 짓는 신도 있다.

정직한삶이라는 아이디는 후자에 가까웠다.

‘얌전히 있는 모양이구만. 박동권.’

현균이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겠지.

동권의 신이 불평을 말하는 것부터가 그 증거다.

아마 전생처럼 처음에 압도적인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니 몸을 사리고 있으리라.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나는 계속해서 채팅방의 대화를 지켜봤다.

대부분은 별 의미 없는 대화였다.

어떤 아바타가 활약 중이라느니, 서브 퀘스트 중에 좋은 게 있다고 떠드는 정도였다.

[어릿광대: 아~! 내 아바타는 재능은 있는데 서민적이야. 귀중한 내 스킬로 은행이나 털다니. 나중에 후회할 걸 생각하면 그게 또 재밌긴 하지만.]

그때, 기다리던 아이디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익명48: 은행은 왜 터는 거죠? 어차피 지구의 돈은 플레이어에게 큰 의미가 없는 걸로 압니다만.

어릿광대: 몰라~! 그래도 인간들을 속이는 게 재밌어서 내버려 두고는 있어.

익명48: 그렇습니까? 저도 같이 보고 싶은데 괜찮을지…….

어릿광대: 별로 상관없어.

[어릿광대 님이 자신의 옵저버에 당신을 초대했습니다.]

이런 기능도 있었나?

옵저버는 보통 GM이 관리하지만 신들도 플레이어를 아바타로 선택한 경우에는 개인 옵저버를 사용 가능하다.

아마 어릿광대는 자신이 직접 조종 중이던 옵저버 채널에 나를 초대한 모양이다.

어릿광대: 여기야, 어때? 내 아바타 괜찮지?

커뮤니티 구석에 작은 영상이 나타났다.

화면에 비친 건 은행이었는데 꽤나 혼란스러운 광경이었다.

몬스터가 아닌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싸우고 있는 모습.

어릿광대: 이제 지구의 돈 같은 건 필요 없는데, 멍청한 인간들이라니까.

익명48: 혹시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당신의 아바타입니까?

어릿광대: 그랬으면 더 재밌었겠지만, 내 아바타는 조~ 금 소시민이라서. 저기 있지?

화면이 확대됐다.

그러자 총을 들고 무리를 내쫓는 한 명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무척 정의로워 보이는 인상의 인간.

어릿광대: 저게 내 아바타야.

그 말에 나는 옅게 미소 지었다.

‘그래, 지금 이 모습으로 있단 말이지.’

왜냐면 이 녀석이 바로 로메 타워에 있는 ‘그 괴물’을 처리할 키 카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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